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5월호

오자서병법 外

  • 담당·최호열 기자

    입력2014-04-21 17:5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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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자가 말하는 “내 책은…”

    오자서병법

    공원국 지음, 위즈덤하우스, 252쪽, 1만6000원

    오자서병법 外
    근래 중국 후베이성 장자산(張家山) 한묘(漢墓)에서 출토된 죽간 속에 지금껏 알려지지 않은 병서가 한 권 들어 있었다. 춘추시대 말기의 망명 전략가 오자서(伍子胥)와 오나라 왕 합려의 대화로 이루어진 유격전에 관한 병서였다. 화자 오자서가 말하는 내용은 단순하고 강렬하다. “우리는 비록 약하지만 옳다. 강하지만 불의한 적이 우리를 침탈하는가? 그렇다면 깊숙이 끌어들여 한 번에 끝장을 보라.”

    이 책은 원래 ‘춘추전국이야기’ 시리즈를 위해 모은 수많은 사료 중 하나에 불과했다. 고백하자면 출판을 결심하기까지 심각하게 망설였다. 안 그래도 피아로 나뉘어 아침부터 저녁까지 싸움으로 시작해 싸움으로 끝나는 우리 사회에 병서를 소개하는 것이 옳은 일일까? 결국 펴내기로 결정한 것은 오늘날 우리 사회를 구성하는 다수의 선량한 약자 때문이다. 비열하든 않든 승자는 추앙되지만 선량한 패자는 무능한 이로 치부된다. 정의는 베스트셀러 속에서나 화석으로 존재할 뿐이고 선량한 이들은 패자 부활전도 없는 근시안적이고 가혹한 사회를 견뎌내야 한다.



    이 병서는 부당한 거인 초나라를 쓰러뜨려 오나라를 패자로 만들고 자신이 만든 나라를 위해 목숨을 바친 오자서를 위한 찬가이기에, 명백히 옳은 길을 가는 대장부에게 권해도 무방하다는 생각을 했다. 병서도 대장부가 보면 평화를 지키는 양서가 되고 도덕 경전도 소인배가 보면 처세의 기술로 전락할 뿐이리라. 현실에서 명백하게 정당하다고 믿는다면 속절없이 굴복해서는 안 된다. 조선이 일제에 맥없이 패한 것은 선(善)이 아니다. 승리로 응징했다면 일제는 대륙과 동남아를 휘저으며 만행을 저지를 수 없었을 것이다. 이런 면에서 우리는 여전히 최후의 승리를 위해 분투하는 중국 대륙 영웅의 자세를 배워야 한다. 그들은 긴 안목으로 사고하며, 처음에는 패배하는 듯하지만 결국 승리를 얻어낸다. 책에서 예로 든 유방, 마오쩌둥 등이 그런 사람들이었다.

    혹자는 이렇게 묻는다. 오자서는 결국 자기 몸도 지키지 못했는데, 그의 삶과 지략에서 배울 것이 있을까? 그러나 오자서는 ‘사기열전’에 나오는 그런 단순한 인물이 아니다. 열국이 다투어 재상으로 초빙해도 오나라와의 의리를 지켰고, 합려와 함께 일할 때는 ‘평생 짝을 지어 쟁기를 끄는 농부처럼’ 성심을 다했다. 훗날 자신을 모함한 망명객 백비도 내치지 않고 “같은 병을 앓는 사람은 서로 아낀다(同病相憐)”며 품었다. 그는 애초에 사소한 나라를 장대하게 만들었고, 기울어가는 나라를 버리지 못해 같이 침몰했다. 이 책에는 그의 사상이 고스란히 들어 있다.

    이 병서는 오자서를 추종하는 전국시대의 후학이 그의 언행을 모아 편집한 것으로 보인다. 이제 고전의 세계도 계속 새로운 것들로 보충돼야 한다. 이것이 오류를 무릅쓰고 번역을 시도한 이유다. 거기에 부끄러움을 모르고 살까지 붙인 것은 오로지 일반 독자를 위해서임을 양해해주시기 바란다.

