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청와대는 보존, 세종로 정부청사는 철거, 과천 정부청사는 기업클러스터” 검토중
- “국회의사당도 매각 가능성…국회와 협의해 결정”
- 신행정수도에 대규모 ‘외교사절 타운’ 조성
- 新청사 ‘현대식’으로 잘 지을 경우 건축비 더 들 수도
- 신행정수도 2차목표는 인구 100만
- 신행정수도와 인천국제공항 잇는 전용도로 건설
- 신행정수도 완공 때까지 추가 입법 필요없다
6월14일 서울 세종로 정부청사에서 인터뷰중인 김안제 신행정수도건설추진위원장.
이에 맞서 ‘수도이전반대 국민포럼’은 수도이전 저지를 위한 법적 대응을 준비중이고 서울시, 경기도, 인천시 등 수도권 자치단체들은 신행정수도건설추진위가 의뢰해온 후보지 입지 평가위원 추천을 하지 않았다. 수도권 자치단체와 시민단체의 이전반대 움직임이 본격화될 조짐이다. 한쪽에선 땅값 급등 등 기대감이 최고조에 이르고 있고 다른 쪽에선 반대 여론이 들끓는 등 수도 이전 논란으로 전국이 달아오르고 있다. 8월 최종 후보지가 발표될 예정이어서 논란은 그치지 않을 전망이다.
지금 국민은 수도 이전 사업에 대한 자세한 정보를 원하고 있다. 궁금한 점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이런 가운데 수도 이전 사업의 최고 책임자인 김안제 신행정수도건설추진위 위원장(총리급)은 2004년 6월14일 ‘신동아’와의 단독 인터뷰에서 수도 이전 사업에 포함되어 있는 새로운 청사진들을 공개했다. 여기엔 이전 지지자나 이전 반대론자 모두의 눈길을 끌 만한 내용들이 담겨 있다.
김 위원장은 또다른 논란거리인 주한 미국대사관의 용산 이전, 국회 내 건물 신축에 대해서도 수도 이전과 연계 추진해야 한다고 밝혔다. 김 위원장과의 인터뷰 내내 “정말 수도가 이전되는가 보다” 하는 느낌을 강하게 받았다.
인터뷰는 ‘신동아’가 김 위원장에게 제의해 이뤄졌으며 세종로 정부청사 내 김 위원장 집무실에서 1시간 동안 진행됐다. 김 위원장은 수도 이전 반대론자들이 제기하고 있는 핵심적인 반대 사유들에 대해 추진위원장으로서의 견해와 입장을 소상히 설명했다. 김 위원장은 인터뷰 서두에 “행정부뿐 아니라 국회와 대법원이 함께 이주하는 안(案)이 나왔다면 ‘행정수도 이전 사업’에서 앞의 ‘행정’자는 빼는 것이 맞다”고 말했다. 그러나 ‘행정수도 이전’이라는 용어는 2년여 전부터 정부 및 언론에서 공식적, 관행적으로 쓰고 있는 것도 사실이므로 기사에선 문맥에 따라 ‘행정수도 이전’과 ‘수도 이전’을 병기했음을 밝혀둔다. 위원회와 법안의 명칭은 고유명사이므로 그대로 ‘신행정수도건설추진위원회’와 ‘신행정수도건설특별법’으로 했다.
“입법·사법부, 함께 와주기 원한다”
-여러 가지 이유를 들어 수도 이전을 부정적으로 보는 여론도 많습니다. 행정수도 이전에 대한 공감대를 확산시킨다는 의미도 있으니 다소 민감하고 공격적인 질문을 던지더라도 충실히 답변해주시기 바랍니다. 2003년 12월29일 신행정수도건설특별법의 국회 통과 당시에는 입법부, 사법부를 이전하겠다는 논의는 없었습니다. 당시엔 법안 명칭대로 행정부만 옮기는 것으로 정부, 여당측도 얘기했습니다. 입법부, 사법부 이전은 언제쯤 결정했습니까.
