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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뱅’은 그저 그런 은행인가, 전에 없던 플랫폼인가

[금융 인사이드] 카카오뱅크의 코스피 공습, ‘금융전쟁’ 시작됐다

  • 나원식 비즈니스워치 기자 setisoul@bizwatch.co.kr

‘카뱅’은 그저 그런 은행인가, 전에 없던 플랫폼인가

  • ● 냉탕·온탕 오간 상장 前夜
    ● 月활성이용자 1335만, 금융권 수위
    ● “트래픽, 플랫폼 사업으로 전환”
    ● 계약 복잡 주담대도 비대면 선언
    ● “은행 노하우 단기간 체득 어려워”
카카오뱅크는 코스피 상장 첫날이던 8월 6일 시가총액 33조1600억 원을 기록해 기존 금융권 1위 KB금융(21조7000억 원)을 훌쩍 뛰어넘었다. 사진은 8월 9일 서울 용산구 카카오뱅크 서울오피스 모습. [뉴스1]

카카오뱅크는 코스피 상장 첫날이던 8월 6일 시가총액 33조1600억 원을 기록해 기존 금융권 1위 KB금융(21조7000억 원)을 훌쩍 뛰어넘었다. 사진은 8월 9일 서울 용산구 카카오뱅크 서울오피스 모습. [뉴스1]

“카카오뱅크의 장외시장 가치 34조 원은 어이없는 수준이다.” “상장 첫날 시가총액 33조 원, 금융권 대장주(株) 등극”

지난 8월 6일 코스피에 상장한 카카오뱅크가 짧은 기간에 냉탕과 온탕을 오갔다. 상장을 눈앞에 뒀을 때는 난데없이 찬물 세례를 받았다. 지난 7월 26일 BNK투자증권은 보고서를 통해 카카오뱅크의 목표가를 2만4000원으로 제시했다. 카카오뱅크의 확정 공모가인 3만9000원을 훨씬 밑도는 수치다. 게다가 상장도 하기 전에 매도 의견을 냈다. 이례적인 일이다. 카카오뱅크의 기업가치가 지나치게 높게 평가되고 있다는 지적은 시장 안팎에서 줄줄이 이어졌다.

카카오뱅크는 상장 첫날 이런 우려를 불식하며 금융권 대장주로 올라섰다. 이날 종가(6만9800원) 기준으로 시가총액이 33조1600억 원에 달했다. 기존 금융권 1위인 KB금융(21조7000억 원)을 훌쩍 뛰어넘는 수치다.

카카오뱅크는 지난 2017년 첫발을 뗀 신생 인터넷은행이다. 이제 겨우 출범 4년밖에 되지 않은 은행이 수십 년 전통의 금융사들을 제친 상징적인 사건이라는 점만은 분명하다.

금융 판도 변화의 가늠자

윤호영 카카오뱅크 대표이사가 7월 20일 서울 여의도 콘래드 호텔에서 열린 기업공개(IPO) 기자간담회에서 상장 계획에 관해 발언하고 있다. [카카오뱅크 제공]

윤호영 카카오뱅크 대표이사가 7월 20일 서울 여의도 콘래드 호텔에서 열린 기업공개(IPO) 기자간담회에서 상장 계획에 관해 발언하고 있다. [카카오뱅크 제공]

기업가치가 고평가됐다는 논란을 비롯해 카카오뱅크를 단순히 은행으로 볼 것인지, 아니면 플랫폼으로 평가할 것인지를 두고도 다양한 분석이 나왔다. 과연 몸집을 키운 카카오뱅크가 앞으로도 지금까지와 같은 성장세를 이어갈 수 있을지도 관심사였다.



이런 점을 고려하면 카카오뱅크 상장은 단순히 한 금융사가 기업공개를 한 것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고 할 수 있다. 지금 금융권의 판이 어떻게 바뀌고 있는지, 앞으로는 어떤 변화가 나타날지 가늠해 보는 기회로 삼을 수 있다.

우선 가장 이슈가 된 점은 카카오뱅크를 단순한 은행으로 볼 것인지, 아니면 플랫폼으로 볼 것인지에 있다. 카카오뱅크는 총자산 등의 실제 몸집만 놓고 보면 기존 금융사보다 턱없이 작은 게 사실이다. 올해 1분기 말 기준 카카오뱅크의 총자산은 29조 원가량이다. 같은 기준에서 KB금융의 총자산은 621조 원이었다. 1분기 당기순이익의 경우 카카오뱅크가 467억 원, KB금융이 1조2852억 원이다. 무엇보다 KB와 신한 등 주요 은행계 금융지주는 은행뿐 아니라 증권과 보험, 카드 등 여러 자회사를 거느린 대형 금융그룹이라는 점에서 인터넷은행 법인인 카카오뱅크와 규모 면에서 상대가 되지 않는다.

이를 고려하면 카카오뱅크 상장 첫날 시총이 KB와 신한금융을 훌쩍 뛰어넘은 것이 잘 이해되지 않는다. 카카오뱅크를 단순히 ‘은행’으로 볼 때 그렇다는 얘기다. 카카오뱅크를 은행일 뿐만 아니라 여러 사업을 연결하고 확장할 수 있는 ‘플랫폼’이라고 여긴다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은행은 성장성에 한계가 있지만, 플랫폼은 성장할 영역이 무궁무진하기 때문이다.

