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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초공개] 前 김무성 보좌관 장성철 “지난 총선 때 ‘박근혜 뜻’이라며 비례대표 6인 명단 하달”

강효상, 유민봉, 최연혜, 신보라, 김현아 등 6명

  • 장성철 공감과논쟁 정책센터 소장·‘보수의 민낯’ 저자 csc2357@naver.com

[최초공개] 前 김무성 보좌관 장성철 “지난 총선 때 ‘박근혜 뜻’이라며 비례대표 6인 명단 하달”

  • ● ‘친박’, ‘친황’으로 명찰 바꿔 달고 한국당 장악
    ● 2016년 靑 핵심 관계자 “말 안 듣는 비박, 불편한 친박 정리”
    ● 총선 전날까지 ‘당선권 밖’ 인사, 청와대 항의로 순위 바꿔 당선
    ● 친박은 언제나 숨어 있는 한국당 내 최대 파벌
    ● 난리 치고 김세연 여연 원장서 교체, ‘막장 공천’ 재연 시그널
    ● 발톱 드러낸 친박, 黃의 ‘다른 선택’ 용납 안 할 것
    ● 朴 버리라는 게 아니라 극복하라는 것
장성철 ‘공감과논쟁 정책센터’ 소장은 1996년 신한국당 사무처 당직자 공채로 정치권에 입문해 22년간 여의도 현장 곳곳을 샅샅이 누볐다. 그는 2012년 박근혜 대선후보 공보팀장을 거쳐 2016년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실에서 부실장으로 일했다. 당 대표실 재직 당시 새누리당의 공천 실상을 목격했다. 그가 ‘막장 공천’의 비화를 비롯해 ‘보수의 속살’을 보여준다. 당시 청와대가 ‘대통령의 뜻’이라며 여당에 비례대표 공천자 6인의 명단을 하달했다는 사실도 최초 공개한다. [편집자 주]


박근혜 당시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이 가결된 2016년 12월 9일. 박 당시 대통령이 
마지막 국무위원 간담회를 
주재하기 위해 청와대 위민관에 입장하고 있다. 오른쪽은 
황교안 당시 국무총리. [청와대사진기자단]

박근혜 당시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이 가결된 2016년 12월 9일. 박 당시 대통령이 마지막 국무위원 간담회를 주재하기 위해 청와대 위민관에 입장하고 있다. 오른쪽은 황교안 당시 국무총리. [청와대사진기자단]

이 글은 2016년 총선에서 벌어졌던 ‘보수의 악몽’이 4년여가 지난 지금 소름 끼칠 만큼 똑같이 재현될 것만 같다는 불길한 예감에서 시작됐다. 2020년 총선을 앞둔 자유한국당의 모습을 보며 2016년 총선의 기시감을 느끼는 것은 과연 나뿐일까?


나는 왜 이 글을 쓰는가

지금 한국당은 4년 전 보수를 패망의 길로 이끈 ‘친박’의 손아귀에 다시 들어갔다. 이름만 달라졌다. ‘친황’으로 말이다. 친박은 2016년 막장 공천으로 인한 총선 참패를 반면교사(反面敎師) 삼아 다가올 21대 총선에서 과오를 반복하지 않을 수 있을까? 아니면 탄핵과 정권 재창출 실패, 분열에 이르기까지 보수의 ‘3대 참사’를 겪고도 재차 과거의 잘못을 반복할 것인가? 

먼저 2016년 총선 당시 친박의 공천 만행을 고발하는 것으로 이 글을 시작하려고 한다. 나는 당시 새누리당의 막장 공천 한복판에 서 있던 김무성 당 대표의 보좌관이었다. 직접 목격한 ‘그때 그 친박’들의 만행과 공개되지 않은 비화를 소개한다. 이어서 ‘오늘의 친박’들이 왜 ‘보수의 몰락’이라는 불길한 예감을 빚어내는지 그 실체를 밝히려 한다. 친박은 어떤 사람들이며, 그들의 존재가 총선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가감 없이 풀어낼 것이다. 마지막으로 보수 우파와 한국당이 2020년 총선에서 승리하기 위해 단행해야 할 과제를 제안해보고자 한다. 

