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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당 장혜영 “정치인이 다른 관점 갖는 걸 두려워해서야”

  • 문영훈 기자 yhmoon93@donga.com

정의당 장혜영 “정치인이 다른 관점 갖는 걸 두려워해서야”

  • ● 야당 비토권 없는 공수처 동의할 수 없다
    ● 與, 검찰 敵으로 대상화… 의회민주주의도 위기
    ● 토론 합의 없는 입법부는 정부 거수기
    ● 중대재해기업처벌법 매년 2000명 목숨 달린 일
    ● 특별재난연대세 청년 불평등 해결 위한 법
    ● 차별금지법 시행 국가, 어제와 같은 오늘 살아가
장혜영 정의당 의원은 “코로나19가 심각해지는 상황에 국회가 경제와 국민의 삶을 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호영 기자]

장혜영 정의당 의원은 “코로나19가 심각해지는 상황에 국회가 경제와 국민의 삶을 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호영 기자]

“의회 민주주의 위기의 시대를 살고 있다. 한 명의 개인으로서 다른 관점을 갖는 것을 두려워하면 좋은 정치를 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 

2020년 12월 8일 장혜영(33) 정의당 의원이 이렇게 말했다. 이틀 뒤 국회 본회의장에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법 개정안이 통과됐다. 재석의원 287명 중 찬성 187명 반대 99명 기권 1명이다. 유일한 기권표는 장 의원이 던진 것이다. 당론에 반하는 결정이다. 

8일 국회 로텐더홀 앞에서 장 의원을 만났다. 장 의원은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을 위한 72시간 농성에 참여하고 있었다. 이날 법제사법위원회에서 공수처법 개정안을 놓고 여야가 충돌했다. “정의당이 검찰개혁 사안에 거리두기 한다는 비판이 있다”고 물으니 “그렇게 생각지 않는다”는 단호한 답변이 돌아왔다. 장 의원은 “나는 정부의 검찰개혁 방향에 비판적 목소리를 내왔다”고 덧붙였다.

국회 내 대화·토론 요식행위에 불과

2020년 12월 10일 재석 287명 중 찬성 187명 반대 99명 기권 1명으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했다. [뉴스1]

2020년 12월 10일 재석 287명 중 찬성 187명 반대 99명 기권 1명으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했다. [뉴스1]

-검찰개혁 방향에 어떤 문제가 있나. 

“리더십을 발휘해야 할 정부가 검찰과 대결하고 있다. 검찰을 적(敵)으로 대상화했다. 검찰을 개혁의 객체로만 두면 한계가 존재한다. 검찰 내부에서 자정 동력을 만들어야 하는데 정부·검찰 간 대치 상황만 지속된다. 한 템포 쉬며 검찰개혁 의미를 돌아보고 새로운 방법을 모색해야 할 시기다. 물론 그건 내 바람일 뿐이고 국회 상황은 정반대로 가고 있다.” 

-민주당은 야당이 공수처장 임명에 거부권만 행사하니 법 개정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민주당은 속도를 강조한다. 속도보다 중요한 게 합의 정신이다.” 



장 의원은 4당 합의로 공수처법을 통과시킨 20대 국회 상황을 언급했다. 2019년 4월 자유한국당을 제외한 민주당·바른미래당·민주평화당·정의당은 공수처·검경 수사권 조정 관련 법안을 패스트트랙(신속처리 대상 안건 지정)에 올리기로 합의했다. 

“공수처의 독립성과 중립성 보장이 4당 합의의 중심 줄기다. 그 바탕에 야당의 비토권 보장이 있다. 이를 무력화하더라도 공수처 출범을 위해 법을 개정해야 한다는 데 동의할 수 없다. 이렇게 출범한 공수처가 제 역할을 할 수 있을까.” 

-민주당이 왜 독주한다고 보나. 

“국민이 4월 총선에서 거여(巨與)를 만든 의미를 잘못 해석하고 있다. 민주주의는 다수결 원칙을 따르지만 토론과 합의 이후여야 한다. 절반을 훌쩍 넘은 여당은 토론과 합의를 할 수 있는 위치다. 최선을 다해 토론해도 의견이 일치하지 않을 때 다수결에 부쳐야 국민이 납득할 수 있다. 지금 국회에서 대화와 토론은 요식행위에 불과하고 심지어 생략되기도 한다. 입법부는 다양한 민의를 논의하고 그 목소리를 행정부와 사법부에 전달할 책무가 있다. 현재 가치 판단은 사법부에 맡겨버리고 정부의 거수기 느릇을 한다.” 

