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10월호

세계 최고 성능 K-9·K-2·K-21… ‘강철비’보다 무서운 ‘신기전’ 천무

세계 방산 시장으로 진격한 K-무기체계 7종 大해부

  • 양욱 아산정책연구원 부연구위원

    naval@nate.com

    입력2022-10-09 10: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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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K-9 자주포 도입 시 국가 책임질 포병전력 구축 가능

    • 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전차, K-2

    • 미국 무기와 찰떡궁합 경공격기 FA-50

    • 입체고속 기동전 첨병, AS-21 레드백·K-21 장갑차

    • UAE가 탄도미사일 요격하는 천궁-II 도입한 이유

    • 사격반응시간 16초 다연장로켓 K-239 천무

    • 휴대형 대공미사일 신궁, 휴대용 대전차미사일 현궁

    FA-50. [KAI]

    FA-50. [KAI]

    K-방위산업이 뜨겁다. 2020년대 연평균 수출액 30억 달러를 기록하던 우리 방산은 지난해 수출액 70억 달러를 기록했다. 판매처도 다양해졌다. 아랍에미리트연합(UAE), 이집트 등과 올해 상반기에 계약을 체결했다. UAE는 한국의 지대공미사일 ‘천궁-Ⅱ’를 4조4000억원 가량을 들여 도입하겠다고 밝혔다. 이집트와는 K-9 자주포 등 지상 무기 수출 계약을 맺었다. 수출 규모가 2조 원이 넘는다. 오스트레일리아와 노르웨이도 한국의 무기체계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현재 이 두 나라는 한국과 세계 최고 수준의 유럽 방산업체를 두고 저울질하고 있다.

    잭팟은 폴란드에서 터졌다. 폴란드가 한국산 전차와 자주포 1600대 이상을 사들이기로 결정한 것. 한국산 전투기도 48대가 판매될 예정이다. 사업 총액만 해도 150억 달러(약 20조 원) 규모다. 지원 장비와 군수 지원까지 합치면 최대 매출액은 300억 달러를 넘을 것으로 보인다.

    중동과 아프리카에 이어 유럽권에서도 한국산 무기를 사들이자 세계 각국 군대가 ‘K-무기체계’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불과 4~5년 전만 해도 ‘한국산 무기의 유일한 장점은 가성비(가격 대 성능비)’라는 평가가 지배적이었다.

    지금은 한국 무기를 저가 양산품이라고 보는 곳은 드물다. 수년간의 자체 무기 개발을 통해 첨단 무기체계를 갖추는 데 성공했기 때문이다.

    물론 지금의 무기체계로 방산업계 명실상부 1위 국가인 미국의 경지를 넘보기는 어렵지만 세계시장에서 높은 점유율을 자랑하는 유럽 방산기업들의 위치는 넘보고 있다. 실제로 프랑스, 이탈리아 등의 방산업체는 한국을 강력한 경쟁자로 인식하고 있다. 그렇다면 한국의 방위산업을 세계가 주목하게 만든 핵심 무기체계는 무엇일까. 7종의 무기체계를 선정해 살펴보기로 한다.



    ① K-9 자주포

    한국군 주력 자주포 K-9. [동아DB]

    한국군 주력 자주포 K-9. [동아DB]

    K-9자주포는 베트남전쟁 때 활약하던 미국산 자주포 M109를 대체하기 위해 개발된 무기다. K-9가 개발되기 전까지 한국군은 M109를 면허 생산한 K-55 자주포를 주로 운용했다. K-55는 기동력과 방어력을 빼면 일반 견인포와 다르지 않다는 단점이 있었다. 자동장전도 불가능했고, 매번 포를 쏠 때마다 ‘스페이드’라는 장치로 포를 고정해야 했다. 자주포의 장점은 견인포에 비해 방열이 빠르다는 점인데 이를 살리지 못했다. 군에서는 K-55를 두고 ‘궤도 달린 견인포’라고 부르기도 했다. 물론 지금의 K-55는 개량을 거쳐 성능이 향상됐다.

