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월28일 경북 칠곡군 왜관읍 캠프캐럴에서 군 관계자들이 한미 연합전시증원연습(RSOI)에 동원된 장갑차들을 궤도차량에 싣고 있다.
흥미로운 것은 이들이 북한 급변사태에 대비해 한미연합사가 준비하다 한국측의 반대로 중단된 바 있는 작전계획5029를 직접적으로 언급하고 있다는 사실. 이들은 이러한 활동이 작계5029의 미국측 핵심목표였던 ‘유사시 북한이 보유한 대량살상무기(WMD)를 통제’하기 위한 준비작업임을 감추지 않는다. 이들은 또한 이러한 작업이 ‘내년 하반기’라는 구체적인 계획작성 완료시점을 목표로 추진되고 있음을 거론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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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에서 전쟁이 발발할 경우 미군의 군사력 투입절차를 훈련하는 한미 연합전시증원연습(RSOI)이 열린 지난 3월, 연합사에서는 흥미로운 내용의 비공개회의가 열렸다. 중국 문제 전문가인 미 해군대학(Naval War College)의 조너선 폴락 교수가 참석한 회의의 핵심주제는 ‘북한 급변사태가 발생할 경우 중국의 대응방향 예측’. 역시 김 위원장의 사망 등으로 북한에서 혼란이 발생하는 비상상황에서 미군이 WMD와 핵 물질의 국외 유출방지 등을 위해 조기 개입할 경우 중국이 군사·정치적으로 어떻게 대응할 것인지를 분석하는 일종의 정치군사연습(pol-mil game)이었다.
극히 제한된 인원만이 참여한 이 회의를 주최한 것 역시 주한미군사의 J5였다. 버웰 벨 주한미군사령관도 참석한 것으로 알려진 이 회의에 한국 정부측 관계자는 거의 초청되지 않았다. 대신 한국군의 원로 예비역 장성들을 중심으로 ‘현 정부와는 소원한’ 일부 전문가들이 참석해 의견을 개진한 것으로 전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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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월말 한국군 합동참모본부에서도 북한의 급변사태와 이에 대응하는 군사계획을 다루는 회의가 소집됐다. 합참 작전계획 담당부서와 지난해 구성된 관련 TF 멤버들이 주축이 된 회의에는 주한미군사 J5 관계자도 일부 참석한 것으로 전해졌다. 회의는 최근 시작된 ‘5029 재검토’의 방향과 주요 시나리오별 예측분석, 그 대응에 대한 한미 양국군의 임무분담과 관련해 김관진 합참의장에게 보고하는 형식으로 진행됐다.
육군본부 기획관리참모부장과 합참 작전본부장을 지낸 김 합참의장은, 회의 정리발언을 통해 “임무별로 한국군의 역할을 강화하되 양국군의 긴밀한 협조체계 구성을 염두에 두고 계획 작성에 임하라”는 지침을 하달한 것으로 전해진다. 주한미군사 담당부서도 이 같은 방침을 전달받았다는 후문. 북한의 급변사태에 대한 양국군의 견해와 방침을 조정하는 회의는 본격적인 대응계획 구성의 시작점으로 해석하기에 충분한 것이었다.
우여곡절 끝 중단 결정
북한 체제에 심각한 불안정 요소가 발생하면 한국군과 주한미군이 이에 군사적으로 대응하는 방안을 담은 작전계획(OPLAN)5029. 전면전이 아닌 상황에서 군이 임무를 수행하는 ‘전쟁 이외의 작전(MOOTW·Military Operation Other Than War)’에 해당하는 이 계획은, 1996~97년 북한 붕괴가 임박했다고 판단한 미측의 제기로 김대중 정부 시절인 1999년 만든 개념계획(CONPLAN)5029가 그 토대가 됐다. 그 뒤 미국측은 추상적인 차원의 개념계획을 구체적인 작전계획으로 발전시킬 필요성을 제기했고, 노무현 정부 출범 이후인 2003년 말 양국 합참의장이 참석한 한미연례군사위원회(MCM)는 작계화 추진에 합의하기에 이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