“먼저 이걸 정확히 해야 합니다. 우리 위원회에서 입법부, 사법부가 행정수도로 옮긴다고 확정한 것은 아닙니다. 우리가 확정할 수 없습니다. 헌법기관에 대해선 행정부처와는 달리 접근했습니다. 다만 이전대상 기관에 포함시킨 것은 ‘처음부터 이들 기관을 완전히 빼면 오히려 이들 기관으로부터 항의가 들어오지 않겠나’라는 걱정을 했기 때문입니다. 국회의 이전은 당연히 국회의 동의가 있어야 합니다. 사법부도 마찬가지입니다. 신행정수도건설특별법에 입법부, 사법부도 이전이 가능하도록 여지를 두었습니다. 위원회 활동이 시작될 무렵부터 입법부, 사법부의 이전도 논의됐습니다.”
-그래도 국회에서조차 “국회까지 이전대상에 포함될 줄은 몰랐다”는 반응이 나오는데….
“다시 말하지만 입법부와 사법부에 대해선 우리가 이전을 ‘제안’한 차원입니다. 언론에선 이미 국회와 사법부 이전이 확정된 것처럼 보도하는데 그건 아닙니다. 우리 위원회는 신행정수도의 틀을 짜면서 국회와 사법부의 입지도 고려해야 하는 입장입니다. 행정부만 입주하는 것으로 입지를 마련했다가 나중에 국회나 사법부가 ‘우리도 가겠다’고 하면 어떻게 되겠습니까. ‘산속이나 멀리 떨어진 곳으로 가셔야겠습니다’라고 하면 그 분들이 어떻게 생각하겠습니까. 외국의 사례를 봐도 입법부는 수도의 상징, 중심입니다. 따라서 입법부와 사법부의 이전 계획도 마련해야 한다고 봤습니다. 만약 그분들이 안 오겠다면 부지 예정지를 공원이나 위락시설로 바꾸면 됩니다. 그러나 처음부터 배제하는 것은 도리가 아니라고 생각했습니다.”
-예의나 모양 갖추기 차원이 아니라, 진정으로 위원회는 입법부와 사법부도 이전이 필요하다고 보십니까.
“행정부가 충청권으로 이주하고 국회 등은 서울에 남게 되면 양 국가기관 사이에 이동거리는 한 시간 이상이 될 겁니다. 입법부와 행정부는 업무적으로 밀접하지 않습니까. 거리가 멀면 여러 가지 낭비요인이 발생할 것입니다. 그래서 ‘입법부와 사법부의 중추적인 부분은 같이 가는 것이 좋겠다’는 게 제 개인적인 생각입니다.”
-이전대상 기관 선정 등의 논의과정에서 청와대와는 어느 정도 조율이 됐습니까.
“발표 전 청와대에 먼저 보고했습니다. 청와대도 발표 내용에 대해 이해했고 같은 생각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노무현 대통령은 2002년 대통령선거 당시 “행정수도 이전은 4조원이면 충분하다”고 말했다. 이후 이전비용은 46조원으로 늘었다. 그러다 최근 국토연구원 발주 조사에선 95조~120조가 소요될 것으로 나타났다. 예산 문제는 수도 이전 논란의 핵이다.
-행정수도 이전 반대론자들이 문제삼는 것 중 하나는 이전 비용 부분입니다. 추진위는 새 청사 건립비를 3조4000억원 정도로 잡았습니다. 건물을 새로 지어 85개 국가기관을 이주시키는데 이 돈으론 부족할 것이라고 보는 견해도 있습니다.
