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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세가 고공 행진에 고개 드는 집값 반등론

[부동산 인사이드] 절반 넘는 전문가·공인중개사 “올해가 최저점”

  • 나원식 비즈워치 기자

    setisoul@bizwatch.co.kr

    입력2024-04-13 09: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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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난해 5월, 17개월 만에 서울 아파트값 상승 전환

    • 낮은 거래량·非수도권 미분양… “반등 아직 이르다” 분석도

    • 지난해엔 ‘데드캣 바운스’ 결말, 올해는 과연?

    • ‘저점설’ 근거 = 높아진 금리인하 가능성·굳건한 전세가

    지난해 5월을 기점으로 서울 아파트값이 상승 전환했다. 사진은 3월 14일 서울 남산에서 바라본 시내 전경. [뉴스1]

    지난해 5월을 기점으로 서울 아파트값이 상승 전환했다. 사진은 3월 14일 서울 남산에서 바라본 시내 전경. [뉴스1]

    지난해 하반기 국내 부동산시장에서는 이른바 ‘집값 바닥론’이 고개를 들었다. 전년부터 이어지던 1년여간의 집값 하락세가 멈춘 뒤 바닥을 찍고 반등하리라는 것. 실제 서울 등 수도권 집값이 오르기 시작하면서 이런 전망에 힘을 실었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지난해 5월 서울의 아파트 매매가격이 0.01% 오르며 상승 전환했다. 서울 아파트값이 오른 건 2021년 12월(0.25%) 이후 17개월 만이다. 이후로도 서울 아파트값은 지난해 11월까지 상승세를 보였고, 뒤이어 수도권과 지방도 서울과 같은 흐름을 나타냈다.

    부동산 가격의 핵심 지표 가운데 하나인 거래량도 반등하는 추세를 보였다. 2022년 말 서울의 아파트 거래량은 월 1000건에도 미치지 못하며 극심한 거래절벽을 기록한 바 있지만 지난해부터 차츰 증가하면서 하반기에는 3000건을 넘어섰다.

    이런 흐름이 나타나자 수요자들도 동요하기 시작했다. 앞으로 집값이 오를 거라는 인식이 확산한 것이다. 당시 국토연구원 부동산시장연구센터가 공표한 ‘7월 부동산시장 소비자 심리조사’에 따르면 6월 전국 주택매매시장 소비심리지수는 5월보다 2.9 더 오른 117을 기록했다.

    이 지수는 부동산 중개업소와 일반 가구를 대상으로 조사해 소비자의 행태 변화와 인지 수준을 0~200의 숫자로 수치화한 것이다. 100보다 더 크면 가격 상승과 거래 증가 응답자가 많다는 뜻이다. 특히 그 가운데에서도 115∼200 구간은 상승 국면으로 구분한다. 전국 지수가 상승 국면에 진입한 것은 2022년 4월 이후 15개월 만이다.



    소비자를 더욱 동요하게 한 것은 서울과 수도권을 중심으로 한 청약 과열 현상이다. 당시 청약 시장에선 공사비와 인건비 인상 등으로 분양가가 지속적으로 오르는데도 수요자가 몰려들면서 높은 경쟁률을 기록하는 일이 벌어졌다. 부동산R114에 따르면 지난해 1~8월 기준으로 서울의 평균 청약 경쟁률은 79대 1까지 치솟았다. 앞으로도 물가는 계속 오를 가능성이 크다는 점을 근거로 ‘오늘이 제일 싸다’는 인식이 확산하면서 수요자들은 불안해졌다.

    V자 아닌 L자… “아직 반등 이르다”

    집값 바닥론을 회의적으로 보는 시선도 있다. 거래량을 보면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는 점은 분명했지만, 절대적 양은 충분하지 않다는 게 근거다. 2020~2021년 서울 아파트 평균 거래량은 약 5000건이다. 지난해 하반기 기록한 3000건은 그에 미치지 못한다. 충분한 거래를 동반한 가격 상승기로 보기는 어렵다는 의미가 된다.

    금리인하 시기가 불확실하다는 점도 근거가 됐다. 무엇보다 국내외 경기침체 흐름이 지속하고 무역수지 적자 등 실물경기도 좋지 않다는 점이 가장 큰 문제로 여겨졌다.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에 대한 우려도 여전했다. 이처럼 거시적 경기 불황 속에서 부동산시장만 반등하는 건 불가능하다는 분석이 나왔다.

