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호

父 조석래, 효성家 ‘형제 경영’ 캐스팅보트 쥐다

[거버넌스 인사이드] 해를 넘어 이어지는 지분 매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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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현준 기자

    mrfair30@donga.com

    입력2023-03-02 10: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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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난해~올해 지분 222억 원 상당 사들여

    • 첫째 현준·셋째 현상 지분율 0.52%포인트 차이로 팽팽

    • 앞서 형제의 난 거쳐… “분란 생길 가능성 낮아”

    • 효성 “책임경영 일환”

    (왼쪽부터)조석래 효성그룹 명예회장. 조현준 효성그룹 회장. 조현문 전 효성 부사장. 조현상 효성그룹 부회장. [효성그룹]

    (왼쪽부터)조석래 효성그룹 명예회장. 조현준 효성그룹 회장. 조현문 전 효성 부사장. 조현상 효성그룹 부회장. [효성그룹]

    서울 마포구 효성그룹 본사. [뉴스]

    서울 마포구 효성그룹 본사. [뉴스]

    지난해 조석래(88) 효성 명예회장은 효성그룹 계열사 지분을 대거 사들였다. 지주사인 효성 주식 7만1110주를 비롯해 효성티앤씨 2만5289주, 효성첨단소재 6070주, 효성화학 1만8078주까지 약 200억 원 규모다. 해를 넘어서도 지분 매입은 계속되고 있다. 1월 조 명예회장은 3~10일 효성 주식 1만7550주, 2~11일 효성화학 5080주, 25~31일 효성중공업 8200주를 장내 매수했다. 총 구입액은 약 22억 원이다. 자연스레 조 명예회장의 지분율도 높아졌다. <표1> 참조

    지분율 확대는 그룹 지배력 강화를 의미한다. 2017년 조 명예회장이 일선에서 물러나면서 조현준 회장으로 승계가 완료된 것으로 여겨진 터라 조 명예회장의 지분 매입이 이목을 끈다. 효성그룹은 장남 조현준(55) 회장, 셋째 조현상(52) 부회장 ‘형제 경영’ 체제로 운영되고 있다. 형제 간 보유 지분율이 대동소이해 조 명예회장이 ‘캐스팅보트’로 작용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능력 있는 자식에게 경영권 물려준다”

    관측의 근거는 조 명예회장의 과거 발언이다. 조 명예회장은 “능력 있는 자식에게 경영권을 물려주겠다”고 밝혀왔다. 전국경제인연합회 회장이던 2008년엔 “사업을 물려줄 때는 누가 제일 미더운지 본다. 자식이라고 해서 무턱대고 사업을 승계해선 안 된다. 자식이 능력이 없다면 사업 대신 먹고살 만큼 돈을 남겨주면 되는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효성그룹 지배구조는 조 회장·조 부회장 형제를 양 축으로 평형에 가까운 상태다. 조 회장과 조 부회장의 효성 지분율은 각각 21.94%, 21.42%로 차이는 0.52%포인트에 불과하다. 주력 사업 분야도 다르다. 조 회장은 효성 대표이사로 섬유PG장과 무역PG장, 정보통신PG장을 지냈으며 조 부회장은 효성 총괄사장으로 화학PG CMO와 산업자재 PG장을 맡았다. 섬유기업 효성티앤씨의 경우 조 회장, 산업자재 기업 효성첨단소재는 조 부회장만 지분을 갖고 있다는 점이 이와 상통한다. 효성중공업·효성화학 지분율은 비슷하다. 효성중공업은 조 회장이 5.84%, 조 부회장이 4.88%다. 효성화학은 조 회장이 8.76%, 조 부회장이 7.32% 지분을 갖고 있다. <표2> 참조

    꾸준히 제기되는 형제 간 계열분리 가능성도 근거 가운데 하나다. 지난해 3월 조 회장과 조 부회장이 각각 효성티앤씨와 효성첨단소재 사내이사직에 오르며 무게가 실렸다. 효성그룹은 계열분리 전례가 있다. 1980년 효성그룹 창업주 고(故) 조홍제 명예회장은 계열분리를 거쳐 장남 조 명예회장에게 효성, 차남 조양래 한국앤컴퍼니그룹 명예회장에게 한국타이어, 삼남 조욱래 DSDL 회장엔 대전피혁을 물려줬다. 조양래 명예회장의 경우 장남과 차남을 경쟁시키다 2021년 12월 차남 조현범 한국앤컴퍼니그룹 회장에게 지분을 전량 물려주기도 했다. 조석래 명예회장도 이러한 전례를 따르려 한다면 조 명예회장의 의중에 따라 형제 경영 체제는 물론 그룹 지배구조 전반이 요동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섬유·화학 부문 애널리스트 A씨는 “조현준 회장과 조현상 부회장의 지분율이 팽팽한 데다 사업 영역이 달라 언제 계열분리가 돼도 이상하지 않은 상황이다. 조석래 회장이 누군가에게 지분을 몰아준다면 승계 구도와 지배구조에 커다란 변화가 생길 것”이라고 설명했다.



