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년 5월호

파리, 런던, 헬싱키가 투자 최적지…터키, 동유럽, 러시아는 차선

  • 입력2006-05-17 18: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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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파리, 런던, 헬싱키가 투자 최적지…터키, 동유럽, 러시아는 차선

    파리 시민들이 에펠탑 앞 대형 축구공 유리 모형을 감상하고 있다.

    최근 몇 년 동안 전세계에서 가장 뜨거웠던 부동산시장은 유럽이다. 영국 경제전문지 ‘이코노미스트’지에 따르면 지난 1997년 이후 집값이 미국에서는 73% 상승하는 데 그친 반면 프랑스는 평균 87%가 올랐다. 같은 기간 중 영국은 평균 154%, 스페인은 145%, 아일랜드는 192%나 폭등했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유럽의 부동산 경기가 이토록 뜨거웠던 주원인으로 낮은 이자율을 꼽았다. 미국의 부동산시장이 낮은 이자율 덕분에 가파른 상승세를 탔지만 서유럽의 이자율은 미국보다 더 낮았던 것. 미국의 연방기준금리가 3.25%로 상승해 있는 데 반해 유럽은 2%로 여전히 낮고 앞으로 더 내릴 전망이다.

    일부 유럽 국가에선 미국과 같은 최신형 모기지 융자 제도가 도입돼 부동산 취득의 길을 한층 넓혔다. 유럽에서는 15년 고정 모기지가 보통이었으나 2∼3년 전부터 미국에서 볼 수 있는 변동 모기지처럼 다양한 상품이 등장했다. 부동산이 주식보다 안정적인 투자 수단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는 점도 유럽의 부동산 수요를 이끌고 있다. 특히 지난 봄, 3년간 하락하던 미국의 달러화 가치가 상승세로 돌아서 미국인도 파리나 스페인, 이탈리아의 부동산을 매입하려고 아우성이다.

    “고평가됐지만 여전히 오른다”

    물론 유럽의 모든 부동산 가격이 급등하는 것은 아니다. 독일은 뒷걸음치는 부동산 경기로 실업과 소비지출이 더 악화되는 형국이고, 영국 런던은 장기간 계속된 집값 상승 때문에 서민이 집을 사기가 그림의 떡이 된 상황이다.



    오르막이 있으면 내리막이 있게 마련. 경제 전문가들은 대부분 올해 유럽의 부동산 경기가 지난해에 비해 다소 둔화될 것이라고 내다본다. 유럽중앙은행은 지난 12월 통화정책회의에서 기준금리를 2.25%로 전보다 0.25%포인트 올린 바 있으며 금리인상의 주된 이유 중 하나로 부동산 가격 상승을 꼽았다. 보고서는 또 “1990년대 부동산 가격 상승시기와 비교해볼 때 현재 부동산 가격이 유난히 고평가된 것으로 나타났다”고 지적했다.

    그렇지만 현장에서 뛰는 부동산 투자자들은 올해 부동산 시장이 지난해에 비해 둔화될 수는 있지만 여전히 좋을 것으로 보고 있다. 올초 세계적인 부동산 리서치 협회인 도시개발협회(ULI)와 컨설팅업체 프라이스워터하우스쿠퍼스(PWC)가 공동으로 발행한 ‘2006 떠오르는 유럽 부동산 트렌드’ 보고서에 따르면 유럽 지역에서 활동하는 부동산 투자자 250명을 인터뷰한 결과 대부분 유럽 부동산 시장을 낙관하고 있다. ULI와 PWC는 “응답자들은 올해에도 주택이나 오피스 등 부동산이 채권이나 주식보다 더 매력적인 투자 수단이라고 꼽았다”고 밝혔다.

    동유럽과 터키, 러시아가 서유럽 부동산 투자의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는 것도 주목할 만하다. 이미 전세계 부동산 투자자는 고수익을 내기 위해 동유럽 부동산시장에 자본을 쏟아 붓고 있다. 지난해 폴란드 부동산에 대한 외국인 투자는 전년대비 두 배 늘어난 35억달러였다.

    문제는 동유럽의 부동산 시장이 외국인의 수요를 만족시키기에는 물량이 다소 부족하다는 점. 휴스턴 부동산회사 하인즈의 모스크바 지사장 리 티민스는 “지난해 100억달러 규모의 부동산 펀드들이 러시아, 폴란드 등 동유럽 시장으로 몰려갔지만, 살 수 있는 부동산은 20억달러어치에 불과했다”고 전했다.

