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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군기지 갈등’ 제주의 본보기 안보를 상품화하라!

군사기지가 있는 관광지 오키나와

‘해군기지 갈등’ 제주의 본보기 안보를 상품화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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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군기지 갈등’ 제주의 본보기 안보를 상품화하라!

‘아메리칸’이 보이지 않는 아메리칸 빌리지. 거듭된 경제 성장으로 일본의 물가가 미국과 비슷해지자, 오키나와의 미군들은 더 이상 나하 시내로 나오지 않는다. 제주도도 물가가 높아 제주기지 군인들은 영외 생활을 즐기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

1월 31일 국방부는 제주해군기지 건설에 반대하는 세력이 군 관사 건설을 막기 위해 설치해놓은 농성천막 등을 철거하는 행정대집행을 마무리했다.

그러나 제주씨올네트워크 등은 ‘제주도민을 능멸하고 제주의 자존과 도민 주권을 짓밟는 사태’라고 주장해 갈등은 지속될 전망이다. 군 기지와 관광지는 공존할 수 없는 것일까.

관광지로 유명한 섬 중에는 군사 요충지가 적지 않다. 태평양에서 그러한 곳을 찾아보라면 제일 먼저 하와이를 꼽을 수 있다. 하와이는 좋은 날씨 덕분에 천혜의 관광지가 됐다. 그리고 태평양의 한가운데 있다는 지정학적 이유로 세계에서 가장 넓은 지역을 관할하는 미군의 태평양사령부가 들어섰다. 하와이 주도(州都)인 호놀룰루에서 멀지 않은 진주만은 태평양사령부 산하 해군인 태평양함대의 모항이 됐다.

중국 잡는 그물의 ‘벼리’

1941년 12월 8일, 진주만에 정박한 미 해군 함정들은 일본 연합함대의 기습을 받아 상당수가 침몰하고 1102명이 전사했다. 미군은 그 악몽을 잊지 않기 위해 그때 격침된 함정 가운데 한 척인 애리조나함을 인양하지 않고 수중기념관으로 활용한다. 지금도 많은 관광객이 그곳을 찾는다. 태평양함대의 영내와 ‘전쟁의 상처’가 와이키키 해변과 같은 관광상품이 된 것이다.



규슈에서 타이완으로 이어지는 일본의 류큐(琉救)열도는 바다로 나오려는 중국을 막는 치밀한 그물 형세다. 그 그물 한가운데 그물을 조였다 풀었다 하는 ‘벼리[綱]’ 같은 존재로 오키나와가 있다. 오키나와는 제주도와 면적이 비슷하지만, 그 모양은 매우 길쭉하다. 제주도는 동서(東西)로 오동통해 일주나 횡단하는 데 긴 시간이 걸리지 않으나, 오키나와는 동북-서남으로 길쭉해 일주 시간이 제법 걸린다. 그렇다면 횡단 시간은 매우 짧아야 하는데 횡단은 생각하지도 못한다. 가장 넓은 곳의 폭이 26km밖에 되지 않는다는데….

이유는 간단했다. 많은 사람이 모여 사는 그 섬 남부지역에 거대한 미군 기지가 있기 때문이다. 미군 기지는 오키나와 섬 면적의 18.4%를 차지하는데, 죄다 살 만한 곳에 있어, 오키나와인들은 폭이 좁은 섬에 살고 있음에도 횡단하지 못하게 된 것이다.

제2차 세계대전 때 격전을 치르고 이 섬을 점령한 미군은 방대한 토지를 징발해 거기에 각종 군사시설을 설치했다. 그 때문에 그 시절의 오키나와 공용어는 영어, 공용 화폐는 달러가 됐다.

본토에 사는 일본인들은 미군이 인정하는 ‘도해증(渡海證)’을 받아야만 오키나와를 방문할 수 있었는데, 도해증 받기가 하늘의 별 따기만큼 어려웠다. 그것이 일본 국민을 자극해 반미시위가 일어났지만, 미국은 요지부동이었다.

일본은 미국 앞에 ‘홀랑 벗는’ 조치를 취했다. 일본은 무기를 개발해도 반미국가에는 절대로 수출하지 않는다는 ‘무기 금수(禁輸) 3원칙’과 어떠한 경우에도 핵무장하지 않는다는 ‘비핵 3원칙’을 연달아 발표했다(1967년). 그리고 그에 상응하는 노력을 보인 다음인 1972년에야 오키나와를 돌려받을 수 있었다. 그러니 오키나와인들이 불편을 호소해도 일본은 미군만큼은 건들려 하지 않는다.

그러한 일본 정부의 처신이, 중국이 오키나와 현에 속하는 센카쿠(尖閣) 제도에 대한 영유권을 주장하는 지금 상당한 빛을 발한다. 미국은 ‘도련(島鍊)’ 정책을 내세우며 먼바다로 나오려는 중국을 억제해야 하니, 센카쿠 문제로 중국의 도전에 직면한 일본을 강한 파트너로 선택하게 된 것이다. 그 틈을 이용해 지난해 무기 금수 3원칙을 폐지한 일본은 자국을 전쟁할 수 있는 보통국가로 바꾸려는 ‘개헌(改憲)의 장’을 만들고 있다.

오키나와도 하와이 못지않게 천혜의 관광지가 될 조건을 갖고 있다. 그렇다면 미군이 구축한 전쟁기지와 관광은 어떻게 융합되는가. 그것을 알아보려 비행기에 올랐다. 이왕이면 일본의 속살을 보자는 생각에 일본 ANA가 설립한 저비용항공사 피치항공을 이용했다. 피치항공은 인천에서는 오사카로만 비행하기에, 오사카에 들러 1박 하고 새벽같이 오키나와로 날아갔다. 일본 서민처럼 ‘침투’해본 것이다. 오사카의 날씨는 매우 찼으나 오키나와 나하(那覇)공항의 날씨는 봄날처럼 따뜻했다. 한낮에는 반팔 상의를 입어도 될 정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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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키나와=이정훈 편집위원 | ho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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