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내 법망 피해 제3국에서 포르노방송국 운영
- ‘모델 시켜준다’ 속여 포르노자키 모집
- 일급 포르노자키 ‘딸기’ 1년5개월간 2억원 벌어
- 그룹섹스, 동성애 등 변태적인 성행위 생방송으로 제공
“방울토마토를 보니 어제 일이 생각나네요. 저거, 10개까지 넣었었죠? 오늘 방울토마토는 사양하고 싶어요.”(여성)
“흐흐, 아팠어요? 자 그럼 칵테일을 만들기 위해 술을 숙성시켜야죠.”(남성)
잉크·물약 따위를 빨아올릴 때 사용하는 스포이트에 맥주를 가득 채운 남성이 여성의 치마를 들췄다. 술을 숙성시키는 곳은 다름아닌 여성의 음부. 스포이트를 이용해 술을 주입한 남성은 흘러내리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강력 테이프로 여성의 ‘입구’를 봉쇄했다. 한동안 춤을 춘 여성이 잠시 후 몸 안에 들어 있던 술을 배출했다. 이윽고 술을 숙성시킨 ‘자리’에 딸기, 바나나, 얼음, 오렌지 등이 출입(出入)을 반복했다. 글머리에 언급한 ‘방울토마토 10개’를 넣은 곳은 다름아닌 여성의 은밀한 부분이었다는 설명이 뒤따랐다. 남성은 여성의 질액이 묻은 ‘재료’를 혼합해 칵테일을 만든 후 단번에 쭉 들이켰다.
지난해 9월 중순 한 인터넷 포르노 방송국(이하 포르노방송국)에서 방영된 프로그램 내용 중 일부다. 구토를 유발할 정도로 변태적인 행위가 인터넷을 통해 생중계된 것이다. 칵테일을 만든 두 남녀는 일명 ‘포르노자키(PJ)’.
‘돈 많이 벌고 싶은 여성만…’
우리나라에 첫 포르노방송국이 문을 연 것은 2002년 1월. 바나나TV, 섹스코리아 등 인터넷 성인방송(이하 성인방송)이 섹스동영상, 라이브채팅, 성인시트콤, 에로영화 등의 콘텐츠를 제공한 반면 포르노방송국은 남녀 포르노자키의 실제 성관계 장면을 인터넷을 통해 실시간으로 내보냄으로써 기존 성인방송과 차별화를 꾀했다.
포르노방송국과 성인방송의 가장 큰 차이는 포르노자키의 ‘변태적인 행위’다. 이 업계 관계자는 “포르노방송국의 성패는 포르노자키가 쥐고 있다”고 단언했다.
포르노자키의 개인기, 즉 성행위를 포함한 연기능력이 유료회원을 끌어들이는 주무기라는 것. 2002년 중반 포르노방송국이 우후죽순 설립되면서 특별한 자질을 지닌 포르노자키를 선발하기 위해 업계에는 각양각색의 방법이 동원됐다.
당시 무허가 직업소개업자였던 30대 초반의 조아무개씨는 자신이 운영하는 홈페이지 ‘모델 만들기(www.modelwin.com, 현재 폐쇄)’에 2002년 1월 ‘2주에 700만~2000만원, 짧은 시간에 많은 돈을 벌고 싶은 여성만’이라는 광고를 게시했다.
조씨는 한 포르노방송국의 포르노자키 모집책. 그는 마치 모델을 시켜줄 것처럼 속여 여성 포르노자키를 모집했다. 그는 광고를 보고 찾아 온 대학생, 무직여성 등에게 “바디 미팅과 성 체위는 필수”라며 성관계를 맺은 뒤 그 장면을 직접 촬영 제작해 포르노방송국측에 건넸다. 상대 여성이 포르노자키로 적합한지 아닌지를 평가받기 위해서다. 그는 포르노방송국측이 ‘OK’하는 여성에게 거액을 제시하는 방법으로 포르노자키를 모집했다.
또 다른 포르노방송국의 포르노자키 모집책인 양아무개씨. 그는 일명 ‘쌈리(경기도 평택역 부근)’ ‘용주골(경기도 파주)’ ‘588(서울 청량리)’ 등 윤락가를 직접 돌아다니며 포르노자키에 적합한 인물을 찾아나섰다. ‘될성부른 떡잎’이다 싶은 윤락녀를 발견하면 고액의 화대를 지급하고 ‘2차’를 요청했다. 자신과의 성관계를 통해 포르노자키의 기본기라 할 수 있는 섹스 자질을 파악하기 위해서다.