카카오뱅크는 상장 전부터 이런 논리를 강조해 왔다. 윤호영 카카오뱅크 대표는 상장을 앞둔 지난 7월 20일 기자간담회를 열고 카카오뱅크를 “국내 1위 금융 플랫폼”이라고 설명했다.

플랫폼이란 여러 서비스와 사람들을 모아 연결해 주는 ‘생태계’다. 네이버라는 플랫폼에서 검색뿐만 아니라 뉴스를 읽고 쇼핑을 하고, 결제를 할 수 있게 하는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카카오 역시 네이버와 함께 한국을 대표하는 플랫폼 기업으로 꼽힌다. 카카오뱅크도 이런 기능을 하는 기업으로 나아가겠다는 설명이다.

윤 대표는 “플랫폼의 정의에 대한 기본적인 생각은 대용량 트래픽”이라며 “저희는 대한민국 14번째 순위의 월간활성이용자(MAU)를 갖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 트래픽을 플랫폼 사업으로 전환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몰려 있는 사람 많은 기업

카카오뱅크의 MAU는 1335만 명으로 국내 금융권에서 가장 높은 수준이다. 보유한 자산이 많지는 않지만, 카카오뱅크에 몰려 있는 사람만큼은 많다는 의미다. 이를 바탕으로 플랫폼 사업을 하겠다는 설명이다.

윤 대표는 “카카오뱅크가 오픈 때부터 갖고 있던, 변하지 않는 생각은 리테일 뱅크 넘버원”이라며 “전통적 관점에서의 자산이 많고 규모가 큰 게 아니라 많은 고객이 더 자주 많이 쓰게 하겠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플레이어 확장, 콘텐츠 확장, 뱅킹 커머스 등 세 가지 방향으로 플랫폼 사업을 키워나갈 생각”이라고 밝혔다.

시장의 의견은 엇갈린다. 일단 카카오뱅크 역시 은행일 수밖에 없다는 회의론이 있다. 정태준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카카오뱅크는 은행”이라며 “다른 국내 은행들과 마찬가지로 은행법이 요구하는 규제를 충족하며 영업해야 하고, 이는 곧 기존 국내 은행들과 차별화되는 비은행 서비스로 확장하기 어렵다는 의미”라고 지적했다. 은행이라 당국의 규제를 받을 수밖에 없기 때문에 ‘플랫폼 기업’으로서 자유롭게 움직이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해석이다.

반면 김지영 교보증권 연구원의 경우 “카카오뱅크는 ‘금융 플랫폼’의 확장성을 보유한 은행”이라며 “국내 전체 앱 1위 카카오톡과의 네트워크 효과 및 록인(Lock-in·묶어두기) 효과를 통한 확장성은 이제 시작”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지난 4년간 카카오뱅크가 혁신적인 기술력을 바탕으로 보여준 성장성과 가능성은 긍정적으로 평가돼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밖에도 카카오뱅크가 과연 은행의 ‘핵심 업무’에서 지속해 경쟁력을 확보해 나갈 수 있을지도 관심사였다. 시장에서 가장 주목하는 영역은 주택담보대출(이하 주담대)이다. 주담대는 전체 대출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가장 높은 상품이다. 은행권만 따져보면 주담대 시장은 750조 원에 이른다. 신용대출(277조 원)의 3배에 육박하는 수준이다.

문제는 오프라인 인프라가 사실상 없는 카카오뱅크가 계약이 복잡한 주담대 시장에서 두각을 나타낼 수 있을지 여부다. 주담대를 실행하기 위해서는 주택 계약 당사자인 소비자가 각종 복잡한 서류를 제출해야 하는 것은 물론 은행 역시 부동산 감정 실사 등의 작업이 필요하다. 카카오뱅크는 이런 주담대에도 비대면 방식을 도입하겠다고 선언했다. 소비자가 주담대처럼 규모가 큰 대출을 비대면으로 편히 이용할 수 있게 할 수 있을지가 관건이 될 전망이다.

영역 확대라는 시험대

카카오뱅크는 그간 주로 고신용자 신용대출에 치중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몸집을 키우려면 중금리 대출은 물론 주담대와 기업 대출 등으로 영역을 확대해야 한다.

한 대형 금융그룹 관계자는 “카카오뱅크가 카카오 메신저 사용자들을 기반으로 빠르게 성장해 온 것은 사실이지만 전통 은행들이 오랜 기간 쌓아온 노하우를 단기간에 체득하기는 어렵다”며 “기존 은행 역시 비대면 주담대 서비스 등을 발 빠르게 준비하고 있고 플랫폼 기능 역시 강화하려 하고 있다”고 했다. 이어 “규제 산업인 금융권에서 카카오뱅크가 IT 기업의 혁신성을 언제까지 유지할 수 있을지가 관건”이라고 전망했다.

#카카오뱅크 #상장 #은행 #금융플랫폼 #신동아



신동아 2021년 9월호

나원식 비즈니스워치 기자 setisoul@bizwatch.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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