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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여, 남편의 수음(手淫)을 許하라!”

리비도는 수컷의 원초적 본능[난임전문의 조정현의 ‘생식이야기’]

  • 난임전문의 조정현

“아내여, 남편의 수음(手淫)을 許하라!”

“평생 자유의지대로 살았다”고 말한 세기의 바람둥이 카사노바. [GettyImage]

“평생 자유의지대로 살았다”고 말한 세기의 바람둥이 카사노바. [GettyImage]

자코모 카사노바(1725~1798)는 동서양을 막론하고 ‘세기의 바람둥이’로 통한다. 하지만 그가 단순히 미남 난봉꾼이기만 했다면 수많은 백작 부인을 사로잡진 못했을 것이다. 이탈리아 배우와 성악가의 아들로 태어난 그는 한때 베네치아 대주교로부터 신품을 받기도 한 문필가이자 모험가였다. 라틴어·그리스어·프랑스어·히브리어·스페인어·영어를 완벽하게 구사했고 고전문학·신학·법학·자연과학을 섭렵한 것에 더해 춤·펜싱·승마에 이르기까지 못하는 게 없었다.

“평생 122명의 여자를 안았다”는 카사노바는 73세에 “철학자로 살다 그리스도인으로 떠난다”는 말을 남기고 영면했다. 유럽 각지를 방랑하면서 자신이 행한 모험과 엽색(獵色) 행각을 담은 회고록 서문에서 그는 “나는 인생을 살아오면서 내가 행한 모든 일이 선한 일이든 악한 일이든 자유인으로서 내 자유의지에 의해 살았다”고 밝혔다. 축약하면 본능에 충실했다는 얘기다.

남편의 수음에 질책보다 이해가 절실

남성의 성욕은 본능적이고 동물적이다. 어떠한 남성이라도 법과 시선으로부터 자유롭거나, 생활환경과 경제적 능력이 허락된다면 엽색(獵色)의 본능을 억제하기란 쉽지 않다. 카사노바의 말처럼 리비도(성욕)가 성인의 가르침보다는 하늘의 뜻(생물학적, 자연)에 따르는 것이라고 한다면, 여성들에게 몰매 맞을 일이겠지만 생물학적으로는 어쩔 수 없는 일이다.

남자의 사랑에는 마음의 세계와 욕구의 세계가 달리 존재한다. 또 사랑하는 마음이 절절하다 해도 리비도에는 한계효용체감의 법칙이 적용된다. 아무리 성교의 기술이 발전하고 애정이 더 깊어졌더라도 익숙함과 편안함 너머의 욕구를 숨길 수 없다는 것이다. 그래서 사랑과 리비도가 따로 놀 때가 있다. 남성의 리비도는 거룩하고 아름다운 사랑과 전혀 무관하게 강렬해질 수도 있는, 배설의 욕구를 따른다. 다름 아닌 사정(射精)이다.

성욕은 상상에 의해 일어나지만 시각, 청각, 촉각에 의한 흥분이 페니스에 직접 발동을 걸어 ‘발기’라는 현상으로 나타난다. 설사와 소변을 참을 수 없는 것처럼 발기도 마찬가지다. 발기는 사정(射精)을 위해 어떤 핍박과 설움에도 굴하지 않고 호시탐탐 기회를 노리며 오뚜기처럼 다시 일어날 수 있다. 때로는 욕구에 의해 사랑이 무시되기도 한다. 강렬한 욕구일수록 마치 사랑할 때처럼 이성을 마비시키고 판단력을 흐리게 만든다. 양심과 도리, 정(情), 의리, 염치, 자식, 책임 등을 저버리고 법까지 무시하게 만들 수 있다.



이것은 수컷의 숙명이자 비애다. 마치 과녁에 맞히기 위해 수없이 많은 화살을 무작위로 날려 보내야 하는 정자의 운명처럼 말이다. 은하계에 약 5000억 개의 별이 있듯이 남성의 고환에서 평생 만들 수 있는 정자 수가 약 5000억 마리에 이른다. 첫 몽정을 시작으로 60대까지 1년마다 100억 마리 정자를 생산해 내며, 어떠한 방식으로라도 세상 밖으로 내보내야 한다. 단순히 사랑, 성욕, 발기, 사정, 정력 등으로 설명할 수 없는 자연의 세계다.

난자는 한 달에 한 번 단 하나가 배란되는데, 정자는 왜 그렇게 많이 생산되고 내보내지는 걸까. 답은 극명하다. 확률 전쟁에서 살아남기 위한 어쩔 수 없는 선택이다. 수백만 마리 정자가 절묘한 타이밍(배란일)에 난자와 만나더라도 수정(자연임신)될 확률은 15%밖에 안 된다. 그러니 정자 처지에서는 사춘기 이후 일생 동안 쉼 없이 생산하고 사정할 수밖에 없다. 그것이 숙명이기 때문이다. 여성은 배란과 임신, 출산, 육아 등에 의해 리비도가 절제되거나 표출되는 반면, 남성은 종족 보존에 관심이 없다고 해도 생식 본능에 따라 리비도를 충동적이고 공격적으로 드러낼 수밖에 없도록 인체가 설계돼 있다.