포르노자키를 선발하는 기준은 용모와 적극성, 그리고 말솜씨다. 남성 포르노자키의 경우 나이트클럽 등 유흥업소 종업원과 영화 엑스트라 출신, 캐나다 어학 연수생 등에게 접근해 거액을 미끼로 끌어들였다.
모집책의 ‘검증’을 거치지 않고 인터넷을 통해 포르노자키 모집에 응한 이들에겐 엄격한 테스트가 실시된다. 한 업체는 강원도 평창에 위치한 콘도 등에서 남녀 후보들로 하여금 실제 성행위를 하게 하고 이를 카메라에 담은 뒤 이를 토대로 연기와 표정, 소리 등을 심사했다. 이들의 월 급여는 수습기간(1개월)을 마친 남성이 500만원(수습기간 300만원), 여성은 남성의 두 배인 1000만원(수습기간 800만원)에 달했다.
해외에 설립된 인터넷 포르노방송국은 국내 인터넷 사용자들의 포르노사이트 접속이 가장 활발이 이뤄지는 밤 11시~새벽 1시에 생방송을 내보낸다.
1997년은 우리나라에서 인터넷이 대중화되기 시작한 때. 지금은 인터넷 사용인구가 2000만명을 넘어섰지만 그때는 100만명 안팎에 지나지 않았다. 당시만 해도 우리나라에서 홈페이지를 구축하고 있는 개인이나 회사는 그리 많지 않았다. 업체나 개인이 홈페이지를 운영하려면 매월 수백만원이 소요되는 인터넷 전용선을 이용해 수천만원이 드는 네트워크 시설 및 서버를 구축해야 했기 때문이다. 당시 음란사이트를 구경하기 위해서는 영어로 된 외국 사이트를 이용해야 했다.
‘본 사이트는 성인사이트입니다. 모든 서비스는 호주에서 제공하고 있으며 호주사업자입니다. 저희 사이트는 메인 서버가 호주에 있어 국내법이 적용되지 않습니다. 크레이지 월드는 호주사업자이기는 하나 한국인이 운영하고 있습니다. 가입비 만원.’
경찰 수사결과 네트워크 사용지는 충남 천안시에 위치한 사이트 운영자인 김아무개씨의 집으로 밝혀졌다. 경찰의 수사와 법망을 피하기 위해 해외에 서버를 둔 것처럼 위장했던 것. 포르노방송국업자들은 1997년 국내 최초로 유료 포르노 사이트를 운영한 김씨의 사업 방식을 벤치마킹, 법망을 피해 해외에 서버를 두고 사업을 시작했다.
포르노방송국은 대부분 비자 없이 입국이 가능하며 국내 수사기관의 추적이 어려울 뿐만 아니라 사실상 사법권이 미치지 않는다는 점 때문에 캐나다 등 제3국에서 운영됐다. 포르노방송국을 설립하는 데 드는 비용은 최소 3억~5억원. 한 포르노방송국의 경우 ‘제임스’라고만 알려진 미국 교포가 70만달러(약 8억4000만원)를 투자해 캐나다에 스튜디오를 만들고 감독, 촬영, 배우 등 전문 인력을 모집했다.
포르노방송국은 기획 및 펀딩 단계부터 철저히 기업형으로 운영됐다. 서울 강남에서 ‘벌떼 클럽’이라는 룸살롱을 경영해 모은 돈을 창업자금으로 활용한 한 업체는 라이터에 포르노방송국의 도메인을 새겨 강남 일대에 홍보했다. 이들은 캐나다 온타리오주 미시소가의 한적한 교외에 위치한 주택을 통째로 임대해 세트장을 만들고 비디오카메라, 편집장비, 전송장비 등 인터넷 방송 장비 일체를 갖추어놓고 조직적으로 포르노방송국을 운영했다.
홍콩, 미국 등지에 서버 컴퓨터 30여대를 설치한 A사는 국제 포르노사이트 분양책. A사는 한글판 포르노사이트의 분양사업을 위해 미국영주권 신분을 이용해 태국 파타야에 사무실을 개설, 자체 포르노 동영상 재생 소프트웨어인 일명 ‘에스퍼’를 개발하고 스팸메일 발송용 서버 100여대를 갖추었다. 14개의 음란사이트를 직접 운영하는 이 회사는 앞서 언급한 2개의 포르노방송국을 포함해 26개의 음란사이트를 분양, 포르노방송국의 설립을 도왔다.
