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 러시아 중국 일본 같은 ‘우주 선진국’들도 우주개발 및 탐사에 막대한 예산과 첨단기술을 쏟아부으며 국운을 건 경쟁과 협력을 펼치고 있다. 미국은 2020년대 중반까지 달에 장기 우주 탐사를 위한 전초기지를 건설하고 화성 탐사에 본격 착수한다는 계획을 추진하고 있다.
서울 절반 크기의 케네디우주센터
미국과 러시아에 이어 2005년 10월 인류 역사상 세 번째로 유인우주선 선저우(神丹) 6호를 발사한 중국은 내년 하반기에 달 탐사선을 쏘아 올릴 계획이다. 또 내년부터 러시아와 함께 화성 탐사 개발을 추진하고 2020년까지 달 기지를 건설할 계획이다. 지난 9월 아시아 최초로 달 탐사위성 가구야를 발사한 일본도 여세를 몰아 우주개발 경쟁에 뛰어들었고, 인도도 내년 초까지 독자개발한 달 탐사선 찬드라얀 1호를 발사할 계획이다.
1957년 옛 소련이 최초의 인공위성인 스푸트니크 1호를 발사한 데 충격을 받아 미국이 이듬해 설립한 미항공우주국(NASA)의 핵심시설인 케네디우주센터(KSC·Kennedy Space Center)에서 인류 우주 탐사의 생생한 현장을 돌아봤다. NASA가 추진하는 각종 우주 탐사 계획의 주요 협력업체인 보잉사의 초청으로 방문한 KSC 곳곳에는 우주를 향한 인류의 치열한 도전과 성취의 흔적이 배어 있었다.
미국 플로리다 주의 올랜도는 디즈니랜드로 유명하다. 이곳은 디즈니랜드를 포함해 뉴욕 맨해튼의 두 배 규모인 113㎢에 달하는 디즈니월드와 유니버설스튜디오 등 세계 최대 규모의 테마파크를 갖춰 미국은 물론 세계 각지에서 한 해 수백만명의 관광객이 몰려든다. 이곳에서 차량으로 1시간 남짓 떨어진 케이프커내버럴에는 또 하나의 ‘세계 최대 규모’를 자랑하는 시설이 자리 잡고 있다. 우주탐사기지인 KSC가 그것이다.
16개국의 열띤 경쟁
현지 시간으로 9월20일 오전, 고속도로 톨게이트처럼 생긴 KSC 정문에서 간단한 방문객 명단 확인을 거친 뒤 출입구를 통과하자 왕복 8차선 진입도로 양쪽으로 바나나 강과 울창한 숲지대가 펼쳐졌다. 악어와 독수리, 도마뱀 등 각종 야생동물이 서식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도로변에 우뚝 솟은 높이 50m가 넘는 고목들 위에는 정말 독수리 둥지가 눈에 띄었다. 안내를 맡은 NASA 관계자는 “밤이 되면 도로를 지나다니는 악어를 심심찮게 볼 수 있다”며 “KSC는 21세기 우주개발 시대와 야생 생태가 조화를 이루는 현장”이라고 말했다.
크게 공장시설과 발사시설로 이뤄진 KSC의 총 면적은 약 352㎢로 서울시 면적(약 605㎢)의 절반이 넘는 광대한 규모다. 내년에 완공되는 우리나라의 나로우주센터보다 70배 더 넓은 이곳에서는 NASA와 우주항공업체 기술진 등 1만5000여 명이 근무하고 있다.
가장 먼저 도착한 국제우주정거장(ISS·International Space Station) 제작시설의 외벽에는 대형 성조기와 NASA 마크가 붙어 있었다. 단일 건물로는 세계 최대 규모라는데, 미국과 러시아, 일본 등 16개국이 공동으로 제작하는 KSC의 핵심시설이다.
출입구로 들어서자 한쪽 벽면에 ‘세계 최고 우주선 제작팀의 집(Home of the Finest Spacecraft Processing Team in the World)’이라는 슬로건과 ISS 건설에 참가 중인 각국 국기가 붙어 있는 자료실이 눈에 띄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