    사거리도 문제였다. 당시 군의 주 전력이던 K-55 자주포의 최대사거리는 24㎞. 이때 독일이 사거리 40㎞급 자주포 판저하우비츠-2000(PzH-2000) 개발을 시작했다. 이 자주포가 타국에 실전 배치되면 K-55로는 대응이 어려워진다. 국방력 유지를 위해 국내에서도 국군 무장을 위해 국방과학연구소와 삼성테크윈(현 한화디펜스)이 사거리 40㎞급 자주포 K-9 개발에 나섰다. 1989년 K-9 자주곡사포 체계 연구를 시작해 1992년부터 본격적으로 개발했다.

    K-9은 사거리 40㎞급 타격, 높은 발사 속도, 명중률 향상, 기동성 및 생존성 향상, 포탄 화력 증대, 사격통제 자동화 등 6개 요소에 중점을 두고 개발됐다. 개발은 결코 쉽지 않았다. 충격완화 장치인 유기압 현가장치부터 문제였다. 차량으로 말하면 서스펜션에 해당하는 장치다. 당시만 해도 무기에 이 장치를 사용하는 사례가 드물었다. 사례가 없다 보니 설계변경을 반복해 가며 개발할 수밖에 없었다.

    세계 최고 성능 뽐내며 가격도 저렴

    개념 연구에서부터 9년, 탐색 개발에서 6년이 지난 1998년 비로소 K-9 실전 배치가 시작됐다. K-9은 길이가 무려 8m에 이르는 155㎜ 52구경 장곡사포를 사용한다. 여기에 K307 항력감소고폭탄(BB/HE)을 사용하면 최대 사거리는 40㎞에 달한다. K315 로켓보조추진탄(HE-RAP)을 사용하면 최대 사거리는 54㎞까지 늘어난다. 서울에서 포를 쏘면 평택에 닿을 정도다. 또한 사격통제장치가 자동화돼 있다. 타격할 장소를 확인한 뒤 30초 이내에 초탄 발사가 가능하다. 초탄 발사 후 빠르게 다음 탄을 사격하는 급속사격 시에는 15초 동안 3발을 발사한다. 분당 최다 6발을 발사할 수 있다.

    외국 자주포들과 성능을 비교해 보면 장점은 더욱 명확하다. K-9은 세계 최강 미국의 주력 자주포인 M109A6 팔라딘보다 사거리, 발사 속도, 생존성, 탄약 적재량, 기동성 등 모든 면에서 우월하다. 영국제 AS90 자주포보다도 사거리, 발사 속도, 기동성 등에서 앞선다. 세계 최강으로 일컬어지는 독일제 PzH2000과 비교하면 사거리와 대응 능력이 동일하다. 발사 속도나 탄약 적재량이 약간 부족하지만, 기동성은 오히려 뛰어나다. 한마디로 세계 최고의 자주포와 어깨를 나란히 하고 있다는 말이다.

    가격경쟁력은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현재 우리 군 주역인 K-9A1의 양산 가격은 40억 원이다. 이에 반해 K-9과 성능이 거의 비슷한 PzH2000의 대당 가격은 약 220억 원이다. PzH2000은 생산국인 독일이 108문을 군에 도입한 것을 포함해 총생산량이 약 350문에 불과하다. 수량이 적으니 가격이 비쌀 수밖에 없는 구조다.

    K-9은 우리 군이 1000문 이상을 도입했다. 총생산량은 1300여 문. 규모의 경제를 이루었기에 가격경쟁력을 갖췄다. 우리 군이 운용하는 양도 충분하므로 중고 판매도 가능하다. 핀란드나 에스토니아는 50억~60억 원에 K-9 중고 개량형을 도입했다. 100문을 도입하는 인도는 대당 75억 원의 가격에 신규 자주포를 도입한다.

    K-9이 잘 팔리는 이유가 가성비 덕분만은 아니다. 무기의 판매량을 결정하는 것은 가격과 제원상의 성능만은 아니다. 얼마나 실전에 자주 사용됐는지, 어떤 전장에 주로 쓰이는지도 중요하다. K-9은 세계에서 가장 촘촘한 포병 전력을 갖춘 북한군에 대응하고자 만들어진 무기체계다. 적의 포병 공격에 대응할 수 있는 대포병사격 능력도 갖췄다. 실제 2010년 연평도 포격전에서 해병대의 K-9은 적에게 기습을 받고도 생존한 4문이 80발을 발사하면서 대응사격에 성공한 바 있다.