추미애 법무부 장관과 윤석열 검찰총장 갈등이 거칠었다. 그즈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하루 확진자가 500명을 넘어서기 시작했다. 장 의원은 “해결해야 할 문제가 한두 가지가 아닌데 정쟁 소용돌이 속에서 12월을 보내고 있다”며 한숨을 쉬었다.

목숨 놓고 타협 못 해

-코로나19 장기화로 국민들이 지쳐간다. 

“얼마나 한심하게 생각하겠나. K-방역이 위기 상황이다. 방역 핵심이던 3T(Test·Trace·Treat) 중 검사(Test)만 유지되고 있다. 역학 추적(Trace)도 힘들어지고 남은 병상 수도 목구멍까지 차올라 치료(Treat)에 대한 위기감도 높다. 이때 국회가 할 일은 국민 경제와 삶을 논하는 것이지만 정쟁으로 중대재해기업처벌법도 뒤로 밀려났다.” 

인터뷰 도중 이낙연 민주당 대표가 로텐더홀 앞을 지나갔다. 장 의원은 이 대표에게 “중대재해기업처벌법 통과시켜 주십시오”라고 외쳤다. 2020년 6월 정의당은 1호 법안으로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을 발의했다. 

11월 17일 이 대표는 “이번 국회에서 처리한다는 원칙에는 변함이 없다”고 말했다. 같은 달 10일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도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을 초당적으로 해결해야 한다”고 밝혔다. 공수처법 개정안을 놓고 여야 대치가 이어지며 12월 9일 정기 국회가 끝났다. 법사위 처리 안건에서도 후순위로 밀렸다.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은 법사위 공청회와 소위에서 두 시간여 논의된 게 전부다. 장 의원을 비롯한 정의당 의원들은 12월 11일부터 단식 농성에 돌입했다. 

-여야 모두 중대재해기업처벌법과 유사한 내용을 담은 법안을 발의했다. 

“민주당은 ‘50인 미만 사업장’에 대해 적용을 4년 유예하는 안을 냈다. 중대재해기업처벌법 논의가 시작된 건 세월호 참사 이후다. 국가가 수학여행을 가는 고등학생도 지키지 못해 안전 시스템에 대한 문제가 제기된 것이다. 그 자성의 촛불을 바탕으로 정부가 출범하고 거대 여당이 됐는데 이 안을 내는 건 배신이다.” 

-국회 문턱을 넘으려면 타협이 필요한 것 아닌가. 

“사람 목숨으로 타협하면 안 된다. 1년에 산재로 사망하는 노동자가 2000명에 달한다. 사고 사망자 중 약 80%는 50인 미만 사업장 소속이다. 왜 사람들이 4년 동안 더 죽어야 하나. 다른 법안이라면 조정 여지가 있겠지만 사람이 죽는 문제를 가지고 협상할 수 없다.”


특별재난연대세는 함께 ‘살기’ 위한 법

김종철 대표가 선출된 후 정의당은 거대 양당에 대한 비판 공세를 높여왔다. 가덕신공항 재추진을 두고 ‘표(票)퓰리즘’이라고 꼬집었고, 추 장관과 윤 총장을 놓고 민주당과 국민의힘이 서로 국정조사를 주장하자 양측을 모두 비판하기도 했다. 독자 노선 찾기에 나섰지만 지지율로 연결되지는 않는 모양새다. 여론조사 기관 갤럽에 따르면 2020년 11~12월 정의당 지지율은 6% 수준에 머문다. 무당층은 꾸준히 상승세다. 

-왜 지지율이 오르지 않을까. 

“방향은 잘 잡았다. 독자 노선 확립하고 정의당이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거대 양당에 실망한 분은 많은데 아직 정의당을 대안이라고 생각하지 못하는 것 같다. 설득력 있고 현실적인 대안으로 여겨지도록 노력할 것이다. 초심을 지킨다면 앞으로 반응해 주실 것이라 생각한다.” 

-갤럽 1주차 여론조사에 따르면 2030 지지율(4.5%)이 4050(10.5%)에 비해 낮다. 

“시간을 두고 보셨으면 좋겠다. 청년세대 전체가 부실해지고 있다. 세대가 계급이 나눠지는 분기점이 된 것이다. 코로나19로 인한 경제 충격은 그 간극을 벌린다. 청년 당사자인 내가 계속 목소리를 내는 수밖에 없다. 특별재난연대세법 발의도 그 연장선이다.” 