    공원국 | ‘오자서병법’ 저자 |

    New Books

    탁월한 혁신은 어떻게 만들어지는가 | 윤태성 지음

    오자서병법 外
    개인과 기업에 필요한 혁신의 본질을 파헤친 책. 카이스트 기술경영전문대학원 교수인 저자는 이를 위해 산업의 경계를 넘나들며 폭넓은 사례를 바탕으로 ‘서비스 이노베이션’(서비스 혁신)에 관해 역설한다. 즉 지금까지의 제조업 위주 성장에서 벗어나 서비스 개념을 핵심으로 재성장을 위한 토대를 닦아야 한다는 것. 이를 위해 기업은 진정한 고객은 누구인지, 고객이 원하는 것은 무엇이며 싫어하는 것은 무엇인지 알아야 하며, 이러한 모든 작업은 지식을 바탕에 두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비즈니스 모델’ ‘고객’ ‘지식’이라는 관점에서 서비스 이노베이션을 분석한 저자는 “서비스 이노베이션을 위해서는 하드웨어 중심 사고방식에서 소프트웨어 중심 사고방식으로 전환해야 한다. 콘텐츠 생산에서 한발 나아가 콘텍스트의 가치를 만들 줄 알아야 한다”고 말한다. 레인메이커, 260쪽, 1만3000원

    세상을 바꾸는 착한 돈 | 기 소르망 지음, 안선희 옮김

    오자서병법 外
    프랑스 사회작가인 저자가 2012년 6월부터 1년간 미국에 머물면서 미국 기부문화의 기원과 현주소를 직접 눈으로 확인하고 분석한 책. 저자는 박애적 기부를 통한 슈퍼 리치의 적극적인 사회참여는 미국의 정신문화적 전통에서 기인한다고 분석한다. 자수성가형 인물이 대부분인 미국의 갑부는 성공에 이르기까지 많은 행운이 따라준 것에 감사하고, 성공한 이후에는 자신이 누렸던 행운을 다른 이들에게 나눠줘야 한다고 생각한다는 것이다. 물론 이들의 기부가 순수하지만은 않다. 그러나 아무리 일정한 의도를 가진 것이라 해도 결과적으로 ‘선하다’는 게 저자의 결론이다. 그들의 기부로 혜택을 받는 사람들이 분명히 있기 때문이다. 또한 기부자도 단순한 세제 혜택뿐 아니라 사회적, 인간적, 정신적 혜택을 얻는다는 것이다. 문학세계사, 332쪽, 1만3600원

    골프, 道를 만나다 | 김종업 지음, 이상무 그림

    오자서병법 外
    저자는 육군 대령으로 예편한 군 출신이다. 그런데 이력이 독특하다. 군 생활 내내 수련과 도 닦음으로 자연과 함께했다는 그는 득도의 신비를 체험한 후, 군복을 도복으로 갈아입고 오로지 수련의 일상화와 후학에게 도를 전파하는 재미로 살고 있다. 그에게 골프는 수행의 도구다. 평소엔 핸디 5이지만 수행을 목적으로 치는 골프는 이븐을 기록한다. 별명도 ‘골신(골프의 신)’이다. 저자는 골프를 통해 인생의 원리를 쉽고 명쾌하게 꿰뚫는다. 골프 강론이면서 동시에 인생론이다. 수십 년간 수련을 통해 인간 본연의 ‘참나’를 찾아 헤맨 여정이 글 속에 고스란히 녹아 있다. 그의 골프 이야기엔 철학이 있고 유머가 있고 병법이 있고 감동이 있다. 그는 말한다. “홀컵에 들어간 공도 다시 탄생해 다음 홀을 기다리는데, 인간에게 어찌 이번 생의 삶만 있겠느냐”고. 대한미디어, 250쪽, 1만8000원

    저자가 말하는 “내 책은…”

    경성 모던타임스

    박윤석 지음, 문학동네, 428쪽, 1만8000원

    오자서병법 外
    작가가 자기 작품에 대해 말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서머싯 몸은 일찍이 ‘인간의 굴레’ 서문에서 쓴 바 있다. 작가는 자기가 쓴 것에 대해 얼마나 잘 설명할 수 있는가. 꼭 그래서는 아니래도 나는 여기서 내 작품을 설명하기보다 갓 출시된 ‘경성 모던타임스’에 주어진 논평을 일별하는 것으로 이 글의 뼈대를 삼을까 한다.