미리 전제 삼아야 할 사실이 있다. 내가 이 글을 쓰기로 결심한 이유는 결코 정치 세력으로서 친박을 비방하거나 저주하기 위함이 아니다. 보수우파 몰락의 시발점인 2016년 막장 공천의 잘못을 한국당이 2020년 총선 공천에서 되풀이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에서다. 과거의 경험이 미래의 성공을 담보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역사를 복기하는 작업은 조금 더 나은 선택을 하는 데 밑거름 정도는 될 수 있다. 그래서 펜을 들었다. 나의 시도가 ‘부질없는 짓’이 되지 않길 바라는 마음이 간절하다. 



시작은 대통령이었다. 2015년 11월 10일 박근혜 대통령은 “진실한 사람이 국민의 선택을 받아야 한다”는 한 마디 말로 ‘진박(진실한 친박) 논쟁’에 불을 붙였다. 당에서는 최경환, 조원진 등 이른바 ‘진박감별사’가 등장했다. 코미디 같은 일이었다. 이때 이미 박 대통령과 친박들은 2016년 총선의 공천을 장악해야겠다는 생각을 굳힌 것으로 보인다. ‘진박’ 논란을 통해 그러한 인식을 은연중에 드러낸 셈이다. 총선을 코앞에 둔 2016년 2월, 대체 당에서 어떤 일이 벌어졌는지 밝히려 한다.


청와대 핵심 “‘친박 단일대오 당’ 만들겠다”

2016년 2월 11일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왼쪽)가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공천관리위원 임명장 수여식에서 이한구 공천관리위원장 앞을 엇갈려 지나가고 있다. [전영한 동아일보 기자]

2016년 2월 11일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왼쪽)가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공천관리위원 임명장 수여식에서 이한구 공천관리위원장 앞을 엇갈려 지나가고 있다. [전영한 동아일보 기자]

2월 중순 새누리당 공천을 앞두고 청와대 정무수석실 비서관급 이상의 핵심 관계자는 당 대표의 보좌관이던 나를 만나 이렇게 말했다. 

“박 대통령과 청와대 핵심들의 생각은 이번 20대 총선에서 말을 잘 듣지 않는 비박계 의원과 서청원, 이인제 등 나이 먹은 불편한 친박들을 다 정리하겠다는 것이다. 경쟁력 있는 비박을 치고, 경쟁력 없는 친박 후보를 내세우다가 선거에서 패배해도 좋다. 그래서 새누리당이 80~90석을 얻더라도 ‘친박 단일대오 당’을 만들겠다.” 

그 말을 듣는 순간 총선 준비 과정에서 나를 혼란스럽게 하던 수많은 의문이 한순간에 풀렸다. 왜 박 대통령이 그토록 공천관리위원장(공관위원장)으로 이한구 의원을 강하게 밀어붙였는지, 커다란 여론 부담을 감수하면서까지 굳이 유승민 의원과 이재오 의원 등을 공천에서 배제하려고 그토록 애를 썼는지 말이다. 

2016년 총선에서 박 대통령과 청와대는 친박 후보들의 당선을 위해 사활을 걸었다. 당의 공관위원장을 대통령이 직접 낙점해 내려보냈다. 공관위원들도 당시 청와대 입맛에 맞는 사람들로 채웠다. 청와대 뜻대로 공천이 이뤄지도록 당 대표이던 김무성을 겁박했다. ‘진박’ 공천을 위해 완벽한 구조를 갖춘 것이다.

뒤늦게 드러난 사실이지만 청와대는 친박 후보의 발굴과 당선을 위해 국가정보원의 특별활동비까지 끌어다 불법적 여론조사를 감행했다. 유승민 의원을 떨어뜨리기 위해 친박 후보에게 대통령이 직접 친필 연설문을 써주기도 했다(*2018년 4월 19일 서울중앙지법 형사32부 심리로 열린 박 전 대통령의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재판에서 신동철 전 청와대 정무비서관은 “박 전 대통령이 유 의원 지역구인 대구 동구을에 출마한 이재만 후보가 사용할 연설문을 아예 친전봉투로 현기환 정무수석에게 보냈다”고 증언했다). 

청와대는 이한구 공관위원장에게 친박에 유리한 공천 규칙안을 만들어서 시행토록 했다. 장애인, 여성, 청년 등 소수자의 공천을 배려하기 위해 마련된 ‘우선추천지역’ 규정 등을 비박계 의원 지역구 공천 과정에서 악용했다. 또 비박계 후보에 맞서기 위해 친박계 후보들에게 출마를 부추기고 지역구를 변경토록 조정하는 일까지 벌였다. 이 모든 것이 박 대통령의 지시, 묵인하에서 이뤄졌다는 게 후일 재판을 통해 낱낱이 밝혀졌다.


