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큰손’은 조 단위 재산가…3500억 돈 심부름
- 전직 대통령 가족 뒤 봐주고 측근과도 긴밀한 거래
- 명동 전주들, 채권·CD 세탁으로 갑부 돼
- ‘큰손’과 일부 은행 지점장들 ‘공생(共生)’
- 일부 은행지점 이용해 정치자금 세탁…‘완전범죄’
- 올 2, 3월에도 수십억 정치권 괴자금 세탁
사채시장은 은행, 제2금융권 등 제도권 금융기관이 아니면서 금전 대여업이 이뤄지는 곳이다. 금융기관에 담보대출, 신용대출 을 받지 못할 처지가 된 개인이나 회사가 급전을 구하기 위해 주로 찾는다. 속칭 카드깡, 자동차할부깡, 상품권깡 등 다양한 대출방식이 알려져 있으나 ‘정석’대로 부동산 담보를 제시해야 대출해주는 사채업소도 많다.
사채업소의 또 다른 주 종목은 기업어음, 양도성예금증서(CD), 채권, 비상장 주식과 현금을 교환해주는 사업이다. 특별한 경우에는 현금 거래 없이 수표를 수표로, CD를 채권으로 교환해주기도 한다. 이런 사업을 통해 사채시장은 자금 세탁의 중심 역할을 하는 것으로 알려져 왔다.
‘캐피탈’ ‘컨설팅’ ‘투자’ 등의 간판을 내 건 업소는 영락없는 사채업소다. 최근엔 사채업소가 대부업이 아닌 일반 사업을 겸업하는 경우도 많아 ‘상사’ ‘무역’ ‘개발’ 등의 회사명을 갖기도 한다.
여러 형태의 사채업소가 존재하지만 공통된 특성은 고리(高利)와 거액의 수수료를 요구한다는 점이다. 돈의 성격에 따라 은행 이자의 수 배에서 수십 배까지 폭리를 취한다. 정부는 ‘대금업법’을 통과시켜 사채시장의 건전화를 유도했다. 사채업자들이 일정 수준 이상의 이자수익을 얻지 못하도록 한 것. 그러나 사채업자들의 폭리는 여전하다. 이유는 간단하다. 사채업자가 감수해야 하는 ‘리스크(위험 부담)’가 크기 때문에 그들의 수익도 높아지는 것이고 이는 사채시장에서 그만큼 불법적, 반사회적 거래가 자주 이뤄지고 있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명동 사채시장은 피라미드 구조
사채시장에 대한 공인된 통계가 없어 정확한 사실관계는 알 수 없지만 금융업계에 따르면 자금 수요가 많은 서울지역이 전국 사채 거래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서울의 사채시장은 과거 은행 본점이 몰려 있던 명동을 중심으로 형성됐으며 종로지역이 부(副)상권으로 통했다. 현재 사채시장은 강북의 을지로, 퇴계로, 충무로, 강남의 강남역 주변, 테헤란벨리 등지로까지 확산되었다. 그러나 사채업자들 사이에선 여전히 명동이 사채업의 ‘메카’로 통한다.
명동 사채업자들은 사채시장을 찾는 개인이나 기업의 운명을 쥐락펴락할 뿐 아니라 국가경제의 흐름에도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명동 사채시장을 주도하는 사람들이 누구인지, 그 안에서 어떠한 사업을 하고 있는지 사업규모는 실제로 어느 정도인지, 어떠한 시스템에 의해 작동되는지, 풍문으로만 떠도는 정치자금 세탁설은 사실인지에 대한 구체적 증언은 아직 없었다.
2004년 초까지 명동 사채시장의 핵심에서 일해온 사채업자 A씨는 최근 기자와 만나 6시간에 걸쳐 자신이 체험한 명동 사채시장의 전모와 정치자금 세탁설에 대해 밝혔다.
그는 사채업계에서 ‘한국 최대 큰손’ 중 한 명으로 통하는 명동의 ‘전주(錢主)’ 박모 회장의 직속 참모이면서 자신도 사채업자였다. A씨는 8년여간 박모 회장을 만나면서 그가 시키는 ‘프로젝트’들을 다른 명동 사채업자들과 연계해 본인이 직접 수행했고 그 과정에서 박모 회장과 다른 명동 큰손들의 활동을 자연스럽게 목격하게 됐다고 말했다.
기자는 A씨가 한때 자금세탁에 동원한 A씨의 지인을 통해 A씨를 소개받아 명동 사채시장에 대해 증언해줄 것을 수 차례에 걸쳐 요청했다. 일부 검사도 정치자금 세탁 내사를 벌이는 과정에서 A씨를 참고인 자격으로 소환해 수사에 협조해줄 것을 요청하기도 했다. A씨는 최근 모시던 전주와의 관계를 정리하게 됨에 따라 기자에게 증언을 하게 됐다.
