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 경선 치르며 처음 인연 맺었다”
당 사무총장, 살림하고 책임지는 자리
공천 1순위는 주민 위해 봉사할 인물
尹, 쓴소리에 귀 닫지 않는 열린 마음 소유자
검사 많다고? 반대파 왜곡 프레임
연금·노동·교육 개혁 절실
[+영상] 윤석열과 ‘나’ | 이철규 국민의힘 사무총장
이철규 의원은 4월 13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본관에서 ‘신동아’와 만나 “당의 살림을 맡는 사무총장에 임명돼 무거운 책임감을 느낀다”고 밝혔다. [지호영 기자]
4월 13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에서 만난 이철규 국민의힘 사무총장(재선 의원·강원 동해시태백시삼척시정선군)은 기자를 보자마자 반색했다. 2013년에도 인터뷰어와 인터뷰이로 만난 적이 있다. 그때 그는 억울하게 구속 기소됐다가 1,2,3심에서 모두 무죄판결을 받은 전직 경기지방경찰청장이었다. 인터뷰가 장장 6시간 동안 이어졌는데도 자세를 흐뜨러뜨리거나 지친 기색을 보이지 않던 모습이 지금도 눈에 선하다. 법정다툼 흔적이 켜켜이 쌓인 한 무더기의 서류와 경찰 고위급 간부보다 농부에 가깝던 첫인상도 잊히지 않는다.
그는 명예를 회복한 후 자부심으로 여기던 경찰을 떠났다. 그러곤 2016년 총선에 무소속으로 출마해 국회에 입성했다. 이후 당적을 현 여당으로 바꾸지만 당내에서 세를 불리기보다 지역구 챙기기에 공을 들였다. 이유는 하나. “선거에서 한 약속을 지키기 위해서”다. 씨를 뿌려 정성을 다해 가꾸는 농부처럼 우직하게 외길을 간 덕에 2020년 총선에서도 지역민의 재신임을 얻는다.
계파정치와 거리가 멀어 보이던 그가 윤석열 정부 출범 후 친윤(親윤석열)계를 대표하는 인물로 떠올랐다. ‘윤핵관’(윤석열 대통령 측 핵심 관계자)’이라는 별칭도 따라다닌다. 그도 그럴 것이 윤석열 대통령이 정치에 입문한 후 늘 가까이에 있었다. 국민의힘 경선 때는 윤석열 캠프 조직본부장, 윤 대통령이 국민의힘 대선후보일 땐 중앙선거대책위원회 종합상황실장을 맡았다. 지난해 1월에는 당의 인사, 재정 등 지원 사무를 도맡는 전략기획부총장으로 활약했다. 윤 대통령 당선 후엔 대통령당선인 총괄보좌역에 임명됐다. 지난해 11월 윤 대통령의 한남동 관저에서 열린 비공개 부부 동반 만찬에도 장제원, 권성동, 윤한홍 의원과 함께 초대된 것으로 전해졌다.
그는 국민의힘 친윤계 의원들의 공부 모임으로 알려진 ‘국민공감’의 총괄간사였다. 3월 13일 국민의힘 사무총장으로 임명돼 당의 살림을 책임지는 막중한 임무도 맡았다. 당 사무총장은 내년 총선을 앞두고 구성되는 공천관리위원회에 당연직 부위원장으로 참여해 실무를 총괄한다. 여러모로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그에게 그동안 쌓인 궁금증을 던졌다.
진충보국(盡忠報國)의 시간
국민의힘 사무총장으로 일하고 있다.“무거운 책임감을 느낀다. 누군가는 해야 할 일이고, 때로는 남에게 불이익을 주는 악역도 해야 하는 부담스러운 자리다. 언론이나 밖에서는 무슨 권한을 행사하는 자리라고 여기지만 실은 책임지는 자리다. 올바르게, 가급적 많은 사람이 공감할 수 있는 당무 행정을 수행하고자 한다.”
사무총장으로 선임된 이유가 뭐라고 생각하나.
“정권교체를 이룬 집권 여당 내부에서 수개월 동안 많은 불협화음이 있었다. ‘원팀’으로 가도 부족한 집권 초기를 아쉽게 흘려보냈다. 당과 정이 충분히 소통하고, 하나의 목소리로 일관성 있는 정책 추진을 뒷받침하는 분위기를 만들기 위해 이 자리를 맡긴 것이 아닌가 싶다.”