    “한국인은 근대를 어떤 모습으로 맞이했고, 또 살아냈는가. 1920년대 서울을 무대로 이 문제를 풀어나간 책이다. 신문기자를 내세워 당시 경성 사람들의 살림살이와 뒷골목 풍경부터 독립운동, 조선왕실 이야기까지 다양한 삶의 모습을 손에 잡힐 듯 그려냈다.”(A방송)

    “당시의 신문 잡지 공문서 등 공적 기록과 일기 회고록 등 사적 기록을 바탕으로 당시의 풍속을 생동감 있게 전한다. 한국 근대 문화의 초석을 다진 이들이 등장하며 인물 묘사가 탁월하다.”(B잡지)

    “치밀한 자료 조사, 당대 언어와 명쾌한 문장. 책을 즐기는 독자라면 박태원의 ‘소설가 구보씨의 일일’을, 드라마를 좋아한다면 ‘별에서 온 그대’의 도민준이 살았던 근대 서울의 풍경을 떠올릴 만하다.”(C신문)

    리뷰 중에는 이런 말도 있다. “1920년대 경성의 삶이 오늘날에 어떤 의미인지도 짚는다.” 책을 받아본 지인이 보내온 편지에는 이러한 구절이 있었다. “1920년대도 지금처럼 격동의 시기였구나.”

    나는 이런 생각을 한다. “먼 과거에 대해서는 관심을 보이면서 가까운 과거는 왜 무시하는 것일까. 조선 건국에 대해 자기 일처럼 몰입하면서 조선 멸망에는 남의 일처럼 외면하는 것은 무슨 연유인가.” 남의 근대는 세세히 들춰보면서도 나의 근대는 건너뛰는 심리작용도 그런 것일까.

    나는 이 책을 근대에서 아직 벗어나지 못한 현대인의 내면에 잠복한 뿌리의 일단을 추적하는 근대 한국의 자서전이라고 생각하며 썼다. 재미나고 편리한 것들로 넘쳐나는 이 세상에 불편한 책 한 권을 보탠 게 아닐까, 이 풍요한 세상에서 불평 많은 사람들에게 일그러진 얼굴의 빛바랜 초상화 한 장을 들이미는 꼴은 아닐까 걱정하면서.

    이 만화경과도 같은 옴니버스 이야기를 해외출장 비행 중에 읽었다는 나의 중학교 동창생은 다음의 e메일을 SNS 동창회보에 보내왔다고, 한 반 급우였던 총무가 오늘 알려왔다.

    “이제 호치민에서 타이베이로 왔다. 난 여전히 경성 모던타임스를 읽고 있다. 묘한 느낌이다. 공간여행과 시간여행을 함께 하는.” 그러면서 덧붙인다. “익숙한 곳을 떠남은 우리의 오감을 열어주고 생각이 마음껏 춤추게 한다. 그러한 두뇌 상태에서 1920년대의 콘텐츠는 나를 흥분시킨다.”

    우리는 살아온 날에 대해 얼마나 아는가. 그리고 지난 일에 대해 얼마나 잘 설명할 수 있는가. 나는 인간의 굴레에 대해 쓰고 싶었다. 남진우 교수가 추천사에서 썼듯이 우리의 모던타임스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박윤석 | 작가·저널리스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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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허임(전 3권) | 성인규·이상곤 지음

    오자서병법 外
    ‘낮은 한의학’의 저자인 이상곤 한의학 박사와 소설가 성인규가 공동으로 4년을 준비한 끝에 조선 최고 침의(鍼醫·침술로 병을 다스리는 의원) 허임을 되살려냈다. ‘동의보감’ 허준과 동시대를 살았던 허임은 선조, 광해군, 인조 때 침의로 활동했다. 말년에 저술한 ‘침구경험방’은 중국과 일본의 침술에까지 큰 영향을 끼쳤다. 노비의 아들이라는 신분의 한계에도 침 하나로 어의에 당상관까지 올랐다. 내의원 제조인 이경석은 ‘침구경험방’ 발문에서 허임의 의술이 다 죽은 사람을 살려내는 신의 경지에 이르렀다고 했을 만큼 당대 최고의 침의로 평가받았다. 저자는 그의 파란만장한 삶을 따라가면서도 그 어느 때보다 혼란스러웠던 17세기 후반의 조선 역사를 상세히 풀어냈다. 당대 명의였던 허준과 허임의 경쟁에 대해 쓴 대목도 독자의 눈길을 사로잡는다. 황금가지, 430쪽 내외, 각권 1만3800원

