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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착취재 | 연예기획사의 빛과 그림자

“몸 검사한다” 성폭행하고 수면제 먹여 나체사진 찍고 “성 상납 안 한다” 때리고 협박해 돈 뜯고…

한류 열풍으로 더 가난하고 추악해진 ‘변태’ 업자들

  • 김지영 기자 | kjy@donga.com

“몸 검사한다” 성폭행하고 수면제 먹여 나체사진 찍고 “성 상납 안 한다” 때리고 협박해 돈 뜯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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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세 기획사는 자본력이 탄탄하고 매니지먼트 시스템이 잘 정비돼 있는 대형 기획사와의 경쟁에서 늘 밀릴 수밖에 없다. 내세울 만한 간판스타도 없고, 자본력과 관리 능력도 달리다 보니 재능 있는 연예인 지망생을 스타로 키우기도 힘들뿐더러 어쩌다 공 들여 키운 연예인도 대형 기획사에 빼앗기는 일이 허다하다.

공식적인 오디션보다 비공식적인 미팅이 섭외 결정에 더 큰 영향을 미치는 연예계의 관행도 대형 기획사에 한결 유리하다. 대형 기획사에는 실력과 미모를 겸비한 A급 스타들과 스타성을 갖춘 신인들, 기본기를 탄탄히 다진 연습생들이 공존하기 때문이다. 대형 기획사는 방송 PD나 영화감독과 미팅을 할 때 자사의 신인이나 연습생 캐스팅을 A급 스타 출연 조건으로 내건다. 이러한 ‘끼워 팔기’ 덕에 대형 기획사의 연습생은 데뷔와 동시에 많은 출연 기회를 얻을 뿐 아니라 단기간에 스타로 발돋움하는 것이다. 방송가에서 한류 붐이나 K-POP 열풍의 혜택은 대형 기획사만 봤다는 쓴 소리가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대중문화평론가 K 씨는 “해외에서 인기를 모은 K-POP 열풍의 주역 대부분이 대형 기획사 소속이다 보니 대형 기획사는 이들 아이돌스타를 앞세워 막대한 부를 지속적으로 축적하면서 역량 있는 연예인 지망생을 발굴해 스타로 키우기가 한결 쉬워진 반면 영세한 군소 기획사는 스타 만들기가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대중문화평론가 L 씨도 “한류 붐과 K-POP 열풍이 한국의 위상을 드높인 것은 맞지만 연예기획사의 부익부빈익빈 현상을 악화시킨 측면이 있다”며 “최근 들어 연예계에 연예인 지망생의 몸과 돈을 갈취하는 범죄가 잇따르고 있는 것도 영세 기획사들이 자사의 존립을 위해 벌인 변태적인 생존법으로 볼 수 있다. 연예인 지망생을 모집해도 방송에 출연시키거나 재능을 키워줄 여력이 없으니 몸을 탐하거나 나쁜 짓을 시켜 약점을 잡고 이를 빌미로 돈을 뜯어내거나 붙잡아두려는 속셈”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또 “설령 캐스팅 협상 테이블에 가더라도 이런 기획사에서 뭘 내세울 게 있겠느냐”며 “실력도 자본도 없으니 연예인 지망생을 스폰서나 영향력 있는 인사의 술시중과 성 접대 도구로 이용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미국 에이전트법과 연예인노조

이번 사태와 관련해 연예계 주변에서는 “대중문화가 청소년에게 미치는 영향이 지대한 만큼 재발 방지 노력이 절실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이와 관련해 미국 유학파 출신의 한 연예계 인사는 미국의 에이전트법 도입을 대안으로 제시했다. 미국은 에이전트법을 제정해 연예 사업자의 자격이나 자금 조건을 정하고, 연예인과 계약을 체결할 때 노동위원회의 사전 승인을 받게 하는 등 연예산업 전반에 견제와 균형의 원칙을 반영하고 있다는 것이다.



