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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절로 낫지 않는 이명, 제1 치료 원칙은? [이근희의 ‘젊은 한의학’]

“윙~~” 스트레스가 만든 귀의 울음, 이명

  • 이근희 경주 안강 갑산한의원장

저절로 낫지 않는 이명, 제1 치료 원칙은? [이근희의 ‘젊은 한의학’]

귀에서 계속 이상한 소리가 들리는 이명 증상은 삶의 질을 크게 떨어뜨린다. [GettyImage]

귀에서 계속 이상한 소리가 들리는 이명 증상은 삶의 질을 크게 떨어뜨린다. [GettyImage]

최근 유행하는 드라마 ‘D.P’를 보면서 문득 나의 이등병 시절을 생각해 봤다. 그 힘들던 시기를 이겨낼 수 있도록 도와준 건 부모님 편지도, 애인 전화도 아닌 동기들의 존재였다. 같이한 시간이 특별히 많지도 않았는데, 오가다 동기들과 눈인사만 해도 큰 위로가 됐다.

그 동기들 가운데 유독 내 마음을 아프게 한 친구가 있다. 체대 입시를 준비한 터라 체력이 좋고 눈치도 빨라 우리 가운데 ‘에이스’로 불린 친구다. 하필 가장 힘든 소대에 배치됐지만 동기 모두 “그 친구라면 잘 버티겠지”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힘든 이등병 생활 도중 언제부턴가 그 친구 귀에서 이상한 소리가 들린다고 했다.

그 시절엔 아무리 크게 다쳐도 이등병이 의무실을 들락날락하는 것을 좋게 보지 않았다. 그 친구는 자기 자신한테만 이상한 소리가 들리는 이명(耳鳴·tinnitus)을 앓았으니 주위 시선이 오죽했을까. 혼자 힘들어하며 외부 병원까지 다니다 ‘찍힌’ 동기는 결국 다른 소대로 전출됐다. 현재는 헬스장을 운영하며 멋진 관장님으로 잘 살고 있지만, 그때 일은 동기 모두에게 큰 충격이었다. 그때부터 이명이라는 질환에 관심을 갖게 됐다.

나한테만 들리는 괴로운 소리

이명은 외부 자극이 없는데 소리를 의식하는 증상이다. 난청 및 어지럼증과 더불어 가장 흔한 귀 질환 가운데 하나다. 최근 환자 수가 빠른 속도로 늘고 있기도 하다. 2006년부터 2015년까지 10년간 국민건강보험에 가입된 국민을 대상으로 한 유병률 조사를 보면, 의료기관을 찾은 이명 환자 수는 2006년 54만2595명에서 2015년 78만9637명으로 크게 늘었다.

환청은 보통 의미 있는 소리가 들리는 증상을 말한다. 환청 환자는 언어나 음악 소리 등을 듣는다. 반면 이명 환자는 으레 ‘쉿’ ‘윙’ ‘지’ 같은 소리가 들린다고 호소한다. 사실 이명 환자가 아닌 사람도 완전히 방음된 방에서 작은 소리가 난다고 느낄 수 있다. 소리를 인식하는 달팽이관의 유모세포가 항상 20dB 이하의 소리를 내며 대뇌 청각계에 소리를 전달하기 때문이다. 우리가 그것을 불편하게 느끼지 않을 뿐이다. 평소 심장 뛰는 소리, 숨소리 등을 의식하지 않고 사는 것과 같은 현상이다.



그렇지만 누구나 전력질주를 하고 난 다음엔 심장이 쿵쾅대는 소리, 씩씩대는 숨소리 등이 느껴진다. 평소와 다르기 때문이다. 이명도 마찬가지다. 달팽이관의 유모세포가 흥분해 평소와 다르게 20dB 이상의 소리를 내면 남이 듣지 못하는 소리를 나만 듣게 된다. 이명의 한자어를 풀면 ‘귀(耳)가 운다(鳴)’는 뜻이 되는데, 보통 몸과 마음이 고통스러울 때 이런 증상이 나타난다.

이명의 원인을 찾아내기란 쉽지 않다. 이명이 발생하면 대체로 병력 청취, 이학적 검사, 청각학적 검사, 영상검사 등을 진행한다. 이명은 귀 질환 가운데 소음성 난청, 돌발성 난청, 감각신경성 난청, 메니에르병, 노인성 난청 순으로 관련 있다. 전신 질환으로는 불안장애, 하악관절 질환, 우울증 등과 관련이 높다. 이명과 동반된 귀 질환이 증상의 중요 원인으로 진단되면 그 질환부터 치료하는 게 원칙이다. 그렇지 않을 경우 치료법이 굉장히 다양하다. 일반적으로는 상담치료, 인지행동치료, 이명재훈련요법, 보청기, 약물치료, 경두개자기자극치료 등을 한다.