성인 인증 필요 없어
포르노방송국이 해외에 사이트를 두는 이유 중 하나는 ‘성인 인증’ 과정을 거치지 않아도 되기 때문이다. 국내에 서버를 두고 있는 성인방송을 포함한 음란사이트 등은 미성년자 출입을 막기 위해 ‘성인 인증’을 거치는 반면 해외에 서버를 두고 있는 포르노방송국은 정보통신망 이용 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을 준수하지 않아 가입비만 지불하면 나이에 상관없이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 포르노방송의 월 가입비는 업체에 따라 차이는 있지만 월 8만~9만원 정도.
포르노방송국은 유료회원을 모집하는 데 혈안이 돼 있다. 회원을 모집하는 주된 홍보수단으로 스팸메일, 악성 애드웨어, 배너광고 등이 활용된다. 경찰청 사이버테러대응센터와 전국 각 지방경찰청의 사이버수사대 수사요원 600여명은 포르노방송국 운영자와 음란사이트 관계자 사이에서 ‘저승사자’로 불린다. 음란사이트 등을 홍보하기 위해 새로운 기술을 개발하는 즉시 위법여부를 가려내 제재를 하기 때문이다.
경찰청 사이버테러대응센터는 지난 4월12일 포르노방송국 및 성인사이트 운영자와 결탁, 전문 프로그래머를 고용해 작년 8월부터 약 1300만명에게 악성 프로그램 ‘애드웨어’를 유포한 일당 4명을 구속했다. 경찰이 포르노방송국의 주된 홍보수단이 된 ‘통로’를 차단한 것이다.
인터넷 사용자라면 누구나 한번쯤 인터넷 시작페이지가 변경되고 수시로 음란사이트의 팝업창이 나타나 당황했던 경험이 있을 것이다. 이러한 현상은 특정한 사이트나 게시판 접속시 프로그램 설치 여부를 묻는 창에서 무심코 ‘예’를 누르면 자동으로 PC에서 작동되는 악성 애드웨어에 감염되었을 때 나타나는 대표적인 증상이다. 애드웨어는 그동안 명확한 법적 제재기준이 없고 추적이 어려워 음란물 및 성인사이트 광고수단으로 활용됐다.
경찰청 수사국 사이버테러대응센터 양근원(43) 경정은 “압수한 성인사이트 데이터베이스를 분석한 결과 악성 애드웨어에 감염된 후 포르노방송국 등 성인사이트에 가입한 사람이 5만2530명으로 드러났다”고 밝혔다. 감염자 260명 중 1명이 회원으로 가입한 꼴이다.
“수사결과 첨단기술을 동원한 악성 애드웨어 유포로 52개 성인사이트의 광고를 대행해 5만2000여명을 회원으로 가입시키고 수수료 명목으로 6억8000여만원 상당의 이득을 취한 사실이 드러났다. 포르노방송국의 홍보만을 전담하는 기업이 있으며 이러한 기업이나 개인이 이메일, 배너광고, 애드웨어 등의 홍보수단을 통해 유료회원을 유치할 경우 대가로 가입비의 40~50%를 제공하는 것이 업계의 관례다.”
“몹시 흥분된다구요?”
음란 스팸메일이 줄어들지 않는 이유는 이러한 먹이사슬 구조 때문이다. ‘오빠, 나야. 잘 있었어?’ ‘심심할 때 눌러 줘’ ‘성인 야동+섹스동영상+자체몰카!!’ 등의 제목으로 제공되던 음란 스팸메일의 한글 제목은 지난해 9월 이후 대부분 영어로 전환됐다.
양 경정은 “스팸메일의 제목이 영어로 바뀐 건 대형 포털 사이트 등이 한글 제목의 스팸메일을 자체 정화하는 프로그램을 가동하면서부터”라며 “미국 등 외국에 메일발송용 서버를 임대한 음란 스팸메일 발송대행업체가 메일 발신지 추적을 피하기 위한 목적도 있었다”고 덧붙였다.
명문대 출신으로 벤처기업 (주)N정보통신을 설립한 한아무개(32·서울 강남구 대치동)씨 등 4명은 지난 2월12일 정보통신망 이용 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위반 혐의로 검거돼 경찰 수사관 앞에 고개를 숙였다.
