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안민석
경남 의령에서 태어난 그는 1974년 초등학교 5학년 때 오산으로 이사했다. 육상선수로 각종 대회에 출전했고, ‘공부도 곧잘 해’ 서울대 체육교육과에 입학했다. 1987년 미국으로 건너가 일리노이주립대에서 석사를, 북콜로라도주립대(UNC)에서 박사 학위를 받았고, 이후 공군사관학교 조교수를 거쳐 2000년에는 중앙대 사회체육학부(현 스포츠과학부) 교수가 됐다. 국회의원이 된 2004년 이후 휴직 중이다.
신정아 사태 당시 “외국학위 논문 검증위 만들라” 주장
교수 출신인 만큼 그는 민주당 교육특별위원회 위원장, 국회 교육과학기술위원회 간사, 반값등록금 특별위원회 간사 등을 맡았다. 국회 교과위원으로 6년간 활동하며 각종 교육현안에 대해 목소리를 냈다. 이른바 ‘신정아 사태’ 때는 정부가 나서 가칭 ‘외국 학위 부정사례 신고센터’를 설치해 외국 학위 검증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값등록금 실현을 위한 릴레이 1인 시위 등도 펼쳤다. 19대 국회 교과위원장 물망에 오르내리는 것도 이런 활약에 따른 것이다.
안 의원의 박사학위 논문 제목은 ‘한국 골프 붐의 정치 경제학 : 사회 문화적 영향의 인식과 해석(The political economy of the golf boom in South Korea: perceptions and interpretation of its sociocultural consequences)’이다.
전체 5장으로 구성된 논문은 1,2장에서 기존 연구를 검토한 뒤 3,4장에서 설문조사 결과를 분석하고 결론(5장)을 내린다. 부록을 제외한 전체 논문은 160쪽 분량이다. 당시 한국에서 일고 있던 골프 붐을 정치·경제·사회문화적 측면에서 설명하려는 게 주요 내용이다. 골프 인구와 골프장이 급속도로 증가하는 것이 어떤 영향 때문인지, 지배계급(dominant group)의 가치와 이익이 골프를 통해 어떻게 다른 사회 계층에 수용되는지, 골프 붐의 사회문화적 결과가 무엇인지 등을 밝히려 했다. 이를 위해 548명을 설문조사 했고, 심층 인터뷰를 진행했다. 지배계급이 어떻게 구성되고 나타나는지 설명하는 주요 분석틀로는 그람시의 ‘헤게모니 이론’을 활용했다. 그는 헤게모니 이론을 통해 지배그룹은 정치, 경제 등 사회 전반에 걸쳐 이데올로기 교육을 시도하고, 이러한 지배 과정은 강압과 조화라는 상반된 모습을 보이면서 지속된다고 설명한다. 한국에서 남성 골퍼만 늘고 여성 캐디(caddie·골프를 치는 사람을 따라다니며 도움을 주는 사람)가 보조하는 것도 이런 논지를 확인할 수 있다고 설명한다. 한국에서 골프 붐은 결국 지배 그룹의 정치·경제적 이해 이데올로기에서 자유로울 수 없으며, 골프는 지배 그룹과 남성 헤게모니 재강화에 기여했다고 분석한다. 또 단순한 스포츠가 아닌 권력과의 연관성이 골프 붐으로 나타났고, 지속적으로 지배계급 권력을 강화하고 이득을 가져다준다고 결론 내린다.
논문은 간결했다. 이론 검토에서 결론까지 딱 맞아떨어졌다. 그러나 주석과 참고문헌을 확인하면서 기자는 고개를 갸웃했다. 다른 논문의 글을 10줄 이상 통째로 전재하는가 하면, 원문에는 기재된 괄호 안 출처를 빼거나, 글머리 기호와 주·술어만 바꿔 전재한 복사 수준의 글도 곳곳에서 눈에 띄었다. 원문에서 3개 문단을 순서대로 가져와 연결한 ‘3단 짜깁기’와, 자신의 논문에서 단어 한 개 바꿔 다른 논문에 싣는 자기표절도 확인됐다. 3,4장은 설문조사 결과와 인터뷰 분석이 중심인 만큼 1,2장 이론적 배경 부분에 표절이 집중됐는데, 페이지마다 한두 곳의 표절이 확인됐다.

5월 7일 학술단체협의회(이하 학단협)는 표절 의혹이 제기된 19대 국회의원 당선자 7명의 논문을 표절이라고 결론 내렸다. 당시 학단협이 발표한 표절 기준대로라면, 안 의원의 논문은 단순 표절, 베끼기 등 복사 수준 표절, 여러 논문 짜깁기, 인용과 도용의 혼동, 자기표절에 해당한다. ‘신동아’ 자체 검증 후 분석을 의뢰한 영미권 대학교수 A 박사와 국내 대학 B 교수, 미국 현지 대학원 C 조교 등 모두 같은 의견이었다. 구체적으로 살펴보자.
안 의원은 논문 9쪽에서 주요 분석틀인 헤게모니 이론과 헤게모니의 속성을 소개한 뒤 ‘이런 맥락에서(In this vein)’로 시작해 여가활동은 사회 질서를 강화하고 정당화하는 데 도움이 된다고 설명한다.
“In this vein, leisure activities may help consolidate the social order, offering gratification which act as safety valves that reconcile citizens with an otherwise unacceptable society. Leisure pursuits may also carry the imprint of values consistent with existing economic and political practices, thereby legitimizing the social order.”
이를 1978년 케네스 로버츠(Kenneth Roberts)의 ‘현대 사회와 여가생활의 증가(Contemporary society and the groth of leisure)’ 191쪽과 비교해보면 괄호 안 단어를 추가하거나 바꾸었을 뿐이다. 인용 표시나 참고문헌은 없다.
“Leisure (activities) may help to consolidate the social system(order), offering gratifications which act as safety valves reconciling men(citizens with) to an otherwise unacceptable society. Leisure (pursuits) may also carry the imprint of values consistent with existing economic and political practices, thereby legitimizing the social order.”
이 같은 사례는 안 의원 논문 곳곳에서 발견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