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신동아 로고

통합검색 전체메뉴열기

이영미의 스포츠 ZOOM 人

“여자월드컵? 기죽을 거 없죠 ‘지메시-박라탄’이 일낼 거니까”

한국 여자축구 아이콘 지소연

  • 이영미 │스포츠전문기자 riveroflym22@naver.com

“여자월드컵? 기죽을 거 없죠 ‘지메시-박라탄’이 일낼 거니까”

2/4
“독도에서 일본 전화가 터져?”

“여자월드컵? 기죽을 거 없죠 ‘지메시-박라탄’이 일낼 거니까”

지소연의 올해 목표는 WSL에서 10골, 10도움 이상을 기록하는 것이다.

▼ 아이낙에서 3년을 보낸 후 미국으로 갈 줄 알았는데, 영국으로 방향을 틀었어. 특별한 이유가 있었니.

“이번에도 마음은 미국을 향했어요. 그런데 엠마 감독님이 저를 간절히 원하셨어요. 다른 팀도 아닌 프리미어리그 최고의 명문 팀인 첼시의 여자축구팀인데다, 제 실력을 한 단계 끌어올릴 수 있는 팀인 것 같아 선택했죠. 무엇보다 엠마 감독님이 좋았어요. 다정다감하고, 밝고, 유쾌한 분이에요. 물론 화를 낼 때는 ‘카리스마 작렬’이지만요, 하하.”

▼ 해외에서 살면 없던 애국심도 절로 생긴다던데 그런 경험이 있었을까.

“일본에서든, 영국에서든 있는 듯 없는 듯 존재감 없이 묻혀 있는 것은 싫었어요. 한국에서 온 지소연이란 선수가 어떤 사람인지 제대로 알려주고 싶었죠. 일본에 있을 때 독도 문제로 한창 시끄러운 적이 있었어요. 룸메이트랑 그 일로 심하게 다퉜어요. 그래서 제가 ‘너희는 독도 갈 때 여권 갖고 가니, 안 갖고 가니? 너희는 갖고 가지만, 우린 여권 없이 독도에 가. 너희가 독도에 가면 휴대전화가 연결돼? 안 되지? 우린 독도에서 한국 휴대전화가 아주 잘 터지거든. 무엇보다 독도에 한국인이 사니, 일본인이 사니? 여러 정황으로 볼 때 독도가 독도이지, 다케시마는 아니잖아?’라고 조목조목 다그쳤죠. 룸메이트는 두 손 들고 말더군요.



위안부 할머니 문제가 나왔을 때도 룸메이트는 물론 다른 선수들한테도 일본은 진심으로 할머니들께 사과해야 한다고 말했다가 한바탕 난리가 났어요. 선수들은 왜 그런 얘기를 여기서 하느냐고 뭐라 했고, 저는 저대로 반성 없이 자기 주장만 하는 일본인들이 너무 싫었어요. 그래도 일본 선수들하고는 잘 지냈어요. 일본엔 실력이 뛰어난 선수를 경외(敬畏)하는 풍토가 있어요. 일본 선수들에게 인정받았기에 민감한 문제를 거론했는데도 그 정도 수준으로 반응하고 끝난 겁니다.”

한 경기 끝나면 온몸에 멍

▼ 일본에서 통역 없이 세 시즌을 보냈다던데 정말이야?

“만약 (일본어를 잘하는) 권은솜 선수마저 없었더라면 정말 버티기 힘들었을 거예요. 일본에 진출하기 전까지만 해도 외국에서 선수 생활하는 게 크게 어려워 보이지 않았어요. ‘사람 사는 거 다 똑같지, 뭐 별것 있을까’ 싶었던 거죠. 그런데 언어와 문화의 차이가 사람을 얼마나 힘들게 하는지 몸으로 느꼈어요. 미국, 독일도 아닌 한국과 가까운 일본인데도 다른 게 엄청나게 많더라고요.

처음에는 당연히 통역이 있는 줄 알았죠. 그런데 아이낙에 입단하고 보니 통역이 없다는 거예요. 계약서에 명시돼 있지 않다고 했어요. 에이전트에게 이유를 물었더니, 통역이 있으면 일본어가 늘지 않을 것 같아 일부러 통역을 안 두기로 했다더군요. 어이없는 설명이었죠. 구단이 그렇게 결정한 것인지, 아니면 에이전트가 숨긴 것인지 알 수 없으나 통역 없이 지내는 생활은 암흑, 그 자체였죠.

개막전에 나서는데, 감독님이 지시하는 내용을 하나도 못 알아들었어요. 대충 눈치로 어림잡아서 뛰었죠. 나중에는 ‘될 대로 되라’는 생각도 있었고요. 돌이켜보면, 처음에 고생했지만 통역을 두지 않아 일본어가 빨리 는 건 사실이에요. 생존 차원에서 언어에 접근했으니 빨리 익힌 거죠.”

▼ 영국에서는 어땠어. 일본과 차이가 컸을 것 같은데.

“아무래도 동아시아 선수들에 비해 체격 조건이 좋다보니 힘에 부치는 느낌이 들었어요. 드리블을 하다가 상대 수비수와 부딪치기라도 하면 곧바로 나가떨어졌죠. 신장과 체형이 좋은 유럽 선수들한테 힘으로는 역부족이었습니다. 그래서 생각해낸 방법이 부딪히기 전에 재빨리 피하는 겁니다. 그렇게 했는데도, 한 경기 끝내고 나면 온몸에 멍이 가득했습니다. 허벅지, 종아리가 성할 날이 없었죠. 그때 제 다리를 보면서 이렇게 위로했어요. ‘수고했다 지소연!’ ‘영광스러운 상처니까 아파하지 마’라고. 통역이요? 당연히 안 구했죠. 이번에는 제가 사양했어요. 일본에서의 경험을 활용해서 더 빨리 영어를 배우려고요.”

소속팀 7위→2위 견인

▼ 적응하기가 만만치 않았겠는데.

“처음에는 진짜 무서웠어요. 여기서 잘할 수 있을까, 선수들과 잘 어울릴 수 있을까, 내 축구 실력이 통할까… 하는 의문부호만이 머릿에 가득했죠. 일본에서의 성공이 동기 부여가 되고 자신감도 심어줬지만, 영국 리그가 일본보다 더 크고 선수들의 실력도 뛰어난 곳이라 과연 버텨낼 수 있을까 하는 걱정과 두려움이 있었던 것 같아요. 다행히, 우려했던 것보다 훨씬 잘 지냈어요. 스스로 70점 정도는 줄 수 있을 것 같아요.”

첼시 레이디스에서 지소연은 폭풍 질주, 그 자체였다.

2/4
이영미 │스포츠전문기자 riveroflym22@naver.com
목록 닫기

“여자월드컵? 기죽을 거 없죠 ‘지메시-박라탄’이 일낼 거니까”

댓글 창 닫기

2019/10Opinion Leader Magazine

오피니언 리더 매거진 표지

오피니언 리더를 위한
시사월간지. 분석, 정보,
교양, 재미의 보물창고

목차보기구독신청이번 호 구입하기

지면보기 서비스는 유료 서비스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