    K-9은 지금도 진화하고 있다. 현재 승무원 5명이 탑승하는 K-9은 미래 병력 부족에 대응해 포탑을 무인화한 K-9A2, 무인화 운용을 목표로 한 K-9A3 등이 계획되고 있다. K-9을 도입하면 성능 좋은 자주포를 사는 것에 그치지 않고, 미래에도 한 국가를 책임질 포병 전력을 갖출 수 있다.

    ② K-2 ‘흑표’ 전차

    K-1에 이어 한국이 두 번째로 자체 개발한 전차 K-2 흑표. [동아DB]

    K-1에 이어 한국이 두 번째로 자체 개발한 전차 K-2 흑표. [동아DB]

    K-2 흑표 전차(이하 K-2)는 대한민국이 2번째로 자체 개발한 주력 전차다. 현대적 전차는 기동성, 화력, 조준 능력, 표적 연계 및 지휘정보통신망 구축 능력(Command, Control, Communication, Computer and Intelligence·이하 C4I) 등의 기준으로 세대가 갈린다. 대부분 국가의 주력전차는 3세대로 우리 군의 주력인 K-1과 K-1A1 전차가 이에 해당한다. K-2는 3.5세대 전차로 분류된다. K-1 전차는 미국 M1 에이브럼스 전차의 설계도를 구매해 개발한 탓에 수출이나 개량 등의 한계가 있었다. 반면 K-2는 국내 독자 개발 전차다. 수출·개량이 자유롭다는 장점이 있다.

    그래서일까. K-2전차는 개발 완료 시점부터 외국 군대의 관심을 받았다. 1995년 개발이 시작돼 2008년 전투 사용 가능 판정을 받았다. K-2는 2007년 튀르키예의 전차 개발 사업에서 레오파르트 2A6(독일)나 르클레르(프랑스) 등 다른 3.5세대 전차를 제치고 차기 전차로 선정됐다. 신형 전차를 개발하자마자 튀르키예에 기술을 수출하게 된 것이다.

    K-2는 시작부터 가능성과 문제점이 혼재한 무기체계였다. 가장 큰 문제는 전차의 엔진과 변속기의 결합체인 파워팩이었다. K-2에 들어가는 1500마력의 파워팩을 국산화하기로 했으나, 국내 제작사의 기술 부족으로 만족할 만한 성능이 나오지 못했다. 엔진 개발은 두산인프라코어가, 변속기는 S&T 중공업이 맡았다. 두 회사의 합작품인 국산 파워팩이 나오긴 했으나 2013년 국방부의 내구도 테스트를 통과하지 못했다.

    이를 대체하기 위한 독일제 변속기 역시 결함투성이였다. 시제 차량에 탑재하려 수입한 파워팩 5대에서만 27건의 결함이 발생했다. 이로 인해 K-2는 2015년에야 1차 양산분이 본격적으로 실전 배치됐다.

    K-2는 성능 측면에서는 세계 어느 나라의 첨단 전차에 비교해도 뒤지지 않는다. 120㎜ 활강포에 자동장전 장치를 갖추고, 표적 자동 탐지 및 추적 장치 등 최첨단 사격통제 시스템을 갖췄다. 쉽게 설명하면 험난한 지형을 주파하면서도 목표를 정확히 명중시킬 수 있다. 헬리콥터 등 비행무기도 무력화할 수 있는 무장도 갖추고 있다.

    화력 외 부분도 뛰어나다. K-2는 세계 최초로 반능동 유기압식 서스펜션을 채용했다. 이는 노면의 상황을 센서가 미리 파악해 서스펜션을 조정하는 방식이다. 이를 통해 험지 주파 능력을 갖춘 것은 물론 전차의 자세제어도 수준급이다. 동적궤도장력조절기도 세계 최초로 채용해 궤도가 끊어질 염려 없이 작전이 가능하다. 우리 군이 아직 채용하지는 않았지만 능동방어체계(Active Protection System·이하 APS)도 장착 가능하다. APS는 전차를 향해 날아오는 로켓이나 미사일을 막는 장치다. 파편이나 탄약을 발사해 해당 무기가 전차에 닿기 전에 파괴하는 방식이다.