“며칠 전 행정수도 이전과 관련된 공청회가 열렸습니다. 이전 비용이 너무 많이 책정됐다고 말하는 사람은 거의 없었습니다. 기왕에 백년대계(百年大計)를 보고 짓는다면 잘 지어야 할 것이라는 여론이 많았습니다. 평당 건축비를 낮춰 허름하게 청사를 지을 수도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그날 참석자 중 한 분은 서울의 현대식 건물 중에서도 잘된 건물들을 소개하면서 신 청사도 이 정도로는 지어야 할 텐데 지금 정부가 밝힌 돈으로는 부족할 것이라고 걱정했습니다.”
-한정된 예산으로 국가의 격(格)에 맞는 청사를 새로 만들 수 있다고 보십니까.
“공사비를 줄이려면 청사 규모를 줄일 수도 있고 날림공사를 할 수도 있습니다. 우리 계산으론 3조4000억원이면 현재 정부부처 공무원이 사용할 만한 적절한 공간면적을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앞으로 정부가 분권화되고 중앙정부의 군살이 빠지면 공무원 수도 조정되겠지만 적어도 행정수도 이전 과정에서 공무원 수의 감소는 고려하지 않고 있습니다.”
-이전비용이 총 46조원이라는 연구분석결과가 나오는데 이 수치에 동의하십니까.
“동의하지요. 그러나 46조원이 다 들어가지 않도록 노력해야겠지요. 46조원 중 11조원이 정부투자 몫이고 나머지는 민간투자 몫입니다. 민간 투자금도 가급적 줄어들도록 할 것입니다. 민간 경제도 한국의 경제에 포함되는 것이니까요. 과거 국책사업 중엔 시행을 하면서 원래 책정한 예산보다 사업비가 배 이상으로 불어난 사례가 있습니다. 행정수도 이전비도 46조원의 배 이상 들 것이라는 연구결과가 나왔다고 하는데요. 우리는 46조원의 범위를 벗어나지 않도록 노력할 것입니다.”
행정·입법·사법부가 새로 건설되는 수도로 이전될 경우 수도권엔 청와대, 국회의사당, 대법원, 세종로 정부청사, 과천 정부청사, 국방부 등 빈 청사가 남게 된다. 이들 빈 청사의 처리 문제도 관심 대상이다. 일부 언론은 청와대나 국회의사당을 아파트건설업자에게 매각할 경우 조달될 수 있는 재원을 예측하기도 했다. 기획단은 이 문제에 대해서도 대책을 마련하고 있었다. 이른바 ‘적산 활용대책’을 김 위원장에게 집중적으로 물어봤다.
-세종로 정부청사, 세종로 정부2청사, 과천 정부청사는 매각대상입니까.
“될 수가 있지요. 정부청사는 공공건물로 지어졌기 때문에 다른 용도로 전환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지만 일단 매각대상은 됩니다. 세종로 정부청사는 지은 지 오래됐고 특색이 없는 콘크리트 건물입니다. 민간에 매각 후 헐어서 새로운 구조물을 올릴 수도 있을 것입니다. 그것이 바람직하다기보다는 오래된 건물이니 헌다 해도 아깝지는 않다는 얘기입니다. 다만 세종로 정부청사를 민간에 매각하지 말고 건물을 헌 뒤 그 자리에 공원을 조성하라는 요구가 서울 시민들 사이에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이러한 요구도 검토해 최종적인 결론이 나올 것입니다. 세종로 정부2청사는 최근에 새로 지은 건물입니다. 과천 정부청사는 특색이 있고 공간 면적도 넓으며 꽤 잘 지은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이들 청사는 헐기엔 아깝습니다. 공공이든 민간이든 적절한 용도로 전환해서 재이용하는 방안을 만드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서울의 빈 청사 팔아 재원 조달”
-최근 지어진 정부(헌법)기관 청사는 건물의 보존 및 재이용을 단서로 한 뒤 민간에 매각할 수도 있다는 것인가요.