    마드리드와 바르셀로나, 도로 구축으로 인기

    그렇다면 유럽의 어떤 도시에 투자해야 할까. ULI와 PWC는 유럽의 27개 도시를 대상으로 투자 수익률과 위험도를 함께 고려한 결과, 프랑스 파리를 최적지로 꼽았다. 대상은 주택과 빌딩, 상가다.

    파리의 부동산은 거품 우려에도 불구하고 주택의 양극화와 고질적인 주택 부족 문제 때문에 가격이 오를 수밖에 없다. 여기에 문화와 예술을 찾아 몰려드는 이민자는 부동산 가격을 올리는 가장 큰 요인이다.

    파리, 런던, 헬싱키가 투자 최적지…터키, 동유럽, 러시아는 차선

    핀란드 헬싱키의 피트니스형 사우나에서 휴식을 취하는 노부부.

    지난해 2분기, 프랑스의 주택 매매가는 전국 평균이 이미 평당 1200만원을 넘었다. 파리의 주택시장은 서울이나 뉴욕의 상승 속도에 미치진 못하지만 최근 몇 년간 주택 가격 상승률이 평균 10%를 웃돌고 있다. 파리 시내의 경우 평당 2000만원에 가깝다. 몽마르트르 언덕에서 방 3개와 부엌 1개가 딸린 전망 좋은 집은 10억원을 훌쩍 넘는다. 이 중 생드니 지역이 평당 860만원으로 급상승했는데 이는 2000년에 비해 70% 오른 것이다. 최근 새로운 기업 유치로 주택 구매가 활발해지면서 나타난 현상이다.

    상가도 유망하지만 문제는 너무 비싸다는 점이다. 파리 상젤리제 거리의 상가 임대료는 뉴욕 맨해튼 5번가에 이어 세계에서 두 번째로 비싼 곳. 임대료만 평당 2700만원이다. ULI보고서는 “파리의 경우 자본은 넘치지만 매물은 모자른 지역”이라며 “이런 투자 매력 요소 때문에 사람들이 점점 몰려든다면 수익률이 기대에 못 미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파리에 이어 유럽에서 부동산 투자 적격 도시로 꼽힌 곳은 영국의 수도 런던이다. 낮은 위험도와 함께 고정된 수익률이 최대 장점. ULI와 PWC의 인터뷰에 응한 모든 투자가가 “매물을 더 사거나, 그대로 유지할 것”이라고 밝혔을 정도다. 런던은 현재 시내 주택난 해소와 도심 외곽으로의 인구 유출을 막기 위해 도심지 재개발을 서두르고 있다. 부동산 투자에 호재인 셈이다. 최근 금리 인상에도 수년째 집값 상승률이 고공행진을 하는 이유다.

    핀란드의 수도 헬싱키가 파리와 런던에 이어 3위로 떠올랐다. 응답자 중 65%가 2006년이야말로 헬싱키의 부동산에 투자할 적기라고 밝혔고, 올해 안에 팔아야 될 것이라고 밝힌 사람은 5%에 불과했다.

    스페인의 마드리드와 바르셀로나가 나란히 4위와 5위를 차지했다. 스페인의 수도 마드리드는 바르셀로나, 발렌시아, 톨레도를 잇는 도로 등 새로운 인프라가 구축되면서 교통의 요지로 각광받고 있다. 바르셀로나는 임대료와 자산가치 성장률에선 파리를 압도했지만 공급이 수요에 비해 많고, 도시 규모가 작아 낮은 점수를 받았다.

    전문가가 추천하는 ‘2006년 부동산에 투자할 만한 유럽 도시’ * 자료 : ULI, PWC * 대상 : 주택, 상가, 빌딩 등 * 순위 : 유럽 주요 27개 도시에서 해당 분야 랭킹
    도시 위험도 고려 수익률 임대료 상승률 자산가치 상승률
    파리 1위 5위 5위
    런던 2위 1위 8위
    헬싱키 3위 8위 7위
    마드리드 4위 2위 6위
    바르셀로나 5위 3위 3위
    스톡홀름 6위 7위 13위
    더블린 7위 6위 17위
    리옹 8위 9위 4위
    코펜하겐 9위 13위 20위
    에든버러 10위 11위 12위


    불붙은 경제, 널뛰는 부동산

    이 밖에 위험도는 다소 높지만 유럽에서 가장 빠르게 성장하는 부동산시장으로 터키의 이스탄불과 러시아의 모스크바를 꼽았다. 이스탄불은 올해 유럽 도시 중 상가시장에 투자할 만한 곳, 1위에 올랐다. 체코의 프라하와 헝가리의 부다페스트 등 동유럽 국가의 도시가 2위와 3위를 기록했다. 주택시장 또한 터키를 비롯해 폴란드, 체코 등 동구권 부동산시장이 엄청난 잠재력을 지닌 것으로 나타난 반면 스페인과 영국은 다소 과대평가된 것으로 소개됐다.