A씨는 1990년대 중반 명동 사채시장에 첫발을 내디뎠다. A씨는 당시 명동 외환은행 부근에 사무실을 내고 어음 할인업을 주로 했다고 한다. 명동의 사채업자들과 친분을 쌓게 된 그는 1996년 6월 명동에서도 알아주는 큰손으로 통하는 박OO 회장을 소개받아 이후 박 회장의 측근으로 활동했다.
박, 이, 장, 방 회장
명동엔 공식, 비공식적으로 사채업을 하는 업소가 굉장히 많다. 사채업자들에 따르면 이들 업소는 독립적으로 사업을 하는 경우도 있지만 업소들끼리 긴밀히 연결되어 공동으로 ‘프로젝트’를 수행하는 일도 잦다. 이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사채업자들간 서열이 형성된다. 명동의 사채시장도 일종의 ‘피라미드 시스템’이라는 것이다.
A씨는 “이 피라미드의 정점에 4명의 전주가 있다”고 말했다. A씨가 모시던 박OO 회장(68)을 비롯, 이OO 회장(62), 황OO 회장(70), 방OO 회장(59)이 그들이다. 이들은 일반인에겐 전혀 알려져 있지 않으며 수사기관이나 금융기관도 이들의 신상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고 한다. 명동의 사채업자라도 초보이거나 영세한 업자는 이들 4인방의 실체를 모른다. 수년에 걸쳐 빈번하게 제휴를 하게 된 재력 있는 사채업자들만 이들의 존재를 알고 있다고 한다. 그만큼 이들은 철저하게 베일 속에서 활동한다.
명동 사채시장은 4명의 전주 아래 중간 규모의 전주 수십여 명이 있고 그들 각자가 수십여 명의 사채업자를 거느리고 있는 구조다. 4인방은 명동을 무대로 활동하는 명동 토박이들이지만, 중간 규모의 전주들 중엔 명동이 아닌 강남 등지에 사무실을 내고 활동하는 사람도 많다.
다음은 A씨의 말이다.
“강남의 신사동 일대, 강남역 부근이 최근 새로운 사채시장으로 부상했다. 김대중 정부 시절 벤처열풍이 일면서 사채업자들 사이에선 각종 정부지원 자금이 유통되는 벤처기업이 자금을 세탁하는 창구로 각광받았다. 이 때문에 사채업자들이 벤처기업가 밀집해 있는 강남에 회사를 차리는 경우가 많았다. 강북의 종로, 충무로 등은 전통적인 사채시장의 맥을 잇고 있지만 사실상 명동 사채시장에 종속적 관계라고 봐야 한다. 사채시장에선 뭐니뭐니 해도 현금동원력이 가장 중요한데 그 점에서 명동을 따라갈 만한 곳이 아직 없다. 명동 시장에서 4인방은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재력을 갖고 있다.”
명동에서 사채업소 ‘OO캐피탈’을 운영하고 있는 B씨도 “서울의 사채시장에서 명동은 규모나 활동 면에서 여전히 부동의 1위를 차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명동 4인방의 자금 동원력은 어느 정도이며 이들은 구체적으로 어떤 활동을 해왔을까.
A씨는 “4인방 중에서도 박 회장과 이 회장이 두드러진다. 박 회장과 이 회장의 재산은 조 단위이며 채무는 거의 없다”고 말했다. 공식적으로 드러나지 않아서 그렇지 한국 최대 재벌의 총수급과 맞먹는 규모라는 것. 박 회장과 이 회장은 전화 한 통이면 자신이 보유하고 있는 돈으로만 수천억 원을 움직일 수 있는 정도의 자금동원력을 갖고 있다는 게 A씨의 설명이다. 두 사람에는 못미치지만 황 회장과 방 회장도 수천억 원대 재산가로 알려져 있다.
지하 주차장과 연결된 금고
명동의 사채업자들은 서로 연대해 여러 이권(利權) 사업에 개입한다. 그중 자금동원 규모가 큰 것은 대부분 4인방이 관여한다. 4인방은 사업의 실무는 자신의 측근이나 중간 단계 전주들에게 시킬 뿐 전면에 나서는 일은 없다고 한다.
그러나 사업 과정에서의 중요한 결정은 4인방이 직접 내린다. 사업의 전체적인 흐름도 대개는 정점에 위치한 4인방만이 아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4인방 사이에도 희미하게 서열이 매겨져 있는데 이들 간에는 불문율처럼 ‘한도액’이 정해져 있다고 한다. 500억~1000억원 이상 이권이 걸린 사업은 박, 이 회장이 맡고 100억~500억원 대 이권사업은 황 회장이, 30억~200억원대는 방 회장이 주로 맡는다는 것이다.