이들은 자금 압박으로 회사 운영이 어려워지자 인터넷을 통해 수집한 이메일 주소를 연령별, 주제별, 지역별로 분류해 돈을 받고 팔거나 외국에 있는 24개의 포르노방송국과 음란사이트 등을 홍보하는 음란메일을 무차별적으로 보내 1억7000여만원 상당의 부당이득을 취한 것으로 밝혀졌다.
6월11일 서울지방경찰청 사이버범죄수사대는 음란사이트 회원가입을 권유하는 내용의 스팸메일 1억통을 발송한 혐의로 조아무개(25)씨를 구속했다. 국내에서 음란 스팸메일 발송자가 구속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경찰에 따르면 조씨는 2월 중순 심아무개(27·구속)씨 등 음란사이트 제작 운영자 3명으로부터 “회원 가입을 유도하는 이메일을 발송하면 실적에 따라 가입비의 절반을 준다”는 제안을 받고 성인사이트 3개를 홍보하는 스팸메일 1억여통을 네티즌에게 살포해준 대가로 5200만원을 챙긴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 조사 결과 대학 휴학생인 그는 특정 사이트 접속자의 이메일 계정을 알아내는 프로그램과 이메일 주소가 거래되는 사이트에서 약 5억개의 이메일 계정을 확보한 것으로 드러났다.
인터넷에서 돈이 되는 사업 중 첫째 손가락에 꼽히는 것이 바로 음란사이트. 우리나라 인터넷 기술의 발달은 음란사이트의 발전과 궤적을 같이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회원을 유치하기 위해 광고기법 및 형태가 발전을 거듭했고, 가입비와 사용료 등을 손쉽게 결제할 수 있는 시스템 개발이 이어졌다.
현재 우리나라의 음란사이트는 6만8000여개. 미국 다음으로 많아 ‘음란물 공화국’으로 불리고 있다. 음란물의 대표주자는 다름 아닌 포르노방송국.
포르노방송국이 일제히 생방송을 시작하는 시간은 대략 밤 11시~새벽 1시다. 국내 인터넷 사용자들의 포르노 사이트 접속이 가장 활발하게 이뤄지는 시간대에 맞춘 것이다. 대부분의 포르노방송국은 약속이나 한 듯 월요일을 제외한 주 6일 동안 매일 두 시간씩 1부에서는 남녀 포르노자키의 실제 성행위를, 2부에서는 여자 자키들의 ‘개인기’를 방영한다.
한 남성이 여성의 음부에 성기를 삽입하자 피가 흘러내렸다. 두 사람은 개의치 않고 성행위에 열중한다. 바로 옆에는 또 다른 남녀가 성관계에 몰두하고 있다. 이들 4명은 파트너를 교환하는 등 노골적이고 비정상적인 성행위를 계속한다. 실시간으로 중계되는 이들의 행위를 모니터를 통해 지켜본 유저(인터넷 사용자)들의 반응은 채팅창을 통해 포르노자키에게 즉각 전달된다.
“000님. 몹시 흥분된다구요? 저두 그래요. 같이 즐기자구요.”
여성 포르노자키는 유저가 남긴 글을 보며 곧바로 응대한다. 일부 유저는 포르노자키에게 자신이 원하는 체위나 행위를 요구하기도 한다.
“지금요? 지금 빨라구요?” 한 유저가 오럴섹스를 요구하자 주저없이 실연(實演)해 보인다. 올초 한 포르노방송국에서 방영한 이와 같은 행위는 다른 포르노방송에서도 흔히 볼 수 있는 소재다.
남성의 정액을 여성의 얼굴에 사정하는 장면, 남성 포르노자키가 사정하는 정액을 여성 포르노자키가 받아먹는 장면, 여성 포르노자키 2명이 서로의 음부 등 신체의 주요 부위를 혀로 핥는 동성애 장면 등은 포르노방송의 단골 메뉴다.
오이 당근 바나나… 은밀한 곳으로
‘딸기’라는 이름으로 명성을 떨친 포르노자키 유아무개(25)씨. 고교 졸업 이후 누드모델과 에로 영화배우, 성인방송 인터넷자키(IJ) 등을 거쳐 포르노자키에 입문한 그녀는 2002년 4월부터 지난해 9월까지 국내 포르노 제작자가 캐나다에서 제작해 국내에 공급한 한 포르노방송에 ‘딸기’라는 이름으로 출연해 다른 남녀 포르노자키와 함께 변태 성행위를 선보였다.