    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전차

    우리 군은 K-2를 충분히 확보하지는 못했다. 애초에 국방부는 M48 패튼전차와 K-1 초기형의 교체를 감안해 680대를 양산하고자 했으나, 현재 3차분까지 260대를 확보하는 데 그쳤다. 대당 가격은 애초에 68억 원으로 예상했지만 양산 지연과 생산 분량의 감소에 따라 대당 83억 원으로 상승했다. 양산 대수에 따라 달라지겠지만 K-2의 해외 판매가격은 110억 원 수준으로 추정된다. K-2와 경쟁할 전차의 베스트셀러인 독일군 주력 전차 레오파르트 2A7은 1500만 달러 수준으로 한국 돈 200억 원에 달하는 고가다. K-2 전차는 규모의 경제를 확보하지 못하고도 가격경쟁력을 갖췄다.

    K-2 역시 가성비만으로 세계시장의 관심을 받는 게 아니다. 가장 큰 매력은 성능이다. 현존하는 3.5세대 전차 가운데 가장 높은 성능이라고 세계적으로 인정받고 있다. 물론 현대전에서 전차 전투에 대한 관심이 줄어들고 있지만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전쟁만 봐도 전차의 중요성을 알 수 있다. 전차는 여전히 육상 전략 핵심 자산이다. 고성능 전차가 없다면 지상에서 장기간 작전을 수행하면서 목표물을 파괴하고 점령하는 일이 어려워진다. 미래에 공격헬기나 드론, 대전차미사일 등이 더욱 발달하더라도 전차는 여전히 중요한 무기다. 지상 작전에서 전차를 대체할 만한 수단이 없기 때문이다. K-2는 현재 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전차로 인정받고 있다. 특히 폴란드가 전차의 명가인 독일 전차를 제치고 선정했다는 점이 주목할 만하다.

    ③ FA-50 ‘골든이글’ 경공격기

    FA-50은 국내 최초 자체 개발에 성공한 초음속기 T-50에 무장을 달아 경공격기로 개조한 무기다. [KAI]

    FA-50은 국내 최초 자체 개발에 성공한 초음속기 T-50에 무장을 달아 경공격기로 개조한 무기다. [KAI]

    FA-50은 최초의 국산 제트항공기이자 초음속 훈련기인 T-50 골든이글의 전투기 버전이다. 마치 과거 T-38 훈련기가 F-5 전투기가 됐듯 T-50 훈련기에 각종 항전 장비와 무장을 장착하면 FA-50 ‘경공격기’가 된다. 경공격기로 분류하는 것은 공대공 전투에 특화된 전투기로는 능력이 부족하며 폭장량이 한정돼 지상 공격 임무도 제한적이란 뜻이다.

    그럼에도 FA-50은 2선급의 경전투기로 분류될 수 있다. 애초에 고등훈련기로 개발됐다. 세계 최초의 초음속 고등훈련기로서 공대공 전술을 익히는 데 부족함이 없다. 사실 FA-50/T-50은 그 뿌리를 F-16에 두고 있다. F-16을 국내에서 삼성항공(현 KAI)에서 양산하면서 절충교역으로 항공기 제작 기술을 받았다. 이 기술을 이용해 개발한 국산 제트항공기가 T-50/TA-50/FA-50이다. 즉 당시까지의 F-16 제작 기술을 모두 담아 초음속 훈련기로 만든 ‘작은 F-16’이 바로 T-50과 그 뒤로 이어진 FA-50이라는 말이다.

    실제 전투기로서는 FA-50의 성능은 준수하다. 예산 문제로 다양한 무장을 갖추진 못했지만 전투의 기초는 갖췄다. 대공미사일의 대명사인 AIM-9 사이드와인더와 공대지미사일의 대표 격인 AGM-65 매버릭을 운용하며, JDAM 등 정밀 유도폭탄을 투하할 수도 있다. 최소한 북한의 MiG-21이나 MiG-23에는 승리할 수 있지만 MiG-29와의 승부에선 승리를 장담할 수 없다.

    그러나 블록 10 업그레이드로 정말타격 능력을 보유하고, 블록 20 업그레이드로 중거리 공대공 교전 능력을 갖게 되는 등 성능이 개량될 예정이다. 결론적으로 전투기로서의 성능이 부족하지 않으며, 우리 공군에서도 F-5를 대체해 임무에 투입되고 있다.

