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년 6월호

오래된 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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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된 미래
바람이 또 산을 깨웁니다 계곡이 불쑥 일어서고

능선이 오래 기우뚱거립니다 무슨 일이 일어난 것일까

산끝이 하늘에 닿을 듯합니다 높은 저것이 정상이라면…

한번도 올라가 본 적 없는 언덕이 물끄러미 산끝을

바라봅니다 오르고 싶은 것에 오르고 싶어하는…



나는 새소리 한소절 빌려 다른 세계를 적었습니다

참 고요의 눈부심, 저 텅빔… 무심한 자만이 비울 수 있다

그러나 누가 그토록 비울 수 있는가? 세상은

가득차 있고 살아있는 것들은 스스로 제 운명을

만들 것입니다 어떤 눈물이 말하며 흐르겠습니까

세월이 무거울 때 나도 그랬을 것입니다

그러나 옛 일은 그리워하는 것이지 말하는 것은 아니었습니다

먼 여행은 귀향이라지만 옛집, 옛자국 없어진…

그 많은 물음표들 의문들 세상을 바꾸기도 합니다

꽉찬 숲에는 오솔길 하나 환합니다 나무는 나의 오래된

미래입니다 한 그루의 그늘 한 잎의 초록 생명의 나무는

영원한 초록빛입니다 오래된 것들은 제 스스로 갖는

힘이 있습니다 이제 다시는 살아내는 일이 어렵다고

말하지 않을 것입니다 무심코 산봉우리 한번 올려다봅니다

그 너머 하늘이 한 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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