사무총장은 당의 살림살이를 맡는 자리다. 나름대로 세워둔 계획이 있나.
“사무총장은 당연직으로 공관위 부위원장 역할도 맡게 되지만, 당의 전략·조직·홍보·인사·재정을 총괄하며 시·도당 사무처를 관장하는 자리다. 최우선 과제로 당의 인사와 조직을 정비해 내년 총선 체제로 전환하는 일부터 시급히 처리해야 한다. 우리 당이 다음 총선을 앞두고 얼마나 역량을 도모할 수 있는지 내부 조직력을 점검하는 동시에, 당무 전반에 대한 관리를 책임 있게 주재하면서 향후 인재 영입 등의 업무도 폭넓게 살필 예정이다.”
내년에 치를 총선 공천 기준이 뭔가.
“시대를 불문하고 적용되는 기준이 있다. 좋은 분을 모시는 거다. 여기서 좋은 분이란 국민 모두가 공감할 수 있는 사람, 공직의 가치와 의미가 무엇인지 제대로 이해하는 사람, 공직 윤리가 있는 사람, 지역에서 당선될 수 있는 사람을 말한다. 지역민을 위해 봉사할 각오가 돼 있는 사람이어야 한다.”
처음 정치에 발을 들일 때 당의 공천을 못 받아 무소속으로 국회의원 선거에 출마했다. 결국 지역민의 선택을 받아냈지만 내심 당에는 서운함을 느꼈을 것 같다.
“당연하다. 인센티브나 특혜를 바란 게 아니다. 그저 공정한 기회만 바랐는데 그 기회를 부여받지 못하니 얼마나 서운했겠나. 7년 전 그런 경험을 해 공천의 공정성이 얼마나 중요한지, 그 기회를 박탈당한 사람이 얼마나 서운한지 잘 안다. 공천 과정에서 나 같은 아픔을 겪는 사람이 없도록 하는 데 방점을 두려 한다.”
생각이 복잡하거나 힘들 때 마음을 다잡아주는, 인생의 나침반 같은 좌우명이 있나.
“충성을 다해 나라가 베푼 은혜에 보답하는 것, 진충보국(盡忠報國)이 내 좌우명이자 의정 활동의 철칙이다. 의원실 쪽 벽면에 걸린 글귀를 보며 국가와 사회, 국민께 도움이 되는 일을 하자고 다짐한다. 의정 활동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게 입법 활동이다. 진충보국의 자세로 국익과 지역 주민의 뜻을 최우선으로 고려해 법안을 발의하려고 노력한다.”
윤 대통령의 마음을 잘 아는 최측근 인사라는 평이 자자하다.
“대통령의 마음을 잘 읽는 사람이 따로 있지 않다. 최측근이라는 표현도 적절치 않다. 대통령과 소통하는 분이 나 말고도 많다. 정치권 인사는 물론이고 사회 각 분야의 많은 분과 늘 소통한다. 역대 어느 대통령보다 많이, 깊이 소통한다. 보통 대통령이 되고 나면 외부와 소통이 단절되는데 우리 대통령은 소통 채널이 단절된 사람이 거의 없을 거다. 대통령의 의중이 특정인에 의해 전달되는 일이 없다. 소통하는 모든 분이 다 알 수 있게끔 대통령의 의사가 공식적으로 전달돼 누구나 (대통령의 마음을) 읽을 수 있다. 측근이라도 사실을 왜곡할 수 없는 구조다.”
페미니즘 논란 키운 갈라치기
‘윤핵관’이라는 수식어가 따라다닌다. 어떻게 생각하나.“윤핵관이 윤석열 대통령의 핵심 관계자라는 말의 줄임말이다. 그 의미가 가치중립적으로 쓰인다면 무슨 문제가 되겠나. 특정 정치인이 다른 정치권 인사를 비하하고 비난하면서 이핵관, 안핵관 하면서 이 단어를 부정적 의미로 사용해 온 것을 그대로 갖다가 프레임을 씌우니 문제인 거다. 그렇다고 그 말을 쓰지 말라고 거부할 이유도 없다. 그들이 뭐라 하든 윤핵관이라는 단어 자체를 나쁜 의미로 받아들이지 않게끔 올바르게 잘 처신하면 된다고 생각한다.”
