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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러 경제밀월 속 소외된 한국, 제3의 기관 만들어 동북아 진출 홀로 뚫자

중·러 경제밀월 속 소외된 한국, 제3의 기관 만들어 동북아 진출 홀로 뚫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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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련한 후진타오가 이 대목을 놓칠 리 없었다. 그는 틈만 나면 ‘동쪽으로!’를 외치던 마오쩌둥(毛澤東)의 후계자였다. 2003년 후진타오 체제가 들어선 이후 중국 정부는 주요 전략과제의 하나로 동북3성(랴오닝, 지린, 헤이룽장) 진흥책을 마련했다. 장쩌민(江澤民) 총서기가 서부대개발을 추진하면서, 상대적으로 낙후되어 있던 동북3성 지역에 대해 지역균형발전전략 차원에서 집중 육성책을 내놓은 것. 그는 곧 1·2차 산업 비중이 60%가 넘는 동북3성 지역을 개발하기 위해 100대 대규모 개발프로젝트를 발표했다.

이 프로젝트에는 하나의 대전제가 있었다. 이에 필요한 모든 자원은 러시아에서 전량 들여온다는 계획이 바로 그것. 이미 중국은 목재의 경우 국가 전체 필요량의 50%를 러시아에서 수입하고 있으며, 이밖에도 칼리비료, 구리, 니켈, 등 전통적인 러시아 원자재들을 구입하고 있는 실정이었다.

한마디로 양국 경제재건에 필요한 것들을 맞바꿔도 전략적으로 손해 볼 일이 없는 상황이니 도랑 치고 가재 잡는 격이 된 것이다. 이런 가운데 중러 양국은 투자확대를 골자로 하는 ‘2006∼2010년 무역 경제관계 발전 프로그램’을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우정과 견제의 양날

양국간의 이러한 경제교류 확대에 힘입어 2006년 4월 러시아 극동지역의 항구도시 블라디보스토크는 중국인지 러시아인지 구분이 되지 않을 정도로 중국인들이 차고 넘친다. TSR(시베리아 횡단철도)가 시작되는 하바로프스크도 상황은 마찬가지. 중국계 불법체류자들이 버젓이 거리를 활보해도 러시아 이민국과 경찰국은 적극적으로 단속하지 않는다.



극동 러시아가 중국 경제권으로 편입된 것은 이미 10여 년 전의 일이다. 만일 중국인들이 극동에서 사라지면 러시아의 기초생활은 하루아침에 붕괴되고 말 것이라는 게 러시아 전문가들의 공통된 견해다. 2005년 말 현재 극동지역에만 60여만명의 중국인이 살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즉 중국의 동북3성 지역과 러시아의 극동지역은 이제 단일 생활권이 됐다는 이야기다.

그렇다고 러시아가 중국의 대(對)러시아 극동정책에 대해 마냥 즐거워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러시아의 견제도 만만치 않다. 만에 하나 극동 지역에 머무르고 있는 중국인들이 정치세력화할 경우 러시아는 에너지의 보고(寶庫)인 극동을 잃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러시아가 이 지역에 내놓을 새로운 정치·외교 카드를 모색하고 있는 것도 이런 맥락에서 풀이할 수 있다.

하지만 이에 대한 반론도 있다. 러시아 사회과학원 유럽연구소 카라가노프 부소장은 “일반적으로 이민은 국가에 커다란 이득이다. 아시아 국가에서 오는 이주자들을 흑사병처럼 두려워할 게 아니라 이들 외국인 노동력을 어떻게 활용할지에 대해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다.

2002년 현재 러시아는 인구 1000명당 외국인 노동자가 32.15명으로 캐나다(259명), 호주(178.5명), 미국(65.9명)에 비하면 훨씬 적은 편이다(러시아는 매년 업종별 혹은 관심분야를 중심으로 인구통계조사를 실시해 노동자 통계 공식자료 수집에 한계가 있다). 모스크바대 인구노동문제연구소 추산보고서에 따르면 극동지역의 필요노동력은 최소 500만명에 달한다.

이와 관련해 미국, 일본의 정보기관들은 극동지역 내 중국인의 동향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특히 러시아 극동지역에서 언제 중국 본토 출신의 중국계 지방의원이 나올 것인지가 초미의 관심사다. 정보기관들은 이르면 오는 2010년 최초의 중국계 지방의원 혹은 지방자치단체장이 나올 것으로 관측한다.

에너지 덫에 갇힌 일본과 중국

러시아 정부는 중국을 견제하는 한 방법으로 일본을 선택했다. 시베리아 대륙에서 에너지를 확보하기 위해 혈안이 된 일본은 러시아의 입김에서 절대 자유로울 수 없는 상황. 결국 러시아는 에너지라는 먹이를 놓고 중국과 일본을 한우리에 가두는 데 성공했다.

일본과 벌인 전쟁에서 패해 혹독한 고통을 겪은 중국과 러시아는 일본에 대한 정서가 결코 호의적이지 못하다. 러시아는 1904년부터 1905년까지 일본과 전쟁을 치러 패배의 아픔을 겪었다. 중국 또한 지역적으로 일제 강점기를 겪었다.

러시아인들은 과거 몽골에 패한 이후 러일전쟁에서 ‘검정머리 종자(황인종)’인 일본에 또다시 패하자, 황인종을 두려워하는 한편 경계의 대상으로 삼고 있다. 실제로 1996년 전 블라디보스토크 시장인 K. B. 톨스토쉐인은 일본 미국 싱가포르 등에서 출판한 ‘위험한 황인종’이라는 책을 통해 황인종, 특히 중국인의 극동 진출에 깊은 우려를 표했다. 그는 블라디보스토크에 있는 ‘밀리온카’라는 중국인촌(村)을 소개하며 중국인에 대해 “중국 문화를 잘 보존하고 있고 장사치 기운이 매우 강하며 끈질기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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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일 현대사연구소 자문위원 kkmoscow@yaho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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