한의학에서는 귀의 특성을 설명할 때 ‘수영물(水影物)’이라는 표현을 쓴다. 우리가 소리를 듣는 것은 물에 사물이 비치는 것과 같다는 의미다. 고요한 숲속 맑은 연못에는 하늘에 뜬 달 모양이 잘 비친다. 이처럼 귀가 평정을 유지해야 외부 소리를 잘 받아들일 수 있다. 연못에 갑자기 바람이 불어 표면이 떨리거나, 수질이 혼탁해지거나, 말라붙게 되면 더는 사물을 잘 비출 수 없을 것이다.

이명을 방치하면 치료가 점점 어려워진다. 이명이 발생하면 즉시 의료기관을 방문해 원인을 찾고 적절한 치료를 시작하는 게 바람직하다. [GettyImage]

이명을 방치하면 치료가 점점 어려워진다. 이명이 발생하면 즉시 의료기관을 방문해 원인을 찾고 적절한 치료를 시작하는 게 바람직하다. [GettyImage]

스트레스, 부적절한 식습관, 과로 등이 이명 유발

이명의 대표적 원인은 스트레스다. 우리는 뜨거운 것에 손이 닿으면 자신도 모르게 귀를 붙잡는다. 귀가 우리 몸에서 가장 차가운 기관이기 때문이다. 과도한 스트레스, 흥분, 집착 등이 자율신경을 흥분시키면 달팽이관의 유모세포가 영향을 받아 떨리며 이명이 발생할 수 있다. 한의학은 이를 간담(肝膽)에 화(火)가 쌓여 생긴 것으로 본다. 한의학에서 간담은 인간의 감정을 주관하는 기관이다. 스트레스성 이명 환자의 귀를 적외선체열측정 도구로 살펴보면 체온이 정상인보다 실제 1~2도 높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

이명은 부적절한 식습관으로 인해 발생할 수도 있다. 당분이나 염분, 기름기가 지나치게 많은 음식은 우리 몸의 혈액 조성에 영향을 미친다. 그로 인해 달팽이관의 림프액도 영향을 받을 수 있다. 이때 습담(濕痰), 담음(痰飮)으로 인한 이명이 발생한다. 달팽이관의 림프액이 비정상적으로 많아지며 발생하는 메니에르병의 4대 증상 중 하나가 바로 이명이다.

이명을 일으키는 또 다른 요인은 과로나 허약이다. 사람은 음식을 통해 영양분을 흡수해 에너지를 만든다. 소화장애, 극단적인 다이어트, 과로 등으로 영양을 제대로 섭취하지 못해 허로(虛勞)한 상태가 되면 소화기와 귀를 연결하는 미주신경의 작용으로 유모세포가 떨린다. 나이 들어 신체 기능이 떨어질 때 생기는 신허(腎虛) 증상 또한 이명을 유발할 수 있다. 한의학에서는 이명 환자의 전신 상태를 파악해 무엇이 문제인지 진단한 뒤 이를 보완해 주고 동시에 귀를 자극하는 치료를 한다.

“좀 지나면 나아지겠지”는 금물

이명 치료의 제1 원칙은 ‘최대한 빨리 치료받는 것’이다. 이명 발생 초기, 환자는 보통 그 증상을 대수롭지 않게 여긴다. 바로 여기 이명의 무서운 점이 있다. 이명은 달팽이관 유모세포의 손상에서 시작한다. 유모세포가 비정상적인 소리 자극을 계속 대뇌 청각계에 보내는 것이다. 이것이 만성화되면 대뇌가 여기에 적응한다. 그것을 정상적인 자극으로 착각하게 된다. 이 때문에 이명을 오래 앓은 환자의 경우 수술로 청신경을 제거해도 이명이 사라지지 않는다.

중풍 후유증, 안면신경마비 같은 신경 손상 질환은 몸에 큰 불편을 준다. 환자들이 빨리 치료를 시작하는 이유다. 반면 이명의 경우 ‘조금 지나면 괜찮아지겠지’ 하는 생각에 시기를 놓치는 경우가 굉장히 많다. 시간이 흐를수록 회복 속도가 느려지므로, 증상 발현 초기에 집중적으로 치료받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눈이 어두우면 사물과 멀어지고, 귀가 어두우면 사람과 멀어진다는 말이 있다. 이명의 또 하나 무서운 점은 ‘혼자만의 외로운 싸움’이라는 것이다. 골절이나 외상처럼 티라도 나면 좋으련만, 귀가 울기 시작하면 사람은 홀로 먹먹해진다. 예민해져 밤에 잠도 잘 못 이루고, 청력이 떨어져 외부 소리가 제대로 들리지도 않는데 이 고통을 오로지 본인만 안다. 그 두려움이 환자를 더욱 힘들게 한다. 현대사회의 끊임없는 스트레스, 이어폰을 통해 전달되는 큰 소리, 높은 고층에서의 생활 등은 모두 귀 건강에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 병은 오기 전에 예방하는 것이 최선이다. 우리 모두 고요함을 소중히 여기자.

#이명 #귀울림 #이명한방치료 #신경손상질환 #신동아


이근희
● 원광대 한의대 졸업
● 前 수서 갑산한의원 진료원장
● 現 경주 안강 갑산한의원 원장
● 경희대 한의대 대학원 안이비인후피부과 재학 중



신동아 2021년 11월호

이근희 경주 안강 갑산한의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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