    트로츠키 | 로버트 서비스 지음, 양현수 옮김

    오자서병법 外
    영국 옥스퍼드대 역사학교수인 저자가 ‘레닌’ ‘스탈린’ 전기에 이어 내놓은 러시아 혁명가 3부작 최종편. 저자는 트로츠키와 그의 추종자들이 빚어낸, 흠 없이 순결한 혁명가라는 신화화된 이미지를 걷어낸다. 혁명 투사이자 사상가로 천재적인 업적을 쌓았던 그지만, 인간으로서의 맨 얼굴은 과오와 모순을 적잖이 담고 있었다. 이 책은 그동안 여러 트로츠키 전기에서 놓쳤던 이러한 인간 트로츠키를 그려내 2009년 첫 출간부터 사학계의 관심을 끌었다. 40년 넘게 사회주의혁명의 대의를 위해 싸웠던 그가 남긴 유언은 “인생은 아름답다”였다. 아름답다고 스스로 평한 그의 삶은 레닌과 스탈린 사이에서 밀고 당긴 힘겨운 내적 투쟁의 연속이기도 했다. 투사로서의 트로츠키뿐 아니라 탁월한 문장력을 지닌 저술가의 모습도 상세히 담아냈다. 교양인, 972쪽, 4만7000원

    천안함 루머를 벗긴다 | 이정훈 지음

    오자서병법 外
    천안함 피격 4주기를 맞아 천안함과 관련된 루머의 허구성을 밝힌 책. 천안함 피격 직후 사건 현장으로 달려가 취재한 저자는 루머가 횡행하게 된 이유와 루머의 허구성을 분석하고, 루머의 허구성을 다양한 관련 사진과 지도, 각종 통계자료 등을 통해 반박한다. 지난해 말 부산 앞바다에서 발생한 선박 충돌 사고 사진과 천안함 절단면을 비교 분석하면서 잠수함 충돌설의 허구성을 조목조목 반박한 것이나 수중 암초 좌초설의 부당성을 다양한 자료를 바탕으로 지적한 부분에서는 그의 기자 정신을 엿볼 수 있다. 저자는 가능성이 매우 작아도 기대하는 쪽으로만 생각하는 ‘소망적 사고’를 하게 되면 그 순간부터 진실을 놓치게 되고, 같은 생각을 하는 사람들끼리만 모여 의견을 나누는 왜곡된 ‘집단사고’를 하게 된다고 의혹론자들에게 충고한다. 글마당, 144쪽, 1만 원

    번역자가 말하는 “내 책은… ”

    양반

    미야지마 히로시 지음, 노영구 옮김, 너머북스, 256쪽, 1만6000원

    오자서병법 外
    이 책은 성균관대 동아시아학술원에서 2월 말 정년퇴임한 미야지마 히로시(宮島博史) 교수가 1995년 일본 도쿄대학 동양문화연구소 교수로 있을 당시 쓴 ‘양반(兩班)-이조사회의 특권계층’(中央公論社)을 번역한 것이다. 조선 사회가 양반 중심 사회인 것은 틀림없지만 그 형성과 이후의 전개 양상, 그리고 현대에 끼친 영향에 대해 당시 국내에서는 종합적인 정리가 시도되지 못한 상황이라 이 책의 출판은 매우 참신한 충격으로 다가왔다.

    처음 일본에서 출판될 당시 이 책은 작은 문고판이었다. 하지만 당시까지 한국 역사학계에서 검토되던 조선시대 양반에 대한 다양한 측면을 매우 명료하게 정리했을 뿐 아니라 한국 사회의 유교적 전통도 양반적인 가치관과 생활 이념이 사회에 본격적으로 침투한 18세기 이후에 나타난 것임을 밝히는 등 양반이라는 키워드를 통해 한국 사회의 본질을 이해하려는 과감한 시도를 행하는 등 무게감은 결코 작지 않았다.

    1980년대까지 우리 학계에서는 양반이 어느 시기에 형성됐고 최초부터 그것이 신분으로 정착된 것인지 아닌지에 대한 상당히 격렬한 논쟁이 전개됐지만, 정작 양반 사회의 전개 과정과 그 존재 양상에 대해서는 명료하게 정리되지 못한 상황이었다. 이는 조선의 건국을 중세 국가의 진화가 아닌 근세 사회의 전개로 이해하려는 연구 경향과 관련이 있다. 아울러 조선 양반 사회의 양상에 대해 지역별, 시기별 연구는 상당히 진전됐지만 종합적이고 거시적인 시각에서의 정리는 아직 충분하지 못한 상태였다.

