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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정보기관 개혁 논란 점입가경

“평양 잠입시킬 아시아계 CIA 요원을 찾아라!”

美 정보기관 개혁 논란 점입가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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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공식 조직만 16개 정보기관으로 구성된 미국의 ‘정보공동체’. 인간정보·신호정보·영상정보 분야별로 기관을 운영하며 ‘견제와 균형’을 추구하던 미국의 정보조직 운영철학은 9·11테러의 정보 실패를 계기로 180도 변화했다. 기관 간의 상호 운용성을 강화하고 효율적인 중앙통제를 추구하던 개혁의 방향은 CIA와 국방부의 논란을 거쳐 요원 수준의 근본적 개혁으로 옮겨갔다. 일각에서는 극단적인 효율성 추구가 군국주의의 그림자를 드리운다는 비판도 제기되는데….
美 정보기관 개혁 논란 점입가경
서울 종로구 세종로 주한 미국대사관 5층엔 미 중앙정보국(CIA) 한국지부가 있다. CIA 한국지부의 공식명칭은 ORS(Office of Regional Studies·지역조사과). 10월2~4일 열린 남북정상회담 기간에 이곳은 끼니때 요릿집처럼 바빴다. 평양발로 쏟아지는 ‘속보’를 영역해 실시간으로 CIA 본부로 보내야 했기 때문이다. 한국에서 활동하는 CIA 요원이 얼마나 되는지는 미국 대사관의 ORS 팀원들도 모른다. “CIA 자금으로 유학을 다녀온 한국인(이른바 ‘CIA 장학생’)들이 ‘블랙(활동국의 정보기관에 신상을 드러내지 않은 스파이)’으로 일한다”는 바람결의 소문도 있다.

CIA 한국지부가 배출한 전설적인 인물로는 리처드 롤리스 전 국방부 아태담당 부차관이 있다. 1970년대 CIA 한국지부에서 일하는 동안 그는 박정희 정권의 핵 개발 계획을 알아내는 큰 공적을 세웠다. 박정희 정권의 한 관계자로부터 핵 개발과 관련한 극비 자료를 통째로 입수해 본국에 보고하는 개가를 올린 것이다.

한국 정보를 수집하는 미국의 IO(Information Officer)는 CIA의 ‘블랙’, ‘화이트(활동국의 정보기관에 신상이 알려진 스파이)’만 있는 게 아니다. 국방부 산하 국방정보국(DIA)은 전세계에 배치된 미 육해공군과 해병대의 정보부대가 획득한 인간정보, 영상정보를 취합한다. 국무부의 정보조사국(INR)도 한국 정보를 취합한다. 그뿐인가. 미 국가정찰국(NRO)은 자체적으로 첩보위성을 운용해 사진정보와 통신정보를 수집해 CIA와 국가안보국(NSA)에 제공한다. NRO는 출범 후 30여 년 동안 그 이름조차 공개되지 않은 비밀기구. 1961년 설립됐지만 1992년에야 미국 정부가 처음으로 그 존재를 시인했을 만큼 비밀리에 운영돼왔다.

CIA, DIA, INR, NRO, NSA…

세계 각국의 정보를 흡수하는 통로로는 NSA를 빼놓을 수 없다. ‘정보의 블랙홀’이라고 할 만한 NSA는 전세계에 걸쳐 하루 30억통의 전화를 훔쳐 듣는 것으로 알려졌다. 1952년 설립된 NSA는 ‘No Such Agency(그런 종류의 기관 없음)’ ‘Never Say Anything(아무것도 말하지 않음)’이라는 수사에서 알 수 있듯 1990년대까지 그 실체가 거의 알려지지 않았다.



NSA는 유선전화, 휴대전화, 팩스, e메일, 전보, 항공기의 전파를 가리지 않고 수집한다. ‘에셜론’은 통신정보를 획득한 뒤 각국의 사전(dictionary)에서 뽑은 키워드(keyword)로 정보를 분석한다. 당신이 e메일로 “미국을 폭탄(Bomb)으로 공격하겠다”는 편지를 쓴다면 NSA 주도로 이뤄지는 ‘에셜론’이 걸러낼지도 모른다. 때로는 웃지 못할 해프닝도 벌어진다. “학교 연극에서 큰 실수를 저질렀다(had ‘bombed’ in a school play)고 말한 여학생이 에셜론 디렉토리에 폭탄 테러 가능성이 있는 인물로 이름과 전화번호가 등재됐다는 얘기도 있다.

NSA는 한국에도 SUSLAK(Special U.S. Liaison Advisor-Korea)으로 알려진 거점을 갖춰놓았다. SUSLAK은 한국의 통신감청 부대 777부대에 자금과 첨단 감청 장비를 제공하고 북한에서 획득되는 신호정보를 함께 분석한다. 북한발 정보의 분석력은 민족, 언어상의 이점으로 777부대가 더 뛰어난 것으로 전해진다.

그밖에 9·11테러 이후 행정부 내 각 부처에 분산된 대(對)테러 기능을 통합해 세워진 매머드 조직인 미국 DS(국토안보부), 연방법 위반행위 수사와 공안정보 수집을 담당하는 FBI(연방수사국), 항공 및 위성사진 기술문제를 담당하는 국방부의 화상지도작성국(NIMA)도 핵심 정보기관으로 분류할 수 있다.

이렇듯 분야별로 운영되는 미국의 정보기구는 공식적으로 총 16개에 달한다. 각각의 기구는 고유의 업무목표와 수행능력, 자신들만의 문화, 신조를 갖고 각개약진해왔다. 실제로 운영되는 정보기관의 숫자는 45개에 달한다는 분석도 있다. 이러한 각 기관에서 수집된 한국 등 세계 각국의 정보는 워싱턴의 행정부 혹은 싱크탱크 관련 인사를 비롯해 CIA, DIA, INR, NRO 등을 통해 태평양을 건너간다. 한국어 아랍어 중국어 파르시어(이란) 파쉬투어(아프가니스탄) 우르두어(파키스탄)를 구사할 수 있는 IO가 특히 주목받는다는 최근 소식은 이들 기관이 ‘아무도 돌아보지 않는’ 세계의 구석구석까지 신경망을 뻗치고 있음을 방증한다. 가히 ‘제국’답다는 말이 절로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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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홍근 동아일보 주간동아 기자 carro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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