윤 대통령과 어떻게 인연을 맺게 됐나.
“대통령 후보를 뽑는 경선을 치르기 전에는 대통령과 사적으로 대화를 깊이 나누거나 하는 사이가 아니었다. 2021년 8월 초 경선 캠프에 참여하면서 대통령과 공적으로 일을 함께 해왔다. 그 무렵부터 가까이서 모시고, 함께 대선을 치르면서 많은 일을 해왔으니 자연스럽게 의중을 읽을 수 있지 않겠나.”
윤석열 캠프에서 맹활약한 것으로 안다. 어떤 마음으로 캠프에 들어갔나.
“2021년 7월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우리 당에 입당했다. 당시 우리 당에 사실상 정권교체를 이뤄낼 구심점이 없었다. 그분이 예비후보로 나서면서 정권교체 가능성을 기대하게 됐고, 그 덕분에 당원들과 지지자가 결집할 수 있었다. 정권교체를 바라는 국민에게 결집해야 할 동기만 부여해 준 게 아니다. 문재인 정권의 실정과 허구를 국민들이 제대로 인식하게끔 싸워준 분이다. 윤석열 대통령은 공직 생활을 하면서 자기 신념을 늘 행동으로 보여줬다. 검찰의 본분이 뭔가. 법을 올바로 집행하는 거 아닌가. 법을 집행할 때는 네 편 내 편이 있어선 안 된다. 권력자와 권력이 없는 자로 구분해 차등을 두어서도 안 된다. 그것을 말이나 이론으로만이 아니라 몸소 실천했다. 2013년 국정원 댓글 사건 때 정권 초기임에도 스스로 권력과 맞서서 실체적 진실을 밝히려고 검사의 본분을 다했다. 많은 어려움을 무릅쓰고 해야 할 일을 해왔다. 다음 정권에서 검찰총장에 임명됐을 때도 자리를 주고 가까운 사람이라고 해서 그들의 잘못된 범죄행위를 덮지 않고 세상에 드러나게끔 만들었다. 대한민국의 정의 실현과 공정한 법 집행이 이뤄질 수 있게끔 만든 주인공이다. 그런 후보를 우리가 보좌할 수 있었던 것도, 후보가 우리 당에 와준 것도 고마운 일이기에 캠프에 들어가 함께하게 됐다. 열심히 돕고 싶었다.”
가까이서 지켜본 윤 대통령의 가장 인상적인 면을 묻자 그는 선거 캠페인이 한창이던 2021년 말로 시곗바늘을 돌렸다. 당시는 국민의힘 대선후보이던 윤 대통령이 페미니즘 논란으로 지지율이 떨어지며 위기를 맞았을 때다. 이 사무총장은 윤 대통령을 이렇게 평가했다.
“대통령은 남성 우월주의자도 아니고 페미니즘을 신봉하는 사람도 아니다. 대한민국의 남녀가 평화롭게 공존하며 서로 존중하는 문화를 지향한다. 무엇보다 개인의 이익을 위해 해야 할 일을 안 하거나 주저하지 않는 점이 인상적이다. 자신에게 불이익이 된다고 해서 하면 안 될 일을 한 적도 없다.”
구체적인 예로 그는 2021년 12월 윤석열 당시 국민의힘 대선후보가 신지예 전 녹색당 공동위원장을 중도 확장을 담당하는 새시대준비위원회 수석부위원장으로 영입한 일을 떠올렸다.
“신 전 위원장 영입 이틀 전 당시 당대표(이준석 전 대표)에게 동의를 구하고 대화까지 했다. 그런데 신 전 위원장이 수석부위원장으로 임명되자마자 이른바 ‘이대남’(20대 남자의 줄임말)의 반발로 지지율이 급락했다. 참모들이 (윤석열) 당시 후보에게 ‘남성들 표심이 심상치 않다. 전략적으로도 우리가 후퇴(신지예 부위원장 자진사퇴)해야 하지 않겠느냐’고 건의했는데 우리 후보는 요지부동이었다. ‘소위 성 갈라치기로 인한 갈등 구조를 우리가 이득이 되게끔 이용하지는 않겠다는 전제하에 그분(신지예)을 모셔왔는데, 그분이 여권신장 운동, 페미니즘 운동을 해온 걸 다 알고 모셔왔는데, 우리가 불편하고 손해난다고 좀 나가달라고 말하는 게 선거냐? 그렇게는 할 수 없다. 손해가 나도 감수하겠다’고 해서 상당 기간 (지지율 구도가) 어려운 상태에 있었다. 그래서 나중에 신지예 당시 수석부위원장이 ‘나는 후보에게 도움을 주려고 왔는데 그러지 못하고 있다’며 결단해 자기희생을 했다.”
