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5월호

“尹, 술 마실 땐 ‘통 큰 사람’… 정치는 통 크게 못했다” [+영상]

[Special Report | 윤석열과 ‘나’] '천아용인의 용’ 김용태 前 국민의힘 최고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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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현준 기자

    mrfair30@donga.com

    입력2023-04-22 10:0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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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링거 맞을 만큼 마셔서 다 풀린 줄 알았는데…

    • 비판하던 文 행태 답습해서야

    • 尹 끌고, 윤핵관 밀고… “당에 가치·철학 없어”

    • 마음에 안 들어도 함께하는 게 정치

    • “尹, 야당과 술이라도 마시며 국민통합 꾀하길”

    • “권력자 좇는 쉬운 길 가지 않을 것”

    [윤석열과 '나'] 김용태 전 국민의힘 최고위원



    김용태 전 국민의힘 최고위원은 ‘신동아’와 인터뷰하며 “지금은 윤석열 대통령이 간신과 충신을 명확히 구분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 [홍태식 객원기자]

    김용태 전 국민의힘 최고위원은 ‘신동아’와 인터뷰하며 “지금은 윤석열 대통령이 간신과 충신을 명확히 구분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 [홍태식 객원기자]

    김용태 전 국민의힘 최고위원과 윤석열 대통령이 가까운 사이는 아니다. 오래전부터 알던 것도, 자주 본 것도 아니다. 어찌 보면 자연스러운 일이다. 둘은 마치 값이 ‘제로’에 수렴하는 교집합과도 같다. 먼저 세대가 다르다. 1990년생과 1960년생, 서른 살 차이로 딱 부자(父子) 수준이다. 공학(광운대 환경공학과)과 법학(서울대 법과대학), 전공도 다르다.

    전자는 2017년 대학원에서 공부하다 교수 권유로 정당(바른정당)에 가입하며, 후자는 2021년 검찰총장으로 일하다 정권과 척을 지며 정계에 뛰어들었다. 앞선 이는 정치인이 어릴 때부터 오랜 꿈이었다. 평당원으로 시작해 당직자로서 계단을 밟아왔다. 반면 뒤의 이는 정치인이 될 줄 몰랐던 사람이나, 정계 입문 때 이미 유력 대선후보였다. 느슨한 얼개로 묶인 공통점은 ‘보수 진영’으로서 ‘정권교체’를 위해 뛰었다는 것. 지난해 대선에서 승리했으니 이제 이마저도 한 가지만 남은 셈이다.

    접점이 넓지 않으니 얽힌 일화도 몇 없다. 상대에 대한 기억은 선보다는 점이요, 덩어리보다는 파편이다. 대신 그렇기에 더 깊이 박혔다.

    “윤 대통령과 대선후보 시절 식사 몇 번 한 적 있다. 술자리는 한 번 가졌다.”



    한 번의 술자리가 2021년 12월 3일 윤석열 대통령과 이준석 전 대표(당시 대표)가 만난 ‘울산 회동’이다. 선거대책위원회 구성·방침에 대한 이견 끝에 이 전 대표가 선대위 활동을 보이콧하고 지방 순회에 나선 지 4일 만의 일이다. ‘대표 패싱’ ‘윤핵관(윤석열 측 핵심 관계자)발(發) 설화’ 등으로 윤 대통령과 이 전 대표 간 갈등이 증폭되던 때다. 김 전 최고위원은 당시 이 전 대표와 동행했다. 바른정당부터 함께해 개인적으로도 친분이 두터운 사이다. 회동엔 김기현 현 대표(당시 원내대표), 김도읍 의원(당시 정책위의장) 등 현재 ‘친윤(親尹)’으로 분류되는 인사들도 자리했다.

    “윤 대통령과 이 전 대표가 서로 주고받은 날카로운 말들을 사과하고 서운한 부분을 털어내기 위한 자리였다. 우리나라엔 술을 마시며 앙금을 푸는 문화가 있지 않나. ‘좋은 게 좋은 거다’ ‘우리 풀자’며 술잔을 기울였다. 누구라고는 말할 수 없지만 다음 날 링거를 꽂은 사람이 여럿일 만큼 엄청나게 마셨다. 그런데도 다 풀리지 않았던 듯싶다. 결국 다시 갈등이 불거지더라.”

