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호

“찐명 vs 수박” 민주당 ‘공천 학살’ 신호탄 올랐다

親文 핵심 임종석까지 ‘비토’하는 親明

  • 유창선 시사평론가

    입력2024-02-14 09: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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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친문에 “수박”이라 해도 ‘적격’ 판정받는 친명

    • 비명 지역구 대거 노리는 친명 ‘자객’

    • 친문에 “윤 정권 낳은 책임자” 주홍 글씨 새기기

    • 文, “친명 양보해야” 견제구 날리며 등판했지만…

    • 친이 vs 친박 기시감, 여야 갈등보다 더 큰 내부 갈등

    [영상] 여의도 고수



    지난해 4월 27일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에서 열린 ‘4·27 판문점 선언’ 5주년 기념식 및 학술회의에서 임종석 전 대통령비서실장이 참석해 생각에 잠겨 있다. 임 전 실장은 서울 중구·성동갑 출마 의지를 밝힌 후 친명 인사들에게 “윤석열 정권을 탄생시킨 책임자”라는 공격을 받고 있다. [뉴스1]

    지난해 4월 27일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에서 열린 ‘4·27 판문점 선언’ 5주년 기념식 및 학술회의에서 임종석 전 대통령비서실장이 참석해 생각에 잠겨 있다. 임 전 실장은 서울 중구·성동갑 출마 의지를 밝힌 후 친명 인사들에게 “윤석열 정권을 탄생시킨 책임자”라는 공격을 받고 있다. [뉴스1]

    “수박 그 자체인 전해철과 싸우러 간다.” 

    대표적 강성 친명 인사로 꼽히는 양문석 전 통영·고성 지역위원장이 지난해 6월 친문 3선 전해철 의원의 경기 안산상록갑에 도전장을 내면서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린 일성이다.

    ‘수박’은 강성 친명들이 비명계를 “겉과 속의 색이 다르다”며 비하할 때 쓰는 용어다. 양 전 위원장은 이전에도 수박 발언으로 당직 자격 정지 3개월 징계를 받았지만 올해 1월 당 검증위원회에서 적격 판정을 받고 예비후보로 등록했다. 징계가 무색할 만큼 면접 후의 발언도 거침없었다. “그들(비명계)이 그러한 행위와 행태들을 일상적으로 보여왔고, 그 행위를 보고 평가하고 비판한 것”이라고 당당하게 목소리를 높였다.

    양 전 위원장이 ‘수박’이라며 싸우겠다는 전해철 의원은 노무현 정부 대통령민정수석비서관에 이어 문재인 정부 행정안전부 장관까지 지낸 핵심 친문 인사다. 그런 인물을 향해 수박이라고 멸칭하는 친명 예비후보의 발언은 민주당 내에서 친명의 위세가 얼마나 대단한지를 보여주는 장면이다.



    지역구 변경·불출마 번복해 가며 非明 노리는 親明

    2022년 5월 11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제8회 전국동시지방선거 및 재보궐선거 통합선거대책위원회 출범식’에서 양문석 당시 더불어민주당 경남지사 후보가 연설하고 있다. 그는 지난해 경기 안산상록갑 국회의원 도전 의사를 밝히며 지역구 현역의원인 전해철 후보에 대해 “수박”이라고 비판한 바 있다. [뉴스1]

    2022년 5월 11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제8회 전국동시지방선거 및 재보궐선거 통합선거대책위원회 출범식’에서 양문석 당시 더불어민주당 경남지사 후보가 연설하고 있다. 그는 지난해 경기 안산상록갑 국회의원 도전 의사를 밝히며 지역구 현역의원인 전해철 후보에 대해 “수박”이라고 비판한 바 있다. [뉴스1]

    친문 핵심 인사가 현역으로 있는 지역에 친명 인사가 도전장을 낸 곳은 전해철 의원 지역구뿐이 아니다. 홍영표 의원 지역구(인천 부평을)에는 친명 초선 비례의원인 이동주 의원이, 재선 강병원(서울 은평을) 의원 지역구에는 김우영 더민주전국혁신회의 상임대표가 도전장을 던졌다. 김우영 대표는 강원도당위원장을 맡고 있다가 서울 은평을 출마를 선언해서 당으로부터 주의 조치를 받은 바 있다. 그럼에도 후보 심사를 통과해서 친문을 겨냥한 친명의 ‘자객 출마’라는 시선을 받고 있다.

