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11월호

“위례는 대장동 모의고사”…유동규 등 핵심 인물도 같아[특집 : 대장동 개발 의혹]

똑 닮은 민관합동 개발, 시의회서 줄곧 문제 지적

  • 박세준 기자 sejoonkr@donga.com, 오홍석 기자 lumiere@donga.com

    입력2021-10-26 10: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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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위례신도시 재개발, 성남도공 1호 재개발사업

    • 사업 설계부터 이익 배분까지 ‘대장동 판박이’

    • 대장동 ‘화천대유’ 있다면 위례엔 ‘위례자산관리’

    • 2억5000만 원 투자, 추정 수익은 150억 원?

    • 2013년 시의회 위례서 유동규 전횡 지적, 파면 요구

    • “위례서 성남도공 막았다면, 대장동 없었을 것”

    2015년 공사가 진행되기 전의 경기 성남시 수정구 위례신도시 재개발사업 사업 부지. [뉴스1]

    2015년 공사가 진행되기 전의 경기 성남시 수정구 위례신도시 재개발사업 사업 부지. [뉴스1]

    특혜 논란이 불거진 경기도 성남시 대장동 재개발사업에 이어 최근 같은 성남시의 위례신도시 개발사업도 여론의 주목을 받고 있다. 위례신도시 사업은 2013년 말 성남시 수정구 창곡동 A2-8 블록(6만4713㎡)에 아파트 1137가구를 공급·분양한 사업으로, 2015년 시행된 대장동 재개발사업과 구조가 흡사해 “‘대장동 예행연습’의 장이 아니었느냐”는 의혹을 받고 있다.

    실제 2010~2016년 성남시의회 회의록과 재개발사업 당시 성남시가 발표한 내용을 종합해 보면 두 사건은 쌍둥이처럼 닮아 있었다. 두 사업 모두 성남도시개발공사(이하 성남도공)가 주도해 민관합동 방식 개발로 진행됐고, 세부 사업 구조도 흡사하다.

    두 사업의 유사성은 사업 초기 단계인 ‘개발사업 참여업체 공모’에서부터 드러난다. 대장동 재개발과 위례신도시 개발 사업 모두 성남도공과 재개발을 함께 할 민간 측 파트너를 뽑기 위해 사업자 선정 공모를 거쳤다. 두 사업 모두 공모 마감 하루 만에 사업자를 선정했다.

    시작부터 닮은 위례, 대장동

    대장동 재개발사업에서 성남도공은 2015년 3월 26일 참여 업체 공모를 마감했고, 다음 날인 27일 ‘하나은행 컨소시움’을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했다. 이후 컨소시움 측에서 시행사로 프로젝트금융투자회사(PFV) ‘성남의뜰’을 설립했다. 성남의뜰은 설립 1주일 만인 4월 2일 자산관리회사(AMC)로 ‘화천대유자산관리’(이하 화천대유)를 선정하며 사업 준비를 마쳤다. PFV는 부동산개발사업을 추진하기 위해 투자자들이 자금을 출자해 만든 자산관리회사다. AMC는 PFV에 모인 자금을 실제로 관리하는 역할을 맡는다.

    위례신도시 개발사업은 2013년 11월 11일 참여 업체 공모 마감, 12일에는 미래에셋증권컨소시엄을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했다. 같은 달 컨소시움은 PFV 푸른위례프로젝트를 설립, 재개발사업을 본격적으로 시작했다. 푸른위례프로젝트는 같은 날 위례자산관리를 AMC로 선정했다.



    부동산개발업체 관계자는 “보통 우선협상대상자 선정 이후 시행사(PFV) 설립에만 4~5주가 걸린다”며 “공모 이전에 (성남도공이) 우선협상자와 PFV 설립까지 미리 결정해 둔 것이 아니라면 이 같은 속도로 재개발사업을 진행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고 말했다.

    경기 성남시 분당구 대장동 개발사업 특혜 의혹의 ‘키맨’인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이 9월 30일 경기 용인시 기흥구 자신의 오피스텔에서 나오면서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동아DB]

    경기 성남시 분당구 대장동 개발사업 특혜 의혹의 ‘키맨’인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이 9월 30일 경기 용인시 기흥구 자신의 오피스텔에서 나오면서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동아DB]

    신탁 사용해 관계사들도 지분 확보

    특정금전신탁 상품을 이용해 추가 지분을 확보한 것도 두 사업의 공통점이다. 특정금전신탁 상품은 일반 신탁상품과 달리 고객의 운용 지시에 따라 투자금을 운용하는 상품이다. 투자사 이름만 빌린 직접투자라 볼 수 있다. 성남의뜰에 출자한 민간사업자 7곳의 지분(총 50%)은 각각 하나은행(15.06%), KB국민은행(8.60%), IBK기업은행(8.60%), 동양생명보험(8.60%), SK증권(6%), 하나자산신탁(5.38%), 화천대유(1%). 이 중 SK증권은 특정금전신탁 상품을 팔아 지분을 마련했다. 이 상품을 사들인 곳이 화천대유의 관계사 ‘천화동인’이다. 이 특정금전신탁 상품이 총 7개라 각각 번호를 붙여 ‘천화동인1~7호’라는 이름이 붙었다.