    미국산 전투기와 찰떡궁합

    개발 직후에는 FA-50을 구매할 국가가 많지 않아 보였다. 공군이 F-5의 퇴역에 따른 전력 공백을 메우기 위해 60대를 구매했으며, 현재 40대의 추가 구매가 거론되고 있다. 2013년 이라크가 24대, 2014년에는 필리핀이 12대를 구매했다. 이 두 국가는 모두 전투기 전력이 턱없이 부족한 국가로 반군 세력과 교전을 반복하고 있다. 필리핀은 FA-50을 유용하게 사용해 반군 지도자인 아부 사야프를 FA-50 공습으로 제거하기도 했다.

    2022년 7월에는 폴란드가 FA-50 48대를 도입하겠다고 밝혔다. 물론 훈련기와 콤비를 이루는 경전투기·경공격기 시장은 과거부터 존재해 왔는데, 특히 BAE 호크(영국), 에어로 L-159(체코) 등이 과거 경공격기 시장을 장악했다. 현대에 들어서는 아에르마키 M-345와 Yak-130에 더해 FA-50이 시장에서 경쟁 중인데, 다소 고가인 FA-50이 불리한 상황이었다. 하지만 미국 또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표준의 무기체계에 주력 전투기의 부족을 적절한 예산으로 메우고자 하는 국가에 FA-50은 좋은 대안이 되고 있다. 특히 폴란드는 F-16을 주력으로 사용 중으로 MiG-29 전투기를 우크라이나에 주면서 부족해진 전투기 전력의 공백을 메워야만 했다. 현재 미국에서 F-16의 신속한 추가 도입이나 중고기 도입조차 쉽지 않은 상황에서 무려 7000만 달러(약 960억 원)나 하는 F-16 최신형의 절반 가격에 필요한 성능을 갖춘 FA-50(약 550억 원)은 폴란드 처지에서 그야말로 최적의 대안으로 보인다. 폴란드의 운용 경험을 바탕으로 유사한 상황에 있는 국가들이 FA-50을 구매할 가능성은 점점 높아지고 있다.

    ④ AS-21 레드백 / K-21 장갑차

    2012년 경기 여주시 남한강 일대 육군 20사단 혹한기 전술훈련에서 K-21 장갑차가 도하 훈련을 하고 있다. [동아DB]

    2012년 경기 여주시 남한강 일대 육군 20사단 혹한기 전술훈련에서 K-21 장갑차가 도하 훈련을 하고 있다. [동아DB]

    AS-21 ‘레드백’은 대한민국 육군의 K-21 보병전투장갑차를 호주 육군용으로 고친 무기다. 현대적 장갑차는 병력수송차(Armored Perssonel Carrier·APC)에서 보병전투차(Infantry Fighting Vehicle·IFV)로 발전해 왔는데, 대한민국 육군은 국산 병력수송차인 K-200을 대체하는 보병전투차로 K-21을 2007년 개발해 2010년부터 야전 테스트를 거쳐 실전 배치했다. K-21은 명실공히 대한민국의 주력 보병전투차로, 입체 고속기동전의 주역으로 자리 잡았다.

    3명의 승무원과 9명의 보병이 탑승하는 K-21은 전투중량 25t에 750마력 파워팩으로 최고 70㎞/h, 야지에서는 40㎞/h로 달릴 수 있다. 에어백식 수상부양장치를 장착해 6㎞/h로 하천 도하도 가능하다. K-21의 대표적 무기체계는 40㎜ 중구경 기관포로, 현존 보병전투차 가운데 가장 강력한 기관포를 장착하고 있다. 40㎜ 포탄을 채용한 덕에 날개안정철갑탄과 복합기능탄으로 기갑차량, 엄폐화된 표적 타격은 물론 항공기와도 교전할 수 있다. K-21은 2016년 3차분까지 생산되며 400여 대가 만들어졌다.

    AS-21 레드백은 호주 육군의 요구에 따라 강철제 장갑과 증가 장갑을 채용했다. 무게가 늘었으니 이에 대응해 구동장치를 바꿨다. AS-21은 K-21과는 다르게 K-9 자주포의 파워팩을 채용했다. 또한 호주군의 요구에 따라 현지에서 개발된 T2000 포탑에 부시마스터 30㎜ 기관포를 장착하고 스파이크 대전차미사일과 능동 방어체계 등도 탑재했다. 이렇게 현지화된 설계로 레드백은 독일 라인메탈의 링스 KF-41 장갑차와 함께 호주 장갑차 사업에서 최종 후보가 됐다.