    회동 후 3주가 채 지나지 않은 12월 21일 이 전 대표는 ‘친윤’ 조수진 의원과 갈등 끝에 선대위를 사퇴했다. 이듬해 1월 의원총회에선 원내 지도부에 의해 그에 대한 탄핵이 제안됐다. 7월 성상납 의혹을 이유로 윤리위원회로부터 당원권 정지 6개월 처분이 내려졌다. 8월 당이 비상대책위원회 체제 전환을 추진하며 대표직 상실 위기에 놓였고,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을 제기했지만 10월 기각 판정을 받으며 대표직을 잃었다. 세간에서는 이 전 대표가 윤 대통령과 누적된 갈등 끝에 ‘축출’됐다고 보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윤 대통령을 만났을 때 ‘통 큰 사람’이라고 느꼈다. 요즘도 외교 부문이라거나, 발언을 보면 ‘통 크게 양보하겠다’는 식의 말을 많이 하잖나. 그런데 지난 1년간 실제로 ‘통 큰 정치’를 했는지 돌아본다면 아니라고 봐야 할 듯하다.”

    이 전 대표가 밀려난 후 그 자리엔 ‘친윤’이 가득 찼다. 3월 8일 전당대회에선 대표(김기현 의원), 최고위원 4인(김재원 의원, 조수진 의원, 태영호 의원, 김병민 전 비대위원)과 청년 몫 최고위원(장예찬 청년재단 이사장)까지 모두 친윤 인사가 당선했다. 4월 7일 원내대표로 당선한 윤재옥 의원도 친윤으로 분류된다.

    권력은 ‘제로섬’, 한쪽의 팽창은 반대쪽의 수축이다. 이른바 ‘천아용인’으로 불리는 이준석계 4인 모두 전당대회에서 고배를 마셨다. 청년 몫 최고위원을 지낸 그는 최고위원이 되고자 했으나 뜻을 이루지 못했고, 천하람 순천갑 당협위원장, 허은아 의원, 이기인 경기도의원도 각각 대표, 최고위원, 청년 몫 최고위원에 도전했지만 낙선했다.

    文 정권 왜 심판받았는지 잊었나

    김 전 최고위원을 만난 날은 4월 5일이다. 표정이 밝았다. 종종 정치인을 만나면 공통적으로 “선거에서 졌을 때가 가장 힘들다”고 말하건만 약 한 달의 시간이 지난 까닭인지 아픔을 털어낸 듯했다. 사실 결과가 좋지 않을 것임을 예상하고 있었단다. 그주 주말과 다음 주 월요일까지 딱 3일 힘들었다고 했다.

    “3월 13일 새 최고지도부가 윤 대통령과 만찬을 하는 모습을 보며 마음이 아팠다. ‘내가 조금만 더 잘했더라면 저 자리에서, 대통령에게 우리 당과 당원들의 이야기를 전할 수 있었을 텐데’ 하는 생각이 들었다. 윤 대통령이 자신이 좀 못하더라도 옹호해 주는 사람을 원한 것 같다. 당원들 역시 집권 초기 안정을 택한 듯하고. 당원들이 선택한 결과니 존중한다.”

    말이 둥글고 부드럽다. 잘 웃으며, 쾌활하게 말한다. 180㎝ 안팎 키의 큰 체구, 낮은 목소리가 묵직함을 더한다. 그렇다고 위압감을 주진 않는다. 카카오톡으로 얘기를 나누면 ‘엄지척’도, ‘체크’도, ‘웃음’도 있건만 ‘하트’로 공감을 표시한다. 상냥한 사람이구나 싶다. 과거 한 여당 관계자가 “바른정당 계열 청년 정치인과 자유한국당 계열의 청년 정치인은 그다지 사이가 좋지 않다. 김 전 최고위원은 예외로 자유한국당 계열 인사들에게도 ‘호감’을 산다”고 말한 적 있다. 만나보니 이유가 무엇인지 짐작이 갔다. ‘바른’정당으로 정치 커리어를 시작한 게 잘 어울린다는 생각이 들 만큼.

    바름이 ‘물렁함’을 의미하는 건 아니다. 올곧음의 형상은 ‘직선’, 언어로 승화하면 ‘직언’이다. 작심한 듯 뱉어내는 말의 어투는 부드러울지언정 안엔 폐부를 찌르는 촉(鏃)이 담겼다.