“그렇습니다. 서초동 대법원 청사나 용산의 국방부 청사도 최근 새로 지어진 건물인데 이들 기관의 이전이 확정된다면 이런 청사들은 재이용되는 방향으로 처리하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이와 관련, 빈 청사 처리 방식은 건물 보존을 전제로 민간기업 등에 매각하는 방안, 관리권은 정부가 계속 갖고 있으면서 임대하는 방안, 민간에 매각해 아파트 단지 개발 등 수익성이 큰 사업으로 활용되게 하는 방안, 다른 공공 목적으로 활용하는 방안 등이 검토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청와대의 활용방안은 어떻습니까.
“청와대를 헐어서 그 자리에 아파트를 지을 수 있겠습니까. 청와대는 역사성이 있으니 이전되더라도 건물은 그대로 보존될 것입니다.”
-국회의사당의 경우 건물이 특이한 구조여서 다른 용도로 쓰기가 쉽지 않다는 얘기가 있습니다. 국회는 다른 청사와는 달리 여의도 요지의 넓은 땅을 확보하고 있기 때문에 민간에 매각하면 상당한 재원이 마련될 것이라는 말도 나오고 있는데요.
“행정수도 이전 비용조달 차원에선 매각하는 것이 좋겠지요. 그러나 현 국회의사당은 역사성도 있고 건물 자체로도 특이성이 있습니다. 박물관으로 활용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빈 청사를 모두 공원이나 공익적 목적으로 활용할 경우 정부가 국가예산에서 부담해야 할 이전비용이 늘어나게 되는 문제가 있습니다. 국회의사당의 이전 및 청사 처리는 일차적으로 국회가 스스로 결정해야 할 문제입니다. 그러나 청사 처리는 정부와도 협의해야 하는 사안입니다. 만약 국회가 이전한다면 새 국회 청사는 정부가 지어주는 방식이 될 수도 있으니까요. 국회 청사가 현재 정부소유로 되어 있는지, 누구 소유인지는 한번 알아봐야겠습니다.”
김안제 신행정수도건설추진위원장이 서울 세종로 정부청사내 자신의 집무실에서 충청권 신행정수도 후보지들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실 우려가 됩니다. 정부부처가 빠져나간 뒤 공허하게 건물만 남으면 과천시는 타격을 받게 될 것입니다. 그런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그 시설에 수도권과 연관된 적절한 기능이 들어오도록 해야 합니다. 과천시도 정부청사 이전 후의 상황을 우려해 자체적으로 대책을 마련중인 것 같아요. 예컨대 정보통신(IT)산업 단지를 유치해 미국의 실리콘 밸리처럼 과천 밸리를 조성하는 쪽으로 특색화해야 할 것입니다. 과천 정부청사 자리로 특수한 기능이 와서 그곳에 일종의 클러스터를 형성하도록 해야 할 것입니다.”
“외국대사관에도 이전 요청할 것”
충청권 수도 이전의 또 다른 난제는 공항문제로 알려져 있다. 수도는 국가의 상징이고 외교, 경제, 문화 교류의 중심이어서 공항 등 해외로 연결되는 교통시스템이 잘 갖춰져야 한다. 최근 막대한 정부 재원을 들여 인천국제공항이 개항했지만 충청권 수도 후보지들은 인천공항에서 너무 멀리 떨어져 있다. 충청권에 소재한 청주국제공항은 새 수도를 전세계 주요 도시로 연결시키기엔 기능이 현저히 떨어진다.
-새 수도는 인천국제공항과 멀리 떨어져 있습니다. 공항 문제는 어떻게 해결할 계획입니까.
