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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인보육시설에 대한 지나친 감시와 보복…저출산 고령화 사회 심화시킨다

  • 이민화│기업호민관 mhlee@homin.go.kr│

법인보육시설에 대한 지나친 감시와 보복…저출산 고령화 사회 심화시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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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 넘게 어린이집 운영하고 남은 건 어마어마한 부채와 이혼 직전의 가정뿐입니다. 언제 또 닥칠지 모르는 공무원 지도점검과 상납 요구, 학부모들의 비난에…, 내가 왜 이렇게 살아야 하는지 모르겠다는 생각을 수도 없이 해요. 집에 경제적인 도움을 주려고, 아이들 키우는 보람을 얻으려고 시작한 일인데 빚까지 내어 시작한 어린이집이 이렇게 한 집안을 무너뜨릴 줄은 몰랐어요. 시부모님과 남편은 그동안 투자된 돈과 부채를 어떻게든지 해결하라고 하는데 솔직히 방법이 없어요. 정부가 추진하는 국가보육사업의 민간 파트너라는 허울만 믿은 결과가 이럴 줄은 몰랐어요.”

사정을 모르는 사람들은 “돈이 안 되면 사업을 접으면 되지”라고 말한다. 하지만 그건 현실을 모르고 하는 얘기다. 국가정책사업인 보육사업을 한번 시작하면 그만두기가 쉽지 않다. 당장 투자된 개인재산을 찾아올 길이 없다. 현재 우리의 사회복지사업법(27조) 등에 따르면 법인보육시설이 청산될 경우 잔여 재산권은 모두 국가에 귀속되도록 되어 있다. 개인이 설립한 법인이라 해도 재산권을 행사할 수 없는 것이다. 현재 이 문제에 대해서는 개정 법률안이 발의되어 있다. ‘모든 국민의 재산권은 보장된다’는 헌법정신을 위배하고 있기 때문이다. 보육시설 원장인 B씨의 사연을 들어보면 문제가 무엇인지 더 정확히 알 수 있다.

사회복지 분야 공무원이던 B씨는 1996년경 오랜 꿈이었던 법인 어린이집을 개원했다. 보육시설 확충 3개년 계획과 국가 보조금 등을 믿은 그는 공직을 그만둔 뒤 전 재산을 투자해 보육사업에 뛰어들었다. 그러나 막상 발을 들여놓고 보니 약속했던 지원은 이뤄지지 않았고 오히려 온갖 지도점검, 하루 12시간 이상의 노동에 경제적·심리적 압박만 커졌다. 결국 그는 어린이집 운영이 더는 힘들다고 판단, 2007년경 해당 구청을 찾아가 어린이집 정리절차를 문의했다. 하지만 그는 구청에서 청천벽력 같은 소리를 들어야 했다.

“지금 법인을 해산하면, 법인출연 사유재산이 모두 국가에 귀속되는 거 아세요?”

개인재산이 국가로 귀속



법인보육시설에 대한 지나친 감시와 보복…저출산 고령화 사회 심화시킨다

하루 12시간가량 일해야 함에도 보육교사들의 임금은 최저임금 수준에 머물고 있다.

법인보육시설 원장은 보육복지사업 설립 투자자이자 운영주이며 동시에 급여를 받는 피고용인 신분으로 되어 있다. 공보육에 대한 국가 몫의 모든 책임과 함께 근로의무를 부담하는 복합적인 신분인 셈이다. 투자와 책임에서는 사용자이지만, 소득과 근로 의무에서는 종업원, 이른바 준공무원 신분이다. 쉽게 말해, 책임은 다 떠맡지만 권한은 별로 없다. 노동에 대한 보상은 9급 공무원 수준에도 미치지 못한다. 하루 12시간 이상 근무해야 하지만 10년이 되어도 월급은 218만원에 불과하다. 이 소득으로 원장은 시설 결손금 보전, 시설 개선 및 확장 등에 따른 추가 투자 책임까지 감당해야 한다.

원장과 보육교사의 임금은 보건복지부에서 정책적으로 산정해 제시되는데, 임금결정 근거는 명확지 않다. 보육시설 원장 1호봉의 월 급여가 163만원인 반면 타 사회복지시설의 장은 최저 175만~227만원 수준이다. 수당을 포함하면 차이는 최소 1.4~1.8배로 벌어진다. 이런 임금 격차는 호봉이 높아질수록 더 커진다. 보육교사도 마찬가지이다. 영유아보육법은 평균 11시간 이상의 근무를 규정하고 있는데, 급여는 시간당 4546원으로 최저임금(시간당 4110원)과 비슷하다. 수당이 없는 보육교사 급여를 사회복지시설 종사자(수당 지급) 대상으로 비교해보면, 시간당 임금으로 볼 때 사회복지사나 생활복지사의 절반 수준에 불과하며, 공립 유치원 교사(수당 지급)와 비교하면 절반을 조금 넘는 수준이라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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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민화│기업호민관 mhlee@homin.g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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