사채업자들은 금융실명제 등 공식적인 방식으로는 잡히지 않는 한국의 지하경제 규모를 100조원대로 추산한다(2001년 4월 LG경제연구원은 지하경제규모를 59조원 정도라고 밝혔다). A씨는 “한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박 회장의 지시로 그가 실질적으로 소유하고 있던 500억원짜리 자기앞수표 7장을 배달한 적이 있다. 4인방을 포함한 명동의 큰손들은 본인 또는 주변의 자금을 동원해 이권사업을 벌여나가는데 여기서 파생되는 자금의 흐름은 상상을 초월한다”고 말했다.
이들 4인방 대부분은 경제성장기를 지나 80~90년대를 거치면서 현재의 위치에 오르게 됐다고 한다. 이들의 활동은 한국 현대사의 흐름과도 맥이 이어진다.
박OO 회장이 대표적 경우다. 박 회장은 서울시내 소재 문화재급의 전통한옥을 자택으로 쓰고 있다. A씨는 “겉으로는 고풍스러운 한옥인데 특이한 것은 지하에 있는 주차장이 워낙 커서 탑차가 그대로 들어간다. 이 주차장이 지하의 금고와 바로 연결되어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박 회장이 처음부터 돈이 많았던 것은 아니다. 시골에서 부모로부터 받은 약간의 사업밑천을 갖고 상경한 그는 명동 중국대사관 옆에 사무실을 내고 채권할인 장사를 하면서 사채업을 시작했다. 명동 시장에선 박 회장이 1970~80년대 일본 야쿠자가 가지고 들어온 일본 채권을 큰 폭의 수수료를 떼고 달러로 환전해주는 장사를 하면서 갑부가 됐다는 얘기가 있다.
박 회장은 정·관계에도 폭넓은 인맥을 구축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A씨는 “박 회장으로부터 ‘모 전직 대통령이 어려움에 처했을 때 아들의 학비와 생활비를 대주면서 전직 대통령 일가와 친분을 쌓았다’는 얘기를 들었다. 박 회장이 몇몇 전직 대통령의 측근과도 자금거래를 해온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박 회장의 아들들은 모두 벤츠를 타고 다니는데 박 회장은 자신이 자수성가했다는 점을 강조하며 자녀들을 엄격히 대한다고 한다. 돈의 흐름에 대해선 가족들에게 전혀 얘기하지 않는다고 한다. 다음은 A씨가 말하는 박 회장의 스타일.
“박 회장은 명동 R호텔 커피숍에서 사람들을 자주 만난다. 주로 깃이 노랗게 바랜 와이셔츠와 소매 끝이 해진 양복 상의를 입고 나타난다. 호주머니에 만 원짜리 한 장 없어 보이는 가난한 노인의 행색이다. 한번은 모 ‘프로젝트’를 수행하기 위해 박 회장을 모 은행 지점장에게 소개하는 점심 식사자리를 마련했다. 식사비를 내가 지불했다. 박 회장은 계약된 알선 수수료 외엔 한푼도 주지 않는다. 박 회장과 오랫동안 함께 일했지만 3500원짜리 한정식 한번 얻어먹은 게 전부다. 그의 돈에 대한 집착력은 상상을 초월한다”고 말했다.
1억 주고 ‘어깨’ 50명 동원
박 회장은 가·차명 통장을 다수 보유하고 있는데 이 계좌들은 프로젝트에 따라 수시로 개설됐다 폐지된다. 이중 (주)H사등 7개의 법인계좌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한다. 7개 법인 중 3개 법인은 미국, 캐나다, 홍콩에 본사가 있고 서울에는 지사가 있는 것으로 되어 있다. 이들 외국법인은 박 회장의 아들이 해외에 나가 만든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이들 회사는 실제로는 직원이 거의 없고 실적도 미미하다고 한다. 박 회장 밑에서 상근으로 일하는 직원은 6명 정도라는 것.
법인계좌는 자금세탁에 사용되는데 외국법인들이 주로 이용한다고 A씨는 전한다. 이들 법인 중 K사는 박 회장의 친척이 대표로 등재되어 있다. K사 대표는 기자에게 “우리 회사는 정상적인 기업활동만 하며 정치자금 등 불법자금 세탁에 대해선 들어본 적도 없고 관여한 바도 없다”고 말했다.
사채업자는 돈이 될 만한 사업엔 가리지 않고 뛰어든다. 대금업, 채권-CD-어음-비상장 주식 등의 매입 및 매각, 부동산 투자, 자금세탁 등이 주업종이다. 큰손도 예외는 아니다. 명동 큰손의 대부 사업은 3개월 단위 급전이 보통이다.