    “형제의 난 이후 안정 꾀하려는 의도로 봐야”

    조석래 명예회장이 경영권 다툼을 사전 차단하기 위해 지분을 늘렸다는 분석도 나온다. 차남 조현문(54) 전 효성 부사장이 일으킨 가문 내 다툼, 이른바 ‘형제의 난’이 조 명예회장에게 큰 충격으로 다가왔다는 것.

    효성가 형제의 난은 2014년 조 전 부사장이 조현준 회장과 주요 임직원을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배임·횡령 혐의로 고발한 것으로 촉발된 형제 간 경영권 다툼이다. 2017년 조 회장도 조 전 부사장을 ‘강요미수’ 혐의로 고발했다. 사건이 진행되며 조 전 부사장은 지분을 모두 처분하고 그룹을 떠났다.
    형제의 난과 관련해 조 회장은 2019년 1심에서 징역 2년 실형을 선고받았고, 2020년 2심에선 일부 혐의가 무죄로 인정되면서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받았다. 대법원 판단이 남은 상태다. 조 전 부사장의 경우 2016년 그가 해외로 출국하면서 기소중지 됐다가 2021년 말 검찰이 조 전 부사장의 소재를 파악하면서 수사가 재개됐다. 지난해 11월 검찰로부터 재기소됐다.

    공소장에 따르면 형제의 난 국면에서 조석래 명예회장은 조 전 부사장과 화해를 시도했으나 뜻을 이루지 못했다. 조 전 부사장은 지분을 모두 매각한 후 2015년 3월 조 명예회장 부부를 찾아 “조현준을 감옥에 보내고, 나오면 또 감옥에 가게 해 평생 괴롭히겠다. 당신들은 나한테 부모라고 할 자격이 없다. 당신들은 더 이상 부모가 아니니 앞으론 이름을 부르겠다”고 폭언했다.

    효성그룹 전 임원 B씨는 “형제의 난 당시 조 명예회장의 상처가 매우 컸다. 세 형제 모두 능력이 출중하고, 원래 우애도 좋았기에 충격이 더 컸을 것”이라며 “능력에 따라 경영권을 승계하겠다는 조 명예회장의 의지가 독으로 작용한 것 같다. 조현준 회장으로 승계가 굳어지는 것처럼 보이자 자신의 성과를 인정받지 못한다고 느낀 조 전 부사장이 반기를 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또 다른 효성그룹 전 임원 C씨는 “형제의 난을 거치며 조 명예회장이 우애 경영을 강조했다. 조현준 회장을 중심으로 사이좋게 회사를 꾸려나갔으면 하고 바랐다”며 “조 명예회장이 아직 지분을 물려주지 않은 것은 형제 사이에서 긴장을 줌으로써 균형을 맞추려는 의도로 보인다. 일종의 ‘힘의 균형’을 추구하는 것이다. 분란이 다시 일어날 가능성은 낮다”고 분석했다.

    효성그룹 관계자는 다음과 같이 말했다.

    “조석래 명예회장의 지분 매입은 주주 가치 제고를 위한 ‘책임경영’의 일환이다. 승계와는 관련 없다. 이미 그룹 내에선 승계가 마무리됐다고 보는 게 정설이다. 조 명예회장의 지분이 영향을 미치리라고 인식되진 않는다. 조현준 회장이 자리를 이어받은 지 6년밖에 되지 않았다. 조 명예회장 사후엔 몰라도 현재로선 계열분리를 논하기엔 이르다. 형제의 난은 조현문 전 부사장의 일탈로 보는 게 맞다. 조현준 회장과 조현상 부회장은 원래 사이가 좋았고, 지금도 그렇다. 문제없이 형제 경영이 이뤄지고 있다.”



    이현준 기자

    이현준 기자

    대학에서 보건학과 영문학을 전공하고 2020년 동아일보 출판국에 입사했습니다. 여성동아를 거쳐 신동아로 왔습니다. 정치, 사회, 경제 전반에 걸쳐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에 관심이 많습니다. 설령 많은 사람이 읽지 않더라도 누군가에겐 가치 있는 기사를 쓰길 원합니다. 펜의 무게가 주는 책임감을 잊지 않고 옳은 기사를 쓰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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