미국에서는 에이전시와 매니지먼트 업무가 분리돼 있다. 에이전트는 탤런트의 고용을 알선하려면 노동위원회로부터 면허를 취득해야 한다. 또 매니저는 고용 알선 행위를 할 수 없으므로 면허의 대상이 아니며 활동범위는 연예인의 제반 활동을 돕고 관리하며 경력을 키우는 것으로 국한돼 있다. 면허를 취득한 에이전트는 연예인과 계약을 체결할 때 사전에 노동위원회의 승인을 받은 계약서를 사용해야 하며, 연예인에게서 10% 이상의 수수료를 받을 수 없고, 연예인을 건강이나 안전에 해로운 장소에 파견해선 안 된다. 또 미성년자의 주점이나 살롱 파견, 성매매 여성이나 도박꾼의 채용, 인종이나 장애에 대한 차별도 금지하고 있다. 이 같은 규제를 위반할 경우에는 연예인에게 손해배상을 해야 하며 면허가 취소되거나 정지될 수 있다.

미국에는 또 연예인노조도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다. 연기자를 중심으로 한 미국배우조합(SAG)과 미국방송예술인조합(AFTRA), 가수를 위한 미국음악아티스트조합(AGMA)이 그것이다. 이들 노조는 제작자나 에이전트가 연예인과 계약을 맺을 때 적극 개입해 연예인이 보장받아야 할 권리가 침해되지 않도록 중재하는 등 연예인 보호에 온 힘을 쏟고 있다.

자성 노력 선행돼야

최근 우리 정부도 연예기획사의 난립에 따른 성폭행 등의 사회문제를 해소하기 위한 특단의 조치를 마련했다. 문화체육관광부는 연예기획사의 연예인 지망생을 대상으로 한 불법행위에 대한 대책으로 한국연예제작자협회, 한국연예매니지먼트협회와 함께 ‘연예매니지먼트산업 선진화 방안’을 마련했다. 이 방안은 연예기획사의 전수 조사 실시, 기획사 및 매니저 등록제 연내 도입, 종합신고센터 운영, 연예계 종사자와 연습생을 대상으로 한 소양 교육프로그램 제공 등을 골자로 하고 있다.

정부는 올해 안에 대중문화예술산업 발전지원법을 마련해 기획사를 운영하고자 할 경우 일정 규모의 물적 기반을 갖추고, ‘성매매알선 등 처벌에 관한 법률’ ‘풍속 영업의 규제에 관한 법률’ ‘청소년보호법’을 위반한 사업자에 대해서는 기획사를 운영하거나 업계에 종사할 수 없도록 조치할 계획이다. 또 연예기획사나 매니저가 법을 위반했을 때는 등록 취소와 영업 정지 등을 통해 강력히 대처할 방침이다. 다만 관련법이 정비되기 전까지는 한국연예제작자협회, 한국연예매니지먼트협회 등 관련 협회를 중심으로 자율 등록제를 추진하고 이에 필요한 관련 정보를 제공하기로 했다.

문화체육관광부 관계자는 “일부 몰지각한 기획사의 행태가 산업 전반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을 차단하기 위해 부적격자에 의한 연예기획사 난립에 제동을 걸고 시장의 투명성과 책임성을 강화해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한국연예매니지먼트협회 관계자도 “정부의 관심과 엄정한 규제는 연예산업의 재정비와 건강한 발전을 앞당길 것”이라고 기대했다.

하지만 연예계 전반에 만연한 도덕적 해이와 업계 종사자 간의 불공정하고 부당한 거래를 바로잡으려는 자성의 노력 없이는 법 규제의 사각지대를 노린 ‘변태’ 연예기획사의 추악한 행각은 앞으로도 사라지기 어려울 것이라는 게 일반적 관측이다. 정부의 야심 찬 발표가 계획대로 실효를 거둘 수 있을지 지켜볼 일이다.

신동아 2012년 6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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