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방세계는 지구의 오염원?\' 유럽의 신문들이 마호메트에 대한 풍자만화를 게재한 데 대한 항의 시위가 이슬람권 전체로 확산된 가운데 파키스탄에서 열린 한 시위에서 서구 기독교세계를 풍자한 대형 만화가 선보였다.
미국은 1990년대 초 말레이시아 수상 마하티르가 주창한 동아시아경제구역(East Asian Economic Caucus)과 아시아통화기금(Asian Monetary Fund) 발족에 반대했다. 그럼에도 미국이 ASEM에 이의를 제기하지 않은 것은 미국의 충직한 동맹국 영국과 일본이 포럼에 포진해 있기 때문이다. 또한 EU 회원국수가 2004년 5월부터 15개국에서 25개국으로 확대된 점을 감안한 미국이, EU가 회원국 간의 이해상충으로 인해 미국의 국익을 저해할 어떤 정책도 펴지 못할 거라는 안일한 자만감을 가졌던 게 사실이다.
그러나 얼마 전 EU가 대(對)중국 무기금수조치 해제 문제를 들고 나오자 미국은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미국은 EU를 잘 길들여왔다고 믿었는지 모르지만, EU로서는 여러모로 세계 최대 시장의 잠재력을 지닌 중국을 놓칠 수 없는 상황이다. EU는 통합 측면에서 괄목할 만한 진전을 이끌어냈지만 회원국 처지가 각기 다르고, 표결방식이 경직되어 정책입안과 집행 면에서 효율성이 기대에 못 미치고 있다. 단일 시장을 이룩하고 12개국이 단일 통화인 유로화를 사용하고 있지만, 단일 금융정책을 펴는 수준에 이르지 못한 한계도 드러냈다. 탈(脫)냉전기에 영향력 있는 국제 문제 해결사의 역할을 모색 중인 EU로선 아시아와의 협력이 국제적 위상을 높일 수 있는 절호의 기회다.
요원한 동아시아 경제통합
미국과 유럽의 공조체제가 어렵다면 세계를 이끌 동아시아 경제통합체 구성은 어떤가. 동아시아 주요 국가를 묶는 경제통합체 창출을 논의해볼 수는 있지만, 한일관계와 중일관계를 보면 그것이 북대서양조약기구(NATO)와 같은 집단안보체제로 발전할 가능성은 극히 낮다. 친미 성향의 일본과 친미·친중 성향이 혼재하는 한국을 보면 상황은 더욱 복잡해진다. 지역경제통합체를 창출하려면 최소한 블록 내에 명실상부한 선도국가가 있어야 한다. NAFTA에는 미국이 있고, EU에는 독일과 프랑스가 있는 것처럼, 중국이나 일본이 서로 상대를 선도국가로 인정하지 않으려는 상황에서 동아시아의 경제통합이란 요원한 일이다.
중국의 고도성장이 지금 추세로 계속된다면 앞으로 20년 뒤엔 중국경제가 일본경제를 추월할 것이다. 일본이 간과해온 것이 경제력만으로는 국제적으로 선도 국가가 될 수 없다는 점이다. 경제력에 걸맞은 외교정책과 군사력이 뒷받침돼야 국제사회에서 통하는 영향력이 나올 수 있다. 중일관계가 독일과 프랑스 또는 미국과 영국 같은 관계로 발전한다면 아시아의 책임 있는 동반 선도국가로서 제몫을 할 수 있겠지만, 현실적으로 하나의 가정에 그칠 뿐이다.
NAFTA, 동아시아를 포함한 ASEAN, EU, 세 개 축이 세계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90%에 이른다. 미국 중심의 NAFTA에 속한 인구는 미국 3억, 멕시코 1억5000, 캐나다 3200만으로 총 4억8200만명. EU 25개 회원국의 총 인구는 4억5000만인데, 저출산율로 인해 별다른 증가세를 보이지 않을 전망이다. 현재 EU에서 인구가 가장 많은 나라는 독일로 8200만명이며 이 가운데 350만명이 터키 이민자다. 만약 7000만 인구의 터키가 EU에 가입하면 EU 전체인구가 5억2000만명으로 늘어난다. 또한 2020년이 되면 터키의 인구가 독일을 추월할 것으로 예상된다. 기독교권은 출산율이 저하되고 있는 데 반해 이슬람권은 출산율이 여전히 높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