최초 공개, 靑이 관여해 당선된 비례대표 의원 5인

당시 이한구 공관위원장은 수시로 현기환 수석을 만나 공천의 A부터 Z까지 협의했다. 이들이 만나는 장면을 한 언론사에서 취재했지만 간발의 차이로 현장을 포착하는 데는 실패한 적도 있다. 

역대 정권에서 이렇듯 노골적으로 드러내놓고 공천에 개입한 청와대가 있었을까? 박근혜 청와대는 친박 후보들의 당선을 지원하기 위한 선거 베이스캠프나 다름없었다. 청와대는 새누리당이 원내 제1당이 되는 것보다 80~90명의 친박 후보가 당선돼 박 대통령을 결사 옹위하는 ‘청와대 거수기당’을 만들고 싶어 했다. 

이와 같은 목적과 의도를 달성하기 위해 필요한 것이 바로 ‘공천 배제자 명단’, 이른바 ‘살생부’였다. 공천 심사가 한창 진행 중이던 2016년 2월 24일, 김무성 대표의 측근이자 청와대와 공천 작업을 상의하던 A는 김 대표에게 ‘청와대의 뜻’이라며 살생부 40여 명의 명단을 보고했다. 이재오, 유승민, 정두언, 김용태, 김세연, 김학용, 김성태, 박민식 등 비박계 의원들과 친박 중진인 서청원, 이인제가 포함된 명단이었다. 2016년 당시 살생부의 존재를 부인하던 김 전 대표는 2019년 11월 모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살생부의 존재를 인정했다. 

김 당시 대표는 명단에 기재된 의원들이 공천을 받으면 안 되는 이유가 궁금했다. A가 전달한 청와대의 설명은 다음과 같았다. 

“이재오, 정두언, 김용태는 당의 정체성과 맞지 않다. 유승민은 대통령에게 대들어서 안 된다. 김세연은 유승민과 친해서 안 된다. 김학용, 김성태, 박민식은 김무성의 측근이라서 안 된다. 주더라도 끝까지 애를 먹이다 줄 것이다. 서청원, 이인제는 비박만 치면 안 되니 형평성 차원에서, 그리고 친박 중진이라 말을 잘 안 들을 수 있다는 점 때문에 넣었다.” 

한마디로 박근혜의 말을 잘 듣는 의원들만 당선되면 좋겠다는 뜻이었다. 노골적인 협박이었다. 김 대표는 “저들 뜻대로 되겠느냐”며 상향식 공천을 고수하겠다는 입장을 견지했지만, 내심 긴장하고 대응책 마련에 골몰했다. 

박 대통령과 친박들은 자신들이 당의 주인이라는 인식이 강했다. 그러니 당 대표쯤은 손안의 공깃돌로 생각했다. 당의 공식적인 공천관리시스템은 철저하게 무시당했다. 집단지도체제하에서 당 대표는 무기력했다. 당은 그저 저들이 결정한 대로 따르는 거수기였다. 

공관위에서 황진하 사무총장, 홍문표 사무부총장이 이한구를 견제하려고 시도했지만 역부족이었다. 황 총장, 홍 부총장의 공천 역시 이한구와 청와대의 손아귀 안에 있었다. 이한구는 이 두 사람에 대한 공천 결정을 최대한 늦추는 식으로 견제 세력을 길들였다. 사심에 가득 찬 권력의 꼭두각시가 얼마나 위험한 사태를 초래할 수 있는지 극명히 보여준 사례다. 

당시 공천이 박 대통령을 필두로 현기환 정무수석, 이한구 공관위원장, 최경환·윤상현 의원이 주무른 ‘밀실 공천’이었다는 점은 후일 검찰 조사와 재판을 통해 모두 밝혀졌다. 

청와대는 비례대표 후보 선정에도 깊숙이 관여했다. 박 대통령의 뜻이라며 반드시 당선돼야 할 비례대표 후보로 이한구에게 전달된 명단은 총 6명이었다. 그중 당선된 사람은 강효상, 유민봉, 최연혜, 신보라, 김현아 등 5명이다. 이 명단은 이 글을 통해 처음 공개하는 것이다. 신보라는 발표 전날 밤 11시까지는 당선권 밖에 배치됐었지만 밤사이 청와대의 항의로 원래 있던 사람과 바뀌어 발표됐다. 이한구는 청와대가 전달한 나머지 한 명을 당선권 밖으로 배치했다.