‘딸기’는 자신의 음부에 오이, 당근, 바나나 등을 삽입할 뿐만 아니라 2대1 섹스와 동성간 성행위 등 탁월한 개인기(?)를 내세워 고정팬이 생길 정도로 인기를 끌었다. 포르노자키로 활동한 약 1년5개월 동안 그녀가 받은 출연료는 2억원이 넘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고액의 출연료를 받은 ‘딸기’와는 달리 매일 변태적인 성행위에 시달렸지만 약속했던 출연료(월 800만원)를 받지 못한 이아무개(20)씨.
그녀는 ‘손쉽게 목돈을 벌 수 있다’는 감언이설에 속아 18세의 나이로 포르노자키가 됐다. 중학교에 입학할 무렵부터 부모와 연락을 끊고 주유소 주유원, 커피숍 아르바이트 등으로 한달 80만~120만원을 벌어 혼자 생활하며 중졸 검정고시를 마친 뒤 고졸 검정고시를 준비하던 그녀는 2002년 모 인터넷 포털사이트에 포르노자키 모집을 목적으로 개설된 카페를 통해 돈의 유혹을 받았다.
‘누드모델, 포르노배우, 에로배우 모집. 월수입 800만원 보장. 원하는 나라로 취업. 어학연수와 연예활동 지원 보장’이라는 광고 문구가 그녀의 눈을 사로잡았다.
큰돈을 벌 수 있다는 모집책의 말을 믿고 캐나다로 건너간 그녀는 본격적인 포르노자키 생활을 시작했다. 매일 두 시간씩 진행되는 성행위와 변태행위는 10대 소녀에게 견디기 힘들 만큼 고통스러운 것이었다.
출연료는 약속했던 금액에 턱없이 부족했다. 비자 없이 머물 수 있는 6개월 동안 포르노자키로 활동한 그녀는 목돈은커녕 어렵게 비행기 티켓을 마련해 한국으로 돌아왔다.
인천시 부평구에 사는 김아무개(37)씨는 요즘 남편의 얼굴을 쳐다보지 않는다. 얼마 전 황당한 장면을 목격했기 때문이다.
“새벽에 화장실에 가려고 일어났다가 서재에서 이상한 소리가 들려 문을 열어보았더니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은 남편이 컴퓨터 모니터를 뚫어지게 쳐다보고 있는 게 아닌가. 가만히 다가가 보니 여러 명의 남녀가 뒤엉켜 그룹섹스를 하는 장면을 보면서 자위행위를 하고 있었다. 그 순간 뭐라 설명할 수 없을 정도로 자존심이 상했다.”
그녀는 “남편이 ‘미안하다. 남자들은 때론 자위행위를 하고 싶을 때가 있으니 이해해달라’고 부탁했지만 배신감을 이겨내기가 힘들다. 또 다시는 보지 않겠다고 해놓고선 자다 말고 몰래 일어나 컴퓨터를 켜는 걸 보면 일종의 중독인 것 같다”면서 한숨을 내쉬었다.
주부포털 사이트의 상담게시판에는 김씨와 비슷한 경험을 한 주부들의 고민이 심심찮게 올라온다.
서울지방경찰청 사이버수사대 관계자에 따르면 성인뿐만 아니라 포르노 방송국 등 음란 사이트에 중독된 자녀를 둔 부모의 하소연이 줄을 잇고 있다. 이 관계자는 “어른들이야 재미삼아 들락거린다지만 분별력과 자제력이 떨어지는 청소년의 경우 음란정보를 접한 이후 성적 충동을 이기지 못해 범죄로 연결되는 사건이 발생해 사회적인 문제가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포르노방송국은 변태성행위 전시장
변태성행위 전시장을 방불케 했던 포르노방송국이 철퇴를 맞은 것은 지난 5월말. 경찰의 단속을 피해 캐나다 현지에 포르노방송국을 설립한 뒤 남녀 포르노자키의 변태적인 성행위 장면 등을 인터넷으로 방송, 유료 회원들로부터 130억여원의 부당이득을 취한 5개 기업형 국제 포르노방송국 운영자와 포르노자키 등 72명이 경찰에 무더기로 적발됐다.
경찰은 앞서 언급한 포르노방송국 운영자와 모집책, 포르노자키 등을 포함한 43명을 정보통신망 이용 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위반혐의로 구속하고 포르노방송국 홈페이지를 관리한 한아무개(29)씨 등 19명을 불구속입건했으며 포르노사이트 국제분양책 김아무개(25)씨 등 10명을 수배했다.