    AS-21 레드백의 설계는 21세기 전투차량의 요구조건을 충족한다. 세계 방산 시장에서 승부를 펼칠 수 있는 가능성도 충분하다. 실제로 한화는 미국의 차세대 유무인 장갑차사업(OMFV)에 레드백 설계를 바탕으로 시제 차량을 구상하고 있다. 또한 폴란드도 방산계약사업의 후속 사업으로 레드백 장갑차에 관심을 보였다.

    ⑤ 천궁-II 탄도탄요격용 미사일

    2017년 11월 2일 충남 보령시 방공유도탄사령부 대천사격장에서 천궁-II 미사일을 시험발사하고 있다. [동아DB]

    2017년 11월 2일 충남 보령시 방공유도탄사령부 대천사격장에서 천궁-II 미사일을 시험발사하고 있다. [동아DB]

    천궁-II는 북한의 탄도미사일을 요격하기 위한 중거리 요격미사일이다. 한국은 1990년대부터 공군 주도하에 러시아의 S-300 기술을 바탕으로 ‘철매-II’(나중에 ‘천궁’으로 재명명) 지대공미사일을 개발하기 시작했다. 노후화된 나이키 미사일과 호크 대공미사일을 교체하려 새 미사일 개발을 시작했지만, 궁극적으로는 북한의 탄도미사일까지 요격할 수 있는 ‘한국형 패트리엇’ 미사일을 만드는 것이 목표였다.

    한국형미사일방어체계(Korea Air and Missile Defense·KAMD)가 구체화된 2006년경부터 대공미사일 천궁 시리즈의 개발이 시작됐다. 우선 항공기 요격이 가능한 천궁 블록1이 2011년 개발을 완료했다. 탄도탄까지 공중에서 요격할 수 있는 블록2형 ‘천궁-II’는 2017년 개발이 완료되면서 2021년부터 본격 양산에 돌입했다. 공군은 우선 7개 포대만을 도입했는데, 북한의 대량살상무기(WMD) 위협이 심해지면서 포대를 20여 개로 증강하기로 했다. 또한 천궁 블록3형도 개발돼 협동교전과 상승 단계 요격 능력까지 갖출 것으로 보인다.

    천궁-II는 개발 과정이 독특하다. 러시아의 미사일 기술을 바탕으로 미사일과 발사관을 개발하되, 성숙도가 높은 미국과 NATO 표준 기술을 결합해 개발했다. 국내 개발 무기체계로는 특이하게 러시아 기술을 도입했다.

    당시 러시아는 경제적 한계로 신규 미사일 개발이 어려운 상황이었다. 이를 활용해 한국은 사실상 러시아와 공동으로 신형 미사일을 개발했다. 그 결과 러시아는 S-350 바티야즈 미사일을, 한국은 천궁을 개발했다. 이로 인해 패트리엇보다 저렴하지만 NATO의 군사적 요구를 충족하는 무기체계로서 천궁-II는 독특한 위상을 갖게 됐다.

    UAE는 본격 양산이 시작된 바로 그해 천궁-II 포대 10개의 도입을 결정했다. 후티 반군의 미사일 공격이 빈번해지면서 요격 체계가 필요했지만, 패트리엇과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만으로 메우기 어려운 공백을 천궁-II로 보강하겠다는 복안이다. UAE보다 더 탄도탄 방어역량이 필요한 국가는 사우디아라비아로, 패트리엇과 사드를 도입하고 있지만 미국의 방공 체계만으로는 만족하지 못해 천궁-II를 선택할 가능성이 높다.

    ⑥ K-239 천무 다연장 체계

    차세대 다연장로켓발사 무기 K-239 천궁. [국방부]

    차세대 다연장로켓발사 무기 K-239 천궁. [국방부]

    K-239 천무(이하 천무)는 차세대의 군단급 다연장로켓발사 무기(이하 다연장로켓)로, 2009년부터 1300억 원의 개발비를 들여 2013년 개발이 완료된 무기다. 기존에 우리 군에서 운용 중인 130㎜급 구룡1·2 로켓과 230㎜ 무유도 로켓은 물론 사정거리 80㎞의 239㎜ 유도 로켓을 운용할 수 있어 강력한 화력을 제공한다. 여기에 더해 400㎜와 600㎜ 전술지대지유도탄(Korean Tactical Surface to Surface Missile·KTSSM)까지 통합해 운용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천무는 18문이 1개 대대를 이루며 군단급에서 요구하는 강력한 화력을 제공한다.

