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계절마다 이놈들을 수확해서 주변에 나눠주느라 바쁩니다. 올해에는 배추를 많이 심었는데 한두 달 뒤면 김장철에 맞춰 거둘 수 있을 거예요.”
밀짚모자와 장화를 아무렇게나 걸친 이 교수가 고추와 호박을 들어 보이며 말했다. 작은 규모이지만 텃밭을 가꾸는 품새가 반쯤은 농부가 된 듯하다.
그의 전원생활 경력은 짧지 않다. 14년 전 미국 시카고에서 학업을 마치고 귀국한 뒤 줄곧 시골에서만 살았다. 처음 그가 둥지를 튼 곳은 경기도 광주군 초원면 학동리 동막골. 미국에서 두 자녀의 거처를 마련해준 뒤 몸만 달랑 들어온 내외에게 한 어른이 자신이 쓰던 시골집을 거저 줬다고 한다. 이 교수 또한 답답한 도시생활보다 바람이 있고 산이 있고 들이 있는 시골에 마음이 끌렸다.

제멋대로 자란 풀밭에서 대금을 불면 소리와 자연만 남은 듯한 평화로움이 느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