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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손만 돈 챙기는 투기판…손대면 패가망신하기 십상

증시 달구는 ‘대선후보 테마주’ 세계

  • 구미화│객원기자 selfish999@naver.com

큰손만 돈 챙기는 투기판…손대면 패가망신하기 십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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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손만 돈 챙기는 투기판…손대면 패가망신하기 십상

2011년 코스닥 회전율 상위를 휩쓴 정치인 테마주

다섯 명으로 구성된 한 작전세력이 지난해 6월부터 올해 2월까지 증권 포털사이트 게시판에 작성해 유포한 허위 사실 중에는 “L사 대표가 서강대 경영대학원 출신으로 박근혜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장과 인척 관계”이며 “M사가 향후 대선 자금의 출처”라는 내용이 포함됐다. “W사 대표이사가 노무현 전 대통령 주치의”였으며, “문재인 상임고문이 P사의 전 최대주주 변호”를 맡았고, “U사는 문 고문이 지원하는 에이즈 수혜주”라는 근거 없는 소문도 퍼뜨렸다. 전형적인 ‘사돈의 팔촌 주’ 형태다.

금융당국이 밝혀낸 작전세력의 주요 수법은 ‘사전 매집’ ‘풍문 유포’ ‘지속적·반복적 게시’ ‘사전에 매집한 주식 매도 및 유포기간 추가 매매’ ‘다른 종목 갈아타기’ 순으로 진행된다. 작전세력이 U사 주식을 상대로 편 작전을 들여다보면, 2011년 8월 8일 U사 주식을 대량 사들인 다음 문 고문이 U사를 지원하고 있다는 허위 사실을 인터넷 포털사이트에 퍼뜨렸다.

이들의 지속적이고 반복적인 허위 사실 유포에 유인된 일반 투자자들이 U사의 주식 거래에 뛰어들면서 주가가 오르자 작전세력은 이틀 뒤인 8월 10일 미리 사둔 주식을 모두 팔아버렸다. 이후 8월 25일까지 계속해서 소문을 확대 재생산하며 주식을 추가로 사고팔아 챙긴 부당 이득이 총 53억 원에 달한다.

“개미는 당해낼 수 없다”

테마주에 손을 댔다 낭패를 본 적 있는 직장인 장모(34) 씨는 “개미는 정치인 테마주로 돈을 벌 수 없다”고 단호하게 말한다. 숫자로 보나 시간으로 보나 자금 규모로 보나 개미들이 작전세력을 당해낼 수 없다는 것. 그는 “작전세력이 작정하고 흔들어대는 정치인 테마주에 투자한 순간부터 정상적인 생활이 어려워진다”고도 말했다. 시세차익을 거두려면 하루에도 몇 번, 짧게는 몇 분 단위로 주식을 매매해야 하는 터라 직장에서도 끊임없이 인터넷과 스마트폰을 들여다보는 통에 업무에 차질을 빚을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그는 “갑자기 목돈이 필요해 정치인 테마주에 손을 댔는데 한시도 마음이 놓이지 않아 애꿎은 담배만 엄청 피우고 결국 돈도 거의 다 날렸다”고 털어놨다.



개미들이 작전세력을 당해낼 수 없다는 건 금융당국 조사에서도 드러났다. 이번에 적발된 테마주 작전세력은 대부분 개미들의 주머니를 털기로 작정하고 달려든 사람들이다. U사 주가를 뒤흔든 작전세력 5명 중 1명만 회사원이고 나머지는 뚜렷한 직업 없이 시세 조종에만 매달렸다. 또 다른 작전세력은 남매와 사촌, 친구 등 6명이 2010년 12월부터 올해 2월까지 매일 오전 7시에 한곳에 모여 회의를 하고 작업에 들어가는 치밀함을 보였다.

매일 여러 개의 테마주를 바꿔가며 종목당 평균 5분 안팎으로 초단기 매매를 반복하며 시세를 조종한 세력도 있다. 이들은 한 계좌에서 주식을 사들인 다음 다른 계좌에서 1초 단위로 1주나 10주씩 매매주문을 내고 두 계좌 간에 주식을 사고파는 방식으로 매수세를 유인해 주가를 끌어올렸다. 그러다 일시적으로 주가가 상승하면 미리 사둔 주식을 되팔아 시세차익을 거뒀다. 일반 투자자로선 시도하기 어려운 일이다.

이들이 작전에 동원한 자금 규모도 개미들의 소박한 밑천과는 비교가 안 된다. U사 주식을 공략한 작전세력을 적발한 황정욱 금융감독원 자본시장조사1국 조사4팀장은 “자금의 구체적인 액수를 밝힐 순 없지만 수십억 원에 달한다”고 말했다. 직업도 없는 사람들이 그 많은 돈을 어떻게 마련했을까? 황 팀장은 “원래 갖고 있던 돈과 저축은행의 스톡론(stock loan)으로 충당한 것으로 확인됐다”고 말했다.

광풍이라고 할 만큼 정치인 테마주의 주식시장 교란이 심각한 지경에 이른 데는 저축은행에서 주로 취급하는 스톡론의 영향이 크다는 지적이 있다. 스톡론은 보유하고 있는 주식과 증권계좌 예수금을 담보로 주식을 추가 매입하는 데 필요한 자금을 빌려주는 상품이다. 증권사의 주식담보대출이 담보금의 50∼60%까지 대출을 해주는 데 반해, 스톡론은 담보금의 최대 3배까지 빌려준다.

이번에 영업정지를 당한 솔로몬과 한국 등 저축은행 30개를 포함해 할부금융사, 보험사 등 총 40여 개 금융회사가 증권사와 연계해 스톡론을 취급하고 있다. 절차가 간편하고 대출받을 수 있는 금액도 커 스톡론 규모는 3월 말 현재 1조2000억 원을 넘어섰다. 지난해 한때 9000억 원 밑으로 떨어진 것과 비교하면 30% 이상 증가한 규모다.

테마주 돈줄 스톡론

증권사로선 스톡론 이용자가 늘면 거래 대금도 증가하니 더 많은 수수료를 챙길 수 있다. 대출기관은 이자 수익을 기대할 수 있다. 주식 투자자들이 스톡론을 이용하는 것을 만류할 이유가 없는 것이다. 스톡론을 취급하는 금융회사들은 각종 테마주 소개글 밑에 광고를 붙이는 식으로 영업을 해왔다. 일부 저축은행은 “급등 A종목 대량 매수 기회”라는 식으로 투자자들을 부추기기도 했다. 최근 금융당국이 정치인 테마주에 대한 단속을 강화하면서 증권사의 주식담보대출을 제한하자 일부 증권사는 고객들에게 적극적으로 저축은행의 스톡론을 권한 것으로 알려졌다.

주식담보대출과 비슷한데다 한 번에 더 많은 돈을 대출받을 수 있으니 믿을 만한 투자처를 알고 있지만 자금이 부족한 사람들에겐 스톡론이 꽤 유리해보일 수 있다. 그러나 주가가 하락할 경우 자칫 ‘깡통 계좌’가 되는 벼랑 끝으로 내몰릴 수 있다. 주식을 담보로 한 대출은 담보유지비율이라는 것을 정하고 있는데, 스톡론의 담보유지비율은 대개 115%로 낮은 편이다. 스톡론으로 사들인 주식의 가치가 담보유지비율 밑으로 떨어지면 당사자의 의사와 무관하게 대출기관에서 직접 주식을 매매해 원금을 회수한다. 이를 반대매매라고 하는데 종가 기준 1원이라도 부족하면 다음 날 가차 없이 반대매매에 들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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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미화│객원기자 selfish999@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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