    위례신도시 푸른위례프로젝트의 주주는 성남도시공사(5%)와 위례자산관리(13.5%), 부국증권(19.4%), 미래에셋증권(2.5%), 메리츠종합금융증권(14.9%), IBK투자증권(14.9%), 유진투자증권(14.9%), SK증권(14.9%)으로 구성돼있다. 이 중 메리츠·IBK·유진·SK증권은 특정금전신탁 상품으로 돈을 모아 지분을 사들였다. 위례자산관리도 화천대유처럼 ‘위례투자 1~2호’ ‘위례파트너스’ 등 관계사를 통해 추가로 지분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대장동 재개발사업의 화천대유와 위례자산관리가 가진 지분은 각각 1%와 13.5%뿐. 지분 보유 비율만 보면 큰 수익을 내지는 못할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지분은 최종 수익금 배당과는 무관했다. 성남의뜰은 2018년부터 2020년까지 3년간 전체 주주에게 5903억 원을 배당했다. 이 중 68%(4040억 원)가 화천대유와 그 관계사인 천화동인 1~7호에 돌아갔다. 이들이 가진 성남의뜰 지분은 화천대유 1%, 천화동인 1~7호 6%로 총 7%에 불과하다.

    적은 지분으로 높은 수익 얻은 비결

    적은 지분으로 과반의 배당수익을 가져갈 수 있던 비결은 화천대유가 보통주로 지분을 모았기 때문이다. 부동산개발사업의 지분은 크게 배당 우선주와 보통주로 구분할 수 있다. 배당 우선주는 이름처럼 수익이 나면 가장 먼저 배당을 받는다. 개발 이후 부동산 가격이 떨어져도 이미 배당을 다 받았으니 손실이 적다. 대신 부동산 가격 상승 등으로 초과 이익이 생겨도 추가 배당은 받을 수 없다. 화천대유와 천화동인은 우선주 대신 보통주로 지분을 모았고, 부동산 가격이 오르며 높은 금액을 배당받을 수 있었다. 반면 금융사들은 손실 위험을 최소화하려는 특성상 보통주보다 우선주를 사들였다.

    위례신도시 사업은 정확한 배당금이 확인되지는 않았으나, 대장동 재개발 사업의 배당과 구조가 유사할 것으로 추정된다. 이기인 국민의힘 성남시의원은 “위례 사업도 보통주(10만 주)에 301억5000만 원, 우선주(90만 주)에 4억5000만 원을 배당했는데, 보통주의 경우 5만 주를 가진 성남도공에 배당된 150억7500만 원 외에 나머지 5만 주 150억7500만 원이 어디에 배당됐는지 확인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이 의원은 나머지 5만 주를 위례자산관리와 그 관계사들이 보유하고 있을 것으로 추정한다. 이어지는 그의 말이다.

    “위례자산관리와 6개 금융사(특정금전신탁)는 보통주 5만 주, 2억5000만 원을 출자해 60배인 150억7500만 원을 배당받은 것으로 보인다. 나머지 5만주의 행방을 찾기 위해 성남도공에 위례신도시 사업계획서 자료를 달라고 요청했으나 공사 측이 ‘수사 중인 사안’이라는 이유로 자료를 제출하지 않고 있다.”

    두 재개발사업의 유사성 때문일까. 국민의힘 등 야당 일각에서는 “위례신도시 사업이 대장동 재개발의 ‘모의고사’ 역할을 한 것이 아니냐”는 주장까지 나온다. 위례신도시 사업으로 수익을 본 세력들이 그대로 대장동으로 흘러들어왔다는 게 그들의 주장이다.

    실제로 천화동인 1~7호 소유자 중 2명은 위례신도시 개발사업에도 유사한 방식으로 참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위례자산관리 법인등기부를 보면 사내이사로 정모 씨와 김모 씨가 등재돼 있다. 이들 중 정 씨는 대장동 개발에 투자자로 참여했던 남욱 변호사(천화동인 4호)의 부인이고, 김 씨는 정영학 회계사(천화동인 5호)와 주소지가 동일하다. 남 변호사와 정 회계사는 대장동 개발 초기부터 참여한 핵심 인물로 알려져 있다.