경찰에 따르면 이들은 국내에 위장법인을 설립해 홈페이지 제작 및 촬영감독, 포르노자키 등 음란사이트 운영에 필요한 인력을 모집, 캐나다 등지에 포르노방송국을 만들어 남녀 포르노자키들의 성행위 장면을 인터넷으로 국내 네티즌에게 실시간 또는 녹화방송함으로써 136억원 상당의 부당이득을 챙긴 혐의를 받고 있다.
이들은 해외에서 ‘zotto’ ‘bojalivetv’ ‘live69tv’ 등의 포르노방송국을 설립해 방송담당, 홈페이지 관리, 포르노자키 등으로 업무를 나눠 조직적으로 노골적이고 변태적인 성행위 장면을 인터넷을 통해 방송해온 혐의다.
수사를 담당한 차공인 경장은 “포르노방송국 업자들이 방송한 성행위는 차마 입에 담지 못할 정도로 변태적이다. 인간이 상상할 수 있는 모든 행위를 연출했다”면서 “이들 5개 업체는 해외서버 인터넷 방송을 통해 한국내 유료 가입자로부터 월 평균 5억원의 수익을 올렸지만 포르노자키와 스태프에게는 약속한 임금을 지급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고 밝혔다.
사이버범죄 수사통인 차 경장은 “이번에 단속대상이 된 포르노방송국은 폐쇄됐다. 하지만 이들은 맘만 먹으면 언제든지 서버를 옮기고 도메인을 바꿔 사업을 재개한다. 이것을 막을 방법이 없는 것이 문제”라고 지적한다.
포르노방송국에서 음란물을 촬영한 혐의로 지난 5월말 구속기소된 포르노자키 ‘딸기’는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창원지법 제2형사단독 정문성 판사는 6월8일 ‘딸기’에 대해 음반 비디오물 및 게임물에 관한 법률위반죄를 적용, 징역 10월에 집행유예 2년, 벌금 500만원, 사회봉사 160시간을 선고했다.
또 같은 혐의로 기소된 포르노방송국 캐나다팀장 박아무개(34)씨에 대해서는 같은 죄를 적용해 ‘딸기’와 같은 형량을 선고했고, 포르노배우 모집책인 전아무개(36·여)씨에 대해서는 징역 6월에 집행유예 2년, 벌금 300만원, 사회봉사 80시간을 선고했다.
뛰는 경찰 위에 나는 업자
이와 관련해 차 경장은 “처벌이 솜방망이에 그쳐 포르노방송국 운영자 등이 ‘구속되더라도 감옥에서 몇 달만 고생하면 거액을 챙길 수 있는 물 좋은 사업’이라고 공공연하게 얘기한다”면서 “처벌 규정이 하루 속히 강화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사이버범죄 대응에 관한 한 우리나라는 선진국 수준이다. 1999년 FBI(미연방수사국)에서 하이테크 범죄 예방을 위한 24개국 초청회의 당시 ‘한국 경찰이 사이버범죄에 가장 모범적으로 대응하고 있다’는 내용이 발표 자료에 삽입됐을 정도다. 우리나라는 이미 1995년부터 기술과 장비, 인력을 확충해 사이버범죄에 대응해왔다. 그 결과 아시아권에서 해킹, 바이러스 사범을 최초로 검거한 경력을 갖고 있다.
일본은 1999년에 사이버수사대를 발족했고 FBI도 1998년에야 이런 조직을 가동하기 시작했다. 수사기법 면에서도 아시아권에서는 우리나라가 가장 앞서 있다. 일본이 벤치마킹을 위해 관련 수사기관을 몇 차례 방문했을 정도로 사이버범죄 대응에 관한 한 일본에 비해 우리나라가 우월하다는 것이 경찰 관계자의 주장이다.
“변태적인 성행위를 보고 자란 청소년들은 성인이 되어서도 그런 행위를 별 죄의식 없이 할 것이다. 그러니 음란물을 제작 유포하는 행위는 쓰레기 만두를 만들어 판매하는 것과 전혀 다를 바 없는 일이다. 성행위는 사랑하는 사람과 나누는 아름다운 행위다.”
변태적이고 퇴폐적인 포르노 방송국 관계자들을 일망타진한 경찰 수사관의 말이다.
오늘도 경찰과 음란사이트 관계자들 사이에 숨바꼭질이 계속되고 있다. 각종 음란사이트를 단속하는 ‘뛰는’ 경찰과 돈벌이라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나는’ 업자. ‘뛰는 놈 위에 나는 놈 있다’는 속담이 부디 틀리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