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3월호

지식커뮤니티 Book치고 ; 이철승의 ‘불평등의 세대’를 읽고

386세대, 전두환과 캉드쉬에 빚졌다

386세대가 만든 ‘난공불락’의 城

  • 허주도 동아닷컴 AD마케팅팀 과장·Book치고 3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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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입력2020-03-03 10: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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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책은 찰(察)이다. 남을 관찰(觀察)하고, 나를 성찰(省察)하며, 세상을 통찰(洞察)하는 도구여서다. 찰과 찰이 모여 지식과 교양을 잉태한다. 덕분에 찰나의 ‘책 수다’가 묘한 지적 쾌감을 제공한다. 정작 살다보면 이 쾌감을 충족하기가 녹록지 않다. 이에 창간 88주년을 맞는 국내 최고 권위의 시사 종합지 ‘신동아’가 ‘지식커뮤니티 Book치고’를 만들었다. 회원들은 한 시즌(4개월)간 월 1회 씩 책 한 권을 고재석 기자와 함께 읽는다. [편집자 주]
    저자는 재밌는 개념을 주창하는데, 바로 ‘네트워크 위계’다. 민주화운동을 겪은 386세대는 탄탄한 조직력을 바탕으로 노동계 및 시민사회와 연대(네트워크)해 권력을 유지하고, 조직 구성원 간 수직적 명령(위계)과 복종 체계를 통해 권위와 충성을 획득한다는 얘기다. 이 표현에는 386세대를 향한 저자의 시선이 고스란히 들어 있다. 386세대가 세대 불평등의 원흉이라는 것이다. 

    사실 386세대는 전두환과 미셸 캉드쉬(전 IMF 총재)에게 큰 빚을 지고 있다. 폭발적으로 대학 정원이 늘어난 시기는 전두환 정권 때다. IMF가 강력히 요구한 구조조정과 노동유연화 정책은 1940~50년대생을 은퇴로 내몰았다. 1980~90년대생은 그 여파로 비정규직 세대가 됐다. 말하자면 전두환과 캉드쉬가 386 세대의 경쟁자를 제거했다. 만약 민주화운동이 1990년대에 벌어졌고 IMF 위기가 2000년 이후에 도래했다면 지금 386세대가 누리는 권력의 상당 부분을 97세대가 앗아갔을 것이다. 

    미국 역사상 가장 큰 부를 벌어들인 이들은 1800년대 중반, 즉 서부개척시대(골드러시)에 집중돼 있다. 한국에서 IT(정보기술)산업을 좌지우지하는 사람은 대부분 60년대 중·후반생들이다, 네이버, 카카오, 넥슨, 엔씨소프트 등. 그들이 대학과 대학원을 졸업했을 무렵 인터넷망 등 IT산업이 폭발적으로 성장할 수 있는 인프라가 깔렸다. 지금 잘나가는 스타트업 대표들은 1970년대 후반~1980년대 초반 출생이 압도적이다. 그들이 20대 후반~30대 초반일 때 스마트폰 혁명이 일어났기 때문이다. 

    이처럼 세대론은 시대의 맥락과 궤를 같이한다. 저자 역시 ‘운’이라는 요소를 염두에 두고 있으니 그걸 모르지는 않을 터. 다만 그 과정에서 책이 드러내는 몇 가지 약점이 있는데, 이걸 짚으며 서평을 마무리하고자 한다. 

    ① 대통령도, 국무총리도, 대법원장도, 여야 당 대표도 모두 1950년대생이다. 저자의 논리대로라면 위계의 일부로서 1960년대생은 1950년대생들에게 충실히 복무하고 있다. ② 저자는 세대론을 제로섬게임의 틀 안에서 생각하고 있다. 정치는 그렇다 쳐도 경제는 제로섬게임이 아니다. 2000년 이후 20년간 IT에 대한 지식이 없었던 1950년대생과, (386세대의 일원인) 60년대 초반 출생은 몰락했다. ③ 세대론은 개별성을 희석시킨다. 386세대 개개인의 잘잘못을 따지지 않고 세대를 몽땅 한 묶음으로 엮어 용퇴하라는 도구로 이용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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