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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안 軍고속단정 전복사고의 진실

장성도 눈 가리고 출입하는 극비시설 … 첩보부대 관리 문란 드러나

태안 軍고속단정 전복사고의 진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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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 터졌다.” 7월3일 충남 태안 만리포 앞바다에서 발생한 군용 고속단정 전복사고와 관련해 전직 군 정보당국 고위관계자가 한 말이다. 군인과 민간인 15명이 탑승했다가 암초에 부딪혀 전복된 이 사고의 본질이 단순한 군기 사고에 머물지 않는다는 것. 문제의 부대가 국군정보사령부가 운용하는 이른바 북파공작부대인데다, 해당 고속단정 또한 유사시 북한지역 침투라는 극비임무에만 쓰도록 특화된 기밀장비인 까닭이다.
태안 軍고속단정 전복사고의 진실
사건의 개요 자체는 단순하다. 최근까지 해당 부대에서 근무했던 해군 이모 대령이 자신이 졸업한 서울 B고등학교 동문모임을 공무용으로 마련된 이 부대의 숙박시설에서 열 수 있도록 주선했고, 사고 당일 부대에서 운용하는 고속단정에 동문모임에 속한 장교들과 그 가족 등 15명이 탑승해 ‘유람’을 즐기다 전복사고가 발생했다는 것이다.

이 대령은 해군본부 정보처장으로 정보병과에서는 해군 내 최고직위 인물. 15명의 탑승자 가운데 5명이 중상을 입었고, 사고 발생 직후 두개골 골절상을 입은 공군 이모 대위와 공군 소령의 부인인 김모씨는 서울로 후송됐지만 이 대위는 7월7일 새벽 끝내 목숨을 잃었다.

군 장비를 레저용으로 쓰다 사고가 발생한 것만으로도 심각한 일이지만, 더욱 큰 문제는 이 부대가 국군정보사령부 산하 대북침투부대 소속으로 유사시 북한 지역에 침투해 군사지휘부 및 주요시설물 타격 같은 특수임무를 수행하도록 설정된 최고 수준의 극비시설이라는 점이다. 전복된 고속단정은 이러한 작전을 실행하는 과정에서 북한 지역까지 부대원들을 실어 나르는 수송선으로, 최고시속 80㎞ 수준의 엄청난 성능을 자랑하는 특수장비다. 이번 사고로 인해 이렇듯 민감한 부대의 위치와 장비 특성이 낱낱이 공개된 것이다.

대북첩보부대 혹은 북파공작부대는 북파임무 수행이 사실상 사라진 2000년대 들어 폐지가 검토되기도 했지만, ‘최후의 상황에 대비해 특수임무 중에서도 특수한 임무를 맡을 부대가 필요하다’는 명분으로 살아남았다. 그러나 이번 사고로 관련 정보가 노출됨으로써 유사시 대북침투가 어떤 방식으로 진행되는지 확인됐는가 하면 침투경로 또한 북한군 정보당국이 상당부분 유추할 수 있게 됐다. 한 안보부처 당국자는 “‘정보사 산하 특수부대’가 무엇을 의미하는지는 북한에서 가장 잘 알고 있지 않겠나. 당장 현재 설정돼 있는 침투작전의 개념과 구성, 진행방식을 완전히 수정해야 하고, 최악의 경우 부대 자체를 이전하는 방안까지 검토해야 할 판이다. 허술한 보안의식이 사실상 ‘이적(利敵)행위’를 낳은 셈”이라고 말했다.

“사안 심각성 공론화해야”



1971년 이른바 ‘실미도 사건’으로 유명한 북파공작부대는 당초 육·해·공군이 각각 별도로 운용하는 기형적인 구조였지만, 1990년 국방부 직할부대인 정보사령부로 통합됐고 2003년 무렵 그 실체가 사실상 공식화되어 오늘에 이르고 있다. 해당 부대원들의 소속은 육상과 해상으로 나뉘는 임무에 따라 육군과 해군으로 구분된다. 간단히 말해 북한 지역에 들어가 실제 임무를 수행할 요원들은 육군 소속, 이들을 작전지역까지 실어 나르는 인원은 해군 소속이다.

정보사는 이렇듯 침투수송 임무만을 전담하는 수단을 각 군 편제와는 별도로 확보해 운용한다. 해당 장비의 구매 예산 역시 국방부가 아닌 정보당국에서 책정, 집행한다. 사건이 발생한 태안의 부대가 바로 이러한 수송수단을 관리·운용하는 부대. 문제의 고속단정 역시 이러한 목적으로 해군 편제와는 별도로 구성된 특수장비다. 태안을 포함해 각 지역에 ·#52059;개가 운용되는 이들 수송부대는 해군 준장이 정보사에 파견돼 여단장으로서 총괄지휘를 맡고, 역시 파견된 해군 대령이 각 수송부대의 장을 맡는 지휘체계를 갖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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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일도| 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shamora@donga.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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