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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글자로 본 중국 | 광둥성

가장 먼저 열려 가장 많이 아픈 땅

粤 - 중국 개혁개방의 상징

  • 글·사진 김용한 | 중국연구가 yonghankim789@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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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둥인’ 쑨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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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전의 덩샤오핑 동상.

지난 1월 4일 리커창 총리가 광둥성을 방문하자 중국 언론들은 ‘리커창의 남순(南巡)’이라며 대서특필했다. 덩샤오핑이 1992년 개혁개방 의지를 역설한 담화 남순강화(南巡講話) 후 광둥성은 개혁개방의 상징이 됐다. 변방은 변혁의 땅으로 거듭났다.

광둥성이 변혁의 중심이 된 것은 비단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근대 무역이 활발해지자 중국 유일의 대외무역항 광저우는 외국 문물을 접할 수 있는 유일한 장소로 떠올랐다. 일찍부터 무역으로 해외를 출입하다 현지에 살게 된 광둥성 출신 화교들은 고향의 가족, 친구들과 서신을 교환하며 중국 밖 세상 소식을 전했다.

제국주의 시대에 평화로운 교류만 있을 순 없었다. 광둥성은 중국과 서양이 충돌하는 현장이기도 했다. 인류 역사상 가장 부도덕한 전쟁으로 불리는 아편전쟁, 청나라의 끝이 머지않았음을 알린 태평천국의 난이 이곳을 휩쓸었다.

사상가들은 엄혹한 현실을 타개하고자 분투했다. 서양 제도를 받아들이자는 변법자강운동을 일으킨 캉유웨이, 민족·민권·민생의 삼민주의를 주창한 쑨원은 모두 광둥인이다. 캉유웨이는 영국령이 된 후 급속히 성장한 홍콩을 보며 서구 시스템에 눈을 떴다. 쑨원은 하와이 화교이던 형 덕분에 영국 학교에서 공부하며 민주주의를 익혔다.



청나라가 무너지고 군웅할거 시대가 되자 외부와 고립된 수도 베이징은 정부의 살림을 제대로 꾸릴 수가 없었다. 그러나 광둥성은 풍요로운 물산, 활발한 무역, 부유한 화교의 지원으로 능히 나라를 세울 수 있었다. 쑨원은 광저우를 근거지로 중화민국의 초대 임시대총통이 됐고, 후계자 장제스는 북벌에 성공해 중국을 장악했다.

광저우는 국민당뿐만 아니라 공산당의 근거지이기도 하다. 훗날 공산당은 국민당을 물리치고 중국을 재통일하지만, 문화대혁명 등 정치적 혼란과 경제적 궁핍에 시달렸다. 살림꾼 덩샤오핑은 광둥성에서 시장경제체제를 실험하고 개혁개방 정책을 실시했다. 중국은 개혁개방 정책을 편 지 불과 30여 년 만에 G2로 우뚝 섰다. 이처럼 중국 근현대사의 중요 사건과 인물들은 광둥성과 얽혀 있다. 그러니 광둥성의 근현대사는 곧 중국의 근현대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삼촌은 어머니와 같다는 말 못 들었어?”

“마오쩌둥 주석이 가족보다 가깝다는 말만 들었어요.”

영화 ‘도협’에서 홍콩 삼촌이 광둥성 조카 주성치와 주고받는 대화로, 1990년대 홍콩과 광둥성의 의식 차이를 풍자하는 대목이다. 홍콩과 광둥성은 한집안이나 다름없지만 체제가 다르니 의식도 크게 달라졌다. 긴 세월 동안 광둥성은 중국과 완전히 동화해 이제는 중국적인, 너무나 중국적인 곳이 됐다. 아래는 필자가 선전박물관에서 중국인 가이드와 주고받은 대화다.

“중국엔 부동산 소유의 개념이 없습니다. 부동산을 70년 동안 국가로부터 빌려 쓸 뿐입니다.”

“그 기간이 지나면 어떻게 되나요?”

“아직까지는 임대기간이 만료되지 않아서 아무도 모릅니다. 기간을 연장해줄 수도 있고, 거액의 임차료를 다시 내야 할 수도 있죠. 그래서 우리 중국인들은 돈을 벌기 위해 그토록 열심히 일하는 겁니다.”

풍요로운 광둥성이지만 앞날을 알 수 없다는 불안함이 읽혔다.

가이드는 큐큐(QQ) 펭귄 마스코트를 가리키며 말했다.

“중국에서는 페이스북, 트위터, 유튜브 등을 사용할 수 없습니다. 대신에 우리에겐 그와 비슷한 큐큐, 웨이보, 유큐 등이 있죠.”

“왜 중국에서는 페이스북을 쓸 수 없나요?”

“좋은 질문이지만 저는 답변할 수가 없군요. 중국에서는 정부가 모든 것을 결정합니다. 뉴스도 정부로부터 내보내도 좋다는 허가를 받은 후에 보도할 수 있습니다.”

선전과 홍콩은 지하철로 오갈 수 있을 정도로 맞붙어 있다. 오늘날 선전의 외양은 홍콩에 비해 그다지 뒤떨어져 보이지 않는다. 중후장대한 건축물이 중국의 부유함을 뽐내며, 중국에서 평균연령이 가장 낮은 도시답게 거리에는 젊고 화사한 여성이 많다. 그러나 허용되는 언론 자유의 폭이 매우 다르다. 경계 하나로 많은 것이 달라지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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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산시 황비홍 생가의 사자춤 공연(왼쪽)과 광둥성 서민들의 일상 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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