    위례, 대장동 재개발의 모의고사

    서울중앙지검 대장동 개발 의혹 사건 전담수사팀이 9월 29일 경기 성남시 성남도시개발공사에 대한 압수수색을 마치고 압수 물품을 버스에 싣고 있다. [동아DB]

    서울중앙지검 대장동 개발 의혹 사건 전담수사팀이 9월 29일 경기 성남시 성남도시개발공사에 대한 압수수색을 마치고 압수 물품을 버스에 싣고 있다. [동아DB]

    게다가 두 사업을 설계한 성남도공 측 핵심 인물도 같았다. 유동규 전 성남도공 기획본부장이 장본인. 이외에도 김문기 성남개발공사 개발1처장 등이 두 사업에 모두 참여했다. 대장동 재개발사업 특혜 의혹에 대해 수사하던 검찰이 위례신도시 개발사업에 주목하기 시작한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대장동 사업 의혹 전담수사팀은 10월 6일과 7일 양일간 집중적으로 진행한 대장동 개발 특혜 의혹 관계자 소환 조사에서 유씨와 김 처장 등 성남도공 관계자들의 위례신도시 개발 관여 여부 등을 집중 확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성남시의 책임론도 불거지고 있다. 성남시가 민간업체의 폭리 수익구조 등 위례신도시 개발사업에서 여러 문제점을 미리 파악했음에도 왜 사업 진행을 막지 않았느냐는 주장이다. 또한 위례신도시 개발사업에서 여러 문제점이 드러났음에도 대장동 개발을 판박이처럼 진행한 이유가 무엇이냐는 비판도 제기된다.

    실제 위례신도시 개발사업은 사업 초기인 참여 업체 공모 단계에서 성남도공의 중대 실책으로 인해 중단될 위기에 처했지만 성남시는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성남도공이 위례신도시 사업부지를 확보하지도 못한 상태에서 민간사업자 공모 공고를 낸 것. 2013년 당시 위례신도시 개발 사업부지의 소유주는 한국토지주택공사(LH)였다. LH는 그해 11월 7일 성남도공에 11월 20일까지 토지 매매계약을 체결할 것을 요구했다. 민간사업자 공모가 11월 1일이었으니, 성남도공은 LH와 토지 매매계약 일정도 잡지 않은 채 민간사업자를 모집한 셈이다.

    이 사건을 두고 일부 성남시의원들은 성남도공의 사업 진행 방식에 문제를 제기했다. 이덕수 성남시의원(새누리당)은 2013년 11월 제200회 성남시의회 본회의에서 “성남도공이 토지 계약도 안 한 위례신도시 부지에 분양 아파트 사업을 하겠다며, 11월 1일 중앙일간지에 위례신도시 공동주택 신축사업 민간사업자 공고를 낸 황당한 사건이 벌어졌다”며 “이재명 시장(현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은 사업 책임자인 성남도공 기획본부장(유동규)을 파면하라”고 요구했다.

    김문기 성남도시개발공사 개발1처장이 10월 7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검찰청으로 대장동 개발사업 특혜 의혹 관련 조사를 받기 위해 출석하고 있다. [동아DB]

    김문기 성남도시개발공사 개발1처장이 10월 7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검찰청으로 대장동 개발사업 특혜 의혹 관련 조사를 받기 위해 출석하고 있다. [동아DB]

    대장동 막을 기회 있었으나

    2014년 2월 제202회 본회의에서는 당시 성남시의회 새누리당 대표의원이던 이영희 전 의원이 다시 한번 유씨의 파면을 요구했다. 이 전 의원은 이날 “토지 매매계약이 되지 않은 남의 땅에다가 ‘민관합동 방식의 재개발사업을 하겠다’며 건설사의 돈을 끌어들이려는 황당한 사건을 벌인 해당 본부장(유씨)을 파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당시 성남시장이던 이재명 민주당 대선후보는 두 회의에 모두 참석하지 않았다.

    당시 상황을 잘 아는 전 의원은 “유씨를 파면했다면 위례신도시 개발의 정상화는 물론 대장동 재개발 특혜 논란도 막을 수 있었다”며 “시의원들이 수차례 당시 시장이던 이 후보에게 (유씨의) 파면을 요구했으나 이 후보는 끝내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고 말했다.

    #대장동 #위례신도시 #화천대유 #이재명 #신동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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