
세계적인 학술지 ‘인지과학(Cognitive Science)’의 편집장으로 20여 년간 ‘사람의 마음’에 대해 연구해온 아트 마크먼(48) 미국 텍사스주립대 심리학과 교수의 주장이다. 그가 이 ‘기술’ 습득법을 구체적으로 밝힌 책 ‘스마트 싱킹(Smart Thinking)’은 지난 1월 미국 출간 후 아마존 논픽션 부문 베스트셀러에 오르며 화제를 모았다. 최근 국내에서도 원제 그대로 번역 출간됐다. 솔깃하다. 어떻게 하면 ‘스마트’해질 수 있을까. 아니, 일단 그가 말하는 ‘스마트’함이란 무엇일까. 미국 텍사스 주 오스틴 시 텍사스주립대 캠퍼스에서 마크먼 교수와 마주 앉았다. 훌쩍 큰 키, 날씬한 몸매에 단추를 두 개 푼 셔츠 차림의 그는 은발에도 불구하고 청년처럼 보였다. ‘스마트’에 대해 설명하는 모습에서도 열정이 느껴졌다.
“‘스마트’한 것은 ‘똑똑한(intelligent)’ 것과 다릅니다. 우리는 ‘똑똑함’을 측정하기 위해 IQ 검사를 이용하지요. 일상생활에서는 만나기 힘든, 추상적인 문제를 잘 풀면 높은 점수가 나오는 테스트입니다. 말하자면 추상적인 추론 능력이 뛰어난 사람이 똑똑하다는 평가를 받는 겁니다. ‘스마트’는 그보다 좀 더 실질적인 개념이에요. 우리를 둘러싼 세상에 대해 진짜로 아는 것, 그리고 그 지식을 제대로 사용하는 것을 의미하지요.”
그는 IQ를 ‘어떤 사람이 새로운 것을 얼마나 빨리 배울 수 있는지에 대해 알려주는 지표’라고 설명했다. IQ가 높은 사람은 상대적으로 짧은 시간에 더 많은 것을 배울 수 있다는 뜻이다.
“하지만 그 차이는 절대적인 게 아닙니다. IQ가 낮은 사람이라도 더 많은 시간을 투자하면 얼마든지 극복할 수 있어요. 현대 과학은 여러 연구를 통해 모든 사람이 ‘스마트해질 수 있는 자질(smart toolbox)’을 갖고 태어난다는 걸 밝혀냈지요.”
마크먼 교수는 “그 능력을 계발하려면 자신을 둘러싼 세계에 대해 공부하고, 그 과정에서 얻은 지식을 새로운 문제에 적용하는 방법에 대해 또 공부해야 한다. 이 노력을 많이 하면 할수록 문제에 대한 새로운 해법을 찾는 게 쉬워진다”고 설명했다. 그에 따르면 스마트해지는 데 필요한 능력의 약 90%는 후천적인 학습과 연습을 통해 만들어진다.
“지능이 높은지, 시험에서 얼마나 좋은 점수를 얻었는지는 ‘스마트’해지는 데 별로 영향을 미치지 않습니다. 정말 좋은 소식 아닌가요.”
장난스럽게 웃는다. 분명 좋은 소식이다. 그러나 우리는 아직 그 방법을 모르지 않나. 마크먼 교수는 “지난 50년간 사람의 생각과 뇌에 관한 연구는 눈부시게 발전해왔다. 하지만 관련 지식 대부분이 논문이나 과학저널에만 소개돼 일반인은 내용을 알지 못하는 게 현실이었다. 보통 사람이 인지과학의 탁월한 성과들을 이해하고, 일상에서 직접 활용할 수 있도록 하는 게 이 책을 쓴 목적”이라고 밝혔다.
스마트한 습관

마크먼 교수가 좀 더 스마트해지기를 원하는 사람에게 제시하는 키워드는 일단 두 가지. ‘고품질 지식(high quality knowledge)’과 ‘지식의 활용’이다.
그가 ‘스마트 싱커’로 평가하는 제임스 다이슨의 사례를 보자. 먼지 봉투 없는 진공청소기를 개발해 ‘영국의 스티브 잡스’로 불릴 만큼 큰 성공을 거둔 사업가다. 다이슨은 진공청소기를 오래 사용하면 왜 점점 기능이 떨어지는지 궁금해했다. 조사 결과, 청소기가 먼지를 빨아들인 다음 봉지를 통해 걸러내는 과정에 문제가 있었다. 먼지가 봉투의 가는 그물코 틈에 켜켜이 쌓여 결과적으로 필터가 제 구실을 못하게 되면서 청소기의 효율이 떨어진 것이다. 그는 곧 이를 개선할 방법을 찾기 시작했다. 여느 사람들처럼 부품의 성능을 높이는 수준에서 멈추지 않았다.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위해 고민하는 과정에서, 제재소에서 톱밥 먼지를 흡입할 때 사용하는 공업용 사이클론을 떠올렸다. 마침내 개발한 ‘먼지 봉투 없는 진공청소기’ 안에는 그가 수많은 시행착오 끝에 만들어낸 작은 크기의 사이클론이 들어 있다. 마크먼 교수는 “다이슨이 자신의 주위 문제에 관심을 기울이고, 진공청소기와 공업용 사이클론에 대해 갖고 있는 정확한 지식을 자신의 당면 문제에 적용했기 때문에 그는 ‘스마트 싱커’가 됐다”며 “평소 ‘스마트한 습관’을 통해 이 과정을 몸에 익혀두어야 한다”고 했다.
또 한 번 ‘스마트’가 나왔다. 이번엔 ‘스마트한 습관’. 이색적인 단어다. 마크먼 교수는 “인간은 습관을 만드는 기계”라며 “우리는 삶의 많은 부분을 가능한 한 자동화하려 한다. 의식적으로 생각하지 않아도 저절로 하게 되는 것이 습관인데, 이것이 ‘스마트’하지 않으면 절대 ‘스마트’하게 생각할 수 없다”고 했다. ‘스마트 싱킹’에는 습관이 인간의 삶에서 얼마나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는지에 대한 예가 소개돼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