    “내 목소리를 ‘내부 총질’이라고 비판하는데, 그렇지 않다. 국민이 대통령에게 부여한 권리를 올바르게 쓸 수 있도록 목소리를 내는 것뿐이다. 국민이 윤석열 정권을 선택한 이유가 뭘까. ‘통 큰 정치’다. 져주고, 들어주고, 양보하길 바란 것이다. 문재인 전 대통령과 민주당은 그렇지 못했다. 문 전 대통령은 2021년 3월 경남 양산 사저 부지에 대해 의혹이 제기되자 이를 궁금해하는 국민을 향해 ‘좀스럽다’고 말하기까지 했다. 또 국민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지 않았다. 이른바 민주당의 ‘권력자’라고 하는 자들이 대통령의 귀를 막았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사태를 생각해 보자. 공정과 정의가 훼손된 사태에 국민 대다수가 분노하고 반대했지만 당시 여당은 오히려 조 전 장관을 감쌌다. 우리 당은 그런 잘못을 하지 않으리라고 국민에게 약속해 선택받은 것 아닌가. 그런데 전 정권 행태를 그대로 답습하고 있다. 대통령은 쓴소리를 싫어하고 윤핵관은 대통령을 팔며 자신의 안위만을 생각한다.”

    말 한 마디당 한 번의 날 벼림이다. 한 마디 한 마디씩 속내의 말을 꺼낼 때마다 날카로움이 더해진다. 김 전 최고위원의 날은 지난해 전국동시지방선거(지방선거) 무렵으로 향한다. 그는 정치를 해오며 쭉 ‘상향식 공천’이 필요하다고 역설해 왔다. 이유는 정권과 국민의 괴리감을 줄이기 위함이다.

    공천은 자리의 분배다. 자리는 미래 권력으로 향하는 동아줄이다. 직(職)을 바라는 자들은 줄의 끄트머리라도 잡기 위해 혈안이 된다. 그렇기에 김 전 최고위원은 ‘하향식 공천’으로는 선거 때마다 ‘윤핵관’이 맨 앞 글자만 바꿔 ‘○핵관’으로 재생산되리라고 바라본다. 소수 권력자가 최상단에서 동아줄 다발을 쥐고 공천을 좌지우지하며, 단수공천·전략공천이 횡행하는 지금의 방식이라면 당원은 국민이 아니라 권력자의 눈에 들기 위해 노력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그에게 공천은 그가 꿈꿔온 정치개혁의 목적이자 민주주의의 핵심이다. “보수가 지향해야 하는 자유민주주의 가치와 맞닿아 있다”는 게 그의 말이다. 이런 그에게 지난해 지방선거 공천 과정에서 발생한 일들은 당의 철학과 가치가 무너짐을 의미했다.

    尹, 간신과 충신 구별해야

    3월 8일 경기 고양시 킨텍스에서 열린 제3차 국민의힘 전당대회에서 김기현 신임 대표(왼쪽에서 네 번째)가 당기를 흔들고 있다. 이날 당선된 당 지도부는 모두 ‘친윤’ 인사로 구성됐다. 사진 속 인물은 왼쪽부터 순서대로 장예찬 청년 몫 최고위원, 조수진 최고위원, 김병민 최고위원, 김기현 대표, 김재원 최고위원, 태영호 최고위원. [뉴스1]

    3월 8일 경기 고양시 킨텍스에서 열린 제3차 국민의힘 전당대회에서 김기현 신임 대표(왼쪽에서 네 번째)가 당기를 흔들고 있다. 이날 당선된 당 지도부는 모두 ‘친윤’ 인사로 구성됐다. 사진 속 인물은 왼쪽부터 순서대로 장예찬 청년 몫 최고위원, 조수진 최고위원, 김병민 최고위원, 김기현 대표, 김재원 최고위원, 태영호 최고위원. [뉴스1]