    이러한 상황에서 이 책은 조선 사회를 양반이라는 키워드를 통해 그 전체적인 양상과 변화의 과정을 잘 정리해 조선시대에 대한 이해의 방향을 제시했다. 비록 19세기 이후 양반 사회의 존재 양상에 대해서는 간략히 처리했지만, 조선 후기의 양반 지향성이 근대로 오면서도 지속됐고, 이것이 현대 한국 사회의 주요한 단면을 이뤘음을 주장하기도 했다. 저자는 이 책의 저술 이후 다양한 관련 연구를 진행했고 이에 대해서는 최근 출판된 ‘미야지마 히로시 나의 한국사 공부’라는 책에 잘 정리돼 있어 참고가 된다.

    역자가 처음 이 책을 소개받은 것은 1995년 말 서울대학교 국사학과의 한 선배로부터였다. 이 책의 내용을 대략 검토한 결과 비록 분량은 적었지만 당시까지 나온 국내의 어느 조선시대 양반 관련 책보다도 내용이 충실할 뿐 아니라 일본인 연구자의 한국사에 대한 시각을 이해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이라 생각돼 번역을 흔쾌히 승낙하게 됐다. 번역의 어려움보다는 출판 과정에서 미야지마 히로시 교수의 토지조사사업 및 소농사회론(小農社會論) 등의 연구를 비판적으로 평가하던 당시 국내 학계의 곱지 않은 시선으로 적지 않은 우여곡절이 있었지만 주위 분들의 격려에 힘입어 한국에 번역 출판하게 돼 큰 보람을 느낀 기억은 지금도 새롭다.

    노영구 | 국방대 군사전략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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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식민사학이 지배하는 한국고대사 | 이희진 지음

    오자서병법 外
    가야사를 전공한 저자가 한국 고대사학계에 남은 식민사학의 잔재를 파헤쳤다. 식민사학은 근대에 들어 일본의 식민지배를 정당화하기 위해 만들어낸 역사학을 말한다. 저자는 “해방 후 한국 고대사학계를 장악한 인물들은 자신들의 역사학을 실증사학이라고 주장했다”며 “주장의 배경에는 반대편의 역사학을 반실증적인 것, 즉 반과학적인 것으로 몰아가고자 하는 의도가 있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그들이 배운 한일 고대사 체계는 실증사학의 탈을 쓴 황국사관에 불과하다”고 단언한다. 그는 일본이 주장하는 임나일본부설을 극복하자고 만든 지상파 프로그램이 오히려 식민사관에 입각한 논리를 담은 예 등을 살펴본다. 식민사학자들이 벌인 ‘백제 깎아내리기’를 비롯해 삼국유사와 삼국사기의 기록을 오해해 엉뚱하게 해석한 예 등을 담았다. 책미래, 256쪽, 1만4000원

    빵과 수프, 고양이와 함께하기 좋은 날 | 무레요코 지음, 김난주 옮김

    오자서병법 外
    일본 베스트셀러 소설. 엄마의 죽음과 다니던 출판사의 불합리한 인사로 회사를 그만둔 아키코는 엄마가 운영하던 식당을 자신만의 색을 담아 샌드위치와 수프 샐러드 등의 메뉴로 재오픈한다. 그리고 우연히 길 잃은 고양이 타로를 만나 가족이 된다. 세상 풍파에 흔들리지 않고 자신의 삶을 담담하게 살아가는 일본 중년 여성의 이야기지만, 그 삶은 한국의 중년 여성과 별반 다르지 않다. 고양이에 대한 묘사는 길러본 사람만이 알 수 있는 리얼함이 살아 있고, 수프와 빵이 등장하는 장면은 책을 읽는 내내 먹고 싶다는 생각을 떨칠 수 없게 만든다. 읽다보면 따뜻한 햇살 같은 힐링을 느끼게 된다. 책은 조용히 속삭인다. 삶의 진정한 행복은 사소한 일에도 같이 웃어줄 수 있는 사람이 곁에 있는 것이라고. 당신은 그런 사람을 가졌느냐고. 블루엘리펀트, 232쪽, 1만2000원

