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계단은 미국 독립선언서가 발표된 ‘역사의 도시’ 필라델피아의 필라델피아 미술관(Philadelphia Museum of Art)에 있다. ‘록키’ 덕분에 미술관보다 미술관 계단이 더 유명해지는 아이러니가 벌어졌다. ‘록키 계단(Rocky Steps)’이라는 애칭도 생겼다. 지금도 미국인 중에는 계단은 알아도 미술관은 모르는 이가 많다고 한다.
‘역사 도시’의 아이콘
필라델피아 미술관은 미국 동부 필라델피아 페어마운트 공원(Fairmount Park)에 자리 잡은, 미국에서 다섯 손가락 안에 꼽히는 유명한 미술관이다. 고대 그리스 파르테논 신전 모양을 한 아름다운 석조 건물이다. 건물 정면은 미네소타에서 가져온 백운석으로 단장했다고 한다.
널찍한 계단을 한참 올라가야 미술관 입구가 나온다. 건물이 언덕 위 높은 곳에 자리하고 있기 때문에, 맨 위 계단에 서면 남쪽으로 필라델피아 시내가 한눈에 내려다보인다. 멀지 않은 곳에서 높은 첨탑의 시청 건물도 눈에 들어온다.
‘록키’ 3편을 찍을 때는 계단 맨위에 록키 동상을 세웠다. 그러나 순수예술을 지향하는 미술관의 권위를 훼손한다는 격렬한 반발 때문에 이 동상은 자리를 뺄 수밖에 없었다. 동상은 5편 제작을 위해 다시 돌아오긴 했으나, 2006년 9월 계단 맨아래 오른쪽 화단으로 옮겨져 지금에 이르렀다. 록키가 양팔을 치켜든, 박력 넘치는 형상의 청동상이다.
미술관은 계단 위에 ㄷ자형으로 건축돼 있다. 고대 양식의 대리석 건물로 전시실이 200개가 넘는다. 23만 점 이상의 소장품을 보유한 종합 미술관으로 매년 전 세계에서 온 100만 명의 관람객이 다녀간다.
이 미술관의 소장품은 시간적으로 2000년 이상의 세월을 아우르지만, 고대 이집트 및 로마 시대 작품과 콜럼버스 이전 시대의 미국 작품은 찾아보기 어렵다. 이유는 미술관 설립 초기에 펜실베이니아대(University of Pennsylvania)에서 중국 도자기를 빌려온 대신 대학에 고대 작품을 대여해줬기 때문이다. 그 이후부터는 특별 전시를 위해 매우 중요한 고대 작품만 소량 가지고 있을 뿐이다.
필라델피아는 미국 건국 초기 13개 주 중 하나인 펜실베이니아주(州) 동쪽 끝에 자리한 도시로 뉴욕과 워싱턴DC의 중간쯤에 있다. 인구는 600여 만 명으로 미국에서 다섯 번째로 큰 도시다. 미국 건국의 아버지들(Founding Fathers)은 1776년 7월 4일 필라델피아에서 독립선언서에 서명했다. 그리고 1787년 9월 17일 역시 필라델피아에서 미국 헌법이 공포됐다. 워싱턴DC가 건설되는 동안 1787년부터 1800년까지는 임시 수도 구실도 했다.
명실상부한 미국 독립의 성지인 이 도시는 미국 최고의 관광도시 중 하나이기도 하다. 시내 인디펜던스 홀(Independence Hall) 앞에 있는 자유의 종(Liberty Bell)을 보러 매년 200만 명이 넘는 관광객이 다녀간다. 필라델피아 미술관은 이런 역사 도시의 아이콘이자 독립 성지의 자존심 그 자체다.
공공의 설립, 부자의 지원
필라델피아 미술관은 1876년 설립됐는데 이는 뉴욕 메트로폴리탄 미술관보다 불과 6년 뒤로, 그만큼 일찍 설립된 축에 든다. 1876년은 미국 독립 100주년이 되는 때로 필라델피아에서는 독립 100주년 기념 박람회(Centennial Exhibition)가 개최됐다. 산업과 문화를 선양하기 위한 이 행사는 미국에서 개최된 최초의 대규모 박람회로 전 세계 37개국이 참가했다. 40여 만 평의 페어마운트 공원에 수많은 전시장이 마련됐고, 무려 1000만 명의 관람객이 몰려들었다.
전시장 중에는 미술관(Art Gallery)도 있었다. 미술관은 4000여 점의 예술 작품을 전시하기 위해 2년에 걸쳐 항구적인 건물로 건설됐다. 나중에 메모리얼 홀(Memorial Hall)로 명명되는데, 이것이 필라델피아 미술관의 출발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