    이스탄불은 위험도를 고려한 수익률 때문에 유럽에서 투자 적격 도시 순위에서 다소 처졌지만 개발 속도와 자본 성장률, 그리고 수익률 부분에서는 전문가 추천 순위 1위다. 위험도는 모스크바에 이어 두 번째로 높다. 그 현장은 어떨까.

    파리, 런던, 헬싱키가 투자 최적지…터키, 동유럽, 러시아는 차선

    프라하 구시가지 광장에서 쉬고 있는 관광객과 주민들.

    “2004년말부터 매달 집값이 5%씩 오르고 있다. 처음에는 사람들에게 집을 사라고 권했지만 계속 오르는 것을 보니까 더 오를 여지가 있을까 하는 의문이 들기 시작했다. 투자를 권유하기가 조심스럽다. 하지만 이런 의문을 가진 것도 벌써 6개월이 넘었다. 더 오를 것 같다.”

    지난 2월 초 터키 이스탄불의 ‘신 유럽’ 지역에서 만난 부동산 중개업자 나즈미 야파르씨의 하소연이다. 야파르씨는 “2004년 말 40만달러에 아파트를 구입한 외국인이 최근 66만달러에 되팔았다”며 “매달 5% 이상은 꾸준히 오르더니 최근 폭설로 다소 진정된 분위기”라고 말했다. 그는 “몇 달 전까지만 해도 최고점이라고 말하는 사람이 많았지만 집값은 계속해서 올랐다”며 “아직도 최고점이라고 말하긴 힘들 것 같다”고 덧붙였다.

    터키의 부동산시장에 불이 붙었다. 터키의 경제 수도인 이스탄불과 수도 앙카라 등 주요 도시 부동산시장은 지난 한 해 동안 평균 50% 이상 뛰었다. 현지 업자들에 따르면 터키의 부동산시장은 지난 10월3일 공식적으로 시작된 EU 가입 협상을 계기로 본격적으로 상승 탄력을 받고 있다. 이스탄불의 경우 골든혼 해협에서 보스포루스 해협으로 이어지는 신시가지를 중심으로 초강세다. 보스포루스 해협에서 흑해로 이어지는 해안가 도로변 식당가 일대 땅값은 2년 전보다 2배 이상 상승했다.

    중동과 유럽의 ‘화개장터’

    이 같은 상승세는 시작에 불과하다. 부동산 투자회사인 야피 크레디 코레이의 하칸 코달 사장은 “지난해 50%가 올랐다고 하지만 2001년 경제위기 전 상황으로 회복한 수준”이라며 “특히 이스탄불은 서유럽뿐 아니라 동구권과 비교해도 저평가됐다”고 말했다. 최근 부동산 문제를 연구하는 ULI(Urban Land Institute)가 유럽 전체에서 가장 잠재력이 높은 도시로 이스탄불을 꼽은 것도 이와 일맥상통한다.

    빠르면 2월 말부터 모기지론이 시행될 예정이어서 터키의 집값 상승세는 당분간 계속 이어질 전망이다. 코달 사장은 “지금 터키에서는 집을 사는 사람 중 97%가 현금으로 계산한다”며 “은행에서 구입 자금을 빌리는 비율은 3%에 불과할 정도로 대출이나 모기지 시장이 열악하다”고 말했다. 그에 따르면 은행을 통해 집을 사는 비율은 동유럽이 5%, 유럽은 40%, 미국은 60% 이상이다. 모기지론을 이용한 은행 대출이 본격화할 경우 그만큼 수요가 폭발적으로 많아질 것이라는 설명이다.

    이처럼 터키 부동산 시장이 폭발적으로 성장한 배경은 무엇일까. 터키는 이미 중동과 유럽의 투자자들이 만나는 ‘화개장터’로 부각된지 오래다. 새로운 에너지의 보고(寶庫)인 중앙아시아로 가는 전초 기지로도 자리잡았다. 터키 내 최대 민간은행(이시은행) 에르신 오자제 행장은 “이스탄불은 이 지역의 금융 허브”라며 “과거 오스만투르크 시대에 이스탄불이 실크로드의 끝자락이었던 것처럼 지금은 오일로드의 종착지인 셈”이라고 말했다.

