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의 없는 직원과 최선을 다하는 직원의 차이는 무엇일까. 결정권이다! 전자는 모든 것을 상사가 결정한다. 책임도 상사가 질 것이다. 직원은 정보를 모아 일목요연하게 정리해 전달하면 그것으로 끝이다. 누가 낙점될지 알 수 없는 상황에서 꼭 와달라고 읍소하거나 강연료를 낮춰달라고 매달릴 까닭이 없다. 그냥 받아 적어서 보고만 하면 되는 것이다.
하지만 상사로부터 거의 전권을 위임받은 직원은 결과물에 책임을 진다. 당연히 최고의 강사를 초빙하려고 노력한다. 최적의 강사는 강연료가 높게 마련이어서 예산 범위에서 해결하고자 읍소도 하는 것이다. 필자의 경우 직원의 태도가 전자일 때보다는 후자일 때 출강을 결심하게 된다. 그것도 더 낮은 강연료를 받고.
쥐나 사람이나 똑같다!
많은 리더가 부하직원들이 최선을 다하지 않는다고 비난하면서 그들을 독려할 목적으로 하나부터 열까지 더 꼼꼼하게 챙기려 한다. 그 결과 사소한 결정도 리더가 행사하면서 부하직원들은 그저 시키는 일만 하는 현상이 일어난다.
권력의 적절한 분산은 리더십의 요체다. 결정권을 나눠주면 부하직원은 열정을 갖고 알아서 일한다. 결정권을 주는 것은 단지 일을 더 열심히 하게 하는 수단일 뿐만 아니라 궁극적으로 조직원들의 업무 만족도와 정신건강, 행복에도 커다란 영향을 미친다.
결정권은 ‘통제감’과 직접 연결된다. 내가 하는 행동을 스스로 결정해서 원하는 사건과 환경을 만들어낼 수 있다는 인식이 통제감이다. 통제감은 인간뿐 아니라 모든 동물이 추구하는 본질적 욕구 중 하나다.
하나의 전기 쇼크 시스템에 쥐 두 마리를 묶어놓고 전기 쇼크가 쥐들에게 미치는 영향을 조사한 연구가 있다. 두 마리 쥐는 같은 시스템에 연결돼 있으니 전기 쇼크의 강도, 시간, 양은 동일하다. 다만 두 마리 쥐는 통제감에서 차이가 있었다. 한 쥐는 전기 쇼크가 시작되면 앞에 있는 버튼을 눌러 충격을 멈추게 하는 결정권을 가졌다. 반면 다른 쥐에겐 그런 버튼이 없었다. 두 쥐가 똑같은 전기 쇼크를 받았는데도 버튼을 누를 수 있던 쥐가 그렇지 않은 쥐에 비해 스트레스가 낮고 정신건강 상태가 좋게 나타났다.
이 연구 결과는 성공하느냐 실패하느냐, 고통 받느냐 고통 받지 않느냐와 같은 객관적 사실과 무관하게 결정권을 가졌다는 인식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보여준다. 심지어 쥐한테도 그렇다는 얘기다.
무기력의 원인

박근혜 대통령이 1월 15일 2015년 정부업무보고경제혁신 3개년 계획Ⅱ에서 수첩을 보고 있다. 박 대통령의 수첩은 만기친람 리더십의 상징이다.
사례 하나를 더 들어보자. 로또가 주택복권보다 중독성이 더 강하다. 왜 그럴까. 번호를 직접 고르기 때문이다. 복권 번호를 내가 결정하건, 남이 골라주건, 정해진 번호를 받건 당첨 확률은 같다. 그런데도 사람들은 번호를 직접 고르기를 선호한다. 왜? 자신이 당첨 번호를 맞힐 수 있다는 착각적 통제감 때문이다. 당연히 턱도 없는 착각이다. 착각적 통제감은 인류의 보편적 특성으로 모든 인간에게서 날마다 수많은 상황에서 일어난다.
통제감은 실제로 상황을 통제할 수 있는지와 무관하게 인간의 사회 적응에 매우 중요한 기능을 한다. 통제감을 느끼지 못하면 무기력증이 나타난다. 다수의 사람이 결과가 중요하다고 생각하는데, 그 순간만 보면 맞는 말이다.
하지만 미래를 보면 결과보다는 결과의 해석이 더 중요하다. 미래의 행동을 결정하는 가장 중요한 요소는 ‘지각되는 수반성(contingency)’이다. 특정한 요인이나 행동에 따른 결과가 인과적으로 연결됐는지가 그것이다. 즉, 실패하더라도 왜 실패했는지 아는 것(혹은 안다고 생각하는 것)과 성공하더라도 왜 성공했는지 아는 것(혹은 안다고 생각하는 것)이 실패/성공 그 자체보다 더 중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