    전문가들은 특히 부동산경기는 거시경제나 주식시장 등 자본시장의 흐름에 후행하는 경우가 많다는 점을 지적했다. 주택시장이 먼저 움직이는 일은 흔치 않다는 것이다. 실제 당시 부동산 경기의 흐름과 수요자들의 동요에 대해 경고가 이어지기도 했다.

    지난해 6월 주택금융공사 산하 주택금융연구원은 보고서 ‘2023년 상반기 주택시장 분석 및 향후 전망’ 보고서를 통해 당시 주택 가격 반등 양상이 이례적이라고 평가했다. 거래량이 낮은 상황에서 상승세가 나타나고 있다는 점과 고금리로 인해 주거 부담이 여전히 높은 수준임을 문제로 보며 “최근 가격 반등은 주거 부담 한계에 부딪혀 다시 수요 축소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을 내놨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건산연) 역시 집값 바닥론에 회의적 시각을 보였다. 보고서 ‘2023년 하반기 건설·부동산 경기 전망’을 통해 집값 하락세가 둔화할 수는 있지만 계속 이어지리라고 전망했다. 김성환 건산연 부연구위원은 “미분양이 줄고 있다고 하지만 수도권 외 지역은 10채 가운데 3채 정도밖에 안 팔리는 상황”이라며 “2020~2021년엔 분양률이 100%에 육박하면서 ‘지어놓으면 팔린다’는 말이 나올 정도였지만 현재 상황과는 차이가 크다”고 분석했다.

    결국 이런 분석은 현실로 이어졌다. 아파트값은 지난해 12월을 기점으로 다시 하락세로 돌아섰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약 반 년간 이어진 상승세가 눈에 띄게 가파르지 않았다는 점을 고려하면 집값 그래프는 V자가 아닌 L자형을 그렸다고 볼 수 있다. 즉 집값은 2022년부터 급격한 하락세를 기록한 뒤 소폭 등락을 반복한 셈이다.

    고개 드는 ‘반등론’ vs 팽배한 ‘위기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3월 25일 기준 서울 아파트 전세가는 전주보다 0.07% 오르며 45주 연속 상승세를 이어갔다. 사진은 2월 25일 서울 송파구 한 부동산중개업소에 붙어 있는 전세 매물 안내문. [뉴스1]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3월 25일 기준 서울 아파트 전세가는 전주보다 0.07% 오르며 45주 연속 상승세를 이어갔다. 사진은 2월 25일 서울 송파구 한 부동산중개업소에 붙어 있는 전세 매물 안내문. [뉴스1]

    이런 와중에 최근 다시 ‘집값 바닥론’이 고개를 들고 있다. 서울을 시작으로 집값이 하락세를 멈추고 상승세를 기록하고 있다는 점에서다. 지난해 하반기 상승세는 결국 ‘데드캣 바운스(반짝 상승 후 하락)’로 끝이 났지만 올해엔 어떨지 이목을 끄는 상황이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3월 넷째 주(3월 25일 기준)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은 전주 대비 0.01% 올랐다. 지난해 말부터 이어지던 하락세가 멈춘 뒤 18주 만에 상승으로 돌아섰다. 자치구별로 들여다보면 총 25곳 가운데 12곳에서 상승세가 나타났다. 마포, 용산, 송파 등 주로 한강 인접 지역이나 강남권에서 오름세를 보였다. 지난해에도 집값 상승세는 서울 강남을 시작으로 서울 외곽, 수도권, 지방 등으로 이어진 바 있다. 이번에도 이런 흐름이 나타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다만 이 밖에는 집값이 반등할 거라는, 유의미한 근거를 찾기는 어렵다. 서울은 집값이 상승세로 돌아섰지만 수도권과 지방은 같은 기간에 되레 집값 하락 폭이 커지기도 했다. 거래량도 적은 편이다.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매매량은 지난해 11·12월 각각 2000건 미만으로 줄었다가 올해 1·2월 각각 2568건, 2492건을 기록하며 2000건대를 넘어섰다.