장 의원은 2020년 11월 23일 ‘조세특례제한법 일부개정안’ ‘고용보험법 일부개정안’ ‘재난 및 안전관리 기본법’ 3개 법안을 대표 발의했다. 연소득 7000만 원 이상인 개인 중 전년도에 비해 소득이 1000만 원 증가한 개인과, 연소득 100억 원 이상 법인 중 전년보다 소득이 50억 원 이상 증가한 법인에 추가로 소득세와 법인세를 부과하는 내용이다. 추가로 걷힌 세금은 고용보험기금과 재난관리기금으로 사용된다. 

장 의원은 특별재난연대세에 대해 이렇게 설명을 덧붙였다. 

“팬데믹(pandemic·전염병 세계적 대유행) 상황이 알려준 건 우리가 하나로 연결돼 있다는 사실이다. 약한 고리인 경제 취약계층부터 끊어지기 시작하면 결국 사회 전체가 취약해진다. 노블레스 오블리주(noblesse oblige·지도층의 사회적 책임)를 말하는 것이 아니다. 세상이 망하지 않기 위해, 앞으로 우리가 함께 살아가기 위해 필요한 법이다.” 

-각자도생 사회에서 ‘함께 살아간다’는 말이 공허하게 들리는데. 

“재원 마련이라는 현실적 고민의 결과물이기도 하다. 매번 코로나19 긴급재난지원금을 어디서 마련할지가 논쟁 대상이 된다. 물론 능력주의에 입각한 사회에서 노력하지 않은 사람들에게 내 노력을 떼주는 것처럼 느껴질 수 있다. 능력주의에 대한 환상조차 세계가 존속하지 않으면 불가능하다.” 

장 의원은 로버트 프랭크 코넬대 경영대학원 석좌교수가 쓴 ‘실력과 노력으로 성공했다는 당신에게’를 소개했다. 프랭크 교수는 경쟁이 치열한 사회일수록 능력보다 행운이 더 크게 작용한다고 썼다. 장 의원은 “어느 수준까지 올라가는 데 능력이 중요하겠지만 맨 꼭대기에 오르는 데는 능력보다 운이 중요하게 작용한다. 기업도 마찬가지다. 한 기업의 성공은 유무형의 사회적 인프라를 바탕으로 한다. 모든 걸 능력만으로 이뤘다고 생각하는 것은 오만이다.” 

-능력주의가 나쁘다고만 볼 수 있나. 

“노력을 부정하려는 게 아니다. 긍정적 측면도 있다. 다만 능력주의를 논하기 전 사회 전반에 깔려 있는 불평등을 먼저 생각해 보자. 운동장이 기울어질 대로 기울어져서 운동장 자체에 들어오지 못하는 사람들도 있다.” 

-세금은 예민한 이슈다. 특별재난연대세에 공감대가 형성될까. 

“제가 이름을 부를 수 있는 주변 사람들 중에 가난한 사람이 너무 많다. 코로나19가 장기화되자 버티다 삶을 놓고 싶어 하는 사람도 있고, 우울증에 빠진 친구도 있다. 그만큼 절실하다. 가지고 있는 게 몸밖에 없으니 법안 통과를 위해 내가 직접 부딪치는 수밖에 없다.”


차별금지법 국회 내 논의 시작해야

2020년 11월 25일 장혜영 정의당 의원(왼쪽)은 필립 터너 주한 뉴질랜드 대사와 포괄적 차별금지법을 놓고 대담을 나눴다. [장혜영 의원실 제공]

2020년 11월 25일 장혜영 정의당 의원(왼쪽)은 필립 터너 주한 뉴질랜드 대사와 포괄적 차별금지법을 놓고 대담을 나눴다. [장혜영 의원실 제공]

장 의원이 직접 부딪쳐야 하는 법안은 또 있다. 2020년 6월 대표발의한 포괄적 차별금지법이다. 성별·장애·나이·성적 지향·고용형태 등을 이유로 공공영역에서 차별을 금지하는 내용이다. 일부 개신교 단체는 성적 지향이 차별금지 사유에 포함되는 것에 반대한다. 9월 21일 법사위에 상정됐지만 관련 질의는 추미애 법무부 장관에게 찬반 여부를 묻는 것이 전부였다. 

-법사위에서 제대로 된 논의가 이뤄지지 않았다. 

“거대 양당이 판도라의 상자를 열고 싶지 않은 것이다.” 

-차별금지법 통과를 두려워하는 여론이 존재해서가 아닐까. 