    문재인 정부 대통령정무수석비서관을 지낸 최재성 전 의원은 이런 상황에 대해 이재명 대표의 책임을 거론했다. “김우영, 양문석은 자기 지역위원장직을 무책임하게 버리고 비명에게 도전하겠다면서 (지역구를) 옮겼다”며 “양문석은 징계를 받았는데, 김우영은 안 받았다. 이런 것도 의아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의심을 더 사게 되고 (친명-비명) 프레임에 빨려드는 것이기 때문에 빨리 정리해야 한다. 그것이 과연 총선 승리에 도움이 되는지 정무적 기능을 작동해야 한다”고 이재명 대표의 행동을 촉구했다.

    당 검증위원회를 통과한 이후에 출마 지역구를 바꿔서 친문 인사의 지역에 뛰어드는 친명 후보도 늘어나고 있다. 친명 이연희 민주연구원 상근부원장은 서울 동작을에 출마하는 것으로 당 검증위를 통과했다. 동작을은 같은 친명 이수진 의원이 현역으로 있는 곳이다. 그러니 이 부원장은 최근 친문계 3선 도종환 의원 지역구인 충북 청주흥덕에 출마하겠다고 상대를 바꿨다. 그는 “청년 시절 민주당에서 정치활동을 시작한 후 지난 대선에서 이재명 후보 선대위 전략상황실장, 정치혁신위 혁신위원 등 당의 전략과 정책 개발에 힘써 왔다”며 “그간 보이지 않는 곳에서 전략과 정책으로 이재명 대표와 민주당을 보필해 왔다”는 말로 친명 후보임을 강조하고 있다.

    그런가 하면 이수진(비례대표) 의원은 당초 우상호 의원의 불출마로 공석이 된 서울 서대문갑에 출마한다고 했다가 당이 이 지역을 전략선거구(단수공천 지역)로 결정하자 “이번 총선에서 뜻을 접고자 한다”고 선언했다. 그런데 하루 만에 지역구를 바꿔 경기 성남중원 출마를 선언해 사람들을 어리둥절하게 만들었다.

    이수진 의원이 출마 지역구를 바꾼 데엔 그만한 사연이 있다. 성남중원은 친문 윤영찬 의원이 현역으로 있다. 윤 의원은 그동안 이재명 대표를 향해 날 선 비판을 해온 대표적 비명 인사다. 원래 친명 현근택 민주연구원 부원장이 자객 출마를 하려던 곳이었지만 성희롱 논란에 휩싸이면서 불출마 선언을 하게 됐다.

    김종민·이원욱·조응천 의원과 모임 ‘원칙과 상식’을 만들어 동반 탈당하기로 했던 윤 의원은 현 부원장의 불출마 선언이 있자 탈당 대열에서 빠지겠다고 선언했다. 공천에 대한 불안 위험이 사라진 상황이 적잖은 영향을 줬을 것으로 분석되는데, 이젠 또 다른 친명 이수진 의원이 이곳을 놓치지 않고 지역구를 급변경해 가며 도전장을 낸 것이다.

    이 의원은 윤 의원을 겨냥해 “지금 성남중원에서 민주당 후보로 나오겠다는 후보는 민주당의 기본 정체성조차 없는 사람”이라고 직격하면서도 오락가락 행태에 대한 당내 비판을 의식한 듯 “제 갑작스러운 결정에 많이 놀라실 줄로 안다”라며 “정말 죄송하고 또 죄송하다”라고 고개를 숙이기도 했다. 죄송한 일인 줄 알긴 아는 모양이었다. 이 의원과 윤 의원은 경선을 치러야 한다. 만약 윤 의원이 탈락할 경우 탈당 번복까지 했던 그의 처지는 또 뭐가 될까. 원칙도 도의도 없는, 그야말로 요지경 같은 풍경이다.