숨죽이던 친박, ‘황·나’ 당선시켜 발톱 드러내

새누리당은 2016년 총선에서 참패했다. 이후 한국 보수의 3대 참사가 시작됐다. 대통령이 탄핵을 당했고, 정권을 빼앗겼으며, 처참하게 분열됐다. 총선, 대선, 지방선거에서 힘도 써보지 못하고 세 번 연거푸 참패를 당했다. 보수의 기나긴 ‘어둠의 시간(Darkest Hour)’이 시작됐다. 

친박은 숨을 죽이고 엎드렸다. 대선 직후 2년여 동안 비박으로 분류되는 홍준표 대표와 김병준 비상대책위원장이 암흑기의 보수 정당을 힘겹게 일으켜 세우고 있었다. 이 기간 친박은 조용히 2선으로 빠져 있었다. 마치 비박에 밀려 계파가 완전히 소멸이라도 된 것처럼 말이다. 

지금 와서 보면 정확하게는 비박에 ‘밀렸다’기보다는 탄핵 역풍과 정권 재창출 실패라는 책임론이 잠잠해질 때까지 비박을 바람막이로 잠시 세워뒀다는 표현이 맞을 듯하다. 2017년 12월 김성태 의원이 원내대표에 당선되고, 2018년 7월 김용태 의원이 사무총장에 취임할 수 있었던 까닭은 비박이 강성해서가 아니었다. 친박이 일시적으로 용인해줬기 때문이다. 

친박은 언제나 숨어 있는 당내 최대 파벌이었다. 친박은 2018년 12월 11일 원내대표 경선에서 자신들과 손잡은 나경원 의원을 68대 35라는 압도적 표차로 당선시키면서 숨죽이고 있던 계파의 발톱을 비로소 드러냈다. 곧이어 친박은 2019년 2월 전당대회에서 황교안 후보를 앞세워 오세훈 후보를 가볍게 눌렀다. 이로써 친박은 화려하게 당내 중심 세력으로 복귀했다. 단 3개월 만에 당 대표와 원내대표라는 양대 지도부를 장악한 것이다. 그 뒤 친박은 그간 숨죽인 세월을 보상받기라도 하듯이 빠르고 전면적으로 당을 접수했다. 이제 한국당은 친박 세력이 완벽히 장악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당연히도 이후 친박이 당내 주요 요직을 차지했다. 특히 공천과 선거에 지대한 영향을 끼치는 ‘당무감사위원회’와 ‘총선기획단’은 90% 이상이 친박으로 채워졌다. 당무감사위원회는 당협위원장들의 활동을 평가해 위원장직을 박탈할 수 있는 1차 결정권한을 갖고 있다. 황 대표는 두 달 전 당무감사위원회를 자신의 사람들로 모두 교체했다. 

‘총선기획단’은 친박 인사 위주로 구성됐다. 향후 ‘공천관리위원회’ 구성을 봐야 하겠지만 사정은 별반 다르지 않을 것 같다. 이제 2016년과 붕어빵처럼 친박의 의지대로 공천을 좌지우지할 수 있는 당내 기반을 완성한 셈이다. 최근 발표한 30% 컷오프, 현역 의원 50% 물갈이 원칙은 친박이 아닌 사람들을 솎아내는 데 충분히 악용할 수 있는 도구다. 

2019년 12월 9일 한국당 원내대표 경선에서 심재철·김재원 조가 승리했다. 이는 한편으로 황 대표에 대한 견제 심리이기도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다선친박’들의 ‘살아남겠다’는 본능이 작용한 결과이기도 하다. ‘원내대표 심재철’을 택했다기보다는 현역 의원을 챙기겠다는 ‘정책위의장 김재원’에게 표를 준 것이라는 해석도 가능하다.


