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6월호

댓글사탐

천안함 46용사 소환한 1만4000개 댓글 “소중하지 않은 목숨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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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배수강 기자

    bsk@donga.com

    입력2020-05-28 15:04: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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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댓글사탐’은 ‘댓글의 사실 여부를 탐색하기’의 줄임말로 ‘신동아’ 기사에 달린 댓글을 짚어보는 코너입니다. 큰 호응을 얻은 댓글, 기자 및 취재원에게 질문하는 댓글, 사실 관계가 잘못된 댓글을 살핍니다.
    시골에서 농사를 짓는 한 백발 할머니의 ‘신동아’ 인터뷰 기사가 100만 조회수를 기록하며 독자들의 공감을 일으켰습니다. 인터뷰이는 2010년 3월 26일 천안함 폭침 사건으로 산화한 고(故) 민평기 상사의 어머니 윤청자 여사였습니다. 3월 27일 국립대전현충원에서 열린 ‘제5회 서해수호의 날’ 기념식에서 분향을 하던 문재인 대통령을 막아서며 “천안함 폭침 사건이 누구 소행이냐”고 따진 사람입니다. 


    윤청자 여사가 3월 27일 국립대전현충원에서 열린 서해수호의 날 기념식에서 분향하는 문재인 대통령에게 질문하고 있다. [뉴시스]

    윤청자 여사가 3월 27일 국립대전현충원에서 열린 서해수호의 날 기념식에서 분향하는 문재인 대통령에게 질문하고 있다. [뉴시스]

    윤 여사는 신동아 6월호 단독 인터뷰(“세월호는 떠받들고 천안함은…분해서 못 죽는다”)에서 그날의 상황과 그동안의 속마음을 처음으로 털어놓았습니다. 그는 “한국과 미국 등 5개국 공동조사단이 ‘북한 소행’이라는 결론을 내렸는데도 여전히 북한 소행이 아니라고 말하는 사람들이 많아 문 대통령에게 묻고 싶었다”고 말했습니다. 그동안 서해수호의 날 기념식에서 문 대통령을 만날 수 없었는데, 마침 문 대통령이 이날 처음 방문한 터여서 기회를 살폈다고도 했습니다. 

    윤 여사는 천안함 폭침 주범으로 알려진 김영철 북한 노동당 중앙위원회 부위원장이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 폐막식에 참석한 것과 관련해 천안함 유족에게 아무런 이해를 구하지 않은 대통령과 정부에 서운한 마음이 컸다고 했습니다. 그래서 대통령이 직접 “천안함 폭침은 북한 소행”이라고 말해주길 기대했다고 합니다. 

    윤 여사는 나라를 지키다 산화한 천안함과 세월호 사건 모두 가슴 아픈 일이지만 세월호만 떠받드는 정치권의 세태를 비판하면서 “앞으로 누가 나라를 지키겠는가”라고 한탄했습니다. 천안함 사건 당일의 생생한 기억과 보상금 1억 원을 기탁한 사연, 6·25 참전국 에티오피아를 방문해 감사 인사를 전한 일화 등 천안함 사건 이후 윤 여사의 삶은 독자들에게 잔잔한 감동을 선사했습니다. 1만4000여 개 댓글이 달리는 등 누리꾼들의 반응도 뜨거웠습니다. 

    네이버에선 아이디 ‘sopa****’의 댓글 “(윤 여사 말에) 200% 동의하고 동감이다”에 1170명이 공감했습니다. “나라를 지키다가 순국한 장병들 잊지 않겠습니다”(snow****) “수학여행가다 사망한 애들과 부모는 성역시하고, 나라를 지키다 산화한 천안함 용사들과 부모들은 소모품처럼 여기는 이런 일은 있어서도 안됩니다”(somy****)는 댓글에 공감한 누리꾼도 많았습니다. 



    다음에서는 “천안함에서 죽은 목숨도 소중하지 않을 수 없다. 당연히 천안함도 재조사해야 한다”(버드와이저) “세월호만 그리 난리냐. 나라 지키다 죽었는데 목숨 귀한 줄 알아야지. 천금 같은 아들들을 국가에서 더 값진 보상해야지”(기적은***) “난 아직도 천안함의 진실을 이명박 정권이 은폐했다고 믿는다”(바람처럼)는 댓글에 추천이 많았습니다. 

    일부 누리꾼들은 천안함과 세월호를 비교한 윤 여사의 발언에 불편하다는 뜻을 밝혔지만, 인터뷰를 통해 천안함 46용사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는 계기가 됐다는 평가가 많았습니다.


    고(故) 민평기 상사의 어머니 윤청자 여사. [박해윤 기자]

    고(故) 민평기 상사의 어머니 윤청자 여사. [박해윤 기자]

    5월 14일 충남 부여군의 한 병원에서 진행된 윤 여사와의 인터뷰는 한 시간 반가량 진행됐는데 중간에 자주 끊겼습니다. 주로 아들에 대한 사무친 그리움과 천안함 사건에 대한 정치권의 편견과 홀대를 말하는 대목에서였습니다. 천안함이든 세월호든, 먼저 간 자녀를 애통해하는 부모의 마음은 다르지 않을 것입니다. 윤 여사는 세월호 사건이 났을 때 직접 재배한 녹두로 160인분 죽을 쑤어 팽목항으로 향했다고 했습니다.



    배수강 편집장

    배수강 편집장

    굽은 나무가 선산을 지키듯, 평범한 이웃들이 나라를 지켰다고 생각합니다. ‘남도 나와 같이, 겉도 속과 같이, 끝도 시작과 같이’ 살려고 노력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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