    親明-親文 갈등 상징된 임종석

    문재인 정부의 핵심 임종석 전 대통령비서실장이 서울 중·성동갑 출마를 선언하면서 친명-친문 간 긴장이 급격히 고조되는 국면을 맞았다. 16·17대 총선 때 이 지역에서 당선됐던 임 전 실장은 과거 전국대학생대표자협의회(전대협) 의장을 지낸 대표적 ‘86 운동권’이다.

    그의 출마 선언은 복잡한 연쇄 반응을 일으키고 있다. 우선 국민의힘에선 반기는 분위기다. 한동훈 국민의힘 비대위원장은 이번 총선의 시대정신으로 ‘운동권 특권 세력 청산’을 내걸었다. 임 전 실장은 국민의힘이 86운동권 프레임을 내걸 수 있게 하는 대표적 인물이다. 임 전 실장의 출마 선언이 있자 윤희숙 전 국민의힘 의원도 잇따라 중·성동갑 출마를 선언했다.

    윤 전 의원은 “임종석 전 비서실장이 출마하면 고마운 일”이라고 반응했고, 한 비대위원장은 “임종석, 윤희숙 가운데 누가 경제를 살릴 것 같냐”라고 선제공격에 나섰다. ‘윤희숙 vs 임종석’ 대결이 서울 한복판에서 성사될 경우 ‘경제통 vs 86운동권’ 구도가 형성될 가능성이 크고, 이는 국민의힘으로선 86 운동권 청산 프레임을 전국적으로 확산시킬 계기가 될 수 있다.

    국민의힘의 공격이야 그러려니 하지만 민주당 내에서도 임 전 실장의 출마를 반기지 않는 분위기가 역력하다. 친명계 원외 조직인 민주당혁신행동은 “윤석열을 (검찰총장에) 발탁한 진실부터 밝히라”며 임 전 실장의 불출마를 요구했다. 또 다른 친명 원외 조직인 더민주전국혁신회의도 “전 정부 인사들의 출마는 ‘정권 심판’이라는 총선 구도를 혼란스럽게 할 수 있다”며 임 전 실장 등 문재인 정부에서 장관급 이상 자리를 지낸 인사들의 불출마를 요구했다.

    임 전 실장의 출마에 대한 친명계의 부정적 기류는 민주당 친명계가 이번 총선에서 친문 인사들이 전면에 나서는 것에 대해 분명하게 반대함을 확인해 줬다. 이번 총선을 윤석열 정부에 대한 심판의 장으로 만들기 위해선 2022년 대선 패배의 원인을 제공한 문재인 정부 인사들이 불출마를 선언해야 한다는 것이다
    .
    친명계뿐만 아니라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도 “윤석열·한동훈 커플이 저지른 난동질을 제동 걸지 못한 참담한 결과에 대해 책임감과 정치적 양심을 보여줘야 한다”라며 임 전 실장의 출마를 비판했다. 검찰총장이던 윤석열을 대통령 후보급으로 키워준 추 전 장관의 비판은 ‘누워서 침뱉기’라는 생각은 들지만 임 전 실장으로선 졸지에 사방에서 비판받는 고립무원 처지가 된 것. 불과 몇 년 사이에 달라진 분위기 속에서 권력무상의 비애를 실감했을 듯싶다.

    이재명, ‘찐명’에게 빚 너무 많다

    임 전 실장까지 ‘비토’할 정도이니 친명 의원들로 당과 국회를 채우겠다는 친명계의 의지가 선명하게 드러난 셈이다. 2022년 대선을 치르면서 많은 현역의원이 비명에서 친명으로 갈아탔지만 이재명 대표와 오래 정치를 해온 진짜 이재명 사람들, 즉 ‘찐명’들은 대부분 원외 인사다. 대중적으로 인지도는 낮지만 올해 국회의원이 되도록 이 대표가 도와줘야 할 그들의 숫자가 대략 50명 선에 달한다. 이들 가운데엔 이 대표의 특별보좌역들, 당대표실에 있던 인사들, 성남시장과 경기지사 시절에 함께한 ‘성남-경기 라인’, 대장동 의혹 사건 등 재판을 맡아온 변호사들, ‘더민주전국혁신회의’나 ‘퇴진과 혁신’ 같은 원외의 친명 모임 구성원 등이 많다.