    터키 은행 야피 크레디의 수석 이코노미스트인 아멧 시메노글루는 “걸프와 카스피 연안 국가들이 기름을 팔아 돈을 벌면 벌수록 터키 경제에 더 많은 돈이 유입되는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사람들이 ‘서쪽’에서만 들어오는 것은 아니다. 아랍 국가들은 거꾸로 터키를 유럽과 글로벌 진출의 전진기지로 삼고 있다.

    일례로 최근 아랍에미리트(UAE)의 두바이 인터내셔널은 이스탄불 도심 내 부동산 개발에 5억달러를 투자하겠다고 밝혔다. 이스탄불의 신시가지 레벤트(Levent) 지역에 300m 높이의 쌍둥이 빌딩을 세운다는 계획이다. 두바이 인터내셔널의 무하메드 엘 게라가위 회장은 “터키 경제는 하루가 다르게 강해지고 있다”며 “앞으로 4년 동안 50억달러를 투자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오자제 행장은 “현재 터키의 실물경제에 투자하는 외국인 투자금액이 은행의 기업 대출 금액을 웃도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터키 중앙은행에 따르면 부동산 순투자를 포함해 외국인 투자는 외환위기 직후인 2002년 11억3800만달러를 기록했고, 지난해는 1월부터 9월까지만 46억4300만달러에 달했다.

    유럽 상가 투자 유망 도시 단위 : %
    순위 도시 사겠다 유보하겠다 팔겠다
    1 이스탄불 85.2 11.1 3.7
    2 프라하 74.2 19.4 6.5
    3 부다페스트 68.8 25.0 6.3
    4 리옹 68.4 23.7 7.9
    5 헬싱키 65.0 30.0 5.0
    6 아테네 63.6 31.8 4.5
    7 모스크바 61.9 28.6 9.5
    8 파리 61.1 35.2 3.7
    9 뮌헨 60.0 31.4 8.6
    10 함부르크 58.3 33.3 8.3


    무허가 주택인지 확인하라!

    파리, 런던, 헬싱키가 투자 최적지…터키, 동유럽, 러시아는 차선

    부동산시장에 불이 붙은 터키. 이곳 그랜드 바자르 시장에 사람들이 몰려들고 있다.

    그렇다면 어디에 있는 집을 사야 할까. 야파르씨는 “외국인의 경우 돈이 있다면 다소 비싸더라도 신유럽 쪽 집을 구입하는 게 안정적”이라며 “리스크를 감수한다면 최근 개발이 한창인 이스탄불의 아시아 지역에 소형 아파트를 구입해 임대로 돌리는 방법도 고려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스탄불 지역에서 부동산을 구입할 때 조심해야 할 사항이 몇 가지 있다. 먼저 이스탄불은 잘 알려진 지진 지대지만 대부분의 집이 허술하게 지어졌다. 그리고 정부에 신고하지 않은 무허가 주택이 꽤 많아 사기 전, 반드시 공공기관을 통해 확인하고 옥석을 가려야 한다.

    터키의 수도 앙카라는 주요 학군을 중심으로 주택의 매도 호가가 크게 오르고 있다. 외국인 밀집지로, 사립학교가 몰려 있는 치뎀마할래 지역은 방 3개짜리 30평형대 주택의 가격이 20% 급등해 현재 10만달러를 호가한다. 월세는 앙카라 전체 평균인 400∼500달러에 비해 20∼40% 비싼 500∼600달러다. 앙카라 일반 근로자의 월 평균 임금이 500달러 안팎인 점을 감안할 때 상당히 높은 수준이다. 앙카라 주재 한국대사관 관계자는 “연 25%이던 금리가 18%로 떨어져 은행 융자를 얻어 집을 사는 경향이 두드러지고 있다”며 “연 평균 30∼40% 집값이 상승하는 것을 감안할 때 적어도 연 10% 이상의 시세차익을 남길 수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최근에는 터키의 남부 휴양지인 안탈리아가 갑부들의 부동산 투자처로 주목받고 있다. 비슷한 기후의 이탈리아나 그리스 휴양지에 비해 가격이 훨씬 싸기 때문에 경쟁력이 있다. 야파르씨는 “최근 안탈리아 지역에 대형 리조트가 개발되면서 러시아 갑부들이 몰려들고 있다”고 말했다.

    터키 내 부동산 관련 규제는 관대한 편이다. 외국인은 언제든지 부동산을 취득할 수 있다. 하지만 취득한 지 6개월 안에 되팔 수 없고, 4년 안에 팔 경우에는 20%에서 45%에 달하는 양도소득세를 물어야 한다. 이런 이유 때문일까. 이스탄불의 한 부동산 관계자는 “부동산과 관련해 소득을 제대로 신고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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