윤석열과 문재인의 클래스
그는 “전 정권에서 꼬인 한일관계도 윤 대통령이 국익을 위해 정상화했다”고 평가하며 “문재인 전 대통령은 아주 나쁜 지도자였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한일관계에선 이성보다 감성이 앞서는 국민 정서를 국내 정치에 이용해 국익보다 정파적 이익을 꾀했기 때문”이라는 설명을 덧붙였다.“(문재인 정부는) 박근혜 정부 때 일본과 맺은 지소미아 협정을 파기한다고 했다. 국민들이 좋다고 박수쳤다. 파기하면 누가 더 큰 손해인가. 우리 국익에 도움이 되나. 파기한다 해놓고 또 어떻게 했나. 파기 효력을 중지해 놨다. 이건 다시 말해 이혼을 하자 선언해 놓고 이혼 도장 찍는 걸 잠시 보류한 거나 다름없다. 그런 거짓으로 국민을 선동하면서 사실과 다르게 속였다. 또 노무현 대통령 시절 징용공들의 보상 문제를 당시 청와대가 검토해 한국 정부가 물어주는 게 맞는다는 결론을 냈다. 그런데 문재인 정부는 어떻게 행동했나. 우리 대통령은 잠시 비난과 비판을 받고 지지율이 떨어지더라도 우리나라의 국익과 다음 세대를 위해 해야 할 일이면 밀어붙인다. 적어도 문재인 대통령이 집권하기 이전에는 국제사회에서 우리가 일본보다 도덕적 우위에 있는 나라였다. 큰소리치던 나라였는데 국가 간 협정을 뒤엎어 신뢰를 잃었다.”
윤 대통령에게 직언도 하나.
“있는 대로 말씀드린다.”
좋은 얘기만 들으려고 하지 않나.
“다 듣는다. 귀에 거슬리는 얘기도 불편해하지 않는다. 그런 면에서 굉장히 소탈하고 통이 큰 분이다. 무슨 얘기든 품는 큰 그릇이다. 다 듣고 반론을 제기할 때도 있지만 결국 합리적 결정을 내린다.”
윤석열 정부가 검사를 너무 많이 기용한다는 지적이 있다.
“그런 얘기를 주변 참모들도 한다. 실체는 다르다. 대통령비서실에 검사 출신은 주진우 법률비서관, 이원모 인사비서관 정도다. 두 사람은 현직 검사가 아닐 때 대통령과 선거 캠페인을 함께 했다. 주진우 비서관은 현직 검사가 아니었다.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 아들의 엄마 찬스를 수사하려다가 사실상 검찰에서 쫓겨난 거나 마찬가지다. 이원모 비서관은 또 어떤가. 전 정부의 탈원전 정책에 맞춰 내부 문건을 삭제하고 통계를 조작한 혐의로 산업부 공무원들을 기소한 일로 사실상 검찰에서 쫓겨난 거 아닌가. 이들은 검사 동지가 아니라 정치적 동지다. 전쟁을 함께 치른 전우가 검사 출신이라서 아무것도 못하게 해야 하나. 그럼 누구와 정치를 함께 하나. 검사가 아니라 검찰 사무직 출신도 있다. 일을 잘하기 위해 출신 성분이 아닌 능력을 보고 인사를 한 거다. 요즘은 검사 낙하산 내려올 거라고 난리를 치는데 그런 일은 없을 거다. 언론이나 민주당의 왜곡된 프레임 때문에 잘못 아는 사람이 많다.”
윤 대통령의 장·단점은 뭔가.
“너무 솔직한 게 단점이다. 장점은 많다. 확고한 신념과 소신이 있다. 그건 아집이 아니다. 대통령으로서 국익을 최우선에 두고 일하는 것도 장점이다. 국익을 위해서라면 작은 인연이나 개인적 이익을 고려하지 않는다.”