    “지난해 지방선거 당시 당 지도부 일원으로서 나도 일부 공천 권한이 있었다. 기초의원까진 힘들더라도 기초·광역단체장 후보만큼은 유권자가 원하는 사람을 뽑을 수 있게끔 노력했다. 하지만 공천관리위원회에 의해 여론조사에서 높은 순위를 기록한 후보들이 컷오프되고 특정 후보가 단수 공천되는 일이 많았다. 그러면서 하는 말이 ‘대통령의 뜻이다’ ‘김건희 여사 라인이다’였다. 누구라고 말할 순 없지만 이런 일을 주도하는 특정 윤핵관이 몇 있다. 자신의 이익을 위해 대통령을 판다. 당내 행태를 보면 도저히, 차마 대통령의 뜻이 아닐 것 같은 일들조차 윤핵관은 ‘대통령의 의중’이라고 말하며 자신의 이해관계를 도모한다. 윤 대통령이 검사 시절 ‘사람에게 충성하지 않는다’고 말하지 않았나. 그런데 지금 윤핵관의 행태는 그와 반대 아닌가. 과거 대통령실에 윤핵관이 대통령의 뜻을 팔아 본인 정치를 한다고 말한 적 있다. 그러자 ‘대통령이 간신과 충신도 제대로 구별 못 하는 사람이냐’고 반박하더라. 나는 지금이야말로 대통령이 간신과 충신을 명확히 구분해야 할 때라고 생각한다.”

    역사적으로 간신은 홀로 탄생하지 않는다. 달콤함을 좇아 미혹되길 원하는 왕과, 이를 충족시켜 안위를 달성하려는 신하의 결탁에서 비롯된 합(合)이다. 한쪽이 바로 서면 이 불의(不義)한 공생(共生)은 깨진다. 김 전 최고위원이 윤 대통령의 각성을 바라는 이유다.

    “대통령이 윤핵관을 이끄는 것과 윤핵관이 대통령을 미는 것, 이 두 가지가 모두 결부돼 있다고 본다. 최근 대통령실에서 내놓은 주 69시간 근무 개편안 문제만 봐도 그렇다. 반대 여론이 거셌다. 이른바 MZ세대의 반발은 더 컸다. 그럼에도 당 지도부는 대통령실의 뜻을 쫓아가기만 했다. 또 4월 2일 신평 변호사가 SNS를 통해 윤석열 정부에 ‘자기 지지층을 향한 구애에 치중한다’고 쓴소리를 했더니 친윤 의원들이 공격을 가하더라. 당이 중심이 되기는커녕 정부, 권력자만 따라가는 형국이다. 가치도, 철학도 없다. 물론 대통령도 사람이다. 자신에게 옳은 소리, 쓴소리하는 것이 싫을 수 있다. 대통령은 보통 사람과는 달라야 한다. 아무리 싫더라도 옳은 소리는 과감하게 받아들이며, 이해하고 품어야 한다.”

    10개 달라도 1개 같으면 함께 가는 게 정치

    2021년 12월 3일 울산 울주군 한 식당에서 윤석열 당시 국민의힘 대선후보와 이준석 당시 국민의힘 대표가 ‘울산 회동’을 마친 뒤 어깨동무하고 있다. 김용태 전 국민의힘 최고위원은 “당시 다음 날 링거를 꽂은 사람이 여럿일 정도로 많이 마셔서 윤 대통령과 이 전 대표 간 앙금이 풀린 줄 알았는데 아니었다”고 말했다. [뉴스1]

    2021년 12월 3일 울산 울주군 한 식당에서 윤석열 당시 국민의힘 대선후보와 이준석 당시 국민의힘 대표가 ‘울산 회동’을 마친 뒤 어깨동무하고 있다. 김용태 전 국민의힘 최고위원은 “당시 다음 날 링거를 꽂은 사람이 여럿일 정도로 많이 마셔서 윤 대통령과 이 전 대표 간 앙금이 풀린 줄 알았는데 아니었다”고 말했다. [뉴스1]

    옳은 소리 하는 사람을 밀어낸다. 다르거나, 듣기 싫으면 내친다. 편협(偏狹)이요, 결과는 고립(孤立)이다. 김 전 최고위원은 이준석 전 대표 축출 과정과 그 결과가 이와 같다고 생각한다. 대통령의 의중에 윤핵관의 공작이 더해졌다고 본다. 대선 전부터 예견된 결과라고 했다. 다만 공당(公黨)에선 있을 수 없는 일이기에, 아닐 거라 믿고 싶었단다.