    최근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경량 다연장로켓 M142 HIMARS가 노바 카호브카 공습 등에서 활약하고 있다. 이처럼 차륜형으로 기동성을 갖춘 다연장로켓은 전장의 게임 체인저로 활약할 수 있다. 천무는 기본적으로 M270 MLRS와 유사하다. M270 MLRS는 미군 최고 화력의 다연장로켓으로 걸프전에서 활약해 ‘강철비’라는 별명을 얻었다.

    K-239는 강철비보다 훨씬 더 빠르고 정확한 공격이 가능하다. 천무는 킬체인에서 중요한 타격 체계 중 하나로, 특히 포병대대 전술사격지휘체계(Battalion Tactical Command System·BTCS)를 갖춰 C4I 체계와 연동해 신속하고 정확하게 표적을 제압할 수 있다. 특히 사격반응시간이 90여 초에서 16초대로 줄어드는 등 뛰어난 역량을 발휘한다.

    천무는 2015년 실전 배치가 시작된 이후 육군의 각 포병여단과 해병대에 1개 대대 이상 배치됐으며, 최소 200문 이상이 양산될 예정이다. 뛰어난 성능과 안정된 국내 수요를 바탕으로 하고 있어 해외 수출에도 성공할 가능성이 높다. 2017년 1개 대대분이 7000억 원에 중동으로 판매됐다. 폴란드에서도 M142의 대안으로 천무 도입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⑦ 신궁·현궁 휴대용 미사일

    휴대용 대전차요격 유도미사일 현궁. [국방부]

    휴대용 대전차요격 유도미사일 현궁. [국방부]

    휴대용 미사일은 보병 전력만으로 적군 핵심 전략 자산을 저지할 수 있는 전장의 와일드카드다. 스팅어, 스타버스트 등 휴대용 지대공미사일은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러시아의 공격헬기와 수송헬기를 격추시켰고, 재블린· NLAW 등 휴대용 대전차미사일은 러시아 전차와 기계화전력을 저지했다. 휴대용 미사일이 대량으로 필요하던 우크라이나는 올해 4월 한국에도 휴대용 대전차 미사일과 지대공 미사일 등의 지원을 요청했는데, 이때 신궁과 현궁을 요구했다.

    신궁은 2005년 개발된 국산 휴대용 대공미사일로, 거치대 방식을 채용해 명중률과 효율성을 높였다. 스팅어보다 휴대성은 다소 떨어지지만 발사 후 적외선 유도 방식에 목표물 근처에만 가도 폭발하는 ‘근접신관’을 채용해 적기를 효율적으로 격추시킬 수 있다. 발사대를 사용하는 거치형이지만 발사기와 결합해 차량이나 헬기 등에서도 운용할 수 있다. 다만 신궁의 해외 수출 실적은 저조한데, 프랑스 미스트랄과 유사해 유럽 방위산업계의 견제를 받고 있다는 분석이 많다.

    현궁은 2015년 개발된 국산 휴대용 대전차미사일로, 발사 후 발사한 사실을 잊어도 알아서 표적을 찾아가는 유도 능력을 갖췄다. 동시에 전차의 약점 부위인 상부 공격까지 가능한 최신 3세대 대전차미사일이다. 3세대 미사일의 대명사인 재블린에 비해서도 손색없는 성능을 자랑한다. 약 2.5㎞의 사정거리에 관통력 높은 이중 탄두 방식을 채용했다. 900㎜ 장갑도 관통할 수 있다. 이에 따라 북한군 전차는 모두 전면 장갑을 관통해 격파할 수 있고, 주변국의 3세대 이상급 전차들도 상부 공격으로 충분히 제압할 수 있다.