그는 1957년 강원 동해시(옛 삼척군)에서 나고 자랐다. 한국방송통신대에서 행정학을 전공하고 한양대 행정대학원에서 석사과정을 마쳤다. 경찰간부후보생 29기로 수석 합격·졸업하고 경위로 임관한 후 경기 안산경찰서장(총경), 경찰청 외사1과장(총경), 강원지방경찰청 차장(경무관), 서울지방경찰청 경무부장(경무관), 충북지방경찰청장(치안감), 경찰청 정보국장(치안감), 경기지방경찰청장(치안정감)을 지냈다. 치안정감은 경찰 조직에서 경찰청장 다음으로 서열이 높은 계급이다. 김대중 정부 시절에는 경찰 수사권 독립에 앞장선 바 있다. 경찰을 천직으로 여기던 그가 퇴직 후 국회로 간 이유가 뭘까.
‘국민공감’의 정체
“경찰 업무는 세상에 관여하지 않는 데가 없다. 여러 사회현상을 지켜봤고, 사회갈등의 현장에 늘 함께했다. 그러다 보니 우리 사회의 갈등 구조를 어떻게 하면 최소화할 수 있겠는가 하는 고민이 체화됐다. 지금도 경찰 시절 쓰던 노트를 갖고 있다. 거기에는 초임 때, 중간 간부 때, 고위직에 올랐을 때 더 나은 사회를 지향하며 나 자신에게 부여한 과제가 기록돼 있다. 경기지방경찰청장을 끝으로 퇴직했는데 그때 내 나이가 50대 중반이었다. 공적 영역을 떠나고 나면 내가 하려던 일들을 더는 할 수 없지 않은가. 나 나름의 소명의식을 가지고 선출직에 도전했다. 작은 문제라도 바꿀 수 있다면 좋겠다는 생각이었다. 선거 자체는 무섭고 두려운 일이지만 다음 세대에 지금보다 나은 세상을 물려주자는 각오로 용기를 냈다.”초심을 지키기 위한 당신 나름의 철칙은 뭔가.
“선거에 나가서 유권자에게 약속했다. 회의가 없는 날, 빨간 날은 꼭 주민과 함께하겠다고. 그래서 주말 일정은 늘 공개한다. 주민들과 늘 함께 소통하고 현장에도 간다. 외유성 출장은 가급적 안 간다. 초선 때는 거의 안 갔다. 재선 3년차인 지금도 꼭 가야 할 일이 아니면 안 간다. 세 번째 철칙이 가장 중요하다. 계파정치에 줄 서지 않겠다는 것이다. 초선 때도, 재선 때도 계파적 색깔이 보이는 밥자리나 모임에 가지 않는다. 상임위별이나 지역별 의원 모임 정도만 참석한다. 이번 당대표 선거 때 특정 후보를 간접적으로 응원한 것은 당내 분위기가 그동안 너무 혼란스러웠기 때문이다. 줄을 서거나 계파 활동을 한 게 아니다. 김기현 대표가 계파를 만들어 정치할 사람이 아니기에 도운 거다.”
‘국민공감’이라는 공부 모임의 초대 총괄간사다. 뭘 공부하는 모임인가.
“국민공감은 윤석열 정부의 성공을 뒷받침하기 위해 입법, 예산, 정책을 연구하는 당내 학습의 장이자 정책을 생산하는 오픈 플랫폼 공부 모임이다.”
친윤계가 주축이라고 들었다.
“국민의힘 당원 모두가 윤석열 정부의 성공을 지지하는 ‘친윤’이다. 우리 당의 후보로 대통령선거에서 당선한 대통령을 지지하지 않는 이가 있을까. 국민공감에는 현재 74명의 국회의원과 원외 당협위원장이 참여하고 있다. 오로지 윤석열 정부의 성공을 뒷받침하고 국민복리 증진을 위한 정책 개발에만 몰두한다.”
계파랑 상관없이 순수하게 공부만 하나.
