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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여자+α’, 제3의 性 가진 인류 출현할까?

‘남자+여자+α’, 제3의 性 가진 인류 출현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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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여자+α’, 제3의 性 가진 인류 출현할까?

현대 사회에선 동성애 등 남녀 성별을 넘어선 다양한 형태의 성적 선호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그러나 이 유전자가 정말로 성을 결정한다고 확정 지으려면 한 가지를 더 확인해야 했다. 즉, XY이면서 여성인 사람들에게는 이 유전자가 없거나 제대로 발현되지 않아야 하는 것이다. 조사 결과 XY이면서 여성인 사람들 중 일부에게서 이 유전자가 제대로 활동하지 않는다는 것이 드러났다. 즉 이 유전자는 정소 형성에 필요했다. 그러나 이 유전자만이 성 결정에 관여하는지는 아직 확인되지 않고 있다.

한편 다른 연구자들은 생쥐를 대상으로 연구하고 있었다. 생쥐에게도 비슷한 유전자(SRY)가 있었다. 연구자들은 생쥐의 암컷 배아, 즉 XX인 배아에 SRY 유전자만 든 DNA를 삽입했다. 그러자 그 배아는 수컷으로 자라났다. 그 배아는 정소와 수컷의 생식기를 가진 채 성장할 뿐 아니라 암컷과 교미까지 하는 진정한 수컷이 됐다. 그러나 정소의 크기가 일반적인 수컷보다 작고 정자가 만들어지지 않았다. 정자 형성에 관여하는 유전자들은 Y 염색체에 있기 때문이었다. 결과적으로 이 실험은 Y 염색체의 SRY가 유일한 성 결정 유전자라는 것을 보여줬다. SRY의 발견은 성 결정과 발달 연구의 기폭제가 됐다.

Y 염색체는 사람의 염색체 46개 중 크기가 가장 작은 편에 속한다. 유전자 수도 가장 적다. 1992년 미국 MIT 대학의 교수 데이비드 페이지는 사람 Y 염색체의 유전자 지도를 작성했다. 그는 다른 염색체는 평균 100개 정도의 유전자를 갖고 있는 데 반해, Y 염색체에는 40~50개밖에 없다고 추정했다.

Y 염색체의 유전자는 세 부류로 나눌 수 있다. 첫째는 배아의 생식샘이 난소가 될지 정소가 될지를 결정하는 SRY 유전자, 둘째는 X 염색체의 유전자들과 짝을 이루는 유전자(Y 염색체 유전자의 약 절반에 해당), 셋째는 정자 형성에 관여하는 것으로 보이는 유전자(Y 염색체에만 있는 유전자로서 정소에서 발현)이다.

Y 염색체의 유전자들 중 약 절반이 X 염색체의 유전자들과 짝을 이룬다는 것은 다른 염색체들이 둘씩 짝을 이루고 있듯이, X와 Y도 원래 한 쌍이었음을 시사한다. 즉 원래는 둘이 크기와 모양이 비슷했으며, 지금과 같은 성염색체도 아니었을 수 있다. 페이지는 X와 Y라는 두 성염색체가 진화하기 시작한 시점이 약 3억년 전이라고 본다. Y 염색체의 일부가 크게 잘려서 뒤집혀 붙음으로써 두 염색체가 서로 제대로 짝을 지을 수 없는 일이 벌어졌고, 그 결과 두 염색체 사이에 유전자 교환 비율이 줄어들면서 서로 다른 길을 가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X 염색체는 여성에게서 XX 형태로 짝을 지을 수 있기에 서로를 참조해 유전자에 생긴 이상을 바로잡을 수 있었던 반면, Y 염색체는 그런 교정 수단이 없기에 원래 있던 유전자들을 점점 잃어서 지금처럼 작아졌다고 볼 수 있다.



남성 Y염색체가 없어진다?

그렇다면 세월이 더 흐르면 어떻게 될까. Y 염색체가 아예 없어지지는 않을까. 실제로 그렇게 예측하는 과학자들도 있다. 호주의 제니퍼 마셜 그레이브스는 Y 염색체의 유전자가 100만년에 평균 3~6개씩 없어지므로, 500만~1000만년이 지나면 사람의 Y 염색체가 아예 사라질 것이라는 가설을 내놓았다.

그렇다면 500만~1000만년 뒤의 남성은 어떻게 되나? Y 염색체에 있는 SRY 유전자가 남성을 결정하므로, Y염색체가 없어지면 남성도 없어지는 것일까. 그래서 인류는 여성만 남는 것일까. 연구자들은 그렇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한다. Y 염색체의 소멸이 남성의 종말은 아니라는 것. 중국을 비롯한 아시아 서부에 사는 두더쥐들쥐(mole vole) 두 종류는 Y 염색체가 아예 없다. 한 종은 암수 모두 X 염색체 하나만 가졌고, 또 다른 한 종은 암수 모두 XX 염색체를 가졌다. 그래도 수컷은 잘 살아간다. 그들은 SRY를 대신할 다른 성 결정 기구를 진화시켰다. 그레이브스는 인류도 Y 염색체가 사라지기 전에 다른 형태의 성 결정 기구가 진화할 것이라고 추정한다.

데이비드 페이지는 Y 염색체가 사라진다는 주장에 반론을 제기한다. Y 염색체가 유전자를 잃기만 한 것이 아니라, 새로운 유전자를 얻기도 한다는 것이다. 정자 형성에 관여하는 유전자들은 새로 얻은 것들이다. 페이지에 따르면 Y 염색체는 사라지고 있는 것이 아니라 갱신되고 있는 중이라고 볼 수도 있다.

또한 Y 염색체는 짝이 없는 문제를 해결할 방안을 자체적으로 마련했다고 한다. 연구자들은 최근 Y 염색체의 정자 형성 유전자들이 하나씩 있는 것이 아니라 2개, 4개씩 중복되어 존재한다는 것을 알아냈다. 즉 짝을 다른 염색체가 아니라 자기 염색체에 구비해놓고 있는 셈이다.

페이지는 Y 염색체가 마치 거울의 방 같다고 말한다. Y 염색체에는 서로 마주보고 배열된 염기 서열이 많다는 것이다. 즉 ‘다시 합시다’ 같은, 거꾸로 해도 똑같은 배열을 이룬 염기 서열들이 빈번하게 관찰된다. 이런 배열은 Y 염색체 연구를 어렵게 하지만, 한편으로 유전자가 마주 보는 서열을 참조하여 오류를 교정할 수 있도록 해준다. Y 염색체는 자체적으로 오류를 교정하는 방식을 개발했다는 것이다.

양측의 논쟁은 계속되고 있다. 그레이브스는 ‘유전적 자위행위’가 해로운 돌연변이를 막아주기는커녕 다른 유전자에 까지 이상을 일으킴으로써 쇠퇴를 가속시킬 수 있다고 주장한다. 페이지는 그런 주장이 실험 자료로 뒷받침되지 않는 말장난이라고 본다. 그렇다면 Y 염색체를 잃은 두더쥐들쥐들은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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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한음 과학평론가 lmgx@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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