이때도 큰손은 돈을 빌리려는 사람을 직접 만나지 않는다. 항상 ‘앞잡이’를 내세운다. 돈이 필요한 사람은 사업계획서, 원금반환계획서 등의 서류를 작성해 제출한다. 그러면 앞잡이가 실사를 벌인다. 중소 사채업자들에 비해 대출규모(수십억~수백억대)가 크기 때문에 큰손은 담보 없이는 돈을 빌려주지 않는 게 원칙이고 이자수익에 대해 정상적으로 세금도 낸다고 한다.
명동의 한 사채업소 관계자는 “단위가 커서 담보가 있더라도 은행이 대출을 부담스러워하고 대출결재까지 시간이 오래 걸릴 경우 기업들은 급한 대로 큰손을 찾게 된다”고 말했다.
큰손은 카드깡 등 사기성 사채놀이는 하지 않지만 제 날짜에 돈을 갚지 못하면 지체없이 행동에 나선다. 돈을 빌려줄 때 못 갚을 것을 대비해 담보는 물론 회사의 지분, 회사가 생산하고 있는 인기상품, 경영권 포기각서를 받아두기도 한다. 큰손은 채무자가 계속 버틸 것에 대비해 즉각 동원할 수 있는 조직폭력배를 확보해두고 있다.
다음은 명동 사채업계에서 중간 전주로 활동하고 있는 한 업자의 증언.
“2003년 말 수도권의 모 중견기업은 명동의 큰손에게 50억원을 빌린 뒤 부도가 났다. 명동의 큰손이 중간 전주 강모씨를 통해 돈을 빌려준 것이다. 부도 뒤 회사 노조원들이 회사를 장악, 외부인사들이 회사 안에 들어오지 못하게 막고 있었다. 큰손은 중간 전주 강씨에게 ‘일을 똑바로 못하느냐’고 호통을 쳤다. 그러자 강씨는 1억원을 풀어 속칭 ‘어깨’ 50명을 동원, 노조원들의 바리케이트를 부수고 회사 안으로 쳐들어갔다. 노조원들은 힘없이 무너졌다. 큰손은 채권확보에 성공해 100억원 상당의 이익을 남긴 것으로 알려졌다.”
명동의 큰손들은 부동산투자도 활발히 한다. A씨는 “모 전주의 경우 판교, 일산의 토지를 매입해 상당한 시세차익을 거뒀다”고 말했다. 시중에 떠도는 부동산 투기자금의 상당 부분은 사채업자들의 돈이라는 것. 합법적 거래이지만 국세청의 자금출처조사 등을 피하기 위해 속칭 ‘바지’나 중간 전주들을 끼고 공동투자를 한다.
중간 전주들은 큰손의 ‘정보력’을 믿기 때문에 동업제의에 쉽게 응한다. 증권가에도 미쳐 알려지지 않은 ‘고급정보’가 명동사채시장에선 빠르게 유통된다. 사채시장엔 돈에 대해선 ‘동물적 감각’이 있는 전주들이 있고, 그들에게 치부를 드러내지 않을 수 없는 기업이나 정치권 인사들이 있기 때문이다.
선호도 1위는 채권·CD 할인
명동의 큰손이 항상 중간 전주들과 동업을 하는 것은 아니다. 채권이나 CD 할인이 좋은 사례다. 자금 여력이 달리는 중간 전주가 큰손에게 채권을 들고 와 동업을 제의하기는 해도 그 반대 경우는 없다. “이 좋은 걸 왜 나눠주겠냐”는 것. 무기명 채권 등의 할인은 기업어음에 비해 돈을 떼일 위험이 적으면서 이윤은 많이 남는 알짜배기 사업이다. 이 정도의 세탁은 ‘프로’에겐 식은 죽 먹기에 속한다.
현금과 비슷한 비실명 채권과 CD는 전환사채(CB)와 함께 비자금 거래에 자주 쓰인다. 사채업자들은 먼저 비실명채권이나 CD를 현금으로 교환하기 원하는 사람에게 채권 등의 성격, 출처를 묻는다. 제대로 대답하지 않으면 거래는 깨진다.
‘불법으로 받은 것’이라고 말하면 그 자리에서 흥정에 들어가는데 액면가의 70%까지 후려치기도 한다는 게 한 사채업자의 전언이다. 사채업자는 매입한 채권, CD 등을 몇 개월 뒤 증권사 등에서 합법적 중개를 거쳐 액면가보다 높은 가격에 판다. 그럼에도 말끔히 세탁된 채권, CD의 구입을 희망하는 사람이 있기 때문이다.
삼성이 지난 대선 직전 한나라당측에 112억원 상당의 국민주택채권을 제공한 것이 한 사례다. 삼성측은 100억원의 채권을 사채업자에게 할인받는 데 12억 원이 들 것으로 예상하고 112억원을 준 것이다.
