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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착취재 | 연예기획사의 빛과 그림자

“몸 검사한다” 성폭행하고 수면제 먹여 나체사진 찍고 “성 상납 안 한다” 때리고 협박해 돈 뜯고…

한류 열풍으로 더 가난하고 추악해진 ‘변태’ 업자들

  • 김지영 기자 | kjy@donga.com

“몸 검사한다” 성폭행하고 수면제 먹여 나체사진 찍고 “성 상납 안 한다” 때리고 협박해 돈 뜯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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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 검사한다” 성폭행하고 수면제 먹여 나체사진 찍고 “성 상납 안 한다” 때리고 협박해 돈 뜯고…

‘슈퍼스타K 3’ 대전 지역 2차 예선 오디션 현장.

“소속사의 요구로 식사자리, 술자리 등에 여러 번 불려나갔어요. 다행히 사고가 나진 않았지만 갈 때마다 매우 느끼하고 불쾌했어요. 기억하기조차 싫을 정도로요. 해당 기획사와 재계약을 하지 않은 것도 그 때문이에요.”(연기자 B 씨)

연기자 지망생의 경우도 연기자보다 피해가 덜할 뿐 성희롱이나 성 접대 제의, 술시중 요구 등 성적 자기결정권으로부터 안전하지 않기는 매한가지다. 20대 초반의 한 배우 지망생은 친구가 당한 일을 들려주며 치를 떨었다.

“기획사 사장이 친구한테 접근해 내가 너를 데뷔시켜주겠다. 네가 뜰 때까지 다 해주겠다. 다만 1년 동안은 주변 사람을 아무도 만나지 말고 죽은 듯이 살라고 해서 알겠다고 했대요. 문제는 그 다음부터 사장이 심하게 들이댔대요. 밥 먹으러 가면 뽀뽀도 하고, 살짝살짝 만지고, 자기 애인 하라고 조르고…. 그래서 친구가 없던 일로 하고 그 회사를 나왔어요. 위약금 물어주느라 빚까지 지고요.”

이른바 스폰서와의 만남을 제의받은 적이 있는 연기자도 응답자의 절반을 넘었다. 설문조사에 참여한 여성 연기자의 55%는 유력 인사와의 만남을 제의받은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 이들은 심층면접 조사에서도 스폰서와 부적절한 관계를 전제로 한 만남은 연예계 주변에서 일어나는 매우 일상적이고 빈번한 일로 진술했다. 한 방송 관계자는 “재정상황이 부실한 기획사가 여성 연예인을 매개로 스폰서에게서 자금을 지원받아 회사를 운영하는 극단적인 사례도 있다”며 “이런 경우에는 해당 연예인이 기획사와 자신의 성공을 담보로 스폰서와의 관계를 유지할 수밖에 없다”고 전했다.

연예인 지망생 중에도 스폰서와의 부적절한 관계를 제의받은 이가 더러 있었다. 20대 초반의 한 연예인 지망생은 “기획사의 주선으로 스폰서를 만난 적이 있다”며 “제안만 받아들이면 원하는 대로 뭐든 해주겠다고 해서 바로 거절했다”고 밝혔다. 또 다른 배우 지망생의 말이다.



“아빠 같은 분이 저녁을 사주며 ‘나랑 애인할래?’ 하고 물어서 ‘아니요. 아빠 같은 분이라 겁나요’라고 말했더니 ‘네가 하고 싶은 거 다 해줄 테니 네 젊음을 살 수 없겠느냐’고 하는 거예요. 징그러워서 혼났어요.”

여성 연예인이나 연예인 지망생 대다수는 성 접대나 술시중을 거부하면 불이익을 받는다고 인식하고 있었다. 연기자 중 58%는 “술시중과 성 상납 요구에 불응하면 연예활동에 타격을 입을 것”이라고 답했다. 성 접대를 권유받은 경험이 있는 연기자 48.4%는 이를 거부한 후 캐스팅이나 광고 출연이 무산되는 등 불이익을 경험했다고 밝혔다.

억울하게 당해도 소문날까 쉬쉬

여성 연예인이나 연예인 지망생은 연예활동을 계속하려면 성적, 신체적 자기결정권을 포기해야 하는 상황에 처해 있어 그 피해가 더 심각하다. 소속 연예인의 일거수일투족을 감시하고, 심지어 감금 수준의 인신 구속을 서슴지 않는 등 기획사의 사생활 침해도 도를 넘어선 지 오래지만 저항하면 이를 빌미로 나쁜 소문을 퍼뜨리거나 사생활을 폭로할 것이 두려워 대부분의 피해자가 쉬쉬하는 실정이다.

국가인권위원회는 한국의 대중문화가 세계 곳곳에서 환영받는 글로벌 콘텐츠로 발전했는데도 여성 연예인이나 연예인 지망생에 대한 성추행이나 성폭행 등 심각한 인권침해가 끊이지 않는 근본원인을 가부장적 성문화와 연예인 수급구조의 불균형에서 찾았다.

2000년대 초반부터 한류 붐을 타고 스타를 꿈꾸는 연예인 지망생이 급격히 늘어난 반면 이들을 필요로 하는 대중문화 콘텐츠시장의 규모는 한정돼 있는 게 사실이다. 현재 국내 대학의 연극영화과, 방송연예과 등 관련 학과의 재학생 수는 3만여 명에 달하고, 200여 개로 추정되는 연기학원을 통해 수도권 지역에서만 해마다 4만8000여 명의 연예인 지망생이 배출되고 있다. 더구나 최근 우후죽순 생겨난 오디션 프로그램의 영향으로 국내 연예인 지망생의 수가 200만 명에 육박하고 있다. 케이블TV와 종합편성채널의 개국으로 연예인의 활동무대는 한층 넓어졌지만 아직 실력이 검증되지 않은 연예인 지망생이 설자리는 여전히 비좁다. 이들의 연예계 데뷔를 돕고 연예활동을 체계적으로 관리할 만한 연예기획사가 한정돼 있는 것도 문제다. 현재 국내에는 1000여 곳의 연예기획사가 난립하고 있다. 이 가운데 한국연예제작자협회, 한국연예매니지먼트협회 등 관련 단체에 등록된 업체는 500여 곳. 나머지는 경영난에 허덕이는 영세 기획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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