수컷의 본능, 남성의 충동을 생물학적으로 이해한다 해서 외도를 두둔할 마음은 추호도 없다. 그저 세상의 아내들이 남편의 리비도를 제대로 이해하기를 바랄 뿐이다. IVF(시험관아기 시술)를 통해 힘들게 임신에 성공한 여성 중에는 “남편의 성욕이 너무 강한데, 임신 기간에 어떻게 해야 하나”라고 걱정하는 이들이 더러 있다. 의사이자 남자로서 “(남편의 성욕에) 측은지심으로 조심스럽게 응대해 주라”고 조언하는 편이다. 만약 짐승을 보는 듯한 눈빛과 말로 남편의 리비도를 무시하면 남편은 아무리 아내를 사랑하더라도 배설의 욕구를 끝내 참지 못하고 사고를 낼 수 있다.

남성은 마치 어린아이와 같아서 아내를 열렬히 사랑해도 자존심이 상하거나 자신이 거부되는 것을 참지 못한다. “오직 너만 사랑해”라는 고백이 거짓이어서가 아니다. 남성은 무의식에 지배받는 동물적 감각의 소유자라는 걸 잊어서는 안 된다.

남편이 건강하고 성욕이 넘친다면 고마운 일이다. 한 가지 당부하자면 세상의 아내들은 남편의 수음(手淫·손이나 다른 물건으로 자기의 성기를 자극해 성적 쾌감을 얻는 행위)을 생물학적으로 이해하며 묵인해 줘야 한다. 만약 수음에 대해 아내가 심하게 문책한다면 남편은 10대 청소년처럼 죄의식에 사로잡혀 수치심과 후회에 사로잡힐 수 있다. 수음은 죄가 아니다. 타인에게 아무런 해를 주지 않으면서 스스로 넘쳐나는 성욕을 해결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다. 물론 오르가슴의 질이 떨어진다는 취약점이 있긴 해도 이토록 손쉽고 편하게 응용할 수 있는 방법이 또 있으랴. 비대면을 보장하는 가장 훌륭한 대처 방법이 아닐 수 없다. 다만 야한 동영상으로 수음만을 반복하며 부부관계를 등한시해선 안 된다. 자연임신율이 낮아질 뿐 아니라 부부관계의 질까지 떨어지게 된다.

넘치는 리비도는 건강함의 상징

꾸준한 운동은 리비도 감퇴를 막는 데 도움을 준다. [GettyImage]

꾸준한 운동은 리비도 감퇴를 막는 데 도움을 준다. [GettyImage]

최근 한국 성인 3명 중 1명(36%)은 섹스리스(성교 횟수가 연 10회 미만, 월 1회 미만)인 것도 모자라서 20대 섹스리스가 42%에 달한다는 통계가 나왔다. 걱정이다. 결혼 기피와 만혼도 섹스리스에 한몫한다. 생식학적으로 비극이 아닐 수 없다.

1인 가구, 혼밥·혼족의 시대다. 동물적인 본능에 사로잡힐 수밖에 없는 남성이 자연의 순리를 거스르고 비생식의 일상을 보내는 것은 큰 문제다. 싱글 남성이 자위 외에 성욕을 해결할 수 있는 의학적 방법이 있을까.

첫 번째로 억제, 억압(Repression)이라는 정신기전이 있다. 참는 것, 즉 인내를 말한다. 무조건 참으라고? 아니다. 남성에게 리비도는 곧 에너지다. 리비도를 에너지로 얼마든지 돌릴 수 있다. 예를 들어 자신이 몰입할 수 있는 것으로 목표를 달성하게 되면 ‘승화’라는 높은 차원의 무언가를 만들어낼 수 있다.

두 번째로 마네킹을 이용하는 방법도 대체 방법이 될 수 있다. 최근 인공지능(AI)의 발전으로 더 정교하고 유혹적인 마네킹이 만들어진다고 한다. 단 나만의 것이 필요하다. 친구의 마네킹을 빌려 사용했다가 성병에 걸렸다는 얘기도 들린다. 넘치는 리비도(성욕)는 건강함의 상징이며, 결국 에너지가 넘치고 있다는 증거다. 하지만 그 어떤 것도 영원한 건 없다. 아무리 리비도가 강렬해도 나이를 거스르지는 않는다. 여성이 폐경기를 맞이하듯이 남성도 갱년기를 맞이하면 근력이 저하되고 성욕 감퇴, 발기부전을 경험하게 된다. 단순히 남성호르몬인 테스토스테론 분비량이 줄어서일 수 있지만 노화가 진행되면 신체 곳곳에 고장이 나거나 문제가 생길 수 있다.

한 가지 팁을 주자면, 갱년기라고 해도 술과 담배를 끊고 꾸준히 운동해 보라. 체중을 줄이고 뱃살을 빼면 남성호르몬 분비가 원활해져 리비도(성욕)가 사라지지 않는다. 남편의 객기와 바람기를 눈감아주며 믿고 기다려준 아내에게 뒤늦게라도 제대로 된 사랑을 선물할 때다.

#조정현난임 #카사노바 #리비도 #신동아


조 정 현
● 연세대 의대 졸업
● 영동제일병원 부원장. 미즈메디 강남 원장. 강남차병원 산부인과 교수
● 現 사랑아이여성의원 원장
● 前 대한산부인과의사회 부회장




신동아 2021년 9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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