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군[昏君]>얼굴마담>우리 VIP](https://dimg.donga.com/egc/CDB/SHINDONGA/Article/20/15/04/21/201504210500000_1.jpg)
1월 12일 신년 기자회견 중인 박근혜 대통령.
어쨌건 이 전 대통령은 이제 ‘잊힌’ 옛 대통령일 뿐이다. 그의 임기 중 일들에 대해 감사원이 나서건 국회 청문회가 열리건 해명보다는 논란과 혐오감만 더 부각될 것 같다. 전직 대통령의 잘못이 드러난다는 것은, 대중이 과거 자신이 선택한 영웅이 저지른 실수를 인정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국민 성공시대’를 기대하고 그를 지지한 대중은 성공은커녕 ‘쪽박’에 가까울 것 같은 불편한 진실에 직면해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
전임 대통령에 대한 국민의 심기가 이렇다면, 현 박근혜 대통령을 인식하는 국민의 마음은 어떠할까. 위즈덤센터는 과거 여러 차례 ‘정치인 박근혜’에 대한 이미지를 탐색했다. 이 연구는 ‘정치인 박근혜는 어떤 사람인지’를 알아보는 것이 아니라, 대중이 그를 통해 어떤 기대를 하는지를 탐색해보는 작업이었다.
지지도 급락 시점에 연구 시작
국민은 2005년 한나라당 대표 시절의 박 대통령을 귀한 ‘양갓집 규수’로 보았다. 2007년 한나라당 대통령선거 후보 경선에 나설 때는 어려운 사람들을 위해 희생하는 마음을 가진 ‘출신 좋은 에비타’로 여겼다. 당시 라이벌이던 이명박 전 대통령이 ‘현대 가신(家臣)’에서 ‘CEO 장군’으로 자신을 포장할 때였다. 대중은 ‘CEO 장군’이 자신들의 욕망을 더 잘 채워줄 것 같다고 여겼고, ‘에비타’는 우아하게 자신의 패배를 수용해야 했다.
2009년 대중은 당시 이명박 대통령을 ‘가면을 쓴 막무가내 CEO’라고 여겼다. 그에 비해 정치인 박근혜는 ‘높고, 훌륭한, 연예인 같은 정치인’으로 생각했다. 이런 그의 이미지는 “차기 대통령은 박근혜일 수밖에 없다”는 대세론의 핵심으로 작용했다.
위즈덤센터는 ‘대통령 박근혜’에 대해 대중이 가진 이미지를 2014년 7월부터 9월까지 탐색했다. 당시는 세월호 참사로 대통령 지지도가 빠르게 추락하던 때였다. 취임 후 1년 동안 60%가 넘던 지지도는 30%대로 급락했다. ‘높고 훌륭할 뿐 아니라 연예인 같은 인기를 누리던’ 대통령이 대중에게 다르게 보이는 상황이 된 것이다.
대중의 속마음, 대중이 인식하는 대통령의 이미지가 무엇이기에 이처럼 급속하게 지지율이 하락하는지 알아보고자 했다. 위즈덤센터는 단순한 여론조사로는 알아낼 수 없는 박 대통령에 대한 대중의 마음을 ‘마음의 MRI’ 기법으로 탐색하는 작업에 착수했다(상자기사 참조).
고루하고, 에둘러 말하고…
다시 한 번 강조하면 대통령 이미지 탐색이란 대통령 개인의 본질이나 실체를 따지는 것이 아니다. 단지 현재 대중이 대통령을 어떻게 인식하는지, 어떤 마음으로 바라보는지를 연구하는 것이다. 즉 대통령 개인에 대한 이야기라기보다는, 대통령을 통해 대중이 충족하고자 하는 욕망이나 기대를 살펴보는 것이다. 위즈덤센터 연구진은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우리 대통령이 잘 되길 바라는 마음, 지지율을 높일 수 있는 전략적 단서를 찾으려는 시도로 이 작업에 임했다.
잠깐 2012년 겨울로 돌아가보자. 상당수 국민은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 후보를 지지하면서 ‘최소한 그 아버지의 그 딸이 되어주길’ 바라는 마음이었다. 그간 대통령 비리가 ‘자식 챙겨주느라’ 저질러진 경우가 많았기에 적어도 박 후보라면 그런 문제가 생기지 않을 것으로 기대했다. 평생 국가를 위해 살았고 자식도 없으므로 사심 없이 자신을 던져 국가에 봉사할 것으로 기대한 것이다. 하지만 최근 만난 한 언론인은 이렇게 토로했다.
“박 대통령이 정말 이 정도일 줄은 몰랐다.”
‘이 정도’란 무엇일까. 바로 현재 대중이 가진 대통령에 대한 이미지를 뜻한다. 세월호 참사와 정윤회 사건을 거치면서 대중은 박 대통령에 대해 전과 다른 이미지를 갖게 된 것 같다. 사실 정윤회 사건은 술자리에서나 쑥덕거리는 지라시 수준의 루머였다. 그러나 언론을 통해 공개적으로 거론되자 대중은 자신들이 막연히 가진 대통령의 이미지를 확인하는 경험을 하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