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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착 분석

‘시베리아 석유자원 확보’ 무산 위기

‘일본의 치밀한 로비’ 盧 정부의 안일함, 러 내부 갈등이 원인

  • 글: 윤성학 러시아 IMEMO 연구소 연구위원 yoonskh@chol.com

‘시베리아 석유자원 확보’ 무산 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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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에너지 확보는 21세기 국가 생존의 필수 조건이다. 고유가 시대에 접어든 요즘 그 중요성은 더욱 증대되고 있다. 그러나 러시아 시베리아 석유자원을 확보하려는 한국의 10년에 걸친 노력이 무산 위기를 맞게 됐다. 러시아가 일본을 위해 공급선을 바꿀 움직임을 보이고 있기 때문. 그 배경을 알아보았다.
‘시베리아 석유자원 확보’ 무산 위기

러시아의 시베리아 석유자원 개발에 동아시아 국가들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2004년 5월14일 ‘러시아 시베리아 에너지 개발 회의’에서 코빅타 가스전을 포함, 향후 건설될 시베리아의 모든 가스관과 송유관을 하바로프스크-극동 나홋카 노선으로 단일화하기로 결정했다는 보도가 나왔다. 이 보도가 사실이라면 한국이 지난 10년 동안 국책사업으로 진행해온 ‘이르쿠츠크 가스전 개발사업’이 중대한 위기를 맞는 상황이다.

최근 한국은 “시베리아의 가스를 중국 만주의 다롄(大連)서해를 지나는 가스관을 통해 한국 평택항으로 공급하는 사업이 실현단계에 이르렀다”고 밝힌 바 있다. 이번에 러시아측이 결정한 나홋카 노선은 한국측의 이런 발표를 무색케 하는 것. 나홋카는 동해연안 도시로 서해연안의 평택과는 거리가 멀다. 평택항 노선을 실현시키기 위한 한국의 10년 노력이 자칫 물거품이 될 수도 있다.

나홋카에서 평택항은 지리적으로 너무 멀다. 당장 나홋카와 한국의 다른 도시를 잇는 새로운 노선을 개발하기도 마땅치 않다. 평택은 한국의 가스자원이 집결되는 곳으로, 관련 인프라가 완벽히 갖춰져 있는 유일한 도시다. 더구나 나홋카와 한국 사이엔 북한이 있다. 가스관이 북한 영토를 거쳐 한국으로 들어온다면 그것은 에너지 주권을 북한에 넘겨주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나홋카노선은 평택노선에 비해 생산지에서 소비지까지 수송거리가 길어 채산성도 크게 떨어진다. 전문가들은 나홋카항에서 배를 통해 국내에 들여오는 것도 가스관을 통해 수급받는 것에 비하면 경제성이 크게 떨어진다고 분석한다.

동북아 ‘에너지 전쟁’ 개막



러시아의 에너지 수송노선 변경 움직임은 비단 가스에 국한되지 않는다. 러시아측은 원유 공급로도 나홋카 쪽으로 선회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한국으로선 시베리아 에너지의 확보 문제 전반에 걸쳐 심대한 타격이 아닐 수 없다. 한국은 에너지 공급처를 거의 전적으로 중동에 의존하고 있다. 때문에 중동 국가들은 한국에 다른 나라보다 더 비싼 가격으로 에너지를 판다. 이렇게 에너지 공급처가 한곳에 쏠리면 이라크전쟁처럼 중동지역의 정세가 불안해질 경우 한국은 에너지 수급에 비상이 걸리는 취약한 상태에 놓이게 된다. 따라서 에너지 공급처를 다양하게 확보하는 것은 국가적 과제다.

고속성장을 누리며 블랙홀처럼 에너지를 빨아들이는 중국, 범세계적 자원 고갈 현상 등으로 에너지의 안정적 확보는 국가가 사활을 걸고 뛰어들어야 할 일이 되었다. 바야흐로 동북아를 포함한 전세계에서 에너지 전쟁이 시작되고 있는 것이다.

이런 가운데 러시아가 광활한 시베리아의 에너지 자원 개발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었다. 시베리아는 매장량이 풍부해 지구에서 마지막 남은 에너지의 보고(寶庫)로 통한다. 한국으로서도 지리적으로 가까운 시베리아의 자원을 안정적으로 공급받는 일은 미래의 생존과 번영을 위해 반드시 성사시켜야 할 사안이다. 그러나 불행히도 시베리아 자원을 둘러싼 정황은 한국의 기대와는 다른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다.

시베리아 가스와 원유의 수송로로 나홋카 노선이 결정됐다는 보도가 나온 뒤 러시아 언론에는 “시베리아 가스의 최종 소비를 러시아 국내 공급용으로 돌리는 방안과 함께 아예 동아시아가 아니라 서유럽으로 연결시키는 방안도 거론되고 있다”는 보도까지 나오고 있다.

시류를 읽지 못한 한국, 중국

러시아는 왜 시베리아 자원의 공급노선을 바꾸려 할까.

러시아가 가스관을 기존의 중국 노선에서 극동으로 돌리려는 것은 항구(나홋카항)를 이용함으로써 일본, 한국, 미국 등지로 시장을 다변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수요자가 많아지면 공급자인 러시아의 영향력이 더 커진다는 계산이 깔려 있는 것이다. 어쨌든 현재로서는 ‘2008년부터 중국과 한국에 시베리아 가스를 공급한다’는 당초 계획대로 사업이 추진되기는 어려워진 것으로 보인다.

코빅타 가스전의 향방과 관련, 러시아 정부는 아직 확실한 의사 결정을 하지 않은 것 같다. 현재까지는 언론 보도가 있었을 뿐 책임 있는 러시아 정부당국자, 가스개발을 주도하는 가스프롬(Gazprom)이나 TNK-BP가 공식적으로 발표한 것은 아니다.

그러나 여러 정황으로 미루어 볼 때 푸틴 정부가 코빅타 가스의 공급선을 재고하고 있는 것은 분명하다.

이렇게 되자 시베리아 가스전 개발 사업에 한국과 함께 뛰어들었던 중국도 내심 당황하고 있는 눈치다. 고속 경제성장에 따라 중국의 에너지 수요는 폭발적으로 늘고 있다. 국경을 맞대고 있는 시베리아로부터의 에너지 확보가 차질을 빚게 될 경우 중국은 상당히 곤란한 상황에 처할 가능성이 있다. 중국 역시 러시아 정부의 이 같은 방향 전환에 속수무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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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윤성학 러시아 IMEMO 연구소 연구위원 yoonskh@cho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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