“광역권 계획까지는 아직 안 나갔는데…. 새로운 국제공항을 건설하기는 어렵습니다. 일단 인천국제공항과 청주국제공항에 노선을 적절히 배정해 활용해나갈 계획입니다. 새 수도에서 가까운 지역을 여행할 때는 청주공항을 이용하는 그런 방식이 되겠지요. 신행정수도와 청주공항 사이는 가까운 거리지만 길을 새로 놓아야 할 것입니다. 신행정수도에서 인천국제공항으로 직접 갈 수 있도록 서해안을 따라 신행정수도-인천국제공항간 전용도로를 만들 생각입니다. 인천국제공항에 도착한 외국의 대표들이 굳이 서울 시내를 통과하지 않고 신행정수도로 바로 오는 방안이 강구되어야 할 것입니다. 서울 시내에서 인천국제공항까지 가는 데 걸리는 시간과 큰 차이가 없도록 해야겠지요. 수도를 건설할 때 가장 중요시되는 것이 도로 다음이 철도, 세 번째가 공항입니다. 반드시 대책을 강구할 것입니다.”
김 위원장의 말대로 모세혈관처럼 전세계로 연결되는 국제공항시설을 갖추지 않은 수도는 국제경쟁력에서 크게 뒤처질 수밖에 없다. 따라서 인근의 청주국제공항을 비약적으로 확장시키지 않는 한 신행정수도와 인천국제공항을 잇는 전용도로 개설은 불가피해 보이는 측면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교통체증이 극심한 지역인 수도권 도심을 통과해야 하는 기존 서해안고속도로나 경부고속도로, 국도만으로는 인천국제공항이 신행정수도를 해외에 연결시켜주는 기능을 제대로 수행하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그러나 정부 차원에서 신행정수도와 인천국제공항을 잇는 전용도로의 필요성을 인정하고 이를 건설하겠다고 밝힌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전용도로 건설은 그 자체로 상당한 규모의 국책사업이 될 것이다.
신행정수도가 실현된다면 600년의 역사를 갖고 서서히 도시가 확장된 서울에 비해선 훨씬 정비된 계획도시의 면모를 갖게 될 것은 틀림없다. 도심에 들어서게 되는 ‘외교타운’도 그 중 하나다.
-신행정수도에 대규모 외교타운을 건설할 것이라는 얘기를 들었습니다. 사실입니까.
“고려하고 있습니다. 외국의 사례를 검토해 보니 새로운 수도를 만들 때 외교타운을 함께 조성해도 충원되기까지 시간이 오래 걸리는 것을 관찰할 수 있었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수요조사부터 할 예정입니다. 일단 외교통상부가 서울 주재 외교관들을 대상으로 외교타운을 만드는 것에 찬성하는지 여부, 만든다면 집단화하는 것이 좋은지 여부, 면적은 어느 정도 필요한지 여부, 외교타운을 만든다면 입주할 의향이 있는지 여부를 조사할 계획입니다. 일단 외교타운엔 각국 대사관, 대사관저, 외교관 자택, 외교관 자녀들을 위한 교육시설, 외교와 관련된 한국의 공공기관들이 함께 입주하는 방안을 검토중입니다.”
-서울에 있는 외국대사관에선 충청도로 이사할 생각은 전혀 안하고 있을 텐데요.
“물론 아직 그런 생각은 하지 않겠지요. 그러나 우리가 ‘이사 준비해 주십시오’라고 하면 준비하실 겁니다.”
“美 대사관 용산이전, 우리와 협의해야”
이주문제와 관련 주한 미국대사관은 현재 서울 용산으로의 이전을 추진중이다. 충청도로 수도가 이전되면 다시 이사를 해야 할지도 모르는 형편이다. 국회의 800억원대 건물 신축 논란도 같은 맥락이다.
-미국대사관이 세종로에서 용산으로 이전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습니다. 현재의 미국대사관의 용산 이전은 불필요한 일이 되는 것입니까.
“미국대사관의 용산이전 문제는 우리와도 조율돼야 할 문제라고 봅니다. 그뿐만이 아니라 요새 국회도 건물을 증축한다고 합니다. 앞으로 10년 정도 사용한 뒤 철거할 건물이라면 신축해도 되겠지만 반영구적으로 쓸 건물을 짓는다면 건물을 짓기 전 우리와 협의할 필요성이 있을 것 같습니다. 신행정수도로 들어올 것인지 여부를 먼저 결정한 뒤에 기존 청사 주변에 새 건물을 신축하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대선 때 수도를 이전하면 수도권의 집값이 폭락한다는 주장이 있었습니다. 수도이전이 수도권 부동산 가격에 어느 정도 영향을 줄 것으로 보십니까.
