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9월호

[시마당] 음소거된 사진

  • 황유원

    입력2021-09-05 10: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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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사진은 음소거되었다
    밖에서 개들이 미친 듯이 짖어대고 있지만
    들리지 않는다
    두 명의 사제가 천개(天蓋) 아래 담요를 덮고
    곤히 잠들어 있을 뿐
    그 옆에 개 한 마리 몸을 말고
    함께 잠들어 있을 뿐
    발전기의 소음 들리지 않는다
    풀벌레 소리도 들리지 않아
    바람은 한 찰나에 멈춰 있어
    더 이상 불지 않는다
    굳어버린 깃발은 바람이 어떤 온도로 불어오고 있는지에
    대해 아무것도
    말해주지 않는다
    사원의 종소리는 들리지 않는다
    맞은편 건물 옥상 리버뷰 레스토랑의 푸른 불빛도
    보이지 않는다
    그러나 이 사진은 이 모든 것 그 이상을 말해준다
    수면은 얼어붙은 듯 잠잠하고
    그 위에 묶인 배들의 고요
    나는 이 사진을 아직 찍지 않았다

    황유원
    ● 1982년 울산 출생
    ● 2013년 문학동네 신인상
    ● 2015년 김수영문학상 수상
    ● 시집 ‘너의 아름다움이 온통 글이 될까봐’ ‘세상의 모든 최대화’ 발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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