“차별금지법이 통과되면 사회질서가 무너지고 나쁜 일이 일어날 거라고 두려워하는 이들이 있는 것을 알고 있다. 이를 해소하기 위해 차별금지법과 유사한 법이 통과된 4개국(영국·뉴질랜드·네덜란드·핀란드) 대사를 만나 대담을 나누고 있다. 해당 국가 국민들이 어제와 같은 오늘을 살아가고 있다는 걸 알리기 위해서다. 반대 측 주장대로 가족제도는 무너지지 않았고 동성애자가 25배 증가하지도 않았다.” 

그는 다시 대화와 토론 이야기를 꺼냈다. 

“만난 주한대사들의 공통 입장은 차별금지법을 도입하려는 쪽에서 반대 쪽 이야기를 경청하고 토론해야 한다는 것이다. 대화를 시작하는 것이 중요하다. 두려움을 말한다면 그 두려움을 해소할 수도 있을 것이다. 민주당이 차별금지법과 유사한 평등법 발의를 추진하고 있다. 발의 후 법안 심사 영역으로 넘어가는 단계를 기다리고 있다. 국회에서 활발할 논의가 이뤄지길 바란다.” 

-국회 밖에서 반대하는 이들과 이야기를 나눴나. 

“정말 많이 해봤다. 이전 국회에서 차별금지법이 발의됐을 때 법안 내용도 보지 않고 마냥 비난하는 경우가 많았다. 사회 분위기가 무르익은 것인지 법안 내용에 대한 구체적 질의가 들어온다. 종교·표현의 자유 침해를 지적하기도 하고, 도덕 문제를 왜 법으로 강제하느냐는 비판도 받는다. 답변을 드리면 오해를 푸는 분들도 있다. 서로 대화하려는 자세를 보이고 있다고 느낀다. 차별금지법을 찬성하는 쪽에서도 반대편을 대상화하는 경우를 종종 본다. 상대방을 ‘고집불통’으로 규정해 버리는 순간 대화 여지는 사라진다.” 

-법이 인식보다 선행돼야 할까. 

“반반이다. 인식 변화가 법 개정을 견인하는 경우도 있지만 그 반대도 있다.” 

장 의원은 필립 터너 주한 뉴질랜드 대사와의 만남을 기억했다. 

“터너 대사는 ‘인권법 도입 이후 차별 관련 중재 사항이 재판까지 가는 경우는 소수’라고 했다. 다만 차별을 받았다고 주장하는 사람과 차별을 하지 않았다고 주장하는 사람이 이야기를 나누게 된다는 것이다. 그러다 보면 서로 납득한다고 한다. 이 지점이 중요하다. 법이 인식을 바꾸는 것이다. 지금은 차별받는 사람이 그 고통을 혼자 해결해야 한다. 포괄적 차별금지법은 절차에 따라 국가가 차별에 대한 대화와 토론의 장을 열어주는 것이다.”


거대 양당 당내 민주주의 작동하지 않아

-국회 내 대화와 토론의 장은 살아 있나. 장 의원 말을 종합하면 부정적 생각이 드는데. 

“희망이 아주 없다고 생각지 않는다. 12월 2일 본회의에서 법안 100여 개가 통과됐다. 통과된 법안은 삶의 확실한 변화로 이어진다. 국회에서 검찰개혁 이야기만 나와 잘 알려지지 않지만 자기 자리에서 묵묵히 일하시는 분이 많다. 동료 의원들과 만나서 이야기 나눠 보면 한 쟁점을 두고 다양한 의견이 나온다. 다만 국회·당내 민주주의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아 자신의 컬러를 드러내는 걸 주저하는 것이다.” 

-의회민주주의가 제대로 작동하기 위해서는. 

“의원직을 시작하기 전에는 공화주의가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오히려 지금은 자유주의의 필요성을 느낀다. 한 사람의 개인으로 번민하고 자기 생각을 갖는 게 중요하다. 자기 생각을 갖고 의견을 내는 게 두려워지는 세상이다.” 

2020년 12월 10일 국회 본회의가 시작되기 전 장 의원은 자신의 SNS에 “영혼이 새까맣게 타버리는 것 같다. 너무 괴롭다”고 썼다. 기권표를 내기 전 그의 고민이 엿보인다. 이틀 전 ‘두려움’에 대한 질문에 그는 이렇게 답했다. 

“‘난 생각이 달라’에 인생을 걸어야 하는 일은 힘들다. 그래도 나는 그렇게 하는 것이 맞다고 생각한다. 남과 생각이 달라도 그걸 말할 수 있는 게 민주주의의 시작이 아닐까.”



신동아 2021년 1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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