국민주택채권은 무기명 채권이며 무게도 가볍다. 하루 거래량은 900억원 대다. 추적이 사실상 어렵지만 채권의 거래라인은 ‘바지’나 중소사채업자들이 맡는다. 큰손은 직접 관여하지 않는다. 수사기관에 세탁과정이 포착되더라도 소위 ‘앞잡이’들만 잡힌다. 증권사도 ‘VIP급 고객’인 명동의 전주들과 적대적일 이유가 없다. 이런 이유에서 채권 세탁으로 명동 사채업자가 사법처리를 받은 경우는 극히 드물다.
정부는 내년부터 채권매입자의 신상명세를 전산 등록한 뒤 매매가 이뤄질 때마다 새로운 매입자를 등록할 방침이다. 한 사채업자는 “그렇다라도 채권 세탁이 전혀 불가능하지는 않을 것이다. 다만 차명을 동원할 경우 할인율은 더 올라갈 것”이라고 예상했다.
자금 세탁은 지금도 명동 사채업자의 주종목. 손쉬운 ‘채권 세탁’은 말할 것 없고 ‘고난도’의 세탁도 명동 사채시장에서 이뤄지고 있다. A씨는 “2004년 들어서도 불법 정치자금의 세탁이 명동 사채시장에서 진행됐다”고 말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돈 세탁(money laundering)을 ‘범죄 행위의 수입을 은폐하도록 조작하는 것”이라고 정의 내렸다. 기업엔 내부자거래, 밀수, 횡령 등의 범죄가 돈 세탁 대상이며 정치인에겐 불법 정치자금 거래, 뇌물 수수 등이 그 대상이다.
대검의 한 검사는 “고전적인 방법이면서 지금도 널리 이용되는 돈 세탁 방법으로 두 가지가 있다. 차명 계좌를 이용하는 것과 수표를 바꿔치기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노무현 대통령의 측근 최도술 전 청와대총무비서관은 기업체 등으로부터 불법적으로 받은 돈을 숨기기 위해 평소 알고 지내던 사업가의 계좌를 이용했다. 검찰 진술조서에 따르면 이 사업가는 100억대의 재산가로, 수십여 개의 계좌를 운용하며 활발히 금전거래를 해왔다. 사막보다는 숲속이 숨을 곳이 많은 법이어서 차명계좌는 금전거래가 많은 사업가나 법인이 주로 이용한다.
“은행 지점장을 포섭하라”
김대중 전 대통령의 차남 홍업씨는 국가정보원으로부터 수표를 받자 이를 수십 개의 차명계좌를 운용하는 친구 김성환씨에게 건넨 바 있다.
최 전 비서관은 지인의 양해를 얻어 지인의 이름으로 통장을 개설한 뒤 통장과 인감, 비밀번호 등을 자신이 관리하면서 입출금했다. 김홍업씨가 친구의 ‘기존’ 계좌에 예치한 데 비해 최도술씨는 이름을 빌려 새 계좌를 만들었다는 점에서 다르다.
그러나 이들 사례는 모두 불법자금의 최종소비자에게 자금이 전달된 뒤 차명 계좌에 의한 세탁이 이뤄졌다는 공통점이 있다. 명동의 한 사채업자는 이와 관련, 흥미있는 해석을 내놓고 있다.
“최종 소비자에게 불법자금이 전달된 뒤 이 소비자가 직접 차명계좌를 개설해 세탁하는 것은 수사기관의 추적에 취약한 낮은 단계의 방식이다. 실제로 불법자금의 최종 소비자는 돈 세탁 전문가가 아니기 때문에 지인이나 친구 등 추적이 쉬운 주변 인물들의 차명계좌를 허술하게 이용하다 검거되는 경우가 많다. 최종 소비자에게 자금이 전달되기 전 세탁을 완료해야 제대로 된 돈세탁이다.”
또 다른 고전적 방법인 수표 바꿔치기는 불법자금인 수표나 현금을 정상적인 헌 수표와 바꿔 세탁하는 것이다. 김홍업씨의 경우 불법으로 받은 수표는 백화점에 건네고 백화점에서 고객들이 사용한 헌 수표를 받아서 이를 은행에서 새 수표로 바꿔 사용했다. 문효남 대검 수사기획관은 2003년 11월 “일부 기업이 종로 일대 금은방에서 현금을 주고 100만원짜리 헌 수표를 구입한 뒤 정치자금을 제공했다”고 말했다. 수표 바꿔치기도 이미 검찰이 그 수법을 알고 있어 위험하다는 게 사채업자들의 견해다.
A씨는 명동 사채시장에선 이런 고전적 방법과는 다른 돈 세탁 방식을 활용하고 있다고 증언한다. 그는 “은행 지점을 돈 세탁 과정에 적극적으로 끌어들인다”고 말했다. 은행 지점과 사전에 모의한 뒤 정상적 은행 거래인 것처럼 위장해 불법자금을 세탁한다는 얘기다.