    3월엔 이보다 더 거래가 많을 것으로 전망되지만 상승세를 만들어내기에는 충분하지 않다는 평가가 많다. 윤수민 NH농협은행 부동산전문위원은 “급매가 소진돼 호가가 올라가면서 가격이 상승한 것으로 보이지만 실제 큰 그림에서 보면 가격 면에서 큰 변화는 없다”고 분석했다.

    또 주택시장엔 올해 초부터 본격적으로 확산한 부동산 PF 부실 우려가 채 가시지 않은 상황이다. 부동산시장에는 4월 위기설, 5월 위기설 등이 지속해 흘러나오는 등 불안감이 가라앉지 않고 있다. 이에 대해 김인만 부동산경제연구소 대표는 “정부의 적극 부인에도 불구하고 4월 위기설이 팽배하다는 것은 시장의 수요자들 심리가 그만큼 불안하다는 의미”라며 “위기설 극복은 정부, 금융권, 건설업계가 모두 머리를 맞대야만 풀 수 있는 어려운 문제”라고 지적했다.

    고공 행진 전세가, 매매가 떠받치다

    3월 20일(현지 시간)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 의장이 워싱턴 연준 청사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AP 뉴시스]

    3월 20일(현지 시간)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 의장이 워싱턴 연준 청사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AP 뉴시스]

    그렇다고 집값 바닥론에 대한 근거가 없는 것은 아니다. 집값이 더 떨어질 가능성이 커졌다는 점, 당장은 아니더라도 바닥을 다진 뒤 추세적 상승세가 나타날 수 있다는 분석은 다소 합리적이라고 볼 수 있다.

    2022년 집값 급락 시기엔 매매와 전세 가격이 동시에 떨어졌다. 국내 주택시장의 특성상 전세가가 어느 정도 수준에서 버텨주면 매매가가 일정 수준 아래론 떨어지지 않는 경우가 나타나는데, 이땐 전세가가 하락하니 매매가가 바닥 없는 추락세를 보인 것이다.

    반면 최근엔 전세가가 고공 행진하고 있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3월 25일 기준 서울 아파트 전세가는 전주보다 0.07% 오르며 45주 연속 상승세를 이어갔다. 이에 따라 서울 아파트 평균 전세가도 6억 원 진입을 목전에 두고 있다. KB부동산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평균 전세가는 지난해 2월 5억9297만 원으로 6억 원대가 무너졌다가 같은 해 하반기 다시 오르기 시작해 올해 3월 5억9390만 원까지 회복했다.

    이처럼 전세가가 오르면 수요자 처지에선 차라리 매매를 선택할 가능성이 커진다. 전세 수요가 매매 수요로 전환하면서 매매 가격을 떠받치게 되는 셈이다. 게다가 올해는 지난해와 다르게 금리인하 가능성이 더 커졌다. 3월 20일 미국 연방준비제도(Fed)는 ‘3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성명’에서 정책금리를 연 5.25~5.5%로 유지하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그러면서 올해 금리인하 전망을 세 차례로 유지했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정책금리가 정점에 달했을 수 있다”며 “올해 통화정책 완화(금리인하)를 시작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언급했다.

    경기 불황으로 주택 공급이 급격하게 줄고 있다는 점에서 중장기적으로 집값 상승세가 나타날 수 있다는 전망도 있다. 주택 인허가 기준으로 지난해 서울의 주택 공급량은 2만5567가구로 최근 10년 평균치인 6만9975가구보다 60% 이상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를 근거로 내년부터는 집값이 반등할 거라는 전망도 속속 나오고 있다. 3월 KB금융지주 경영연구소가 내놓은 보고서 ‘2024 KB 부동산 보고서’에 따르면 부동산시장 전문가의 74%, 공인중개사의 79%가 올해 주택 매매가격 하락을 전망했지만 하락 폭은 1~3%에 그칠 거라는 의견이 다수였다.

    주목할 점은 전문가 가운데 50%, 공인중개사 가운데 59%가 올해가 매매시장 경기 최저점이 되리라고 응답했다는 점이다. 올해 집값이 바닥을 찍을 거라고 전망하는 전문가가 더 많은 셈이다. KB금융지주 경영연구소는 “올해 주택시장은 무엇보다 금리가 주요 변수가 될 수 있다”라며 “금리 하락 시기와 폭이 올해 주택시장 매수 심리 회복의 중요한 전환점이 될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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