    “사실 울산 회동 무렵부터 이 전 대표의 성상납 의혹을 빌미로 그를 축출하려는 ‘시나리오’가 돌았다. 윤핵관들이 ‘이걸로 한 번 제대로 밟아놔야지’ ‘다시는 일어나지 못하게 해야 해’ 등 과격한 표현을 일삼았다. 어떤 윤핵관은 고려 무신정권 때 이의민이 의종의 허리를 꺾어 죽인 얘기를 꺼내며 ‘척추를 부러뜨려 놓아야 한다’고까지 했다. 당대표직에서 축출해 아예 정치 생명을 끊어놓겠다고도 했다. 당시 이 전 대표에게 이를 전해줬다. ‘우리 당이 사당(私黨)아닌 공당이다. 그런 일이 일어날 수 있겠느냐’고 하더라. 그런데 결국…. 물론 이 전 대표가 당대표로서 다 잘한 건 아니다. 비판받을 점도 있다. 하지만 그를 내쫓는 과정은 가히 헌정사에 오점을 남긴 수준이라고 생각한다. 이제 와서 과정에 대해 이야기하는 게 무슨 의미가 있겠느냐만 아쉬움은 남는다. 대통령 지지율이 낮다. 대통령이 당대표에게 아무리 사감이 있어도, 마음에 들지 않아도 함께했다면 지금보단 훨씬 높은 지지율이 나왔을 거다. 둘은 각자 다른 장점을 갖고 있다. ‘대체’가 아니라 ‘보완’할 수 있는 사이로, 시너지를 낼 수 있었을 텐데…. 10개가 달라도 1개만 같으면 함께할 수 있는 게 정치 아닌가. 지금은 한 가지만 달라도 배척하려고 하니 아쉬울 따름이다.”

    그는 지난해 12월 정진석 당시 비대위원장이 각 언론사에 “‘보수 참칭 패널’을 출연시키지 말아달라”고 요청한 일을 일례로 들며 “현재 당이 전체주의화된 것 같아 무서울 지경”이라고 했다.

    “보수정당이 내세우는 가치는 자유다. 민주주의는 다원주의를 바탕으로 한다. 당 지도부는 이것이 훼손되지 않도록 당을 옳은 길로 이끌어야 한다. 여당이 정부와 항상 같은 목소리를 낸다면 당 지도부가 무슨 필요 있겠나. 대통령이 총재를 만들어서 지배하면 된다. 야당이 비판하기 전에 스스로 옳은 목소리를 내야 한다. 내부 비판이 허용되는 당이라면 국민이 국민의힘은 자정(自淨)이 가능한 당으로, 민주당의 반대는 ‘반대를 위한 반대’로 여기며 지지해 줄 것이다. 일본 자민당, 영국 보수당의 장기 집권은 당내 수많은 계파·정파가 있었기에 가능했다. 끊임없는 내부 경쟁을 통해 국민의 인정을 받을 수 있었던 것이다. 현재 우리 당 상태론 내년 총선 어렵다.”

    김 전 최고위원은 2020년 총선에서 경기 광명을에 출마했지만 낙선했다. 올해 초까지 경기 광명을 당협위원장을 지냈다. 경기 지역 민심을 피부로 느꼈다. 그렇기에 현재 당 상황이 더 아프게 다가온다.

    “지역구 총 253개 가운데 경기도 지역구가 59개나 된다. 2020년 총선에서 겨우 8개 가져왔다. 특히 전통적으로 경기 남부에선 인기가 없다. 경기 남부는 인구 100만이 넘는 곳이 많은데도 계속 팽창하고 있다. 대통령과 당 지도부는 이런 사실을 알긴 아는지, 전략이 있긴 한지 의문이다. 내년 총선에서 과반 의석수를 얻지 못하면 윤석열 정권은 힘을 얻지 못한다. 그럼에도 대통령과 당 지도부는 선거에서 지든 말든 강남·서초·송파 같은 곳에서 자기 사람만 당선되면 상관없다고 생각하는 듯싶다. 지금 당에 쓴소리 내는 사람은 원외 청년 정치인 몇이 고작인데, 이마저 ‘내부 총질’로 여겨지고 있다.”

    가시밭길

    김용태 전 국민의힘 최고위원은 ‘신동아’와 인터뷰하면서 “권력자에게 직언하는 게 더 어려운 길”이라고 말했다. 홍태식 객원기자

    김용태 전 국민의힘 최고위원은 ‘신동아’와 인터뷰하면서 “권력자에게 직언하는 게 더 어려운 길”이라고 말했다. 홍태식 객원기자

    그는 자신이 ‘반윤(反尹)’이 아니라고 말한다. 정권 재창출을 바라는 마음 안에선 모두가 친윤이라고 보고 있다. 이런 시각에서 이제 정권 1년, 그가 당내에서 이뤄지길 바라는 ‘탈(脫)편협’은 궁극적으로 밖을 향해 나아가야 한다. 다가가고, 듣고, 품는 것이야말로 국민의 선택을 다시 받을 수 있는 길이라고 믿기 때문이다.

