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해 2월 부동산 정책토론회에 나선 노무현 대통령. “집값은 반드시 내린다”는 그의 말은 어쨌든 현실이 됐다.
하지만 ‘종부세 대책모임’에 모인 사람들은 불복 절차만 문의할 뿐 누구도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았다.
“이 사람들 속에 세무서 직원이 있을지도 몰라. 말 잘못 꺼냈다가 괜히 시달림당할라.”
2007년 연말, 세 번째 종부세고지서가 날아온다. 과세라인 6억원, 과세표준 80%, 과세 기준일은 2007년 1월1일. 상당액이 될 것이다. 이른바 ‘세금폭탄’. 지금껏 앓는 소리로 말하던 ‘세금폭탄’은 장난감 폭탄일 뿐이다. 올겨울, 하늘에서 삐라처럼 날아드는 세금폭탄 고지서는 실전(實戰) 폭격만큼이나 무섭고 파괴력이 클 것이다.
언제 집을 살까?
“차라리 지금이 집을 살 때가 아닌가요?”
“에이, 쓸데없는 소리…. 뭐 하러 불구덩이로 들어간단 말이오.”
“그러면 언제 집을 사야 하나요?”
이 질문에 대한 일반적 해답은 ‘2주택자에 대한 규제가 풀리는 날’이다. 부동산시장을 억지로 누르고 있는 각종 규제는 지금 2주택자를 집중 공격하는 중이다. 2주택자를 누르면 ‘주택시장’이 가라앉는다. 알고 그랬을까? 아무렇게나 여러 방법을 쓰다 보니 그 방법이 먹혔을까? 어찌됐든 그 답은 ‘2주택자에 대한 규제가 풀리는 날’이다.
2주택자는 억제책과 부양책의 바로미터다. 2주택자는 지금 고통 받고 있다. 2007년 1월1일부터 2주택 소유자의 양도소득세는 양도 차익의 50%다. 거기에 주민세 10%가 붙으니 실제 양도시 세금은 55%다. 거기에다 10년 이상 보유하면 깎아주던 양도소득의 30%에 달하는 장기보유 특별공제도 사라졌다.
종부세는 1주택자의 머리 위에 또 하나의 주택을 올려놓고 그 몸통 중 6억원 이상 부분에 과세를 해 목을 죈다. 여기에 실거래가 신고와 대출 제한으로 매수자를 매도자의 근처에도 못 오도록 저 멀리 쫓아낸다. 9월부터 시행된 청약가점제는 2주택자와는 무관하고 1주택자와도 거리가 먼 무주택자를 위한 법이다. 분양가 상한제는 1주택자가 기존 주택을 매입하려는 수요를 꺾어놓고 5년에서 10년의 전매제한을 만들어내 시장을 가라앉힌다.
우리나라에는 총 1400만 가구의 ‘집’이 있고 1400만 가구의 ‘가구주’가 있다. 이른바 주택보급률 100%, 1가구 1주택 시대다. 그러나 실제로 들여다보면 1주택자의 비율은 68%, 2주택자에서 11주택 이상자까지 다주택자의 비율이 32%다. 다주택자 32%는 1주택자의 몫을 잠식해 무주택자로 만들어놓는다.
결국 1400만 가구는 600만 가구의 1주택자와 270만 가구의 2주택 이상 다주택자, 530만 가구의 무주택자로 구성된다. 이 가운데 600만 가구의 1주택자가 추가로 주택을 구입해 2주택자가 되려는 것을 방해하고 2주택 이상자가 집을 계속 보유할 수 있는 환경을 불안정하게 만들어놓으면 부동산시장은 기력을 잃어버린다. 그럼 2주택자의 매도 물량을 받아낼 대상은 530만 가구의 무주택자인데, 그 사이에는 상당한 경제적 갭(gap)이 있다. 2주택자가 가진 집은 무주택자가 사기에는 너무 비싸다.
빈익빈 부익부, 억겁의 윤회
부자와 빈자. 세상은 불공평하다. 모두 다 부자인 세상, 그런 사회는 원칙적으로 불가능해 보인다. 사람들은 재화를 가운데 두고 뺏고 빼앗기는 제로섬 싸움을 진행 중이다. 그 대상물 중 하나가 부동산이다. 정책에 따라 움직이며 급격히 가격이 오르다가도 각종 규제가 생기면 거래가 뚝 끊기는 그래프의 반복. 가난한 사람들은 대개 가격 곡선의 꼭짓점, 즉 ‘상투’ 지점에서 물건을 사게 된다. 생활 인프라나 시스템이 자금과 정보, 그리고 예측력 측면에서 열악하기 짝이 없기 때문이다.
2006년 11월, 부동산시장에 최대의 거래량이 터졌다. 웬만한 전문가라면 예측이 가능한, 이른바 ‘꼭지’였다. 주택담보대출은 4조2000억원 더 늘어났다. 더불어 마이너스통장 대출도 1조6000억원 늘었다. 2002년 10월 이후 4년 만에 최대치를 보이며 증가한 5조8000억원의 대출금은 고공행진을 벌이며 춤을 추는 금리 때문에 대출자에겐 엄청난 고통을 안겨준 애물덩이가 됐다. 올해 하반기 두 차례의 콜 금리 인상을 기반으로 올라간 여신 금리로 말미암아 1억원을 빌린 사람은 작년 대비 연 150만원씩 이자를 더 부담해야 하는 상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