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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소 동상이몽의 세력확보책, 모스크바 3상회의의 허구성

미·소 동상이몽의 세력확보책, 모스크바 3상회의의 허구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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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스크바 의정서의 한국 관련 부분은 4개 항으로 이루어져 있다. 첫째 항부터 인용해 분석해보고자 한다.

첫째, 코리아를 독립국가로 재건하고 민주적 원칙에 바탕을 둔 발전을 이룩할 수 있는 여건을 창출하기 위해, 장기간의 일본 지배에 따른 참담한 결과를 가능한 한 빨리 제거하기 위해, 코리아의 산업과 운수 및 농업 그리고 코리아인의 민족문화 발전에 필요한 모든 조치를 취할 코리아 민주임시정부를 수립할 것이다.

첫째 항은 미국안에는 없는 다소 선언적인 문구로 탁치가 실시된다는 구체적 언급 없이 “독립을 위해 임시정부가 수립될 것”이라는, 조선민족에게 호의적인 내용을 담고 있다. 따라서 첫째 항을 과대평가한다면 모스크바 결정은 탁치에 관한 의정서가 아니라 독립의 실현방법을 규정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모스크바 3상회의에서 결정된 것은 탁치가 아니라 독립을 위한 임시정부 구성이었다고 주장하는 사람도 있다. 그렇지만 위 조항은 하나의 선언적 수사(rhetoric)에 불과하다는 평가도 있다. 탁치안이 확정된 것도 아니므로 모스크바 의정서의 3대 축인 탁치와 독립, 임시정부 구성 등에 관해 아무것도 결정된 게 없다는 해석도 가능한 것이다.

미소공동위원회 설립

둘째, 코리아 임시정부의 구성을 돕기 위해 그리고 적절한 방책을 미리 만들기 위해, 남부 코리아의 미군사령부와 북부 코리아의 소련군사령부 대표로 구성되는 공동위원회를 설립할 것이다.



둘째 항에서 보는 바와 같이 첫째 항에서 규정한 임시정부 구성은 즉각 실현되는 게 아니었다. 미소공동위원회(이하 공위)라는 기관이 설립된 후 공위의 도움으로 구성된다는 순서였다. 그렇다면 공위의 임무는 무엇인가? 셋째 항의 규정이 이를 설명하고 있다.

셋째, 코리아 민주임시정부와 민주단체들의 참여 아래 코리아인의 정치 경제 사회적 진보와 민주적인 자치정부의 발전 및 코리아의 민족적 독립을 달성하기 위해 협력 원조(신탁통치)할 수 있는 방책을 작성하는 것이 공동위원회의 임무다.

탁치에 대한 언급이 처음 나오는 셋째 항에서 탁치는 ‘독립달성의 수단’이라고 해석돼 있다. 공위의 주된 임무는 ‘신탁통치 방책의 작성’이며 둘째 항 맨 앞에 언급된 ‘임시정부 구성을 돕는 것’도 부차적 임무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이 의정서의 중요한 줄기는 탁치 실행안의 작성 과정에 대한 기술이다. 첫째 과정은 결정의 주체인 공위가 코리아 임시정부 및 정당 사회단체와 협의해 탁치방안을 작성한다는 것으로 다음과 같은 둘째 항의 둘째 문장과 셋째 항의 둘째 문장 서두에 나온다. 이는 코리아 사람을 단지 행정관(administrator)이나 고문(consultant)으로 임용할 수 있다는 미국안의 규정보다 코리아인 대중의 참여가 보장된 것으로 소련측에 유리한 규정이다.

둘째 항 둘째 문장 : 공동위원회는 그 제안들을 준비할 때 코리아의 민주적 정당 사회단체들과 협의할 것이다.

셋째 항 둘째 문장 : 공동위원회의 제안은 코리아 임시정부와 협의를 거친 후, 최고 5개년에 걸친 4개국 신탁통치에 관한 협정을 체결하기 위한 미·소·영·중의 공동심의에 회부될 것이다.

둘째 과정은 공위가 작성한 ‘최고 5개년에 걸친 4개국 탁치 협정’안을 4개국 정부가 심의한다는 것인데, 바로 위의 문장과 다음과 같은 둘째 항 셋째 문장의 규정이다.

둘째 항 셋째 문장 : 공동위원회가 작성한 건의서는 대표권을 가진 양국 정부가 최종결정을 내리기에 앞서 미·소·영·중 정부의 심의를 위해 제출돼야 한다.

마지막 과정은 바로 위의 문장에서 본 바와 같이 4개국 심의를 거친 탁치협정안을 미·소 정부가 최종 결정하는 것이다. 따라서 미소 합의만이 통일에 대한 유일한 길이라는 해석이 가능하다.

‘탁치’와 ‘후견’의 차이

이처럼 탁치실행안의 작성 과정에 대한 기술이 이 의정서의 중요한 줄기인데 이를 크게 도식화하면 다음과 같다. ①공위가 임시정부와 정당 사회단체와 협의해 탁치방안 작성→②‘최고 5개년에 걸친 4개국 탁치 협정’안을 4개국 정부가 심의→③탁치협정안을 미·소 정부가 최종 결정한다.

의정서의 마지막 항인 넷째 항은 미·소 사령부가 2주일 안에 긴급 회담을 개최한다는 것으로, 어떻게 보면 이것 외에는 모스크바 의정서의 확실한 결정 내용이 무엇인지 알기 어려울 정도로 의정서 자체는 구체적이지 않고 모호한 내용으로 채워져 있다. 모스크바 회담에서는 막연히 ‘최고 5개년에 걸친 4개국 탁치’가 실시될 것이라고 결정됐을 뿐이다. 그리고 구체적 실행방법은 미·소가 주체가 돼 조선인과 영·중과 단지 협의만 해 결정한다는 것이다. 이것이 모스크바 회담에서 제시한 한국문제 해결방안의 요점이다. 즉 미·소가 결정 당사자라는 점을 명확히 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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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완범 한국학중앙연구원 교수·정치학 wblee@aks.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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