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토코트리에놀 연구에 전념하고 있는 강일준 교수.
매년 11월부터 이듬해 2월경에 집중적으로 발생하는 심혈관계 질환은 물론 계절적 영향이 크다. 기온이 급작스레 떨어지면 우리 몸은 움츠러들면서 혈관이 빠르게 수축한다. 이때 혈액 속 콜레스테롤 함량이 높아지면서 혈액은 더 끈끈해진다. 결국 혈관이 점점 좁아지면서 뇌혈관이 막히는 뇌경색 증상과 더 심할 경우 뇌혈관이 ‘퍽’ 하고 터지는 뇌출혈이 발생하는 것이다. 심근경색, 협심증 같은 허혈성(虛血性) 심질환 또한 혈관 장애와 관련이 깊다. 심장으로 혈액을 공급하는 관상동맥이 동맥경화 등의 증상으로 막힐 경우 주로 발생하기 때문이다.
동양의 오운육기론(五運六氣論) 관점에서는 이것이 당연한 일로 받아들여질 수 있다. 찬 기운인 외부의 수기(水氣)가 인체의 따뜻한 기운인 화기(火氣·심장, 혈액)를 억제할 수밖에 없는 이치이기 때문. 문제는 내년이 1년 사계절로 치면 겨울과 같은 차가운 기후가 전개될 것이란 점이다. 2006년은 한 해 내내 하늘도 차갑고 땅도 차가워 이상저온 현상이 발생할 것이고, 사람들의 면역력 또한 현저히 저하돼 각종 질환으로 고통받을 수 있다.
이것은 예언이 아니라 오운육기론적 관측에 따른 것이다. 병술년의 기상과 비슷한 해가 1976년 병진(丙辰)의 해였다. 지구 온난화로 인해 지구의 평균온도가 지속적으로 상승하는 추세였는데도 1976년만큼은 과학적 기상관측이 시작된 이후로 가장 낮은 온도를 기록했다. 내년은 지구 평균온도가 1976년보다 더 내려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을 듯하다.
2006년의 건강 화두
내년의 이상저온 현상은 지구의 기후뿐 아니라 지구 대기권에 사는 사람들에게도 당연히 영향을 끼칠 수밖에 없다. 구체적으로는 낮은 온도, 즉 냉기에 의해 심장과 혈관계에 이상을 느끼는 사람이 많아질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극단적으로 말하면 심장 및 혈관계 질환을 앓는 환자가 갑작스럽게 쓰러지는 등 돌연사하는 경우도 빈번하게 일어날 수 있다. 그러잖아도 우리나라에서 사망률이 높은 병이 바로 심혈관계 질환인데, 내년엔 마치 불에 기름을 끼얹은 형국이 전개된다고나 할까.
이렇게 보면 2006년의 건강 화두는 ‘어떻게 하면 심장과 뇌의 혈관계 질환에 잘 대처할 수 있을까’일 것이다. 의학계에서는 혈액순환과 관련해 콜레스테롤 수치를 중시한다. 혈액 속의 콜레스테롤이 증가하면 콜레스테롤이 혈관벽에 쌓이게 되어 고혈압, 당뇨, 동맥경화, 심장마비, 뇌중풍 같은 심각한 결과를 초래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필자는 실험을 통해 콜레스테롤과 인체 건강을 연구하는 학자가 있다는 소식을 듣고 그를 만나보기로 했다. 본격적으로 겨울이 시작됨을 알리는 입동(11월7일)을 맞아 그의 연구실을 찾아가 보았다.
주인공은 강일준(姜日晙·43) 한림대 교수(식품영양학). ‘바나나의 면역증강 작용에 관한 연구’로 한때 우리 사회에 ‘바나나 열풍’을 일으킨 주역이기도 한 강 교수는 현재 콜레스테롤 저하 작용이 뛰어난 토코트리에놀(tocotrienol) 임상 연구에 매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호반의 도시 춘천에 자리잡은 그의 학교 연구실에서 구체적인 연구 내용을 들어봤다.
-콜레스테롤이라고 하면 만병의 근원으로 생각해 무슨 나쁜 벌레처럼 여기는 경향이 있는데요. 인체에 필요한 것이기 때문에 존재하는 것이 아닐까요?
“당연한 얘기입니다. 인체 내에는 여러 가지 지방질(기름)이 존재하며 콜레스테롤도 지방질의 일종입니다. 콜레스테롤은 물에 잘 녹지 않으며 물을 배척하는 성질이 매우 강하다는 특징이 있어요. 이 때문에 콜레스테롤은 세포를 외계와 차단하는 세포막에 없어서는 안 될 중요한 성분이지요. 게다가 콜레스테롤은 담즙, 스테로이드 호르몬과 부신피질 호르몬, 비타민D 등을 합성하는 원료가 되기 때문에 우리 몸에 꼭 필요한 물질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