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8월호

느림의 美學

  • 박현준|부산대학교병원 비뇨기과 교수 www.prostate.co.kr|

    입력2010-08-04 14: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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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느림의 美學

    일러스트레이션 · 조은명

    얼마 전 100m 달리기에서 한국 신기록이 나왔다. 31년 만의 쾌거에 온 국민이 기뻐했다. 물론 세계기록과는 격차가 있지만 한국 마라톤이 세계 정상급에 도달한 것처럼, 김연아·박태환 선수가 그랬던 것처럼, 100m 달리기도 분명 그러하리라 기대해본다.

    현대엔 빠른 것이 각광 받는다. 월드컵 원정 16강에 성공한 한국 축구대표팀의 장점은 스피드다. 인터넷 속도, 치킨 가게 배달 속도, 자동차 속도도 나날이 빨라진다. 바야흐로 스피드의 시대가 아닐 수 없다. 그러나 여전히 느림의 가치가 존중받고 추구되는 분야도 있다. 대표적인 것이 성기능 분야다.

    발기부전과 조루는 다르다

    성기능에서는 빨라서 좋을 게 별로 없다. 되도록 느리게, 오래 지속하는 끈기가 각광 받는다. 빠른 것은 오히려 고통을 부르기도 한다. 예를 들면 파트너가 채 만족하기도 전에 빨리 사정해 낭패를 보는 조루증 환자가 그러하며, 용케 발기가 되어도 금방 죽어 상대를 만족시키지 못하거나 자괴감을 느끼는 발기부전 환자가 그러하다.

    그러나 둘 다 시간의 문제이기는 하지만 구분할 필요는 있다. 성기능 장애 환자를 접하다보면 조루와 발기부전을 구별하지 못하는 사람이 생각보다 많음을 실감하게 된다. 발기부전은 만족할 만한 성관계를 끝내기까지 발기가 유지되지 않고 도중에 사그라지는 현상이다. 좀 더 자세히 말하면 정맥성 발기부전의 경우 음경이라는 혈관 풍선에 충만한 혈액이 슬금슬금 빠져버린다. 이것이 사정이 빠른 조루증으로 잘못 이해된다.



    2009년 대한남성과학회에서 실시한 온라인 설문조사에서 응답자의 약 35%가 조루증과 발기부전을 구별하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나 이런 필자의 경험을 뒷받침한다. 자신의 증상이 발기부전인데도 조루증으로 잘못 이해하는 경우 엉뚱한 치료를 원하게 된다.

    발기가 되더라도 금방 죽어 성관계에 실패하는 사람은 원칙적으로 발기부전 치료제를 복용하는 게 우선이다. 최근 발기부전 치료의 경향은 단순히 발기가 되도록 하는 차원을 넘어 발기된 음경이 얼마나 단단한지, 한번 발기되면 얼마나 오래 지속되는지를 중시한다. 현재 발매 중인 발기부전 치료제는 저마다 장점을 가지고 있지만 레비트라는 발기 지속시간을 치료 전에 비해 3배가량 연장해 정상 수준으로 회복시켜준다는 장점과 함께 음경의 단단함이 우수하다고 알려져 있다.

    지속시간과 단단함이 중요

    한편 발기 지속시간과 약효 지속시간을 혼동하는 경우도 있다. 현재 시판되는 일부 치료제의 경우 설명서에 약효 지속시간이 길다고 자랑하는데 이는 발기 지속시간이 길어진다는 것과는 전혀 다른 개념으로 복용 후 혈액 내에 약물이 남아 있는 시간을 의미한다. 물론 이것도 나름의 장점이 될 수 있다. 이와 같이 발기부전 치료 영역에서도 시간의 개념은 매우 중요하고 뜨거운 이슈일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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