난리 치고 김세연 교체, 이 정도면 ‘게임 끝’

2016년 4월 13일, 새누리당이 총선에서 패배했다는 결과가 나온 뒤 서울 여의도 당사가 텅 빈 모습. [전영한 동아일보 기자]

2016년 4월 13일, 새누리당이 총선에서 패배했다는 결과가 나온 뒤 서울 여의도 당사가 텅 빈 모습. [전영한 동아일보 기자]

지난 12월 2일 당직자들이 일괄 사표를 제출해 쇄신을 추진한다고 한바탕 난리를 쳤다. 그러면서 핵심 당직자 중 유일한 비박계인 김세연 여의도연구원장을 교체해버렸다. 나머지 인선은 그 밥에 그 나물이다. 딱 봐도 김 의원을 쳐내기 위한 구색 맞추기에 불과하다. 

이 정도면 ‘게임 끝’이다. 친박들의 이와 같은 행보가 의미하는 바를 결코 간과해서는 안 된다. 이 국면에서 보수 몰락의 시발점인 2016년 총선 막장 공천 드라마가 재연되고 있다는 시그널을 간파해야만 한다. 지나친 기우가 아니냐고 생각하는 독자들이 분명 있을 것 같다. 국민 여론이 있고 중도층 민심의 바로미터인 수도권 정서가 있는데 설마 또 막장 공천을 감행하겠느냐 의문을 가질 법도 하다. 충분히 제기할 법한 합리적 의심이다. 

그러나 그것은 친박이 가진 특유의 속성을 모르고 하는 말이다. 친박은 대체로 공고한 지역 기반을 갖고 있다. 이른바 TK(대구경북), PK(부산경남), 일부 충청·강원권 인사들이 중심을 이룬다. 이들이 꿰찬 지역구는 보수색이 강해 공천만 받으면 낙선 자체가 이상하다고 볼 법한 곳들이다. 수도권 지역구 출신은 소수다. 

따라서 국민 여론이나 중도층, 수도권 표심은 그들의 생존과 무관하다. 당권만 장악해 공천만 받으면 아무리 국민 여론이 악화돼도 자신들의 당선 가도에는 장애물이 없다. 그러니 그들에게 공천개혁이나 외연 확대, 중도층 공략, 젊은 피 수혈, 인재 영입 따위는 그다지 중요치 않다. 물론 이런 개혁으로 다수당이 되면 더 좋겠지만, 자신들의 생존을 위한 필요조건은 아니다. 이들에게 개혁은 시늉일 뿐 절박함은 없다. 

나머지 속성은 다 여기에서 비롯된다. 어차피 당권만 장악하면 정치를 계속할 수 있다. 국민의 마음을 얻기 위한 미래 비전과 가치 정립은 관심 밖이다. 유권자의 지지보다 공천이 훨씬 중요하니 누가 당권을 잡느냐에 따라 그에게 잘 보이기 위한 변신에 능하다. 오죽하면 친박의 파생어가 49가지(진박, 원박, 돌박, 복박, 가박, 용박, 돌박 등)라는 얘기까지 회자될까? 지금은 ‘친황’으로 변신하고 있다. 

탄탄한 지역구를 확보한 채 당권에 따라 카멜레온처럼 변신에 능하니 나이 많은 다선 의원이 주축이다. 대개가 60대 이상이다. 젊은 후진을 양성해봐야 괜한 경쟁자만 늘어날 뿐이다. 다양한 분야의 인재 영입은 ‘카르텔’을 약화시킨다. 특히 법조인 출신이 뭉치기 편하다. 자연히 연령별, 직능별 다양성을 거부한다. 

이처럼 ‘가치’보다는 ‘배지’에만 관심이 있으니 책임지는 사람이 없다. 자신들의 ‘주군’이 탄핵당하고 감옥에서 고초를 겪고 있는데, 의원직 사퇴하는 사람도, 정계 은퇴하는 사람도 없다. 그러면서도 이들 중 상당수는 속으로 ‘박근혜 탄핵’이 잘못됐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 이에 친박들은 문재인 정권과 민주당에 대한 적개심보다 비박·탄핵 찬성파·복당파에 대한 적개심이 더 크다. 그런 그들이 과연 공정한 공천 룰을 만들 수 있을까?


黃의 기반인 친박은 다른 선택 용납 안 해

2016년 친박과 2020년 친박의 목표, 의지, 행보는 샴쌍둥이처럼 닮아 있다. 2016년 박근혜 대통령과 친박 핵심들은 경쟁력은 떨어지지만 박 대통령의 말을 잘 듣는 후보들을 공천하고 당선시켜 ‘친박 동아리 정당’을 만들려고 했다. 35%의 콘크리트 지지율과 TK에서의 막강한 영향력을 바탕으로 박근혜 퇴임 후까지 보수우파의 영향력을 유지하려 했다. 권력을 영구히 독점할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까지 했다. 