지난 대선 때 노무현 후보 측근 이광재 의원이 문병욱 썬앤문그룹 회장으로부터 받은 불법자금 1억원은 당시 국민은행 모지점의 K 지점장이 세탁해줬다. 2001년 10월 미국 현지 언론은 “외환은행 미국법인이 한국에서 들어온 20만달러 상당의 돈을 행원들이 자신의 계좌에 분산 입금받는 수법으로 돈 세탁을 했다”고 보도한 바 있다. 당시 이 문제로 행원 8명이 해고됐다.
A씨에 따르면 다수의 명동 사채업자는 은행 지점을 끼고 돈을 세탁하는데, 보통 지점장뿐 아니라 창구 담당자, 전산 담당자 등 지점 내 4명이 한 팀이 되어 공조한다고 한다. 다음은 A씨의 말.
“서울 시내 모든 은행 지점에서 돈 세탁을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규모가 큰 돈이 들락날락해도 자연스럽게 보이는 대규모 지점이 타깃이다. 평소 은행 지점장과 지점 직원을 접대하는 것이 내 일과다. 일이 성사되면 세탁되는 돈의 일부(수억~10여억원대)를 은행 지점장에게 커미션으로 떼어준다. 눈 딱 감고 한 번만 일을 성사시키면 목돈을 쥘 수 있어 지점장들에겐 떨치기 어려운 유혹이다. 나는 10여개 지점을 확보하고 있다.”
은행을 끼면 불법자금의 형태가 수표라도 세탁이 가능하다고 한다. 의뢰인이 수표를 주면 사용해도 안전한 수표로 돌려주는 식이다. 이 방식을 택하면 노무현 대통령 측근인 안희정씨 경우처럼 현금을 가득 실은 종이 쇼핑백을 들고 가다 쇼핑백이 터져 현금이 쏟아지는 낭패를 볼 우려도 없다. 한나라당처럼 트럭을 동원해 차떼기 할 필요도 없다. 분당 파크뷰 게이트 때의 홍모 대표처럼 소파 밑에 로비자금을 수억 원씩 깔아둘 필요도 없다. 돈 세탁도 ‘현금 거래’가 사라지고 ‘전산 거래의 시대’가 됐다는 것이다.
세탁을 의뢰한 사람이 수표를 건네주면 사채업자는 미리 공모하기로 한 은행에서 1개 또는 복수의 차명계좌를 개설한 뒤 정상적 거래가 이뤄지는 것처럼 금융거래를 한다고 한다. 불법자금은 이 과정에서 지점의 도움을 받아 감쪽같이 정상적 자금으로 탈바꿈된다는 것. 은행 계좌에서 여러 차례 입출금을 반복하면서 깨끗한 수표를 발행해주는 방식도 이 중 하나다.
전주가 보유하고 있는 법인계좌나 외국법인계좌가 동원돼 이들 법인과 정상적 거래가 이뤄지는 것처럼 하는 방식도 있다고 한다. 보통 1억원 이상의 돈이 지점에 입·출금될 경우 금감원 등 금융 당국이나 은행 본사가 예민하게 반응한다. 그러나 작전에 들어가면 이러한 감시망도 피하는 방법이 있다고 한다. 일시적으로 돈의 흐름을 끊었다가 살려주면 되는 것이므로 은행측은 금전적 손해가 없다는 것.
의뢰인에게 지급될 ‘깨끗한 돈’은 자금력이 풍부한 명동의 전주가 댄다. 중개인은 의뢰인과 지점장 사이에서 사전 정지작업을 모두 끝낸 뒤 마지막 순간에 명동의 전주와 지점장을 대면케 한다. 전주와 지점장간에 합의가 이뤄지면 일이 시작된다는 것이다.
검찰 특수통들은 A씨가 직접 가담했다는 방식 중 일부를 파악하고 있다. 한 특수통은 “내부 고발이 없는 한 은행과 짜면 완전범죄가 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설령 수사기관에 꼬리가 잡히더라도 실무선만 적발될 뿐이다. 세탁을 의뢰한 돈의 실제 주인이나 돈을 댄 명동의 큰손까지 추적하기란 불가능하며 지금까지 적발된 적이 한 번도 없다. 이 방식은 편리성, 안전성이 탁월한 만큼 의뢰인이 지불해야 하는 수수료도 비싸다. A씨는 “돈 세탁의 가장 진화된 형태”라고 말했다.
명동 사채시장에선 정치권에서 나온 불법 정치자금도 같은 방식으로 세탁해준다고 한다. A씨의 증언.