    현궁은 2016년 양산을 시작했다. 소형전술차량(KLTV)에 2연장 발사기를 결합해 대전차소대에서 주로 운용하게 된다. 이후 K-21 보병전투차나 무장헬기 등에서도 운용될 예정이다. 현궁은 뛰어난 성능에 비해 가격도 저렴하다. 재블린 미사일 1발이 거의 3억 원에 이르는 반면 현궁의 가격은 1발당 1억 원 정도다. 우수한 성능에 가격도 저렴하니, 현궁은 양산되자마자 세계 각국의 관심을 한 몸에 받았다. 사우디아라비아가 제일 먼저 수입했으며, UAE도 도입했다. 특히 2015년부터 불거진 아랍연합군(사우디아라비아와 UAE의 연합군)과 후티 반군과의 예멘 내전에서 사우디아라비아군이 집중적으로 운용하면서 뛰어난 전과를 올리고 있다.

    잠수함, 해상함, 차기 전투기까지

    도산안창호급 잠수함과 잠수함에서 발사된 SLBM(Submarine-Launched Ballistic Missile). [국방부]

    도산안창호급 잠수함과 잠수함에서 발사된 SLBM(Submarine-Launched Ballistic Missile). [국방부]

    앞서 언급한 7종 이외에도 다양한 국산 무기체계가 존재하며 제각각 강점을 가진다. 한국은 해군 함정 수출에서도 맹활약하고 있다. 조선 강국으로 다양한 특수선박을 제작해 온 높은 기술력을 이용해 함정을 개발한 덕분이다. 2011년 인도네시아의 잠수함 1차 사업에서 대우조선해양이 수주해 세계 다섯 번째 잠수함 수출국이 됐으며, 2차 사업도 추가 수주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우리 해군은 재래식 잠수함으로는 유일하게 SLBM(Submarine-Launched Ballistic Missile)을 발사할 수 있는 도산안창호급 잠수함(KSS-Ⅲ)을 도입했다. 통상 SLBM은 원자력잠수함이 운용한다. 막강한 성능을 가진 도산안창호급 잠수함은 원자력잠수함 도입 이전에 잠수함 전력의 공백이 생긴 호주 해군에 구미가 당기는 무기체계이기도 하다.

    잠수함뿐만 아니라 수상함에서도 대한민국은 상당한 성과를 거두고 있다. 현대중공업은 원해경비함, 군수 지원함 등을 뉴질랜드, 베네수엘라, 필리핀 해군에 판매했다. 대우조선해양은 타이드급 고속 함대 급유함(3만9000t) 4척을 건조해 영국 해군에 인도했고, 2017년에는 3000t급 최신예 호위함 ‘푸미폰 아둔야뎃’을 건조해 태국 해군에 인도했다. 현재 해군이 건조 중인 인천급·대구급 차기 호위함이나 한국형 차기 구축함(KDDX) 등도 해외시장에서 충분히 경쟁력 있는 무기다.

    올해 7월 초도 비행에 성공한 KF-21 보라매도 향후 한국 방위산업을 이끌어나갈 효자상품이 될 수 있다. 비록 양산이 2026년으로 예정돼 있고 2030년대가 돼야 본격적으로 능력을 발휘할 것으로 보이지만, KF-21은 ‘스텔스급’ 전투기로 독특한 위상을 가지고 있다. 적정한 기체 가격에 효율적인 운용개념을 제시한다면 KF-21도 미래 전투기 시장에서 자신만의 영역을 개척할 수 있을 것이다.

    방산 수출 4大 강국으로 가는 길

    윤석열 대통령은 취임 100일 기념 기자회견에서 방위산업을 전략사업화해 세계 4대 수출 강국으로 도약하겠다고 밝혔다. 불가능한 목표는 아니지만 세계 방산 시장은 단지 좋은 무기체계를 만들었다고 팔리지 않는 곳이다. 무기는 오직 국가만이 고객이다. 따라서 국력과 외교력을 바탕으로 꾸준히 역량을 키워야 한다.

    애초에 좋은 무기체계가 나오기 위해서는 국가적 투자가 우선이다. 물론 투자의 방향성은 대한민국의 국방 태세를 강화하는 쪽이다. 역설적이게도 우리는 북한의 위협에 대응하면서 첨단무기를 개발해 왔다. 최근 한국은 북한뿐만 아니라 주변국의 위협까지 받고 있다. 위기로 보일지 모르지만 이를 기회로 삼아야 한다. 국방 및 방위산업에 투자를 아끼지 않는다면, 우리 방산은 더더욱 세계로 뻗어나갈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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