물론 그와 같은 무모한 계획은 총선에서 제1당 자리를 빼앗기며 좌초했다. 그런데 보수우파 붕괴에 책임져야 할 친박이 박근혜 정부의 2인자이던 황교안을 앞세워 당권을 장악했다. 2020년 총선 공천 과정도 장악해가고 있다. 

김세연 의원은 한국당의 이런 모습을 ‘좀비 정당’ 이라고 표현했다. ‘살아 있는 시체’ 좀비 말이다. 무거운 죄를 지은 인간이 그 형벌로 좀비가 됐다는 전설이 있다. 한국당과 친박 의원들은 어떤 죄를 지었기에 ‘좀비’라고까지 불리는 신세가 됐을까?

이들이 지금 대한민국의 한쪽 날개 노릇을 하고 있다. 문재인 정권과 민주당이 나라를 잘못된 길로 이끌어도 지지율은 한국당보다 높게 받는다. 문재인 정부와 여당은 야당 복을 타고났다. 

벌써부터 2016년 공천 파동이 눈에 아른거린다. 불길함이 엄습해 온다. 보수가 살려면, 그리고 총선에서 이기려면 답은 자명하다. 국민의 뜻은 안중에도 없고 개혁의 절박함도 없으며, 당권 싸움에만 혈안이 된 친박의 뜻대로 공천이 이뤄지게 놔둬서는 안 된다. 국민 여론을 두려워하고 민심을 얻기 위해 무엇이라도 할 준비가 된 사람에게 공천을 맡겨야 한다. 한마디로 ‘인적 쇄신’과 ‘인재 영입’만이 살길이다.

황 대표는 불출마를 선언하고 공천권을 내려놓아야 한다. 그걸 못하겠다면 대표직에서 물러나고 새로운 인사를 영입해 비대위 체제로라도 전환해야 한다. 황 대표 본인이 컷오프와 공천의 칼날을 휘두르는 순간 2016년 막장 공천의 재현은 불가피하다. 황 대표가 부도덕해서가 아니다. 그의 정치 기반인 친박은 다른 선택을 용납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박근혜 정권 시절 장관, 주요 당직을 맡았던 분들은 모두 불출마를 선언해야 한다. 친박의 원죄를 피로 씻어내지 않고는 국민의 마음이 돌아오지 않는다. 그렇게 ‘인적 쇄신’에 나서야 한다. ‘인재 영입’은 초선 정치인 몇몇을 들러리 세우는 ‘보여주기식 정치쇼’를 지칭하는 게 아니다. 지도부를 대체할 수 있을 만큼 중량감 있는 인재를 영입해 당의 새 간판, 나아가 새 지도부를 세워야 한다. 조국 사태와 경제 위기, 외교 참사 등 현 정부의 잇따른 패착 속에서도 오르지 않는 지지율은 이미 황 대표로 총선을 치를 수 없음을 증명했다.


탄핵당한 박근혜 시절 인사로 보수 미래 못 열어

보수우파의 통합도 새로운 간판을 세워야만 가능하다. 친박이 장악한 한국당과 손잡을 중도정당은 없다. 분열된 상태로 총선을 맞이하면 백전백패다. 유승민 의원도 본인 없이 보수를 통합할 수 없으리라는 헛된 망상과 고집을 버려야 한다. 

당은 젊어져야 한다. 60대인 의원 평균연령을 최소한 49세까지 낮춰야 한다. 사람이 바뀌고 젊어지면 자연스럽게 정책도 젊어진다. 인위적으로 바꾸려 하지 않아도 합리적인 중도실용 정책으로 선회할 수밖에 없다. 

선거는 ‘과거냐, 미래냐’의 싸움이다. 미래를 보여주지 못하는 정치가 국민으로부터 선택받은 전례는 없다. 탄핵당한 박근혜 시절의 과거 인사들로 보수우파의 미래를 열어나갈 수 없는 노릇이다. 박근혜를 버리라는 것이 아니다. 극복하라는 것이다. 보수의 절멸과 회생, 그 분수령이 코앞에 다가왔다.




신동아 2020년 1월호

장성철 공감과논쟁 정책센터 소장·‘보수의 민낯’ 저자 csc2357@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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