“그렇다. 지역구 주민들에게 더 좋은 정책을 펴려고 공부하고 정보를 공유하는 모임이다. 모든 걸 정치공학적으로만 바라볼 게 아니다. 정책을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 공부하자는 거다. 순수한 모임인데 계파색을 씌운 게 이준석 전 대표다. 왜 이런 모임을 만들었느냐면 국회의원도 공부가 필요해서다. 모든 분야를 알 순 없지만 적어도 이슈가 되고 관심을 가질 만한 일은 알아야 한다. 그래야 올바른 법을 만들 수 있지 않은가. 또 그래야 예산이 올바로 쓰일 거다. 공부하자는 의미로 만든 모임이어서 공개된 활동만 한다. 격주로 아침에 나와 공부하고 궁금한 게 있으면 정책을 공유한다. 안철수 의원도 지난해 회원으로 들어왔다. 당내 소위 누구계가 다 망라돼 있다. 우리 당 115명이 다 들어와도 이상할 게 없는 모임이다. 누구든지 와서 듣고 의견을 개진할 수 있다.”
경비는 어떻게 조달하나.
“어느 일방에게 부담을 주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기에 매월 5만 원씩 회비를 받는다. 그래야 커피도 사고 샌드위치도 사고 강사도 초빙할 수 있지 않나.”
지지율 반등할 것
윤 대통령의 지지율이 오르지 않는 원인이 뭐라고 생각하나.“역대 어느 정권이든 대통령선거가 끝나고 나면 허니문 기간에 지지율이 70~80%까지 올라갔다. 나중에 10~20%로 급락하더라도 정권 초창기에는 다 좋았다. 그런데 윤석열 대통령은 허니문 기간이 있었나. 이렇게 여소야대 구조가 극심한 적이 있었나. 이렇게 편향된 언론 환경이 있었나. 일부 매체는 지켜야 할 선을 넘어섰다. 우리 대통령이 국익을 위해 할 일은 하겠다는 각오로 임하는 만큼 당장은 지지도가 낮더라도 그 효과가 차츰 나타나면서 반등하게 될 것이다. 다만 대통령이 나라를 위해 아무리 좋은 일을 해도 무조건 반대하는 분들이 있다. 이런 분들의 마음을 돌리는 것이 우리가 앞으로 극복해야 할 과제다.”
정권교체에 힘을 보탠 안철수 의원 측 인사를 요직에 등용하지 않은 것도 지지율에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있다.
“안철수 의원도 우리 당의 소중한 자산이다. 그분이 대통령직인수위원장일 때 추천한 많은 분이 인수위원으로 참여했다. 그 가운데 현 정부의 산하기관에 간 사람도 일부 있다. 드러나 있는 상징적 자리가 없는 것뿐이다. 당시 장관으로 입각시키려고 한 분이 있는데 본인이 원치 않았다. 안 의원에게도 정부 부처를 맡아 함께 일해달라고 했는데 본인이 동의하지 않았다. 우리 대통령도 안철수 의원을 파트너로 존중하고 다 해줬다. 안 의원이 이번 전당대회에 나와 23.37%의 지지를 받았다. 당원 100명 중 23~24명은 안 의원이 당대표를 하면 좋겠다고 여긴 것이다. 안 의원이 후보 단일화에 함께했기에 당원들이 평가해 준 부분이 아닌가 생각한다.”
곧 대통령 취임 1주년이다. 윤석열 정부에 어떤 변화가 필요하다고 보나.
“윤석열 정부가 성공하기 위해서는 각 분야에 전문성이 있고 일을 더 잘할 사람을 발굴해야 한다. 또 근본적인 방향이 아무리 좋은 정책이라고 하더라도 국민에게 잘 알려 오해가 없도록 만드는 게 중요하다. 무엇보다 노동·교육·연금 개혁이 절실하다. 대한민국의 지속 가능한 미래를 위해 연금제도를 개혁해야 한다. 건폭(건설 현장 폭력배)이 설치지 않게, 노동자가 권익을 보호받을 수 있게 노동환경 개혁도 시급하다. 또 교육이 정치투쟁의 장이 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 지금처럼 역사를 왜곡하게 둬선 안 된다. 총선을 1년 남겨놓은 상황이다. 내년 총선 결과에 따라 3대 개혁의 성패가 판가름 난다고 생각한다. 정부와 여당이 조급할수록, 원칙을 지키면서 경제와 민생에 실질적 도움이 될 정책을 내놔야 한다. 신중함을 갑옷처럼 두르고, 실수 없이 한겹 한겹 신뢰를 쌓으며 민심의 선택을 받아야 한다.”
신동아 5월호 표지.
김지영 기자
kj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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