“그건 한나라당의 주장이었는데 수도권의 경제력이 얼마나 큰데 폭락하겠습니까. 그러나 수도권 부동산 가격은 다소 영향을 받을 것으로 보입니다. 수도 이전 후엔 부동산 가격이나 거래량이 과거나 현재와 같은 수준에는 못미칠 것입니다. 또 그렇게 되어야만 수도 이전의 효과가 생기는 것입니다. 수도권의 과도한 거품이 빠져 서민생활의 어려움이 해소되어야 합니다. 수도권은 좀 내려가고 낙후된 곳은 좀 올라 전국적으로 평준화해야 합니다. 집값이 아주 폭락해 수도권이 가을에 낙엽이 구르듯이 황폐화될 것이라고 하는 분도 있습니다. 그러나 19세기 이후 수도를 이전한 나라 중 그렇게 된 예가 없습니다. 그보다는 오히려 옮긴 곳에서 예상외로 정착이 늦어지는 경우가 더 걱정입니다.”
-정부는 수도권 과밀현상 해소를 수도 이전의 가장 큰 이유로 제시했습니다. 그러나 새 수도의 예상인구는 50만 정도라고 발표했습니다. 논리적으로 인구 50만 규모의 도시 건설로는 수도권의 과밀현상을 해소하기 어렵다는 자체 모순이 발생합니다. 여기에 대한 견해는 무엇입니까.
“신행정수도의 1차목표가 인구 50만명입니다. 그러나 2차목표는 100만명입니다. 신행정수도 한 곳에만 50만, 100만이라는 겁니다. 그 주변 충남북, 대전에 기존 도시가 있습니다. 인구는 신행정수도뿐만 아니라 주변도시로도 옵니다. 충청도로 수도를 옮길 경우 간접효과도 있습니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수도 지향성이 강한데, 수도가 가까운 데로 이전하면 굳이 수도로 갈 것 없이 고향에 그대로 정착하는 경우가 늘어나게 됩니다. 수도 이전은 수도권 과밀현상 해소와 각 지방의 균형발전이 주된 목적입니다. 단순히 인구 50만의 아름다운 도시 하나를 만드는 차원이 아닙니다.”
-수도 이전 시 서울과 행정수도 사이에 거대한 메가로폴리스가 탄생해 수도권 난개발이 충청권까지 확장될 것이라는 비판도 있습니다.
“그린벨트제도가 전보다 상당히 완화되었습니다. 그냥 두면 수도권과 충청권이 붙겠죠. 그린벨트 등 개발억제 정책을 동원해 수도권과 충청권 사이를 차단시킬 겁니다.”
-대통령이 휴전선 부근 통일수도 조성 구상을 언급한 바 있습니다.
“대통령이 통일수도를 짓겠다고 말 한 것은 아닙니다. 그러나 그것도 구상 해볼 만한 사안이긴 합니다. ‘충청권으로 수도를 옮긴 뒤 통일이 되면 어떻게 되나’라는 질문이 많습니다. 이 기회에 통일문제와 행정수도 이전과의 관계에 대한 제 의견을 말해보겠습니다. 통일은 언제 될지 모릅니다. 언제 실현될지도 모르는 일을 바라보면서 현안을 그냥 방치할 수는 없는 것입니다. 우리나라가 안고 있는 수도권 과밀의 병은 점점 심화되고 있지 않습니까. 통일이 되기 전에 내부의 병을 미리 고쳐놓는 것이 더 나은 일입니다.
-신행정수도 이전사업은 지금까지는 예정된 일정대로 가고 있는 것 같습니다. 2007년 7월 착공한다고 말씀한 것으로 알고 있는데 정말 그 때 착공할 계획인가요.