“2000년 이후 세 차례 정치자금 세탁에 직접 가담했다. 이 때도 은행 지점을 이용했다. 의뢰인은 정당의 후원회원 혹은 유력 정치인 특보 등의 직함을 가진 사업가가 대부분이다. 이들에게 자금 세탁을 의뢰받을 때 반드시 돈의 성격을 물어보는데 이들이 ‘정당자금’ ‘정치자금’이라 하고 액수도 크니 그렇게 아는 것이다. 2004년 2월 초순과 3월5일에도 각각 한 건씩 유력 정치인의 측근인 사업가 황모씨로부터 ‘정치자금’이라고 밝히는 거액(수십억 단위)의 돈 세탁을 의뢰받아 작업을 진행했다.”
불법 정치자금을 포함한 불법 자금의 세탁을 근절시키는 문제와 관련, ‘은행권의 비협조’를 경고하는 신호는 그동안 자주 있었다. 2001년 9월 돈 세탁 감시기구인 재정경제부 산하 금융정보분석원(이하 금정원)이 출범했으나 은행 등 금융기관에서 정치자금과 관련된 돈 세탁 혐의를 금정원에 보고한 적은 한 번도 없다.
현행 돈세탁방지법은 5000만원 이상 현금거래 가운데 범죄혐의가 있는 것으로 의심될 때만 은행 등 금융기관이 금융당국에 보고하도록 하고 있다. 은행에 상당한 재량권을 부여한 셈인데 문제는 은행측이 신고의식이 매우 낮고 성의를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실제로 대선자금 수사 종결 직후 일부 금융기관이 돈 세탁 의혹이 있는 거래를 보고하지 않은 사실이 드러나기도 했다.
열린우리당은 17대 국회에서 돈 세탁방지법을 강화하는 법안을 통과시킬 방침이지만, 은행의 의식이 바뀌지 않는 한 실효가 없다는 비판도 적지 않다. 또한 A씨의 주장이 사실이라면 일부 은행 지점은 돈 세탁에 직접 가담한 것이 된다. 은행의 일탈 가능성을 제도적으로 막을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있다.
사채업자가 제시한 의문의 250억 계좌
A씨는 인터뷰 도중 2004년 2월 ‘명동 큰손이 돈 세탁에 동원한 것’이라며 서울시내 모 은행 지점에 개설된 C씨 명의의 계좌 복사본과 30억원 어치 수표 사본 4장을 기자에게 건넸다. A씨는 “나는 작업한 프로젝트에 대해선 관련 증거물을 모두 복사해두는 습관이 있다”며 가짜가 아니라고 주장했다. 계좌는 2004년 2월23일 개설됐는데 당일 250억원이 입금돼 있었다. 3일 뒤인 2월26일, 70억원이 입출금됐다 당일 같은 액수가 입금된 것도 찍혀 있었다. 다음은 A씨의 주장이다.
“통장 주인은 C씨이고 C씨 통장으로 250억원이 들어온 것이지만 250억원의 실제 주인은 C씨가 아니다. 그런데 C씨는 발행한 당일부터 한 달여간 이 통장을 손에 쥐어보지도 못했다. 이 통장은 250 원이 입금되자마자 명동 큰손에게 들어갔기 때문이다. 명동 큰손의 수중에 통장이 들어온 뒤 70억원이 입출금됐다. 상식적으로 보면 통장을 갖고 있으면서 입출금하는 사람이 통장과 돈의 실제 주인이다. 이 통장은 명동 큰손의 ‘돈 세탁 작업’에 동원된 통장 중 하나다. 우리가 작업했기 때문에 이런 사실을 잘 안다.”
기자는 며칠 뒤 통장 명의자인 C씨를 찾아 대화를 나눴다. C씨는 서울 모 회사 대표이사인데 이 회사의 실제 소유주인 회장은 C씨의 친척이었다. 이후 C 대표가 회사의 자금담당 D 팀장을 소개해 줘 기자는 D 팀장과도 얘기를 나눴다. C 대표와 D 팀장의 설명을 종합했을 때 사실로 확인된 부분은 다음과 같다.
첫째 A씨가 제시한 통장 사본과 일치하는 통장은 실제로 존재했다. 둘째 A씨가 말한 대로 이 통장의 계좌주인은 C 대표이며 통장개설일인 2월23일 C 대표 소유가 아닌 250억원이 입금된 것도 사실이었다. C 대표는 “250억원은 내 돈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셋째 250억원이 입금된 이 통장은 개설되자마자 C 대표나 D 팀장, 혹은 회사의 실소유주인 회장과도 전혀 관련없는 제3자의 손에 넘어가 한 달여 동안 제3자가 관리하며 돈을 입출금한 것도 사실이었다. D 팀장은 “그 통장이 최종적으로 누구에게 넘어가서 어떻게 사용되고 있는지는 우리는 전혀 모른다. C 대표가 자신의 명의로 통장을 개설한 뒤 통장을 넘겨줬을 뿐”이라고 말했다.
