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미 알려진 대로 세계 태권도계는 한국이 주도하는 WTF와 북한의 지원을 받기도 했던 ITF로 양분돼 있다. 물론 주류는 올림픽 태권도 경기를 주관하는 WTF다. 전세계 1억명가량으로 추산되는 태권도인 중 약 6000만~7000만명이 WTF 태권도를 하고 있다. ITF는 한국 정부에 의해 친북인사로 낙인찍혔던 고(故) 최홍희씨가 창립한 단체다. 최씨가 사망한 이후 3개로 분열되기도 했던 ITF는 현재, 최씨의 아들인 최중화씨가 이끄는 ITF와 북한 IOC 위원인 장웅씨가 주도하는 ITF로 나뉘어 있다. WTF와 ITF는 사이가 좋지 않은데, WTF는 ITF를 사이비 단체 혹은 유사 태권도 단체라고 부를 정도다.
스포츠적인 요소가 강한 WTF 태권도에 비해 ITF 태권도는 무도정신과 실전성을 강조한다. 외형만 봐도 ITF는 발기술 못지않게 주먹기술이 큰 부분을 차지한다. WTF에서는 주먹으로 얼굴을 가격하는 기술을 허용하지 않지만, 얼굴 공격이 허용되는 ITF에서는 이종격투기에서나 볼 수 있는 손가락 일부가 드러나는 글러브를 착용하고 경기(맞서기)에 나선다. 대신 WTF에서 볼 수 있는 몸통보호대나 헤드기어 같은 호구(護具)는 없다. 기술이나 스타일, 인사법 등은 일본의 극진가라테와 닮았다. 주먹기술이 발달하다보니 ITF는 WTF에 비해 상당히 공격적이다. 받아치는 기술이 발달한 WTF보다 훨씬 다이내믹하고 박진감이 넘친다.
글러브 낀 태권도

오 이사장은 태권도계에서 ‘이단아’로 불린다. 특히 WTF로부터 욕을 먹고 있는데, 그 이유는 간단하다. 북한과 인연이 있는 ITF와 올림픽을 주도하는 WTF의 융합을 계속 주장하면서 ITF 관련 행사인 태권도축전을 매년 진행하기 때문. WTF는 이번 태권도축제를 앞두고도 오 이사장의 조직위원회 측에 “WTF라는 용어는 ‘세계태권도연맹’의 지적재산이므로 허락 없이 함부로 사용할 수 없다”는 내용의 공문을 보내기도 했다. 그러나 오 이사장은 아무렇지도 않다는 쪽이다. 오히려 “그런 거 무서웠으면 지금까지 오지도 못했다”고 한술 더 뜬다.
“한마디로 우습고 유치합니다. 그런다고 제가 그 이름을 안 쓰겠어요? WTF라는 용어는 세계태권도연맹이라는 국제기구를 나타내는 것이기도 하지만, ITF와 대비되는 ‘WTF 스타일’의 태권도를 지칭하는 말이기도 합니다. 이 말을 WTF가 독점한다는 게 말이 됩니까? 우리의 태권도 수준이 그 정도입니다. WTF에선 태권도축제를 앞두고 전세계 태권도인에게 ‘태권도축제에 참가하지 말라’는 압력도 넣었다고 해요. WTF든 ITF든 모두 같은 태권도인데 말이죠. 그래도 이번 행사에 WTF 측 태권도인이 많이 참가했습니다. 사실 태권도를 직업으로 하는 외국인들에게는 이런 문제가 아무 의미도 없어요. 두 조직을 합치는 문제에 대해서도 외국에서는 전혀 반발이 없다니까요. 우리나라에서만 난리죠. ”
7월8일, 태권도축제가 막바지로 치닫던 이날 청주 실내체육관에서는 ITF 세계선수권대회 결승전이 열렸다. 총 6개 체급에서 우승자가 나왔고 단체전 경기도 있었다. 격파, 틀(품새의 ITF식 표현) 등 종목에서도 메달리스트가 결정됐다. 이번 행사에는 전세계 50여 개국에서 총 2000명가량의 선수와 임원진, 가족 등이 참가했다. 행사장에서 만난 오 이사장은 다소 들뜬 모습이었다. 그는 인터뷰 내내 WTF와 ITF의 통합, 하나 된 태권도를 주장했고 태권도 종주국의 위기라는 표현을 여러 번 써가며 태권도계에 날선 비판을 날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