“2007년 상반기까지 계획설계를 완료한다는 일정입니다. 상반기라면 6월말까지를 의미하므로 이런 말이 나온 것입니다. 2007년 하반기부터 공사에 착공할 것입니다. 2011년까지 1차사업을 완료할 계획입니다.”
-그렇다면 2007년 12월 대선 등 정치일정에 상관없이 2007년 7월 예정대로 착공됩니까.
“그렇습니다. 정치일정에 상관없이 예정대로 공사가 이뤄질 것입니다. 신행정수도 건설은 정치와 관계없습니다.”
“현행법만으로 행정수도 완공가능”
김 위원장은 현행 신행정수도특별법 만으로도 신행정수도를 건설하는 데 아무런 법적 문제가 없다는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국민투표는 물론, 더 이상 국회 차원의 입법도 필요없다는 얘기다. 김 위원장의 주장에 따르면 한나라당 등 신행정수도 건설에 신중론을 펴는 정치권력이 취할 수 있는 입법적 저지수단은 많지 않은 셈이다.
-신행정수도 건설에 필요한 법률은 또 없습니까.
“있습니다. ‘신행정수도의 법적 지위, 구역범위, 명칭은 따로 법률로 만든다’라고 특별법이 규정하고 있습니다. 이 부분은 국회가 새로 입법을 해주어야 합니다.”
-법적 지위, 구역, 명칭은 지엽적인 행정적 절차일 뿐 신행정수도의 건설 자체에 영향을 주는 내용은 아니지 않습니까.
“틀린 얘기는 아닙니다. 현행 특별법만으로도 신행정수도 건설을 완료할 수 있습니다.”
-위원장으로 임명되기 전인 2003년 1월 위원장은 모 언론사와의 인터뷰에서 ‘수도를 남쪽으로 이전하면 백제가 그랬듯 망한 역사가 된다’며 신행정수도 건설계획에 우려를 표명했습니다. 지금은 어떤 생각인가요.
“걱정을 했지요. 수도를 남쪽으로 뺀다는 것은 찜찜한 것이 사실입니다. 그래서 당시에 그런 말을 한 것 같습니다. 그러나 그것은 기분과 정서의 문제이고 수도 이전은 현실에 뿌리를 둔 정책의 문제입니다.”
-위원장이 ‘입법부와 사법부까지 옮기면 천도가 맞다’고 말해 논란이 있었는데….
“입법부와 사법부가 서울을 떠나지 않으면 서울은 입법·사법수도, 저쪽은 행정수도가 되는 것입니다. 따라서 3부를 모두 이전하는 사업이면 당연히 ‘행정수도이전’에서 앞의 ‘행정’이라는 단어를 빼야 합니다. 그러면 ‘수도이전’이 됩니다. 수도를 옮긴다는 것을 한자로 쓰면 옮길 천(遷), 도읍 도(都), 즉 천도(遷都)가 됩니다. 사전적 의미에서 ‘입법부와 사법부까지 옮기면 수도를 옮긴다는 뜻으로 천도가 맞다’고 말한 것입니다. 그러나 왕조시대를 경험한 국민의 역사의식에선 천도의 의미가 다릅니다. 역사적으로 천도라면 신라의 경주에서 고려의 개성으로, 다시 조선의 한양으로 옮긴 것이 떠올려집니다. 한국 역사에서 천도는 이전의 수도를 완전히 버리고 수도의 주민도 300리까지 줄 지어 이동해 새 수도로 이주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당연히 이전의 수도는 황폐화되고 경제도 무너집니다. 그러나 현재의 한국에서 이러한 식의 천도는 가능하지 않습니다. 전혀 바람직하지도 않습니다. 천도라는 말을 사전적 의미로만 받아들이면 됩니다. 역사의식 속에 내재되어 있는 천도의 의미는 현실과는 맞지 않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