    찐명들이 도전하는 상대가 비명계 인사들만은 아니다. 친명 현역의원에 대해서도 그들은 물갈이를 요구한다. 친명 핵심 조정식 사무총장의 불출마를 ‘찐명’ 원외 모임들이 요구하고 나선 것도 친명 현역까지 물갈이를 해야 자신들이 들어갈 공간이 열리기 때문이다. 이는 ‘이재명 당’이 된 민주당에서 정치적 과실을 차지하기 위한 권력투쟁과 다름없다.

    이 대표는 그를 오랫동안 보필하다가 이제 ‘이재명 당’이 된 민주당에서 국회의원이 될 기회를 찾은 찐명들을 막을 수가 없는 것이다. 빚진 사람들이 너무 많다. 이 대표에겐 큰 부담이다. 민주당에서 공천 전쟁이 전방위적으로 벌어지는 상황은 이 대표가 챙겨야 할 사람이 너무 많은 현실에 기인한다.

    이 대표의 스타일을 감안해 그의 관점에서 본다면 찐명들을 최대한 올해 총선에서 당선시켜 차기 대권 도전 기반을 확고부동하게 구축할 필요가 있을지 모른다. 그러나 자신을 도운 사람이라는 개인적 인연 때문에 공천에서 유리한 환경을 만들어준다면 당장 ‘이재명 사당’이라는 비판이 터져 나올 것이다. 이미 그런 소리가 나오는 상황이다.

    2월 4일 문재인 전 대통령이 이 대표와 회동한 자리에서 “이 대표와 가까운 측근들의 양보가 필요하다”라고 주문한 것은 이러한 사태의 심각성을 방증한다. 물론 이날 회동은 친명계와 친문계의 공천 갈등을 해소하기 위한 만남이었다. 이 대표는 평산마을에 있는 문 전 대통령 자택을 예방한 자리에서 “민주당은 용광로처럼 분열과 갈등을 녹여내 단결하고, 총선 승리를 위해 총력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그러자 문 전 대통령은 “우리가 ‘명문 정당’ 얘기하면서 다 같이 하나 된 힘으로 (여기까지) 왔는데, 총선을 앞두고 친문과 친명을 나누는 프레임이 안타깝다”며 “단합이 제일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명문 정당’은 두 사람의 이름에서 한 글자씩 따온 단어로, 2022년 8월 당대표가 된 이 대표가 문 전 대통령을 처음 예방한 자리에서 사용한 용어다.

    겉으론 두 사람이 공천 과정에서 친명·친문을 따지지 않고 단합해야 한다는 데 의견이 일치했지만 문 전 대통령과 이 대표 사이에는 확연한 차이가 드러난다. 이 대표는 올해 총선에서 친명을 최대한 국회로 진출시켜 민주당에서 확고부동한 위상을 굳혀야 할 필요가 있는 반면 문 전 대통령은 그런 친명들의 도전에 맞서 친문 후보들을 지켜줘야 하는 수세적 처지에 놓여 있다. 그러니 견제구를 날려야 할 사람은 문 전 대통령인 셈이다.

    이날 문 전 대통령은 이 대표에게 2016년 총선 당시 자신과 가까운 이해찬 전 대표와 노영민 전 의원 등이 공천 배제되거나 불출마한 사례를 거론하며 “이재명 대표와 가까운 분들이 양보하면 국민들이 평가해 줄 것”이라고 이 대표에게 말했다. “다선 중진들이 후배들을 위해 먼저 길을 터줘야 하는 것처럼 이 대표 주변에 있는 분들도 그런 고민을 같이 해줘야 한다”고도 했다. 곳곳에서 친명계가 친문계의 용퇴를 요구하는 데에 대한 문 전 대통령의 맞대응이다.

    이날 문재인-이재명 회동으로 친명·친문 간 공천 갈등이 해결됐다고 하기는 어렵다. 갈수록 거세지는 친명의 공격적 진출에 대해 문 전 대통령이 방어적 자세를 취하며 이 대표 측의 자제를 요청하는 견제구를 던졌다고 해석하는 것이 타당하다.