    같이 일하고 싶은 여자 | 케이틀린 윌리엄스 지음, 윤서인 옮김

    오자서병법 外
    ‘일’과 ‘가정’의 양립 문제로 고민하는 것은 우리나 서구나 마찬가지인 모양이다. 수많은 경력 단절 여성을 인터뷰하고 연구해온 저자는 여성이 스스로 변화하고 ‘같이 일하고 싶은 여자’로 거듭남으로써 이 문제를 극복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이를 위해 여성 스스로 자신감, 자기 신뢰성, 기획력과 자발성을 갖추고 최신 트렌드, 이슈, 경쟁자를 포착하기 위해 부지런히 움직여야 한다고 충고한다. 과거 경력이 내일의 일자리를 보장해주지 않기 때문이다. 또한 조직이 원하는 것을 빨리 포착하고, 인적 네트워크를 폭넓게 구성하며, 조직의 미래에 대한 큰 그림을 염두에 둬야 한다고 강조한다. 기본적으로 여성 스스로 중요한 일을 하고, 더 큰 욕심을 부려야 한다는 이야기다. 저자의 쓴 소리와 명쾌한 분석은 우리에게도 좋은 참고가 될 것이다. 책찌, 336쪽, 1만5000원

    편집자가 말하는 “내 책은…”

    한국의 국보

    이광표 지음, 컬처북스, 544쪽, 3만8000원

    오자서병법 外
    냉정한 얘기부터 하자. ‘국보’가 ‘나라의 보물’을 뜻하는 건 당연하겠지만, 출판 현실은 전혀 그렇지 않다. 대놓고 이야기하지 않지만, 속으로는 ‘왠지 고리타분하고 별 재미가 없을 것’이라는 반응이 대세다. 이 책은 이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을까? 그 답은 부제(副題) ‘문화재 전문기자가 현장에서 취재하고 입체적으로 바라본 국보이야기’에 있다.

    우선, 저자가 문화재 전문기자다. 서울대에서 고고미술사학을 전공했으며, 동아일보에서 오랫동안 우리 문화재의 아름다움과 가치를 알리는 글을 써왔다. 홍익대 대학원 미술사학과와 고려대 대학원 문화유산학과 박사과정도 마쳤다. 이 정도 경력이라면 학계의 연구 성과와 ‘현장’ 목소리를 두루 담아내고 경중을 가릴 수 있을 것이다. 다음으로 ‘현장에서 취재하고’ 만든 책이다. 성실하게 발로 뛴, 품이 많이 들어간 책이다. 책에 실린 사진 상당수가 저자가 오랜 기간 직접 촬영한 것이고, 문화재 현장에서 취재한 생생한 이야기를 ‘입체적으로 바라본’ 내용이 수록돼 있다. 기존 책들이 국보 도판을 수록하고, 그에 따른 설명과 감상을 덧붙인 수준이라면, 이 책에는 문화재 전문기자의 안목과 경험이 드러나 있다.

    우선, 국보 일반론이다. 1장은 국보 행정 전반에 대해 생각하게 한다. 국보는 어렵고 따분한 것일까? 국보에 얽힌 화제(2장), 국보 미스터리(3장), 국보의 도난과 가짜 사건(7장), 문화재의 약탈과 반환(9장) 등은 흥미진진하다. 제 짝을 잃어버렸거나 행방불명된 국보도 있고, 가짜로 밝혀져 지정이 취소된 국보도 있다. 국보는 알면 알수록 더 오묘하다. 다보탑 탄생의 비밀이 그렇고, 팔만대장경의 제작과 제작 장소에 대해서도 의견이 분분하다. 과연 신라의 왕들은 그 화려한 금관을 머리에 썼을까? 일제(日帝)와 서구가 약탈해 간 우리 문화재의 실태와 반환 노력은 어떨까? 이런 물음에 대한 답이 학계의 연구 성과와 함께 소개돼 있다.

    ‘현장’의 목소리가 가장 잘 담긴 부분이 국보의 훼손과 보수, 복원(4장), 보수와 복원의 기준과 딜레마(5장), 문화재의 활용(6장)이다. 이를 단적으로 드러내는 상징적인 사건이 국보1호 숭례문의 화재와 복원이다. 숭례문에는 일제의 문화재 침탈과 격하, 국보 지정 번호의 의미와 재지정 논란, 문화재 개방과 활용, 보수·복원 문제 등 온갖 문제가 뒤얽혀 있다. 이 책은 이런 입체적인 시각에서 숭례문을 바라본다.