검증 취재결과, C 대표측과 일면식도 없는 A씨는 ▲C 대표의 통장에 입금된 250억원이 C 대표 소유가 아니라는 사실 ▲C 대표측이 돈이 입금되어 있는 채로 이 통장을 제3자에게 넘겨주었다는 사실을 정확히 알고 있었다. 또한 A씨가 통장사본을 갖고 있는 점은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
이 사실들을 어떻게 알았나?
그러나 이 통장이 명동의 큰손이 돈 세탁 작업에 동원한 통장이 맞는지 여부는 밝힐 수 없었다. 기자에겐 수사권이 없어 취재는 여기서 중단될 수밖에 없었다. 물론, 돈 세탁에 동원됐지만 실제로 돈 세탁에 활용되지는 않은 것인지 여부 역시 확인할 수 없는 사안이었다. 다만, 이 통장에서 2월26일 70억원이 빠져나갔다가 당일 같은 액수가 입금된 데 이어 (통장 사본에는 기록되어 있지 않은 거래내역이지만) 3월16일에도 30억원이 같은 방식으로 빠졌다 재입금된 사실은 확인됐다.
C 대표는 “250억원은 회사 돈과 회장의 돈”이라고 말했다. 250억원이 든 통장을 제3자에게 한 달이라는 기간동안 넘겨주었다는 것은 아무리 긴박한 사업적 이유가 있다 해도 쉽사리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이다. 통장원본이 타인의 손에 들어가면 돈이 인출될 위험은 높아진다. 더구나 제3자가 이 통장을 보유하고 있는 동안 실제로 100억원이 인출되기도 했다.
C 대표는 처음엔 “통장 개설 때부터 계속 우리측이 통장을 갖고 있었다”고 말했으나 취재를 해나가면서 이 말은 사실이 아닌 것으로 확인된 것이다. D 팀장은 “제3자가 통장을 갖고 간 뒤 입출금 거래는 전혀 없었다. 거의 확실하다”고 말했으나 나중에 30억원의 입출금이 발생한 것으로 확인되자 “잠깐 기억이 나지 않은 것일 뿐”이라고 정정했다. 통장 사본엔 특이하게도 서명란에 인감도장이 찍혀 있었다. 그러나 C 대표와 D 팀장은 이런 사실을 알지 못했다. C 대표는 자신이 직접 통장을 개설했다고 주장했었다.
이에 대해 D 팀장은 “통장 사본의 다른 부분은 모두 사실과 일치하지만 서명 부분만 나중에 누군가에 의해 조작된 것 같다. 그러나 그 통장을 아직도 우리가 회수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에 조작 여부를 당장 입증해 줄 수는 없는 상태”라고 말했다.
관련업체, “돈 세탁 아니다”
여러 의문에 대해 C 대표와 D 팀장은 다음과 같이 설명하면서 자신들의 입장을 밝혔다. 250억원이 들어 있는 통장이 외부인에게 건네졌고 외부인이 이 통장을 보유하고 있는 동안 수 차례 금융거래가 일어났다는 것은 문제제기가 필요한 사안이라고 보여져 C 대표측의 입장과 250억원 계좌에 대한 의문을 함께 소개하는 것이다.
“그 통장에 들어 있는 250억원은 우리 회사 회장이 자신의 자산을 동원하거나 금융기관에서 대출받아 마련한 돈이다. 그러니까 돈의 주인은 회장이다. 부동산 개발을 위해 인천의 땅을 사려고 하는데 중개인들이 자금 조달력을 입증해달라고 해서 250억원이 든 통장을 만들었다. 250억원은 부동산 개발 시의 통상적인 토지매입 계약금(토지 매매금의 10%) 수준보다 다소 많은 금액인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투자 가치가 있다고 보고 중개인들이 요구하는 대로 돈을 마련한 것이다.
그런데 중개인들은 땅 주인이 못 미더워하니 250억원이 든 통장 자체를 땅 주인에게 갖다 주어야 한다고 요구해서 그들에게 통장을 주었다. 비밀번호나 인감도장은 건네주지 않았다. 땅 주인이 통장도 못 믿겠으니 통장에 정말 돈이 있는지 확인해야겠다고 했다. 그래서 그들이 통장을 잠깐 갖고 은행에 나와서 우리의 도움으로 70억, 30억원을 인출했다가 다시 집어넣어 통장에 돈이 있음을 확인한 후 다시 통장을 갖고 간 것이다.
한 달이 지나도 사업에 진척이 없자 회장이 통장의 돈을 도로 빼 오라고 해서 C 대표가 그 통장을 분실신고 처리한 뒤 250억원을 모두 인출했고 통장은 폐쇄시켰다. 통장 거래과정에 의문점은 전혀 없다. 대출 이자로만 수억 원의 손해를 봤다. 돈 세탁에 동원됐다는 얘기는 터무니없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