    “이재명 당” vs “이재명 사당”

    2월 4일 경남 양산시 하북면 평산마을에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문재인 전 대통령이 회동하고 있다. [뉴스1]

    2월 4일 경남 양산시 하북면 평산마을에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문재인 전 대통령이 회동하고 있다. [뉴스1]

    지금 벌어지는 친명·친문 간 공천 대결은 민주당 내 신구 권력 사이 권력투쟁이다. 민주당은 총선 종료 4개월 뒤엔 전당대회를 열어 새 대표를 선출해야 한다. 친명계로서는 비명계의 약진을 막아 ‘이재명 당’이 흔들리는 일이 없도록 만전을 기하는 모양새인 반면 비명계는 올해 총선으로 인해 민주당이 ‘이재명 사당’이 될 것을 우려하고 있다. 민주당이 ‘이재명 사당’으로 인식된다면 차기 대선에서 국민의힘에 대한 여론이 어떻든 상관없이 또다시 패배하리라고 보는 것이다.

    과거 우리 정치사를 돌아보면 같은 당 안에서 치른 공천 대결이 여야 간 싸움 이상의 광경을 보여준 일은 퍽 흔하다. 과거 한나라당에서 있었던 친이계와 친박계 간 공천 대결이 그러했다. 이명박 정부가 들어선 직후 실시된 2008년 총선에선 친박계에 대한 ‘공천 학살’이 일어나 많은 친박 정치인이 탈당해 친박연대를 결성하기도 했다.

    박근혜 비대위원장 체제에서 새누리당으로 이름을 바꾼 뒤에 열린 2012년 총선 공천에선 반대로 친이계 현역의원 상당수가 배제됐다. 여기에 박근혜 대통령 재임 때인 2016년 총선에선 박 대통령까지 개입하는 ‘친이 공천 학살’이 자행됐다. 김무성 전 의원의 ‘옥새들고 나르샤’ 사태까지 초래된 분열 상황에서 새누리당은 민심의 심판을 받아 총선 패배를 자초하게 된다. 여야 간 대결도 뜨겁지만, 같은 당 안에서의 대결도 그 이상으로 살벌한 것이 정치다. 여야 간 대결 논리와는 또 다른 배신감, 패권욕 같은 감정이 더 깊숙하게 작용하기 때문이다.

    이런 가운데 2월 6일 임혁백 민주당 공천관리위원장은 “본의 아니게 윤석열 검찰 정권 탄생의 원인을 제공하신 분들 역시 책임 있는 자세를 보여주시기 바란다”고 밝혔다. 이는 임종석 전 실장 등 문재인 정부 청와대 출신 인사들에 대한 불출마 혹은 험지 출마를 요구로 해석된다. 임 위원장의 이러한 입장 표명은 친문계 인사들에겐 상당한 압박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구권력은 신권력 앞에서 순식간에 무력해지는 것이 정치의 속성이다.

    같은 날 임 전 실장도 페이스북에 글을 올렸다. “대선 패배와 윤석열 정권 탄생의 책임이 문재인 정부에 있다는 인식에 동의하지 않는다”고 임 위원장의 말을 반박했다. 그러면서 “우리 모두가 패배했고 우리 모두의 책임이었다”며 “누가 누구를 탓한다면 그 아픔을 반복할 수 있다”고 했다. 임 전 실장은 당내에서 전방위 압박을 받고 있지만 “지금 와서 다시 어디로 가라고 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며 중구·성동갑 출마 의지를 다지고 있다. 임 전 실장의 거취가 친명·친문 공천 대결의 상징적 지점이 된 상태다.

    국민의 눈높이에서 보았을 때 같은 민주당 안에서 벌어지는 친명·친문의 공천 대결은 거북해 보일 수 있다. 공당의 요직을 싹쓸이한 데 이어 공천까지 독차지하려는 친명계의 욕심도, 민심을 잃고 대선 패배를 당한 친문계의 핵심들이 다시 나서는 낯 두꺼운 모습도 볼썽사납기는 마찬가지다. 그토록 함께 외쳐왔던 대의를 뒷전으로 밀어버릴 정도로, 권력에 대한 욕심이 무서운 것임을 새삼 느끼게 하는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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