    국보를 이해하고 감상하는 방법 중 하나가 유사한 국보를 비교해보는 ‘국보 비교 감상(10장)’이다. 수덕사 대웅전이 장중하고 힘찬 직선의 미학을 보여준다면, 부석사 무량수전은 정교하고 세련된 곡선의 미학을 보여준다. 이 책에는 27건의 우리 문화재가 서로 자웅을 겨루며 그 아름다움을 뽐낸다. 또한 315건의 국보의 핵심 개요와 이미지를 부록으로 수록하고 있다. 국보에 대한 기본 교과서로 손색이 없을 것이다.

    오창준 | 컬처북스 주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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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연미술관을 걷다 | 이은화 지음

    오자서병법 外
    라인 강 지역 미술관을 중심으로 자연미술관 12곳을 담았다. 저자는 “그곳에 가면 대도시의 큰 미술관에선 경험하지 못하는 휴식과 명상의 시간을 누릴 수 있다”며 미술과 자연, 건축이 어우러지는 자연미술관의 특별함을 예찬한다. 바로크식 정원의 온천탕을 개조한 독일 쿠어하우스미술관, 남성용 공간이던 옛 무도회장을 개조한 네덜란드 아른험 미술관, 유럽 최대 탄광단지에 들어선 독일 촐페어라인, 건축가 안도 다다오가 설계한 랑엔재단미술관, 15개 건물로 이뤄진 홈브로이히박물관 등은 미술 감상은 물론 특별한 휴식과 체험을 제공한다. 미술관별로 소장품과 전시작은 물론 창설자와 컬렉션의 일화도 담았다. 다양한 명화와 함께 전시 공간, 카페, 아트숍, 외부 경관까지 사진으로 담아 책을 보는 것만으로도 현장을 둘러본 기분이 들게 한다. 아트북스, 400쪽, 2만2000원

    중년의 몸만들기 | 김원곤 지음

    오자서병법 外
    서울대병원 흉부외과 교수이자 몸짱 의사로 유명한 저자가 환갑 가까운 나이에 몸을 만든 비법을 담았다. 중년이 자신의 몸을 건강하게 가꾸는 방법을 간결한 문체와 다양한 사례로 쉽게 기술한 게 특징. 저자는 운동을 시작하기 전 체지방량, 체형, 운동 능력 등 자신의 몸 상태를 파악하는 게 우선이며, 유산소운동과 근육운동 비중을 자신의 몸에 맞게 조정해야 한다고 말한다. 예컨대 배가 나온 비만 체질은 유산소운동, 근육량이 부족하고 마른 체질은 근육운동을 중심으로 하는 게 좋다는 것. 멋진 복근을 얻으려면 한 가지 운동에만 의존하지 말고 부위별 근육운동과 유산소운동, 식이요법을 아우르는 종합적 처방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또한 식이조절을 하더라도 평소 식사량의 15~20%만 줄이면 충분하고, 며칠에 한 번은 충분히 먹으라고 충고한다. 덴스토리, 240쪽, 1만4000원

    실크로드-하서주랑 편 | 허우범 지음

    오자서병법 外
    누구나 잘 알고 있지만 쉽게 갈 용기를 내지 못하는 곳이 ‘실크로드’다. 실크로드를 10년 동안 발로 누빈 저자가 서안에서 로마까지 실크로드의 현장을 생생하게 담아냈다. 그의 실크로드는 한마디로 ‘눈’과 ‘발’과 ‘땀’이 만들어낸 길이다. 이 책은 철저하게 길에서 시작해 길에서 끝난다. 왜냐하면 실크로드가 바로 문명과 역사가 소통한 길이기 때문이다. 이 길에서 동서양 문명이 만나고 제국이 역사를 만들어가며, 이 길을 따라 사람들의 소통이 이뤄졌다. 실크로드가 낳은 이런 역사의 명장면과 그들의 삶이 깊이 배어 있는 유적지를 수백 장의 현장 사진과 수십 장의 지도와 함께 풀어냈다. 저자와 함께 이 길을 걷다보면 사람들의 작은 발걸음이 만들어낸 실크로드가 역사와 문명을 어떻게 바꿔나갔는지를 생생하게 확인할 수 있다. 책문, 548쪽, 2만4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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