    “윤 대통령이 연설할 때 ‘자유’를 많이 강조한다. 공감하지만 국민통합이 더 중요한 순간이라고 본다. 윤 대통령은 겨우 0.74%포인트 차이로 당선했다. 대통령은 자신을 지지하는 사람은 물론 그렇지 않은 사람도 끌어안아야 한다. 국민의 대표지, 여당의 대표가 아니지 않나. 향후 자신을 지지하지 않는 국민도 포용하며 싫은 소리를 듣는 데 시간을 더 할애했으면 좋겠다. ‘협치’가 되지 않으면 윤석열 정부의 뜻을 이룰 수 없다. 자신과 가까운 사람만 만나지 말고, 야당 인사와도 술자리라도 가져야 한다. 정치도 결국 사람이 하는 것이다. 술 한잔 기울이며 허심탄회하게 이야기해 볼 수 있는 것 아니겠나. 이재명 민주당 대표도 만나야 한다. ‘대통령이 그렇게 사법 리스크가 많은 대표를 어떻게 만나느냐’는 목소리도 있다. 틀린 말은 아니다. 그럼에도 그가 얽힌 사법 리스크는 별개로 봐야 한다고 생각한다. 국민이 알아서, 현명하게 판단해 줄 문제다. 국민도 윤 대통령이 그러길 바랄 것이고, 그러라고 뽑아준 것이라고 생각한다. 우리는 우리의 길을 가야 한다.”

    ‘우리의 길’의 한 갈래에는 김 전 최고위원의 길이 있다. 가시밭길이다. ‘비주류’로 낙인찍혔다. 당장 내년 총선부터 피(被)공천을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다. 언제까지 현(現) 아닌 전(前)으로 남을지 모를 일이다. 개혁을 꿈꾸는 자가 필히 겪는 불화(不和)다. 그가 나온 기사나 영상엔 응원 댓글이 달린다. ‘힘내라’ ‘지지한다’ 등이 다수다. 간혹 ‘이준석을 손절해야 네가 산다’는 현실적 조언도 있다. 그가 지금이라도 말을 갈아타 달려나가길 바라는 마음의 글일 테다. “댓글을 보느냐”고 물으니 “하나도 빠짐없이 다 본다”며 “어떤 말이 나오는지 알고 있다”고 답했다. 길을 바꿔 걸을 생각은 없단다. 그의 길이란 ‘긴 호흡’으로 한 발짝씩 걸어가는 것이기 때문이다.

    “이준석 전 대표와 함께한 건 개인적 친분 때문이 아니다. 내가 지향하는 가치·원칙과 이 전 대표의 그것이 같고, 그가 이를 저버린 적이 없기 때문이다. 권력자를 좇아 아첨을 일삼는 건 쉬운 길이다. 대통령을 향해 ‘진정 성공한 대통령이 되려면 이렇게 해야 한다’고 직언하는 게 훨씬 어려운 길이다. 나도 쉬운 길을 택하면 아마 최고위원 한자리쯤은 받을 수 있을지 모른다. 하지만 길게 보며 가고 있다. 보수의 가치·원칙, 헌법 정신을 지키는 것이야말로 진정 필요한 일이다. 보수정당이 지금까지 존속할 수 있었던 이유는 그래도 당내 쓴소리를 내는 사람들이 존재하는 데 있다고 생각한다. 시간이 흐르면 윤 대통령도 누가 정말 자신을 성공한 대통령으로 남을 수 있게 하는 사람인지 이해하리라고 믿는다.”


    신동아 5월호 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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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현준 기자

    이현준 기자

    대학에서 보건학과 영문학을 전공하고 2020년 동아일보 출판국에 입사했습니다. 여성동아를 거쳐 신동아로 왔습니다. 정치, 사회, 경제 전반에 걸쳐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에 관심이 많습니다. 설령 많은 사람이 읽지 않더라도 누군가에겐 가치 있는 기사를 쓰길 원합니다. 펜의 무게가 주는 책임감을 잊지 않고 옳은 기사를 쓰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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