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5월호

“석열아, 먼저 손 내밀고 더 많이 들어라” [+영상]

[Special Report | 윤석열 1年] 서울법대 79학번 동기들이 바라본 ‘대통령 윤석열’ 1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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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현준 기자

    mrfair30@donga.com

    입력2023-04-23 10: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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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책 옳지만 홍보·참모진·人事 아쉬워

    • 검사 흔적 못 지운 정치 초보… “오만하게 보일 수도”

    • 사명감 가득해 마음 앞서는 듯

    • 품성으론 최고의 대통령감… “경험 쌓이면 진면목 드러날 것”

    • 초심 잃지 않고, 귀 열고, 믿으면 성공한 대통령 된다

    윤석열 대통령의 서울대 법과대학 79학번 동기들은 “방향성은 맞지만 디테일이 아쉽다”면서도 “우리가 대학 시절부터 봐온 석열이라면 결국 성공한 대통령으로 남을 것”이라고 말했다. 사진은 윤 대통령의 대학교 4학년 때 모습. [동아DB]

    윤석열 대통령의 서울대 법과대학 79학번 동기들은 “방향성은 맞지만 디테일이 아쉽다”면서도 “우리가 대학 시절부터 봐온 석열이라면 결국 성공한 대통령으로 남을 것”이라고 말했다. 사진은 윤 대통령의 대학교 4학년 때 모습. [동아DB]

    정권 출범 1주년을 눈앞에 두고 윤석열 대통령의 국정 운영 지지율이 20%대로 떨어졌다. 4월 11~13일 한국갤럽이 전국 유권자 1002명을 대상으로 윤 대통령 직무수행 지지도를 조사해 14일 발표한 결과, 긍정 평가가 27%, 부정 평가가 65%로 나타났다. 윤 대통령 지지율이 20%대를 기록한 것은(한국갤럽 기준) 지난해 11월 3주 이후 5개월 만이다(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지지율이 2021년 대선 때 윤 대통령의 득표율(48.56%)보다 낮다. 그를 지지한 유권자마저 등을 돌렸음을 감안하면 그만큼 국민의 실망이 크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이를 안타까운 시선으로 바라보는 사람들이 있다. 윤 대통령의 서울대 법과대학 79학번(이하 79학번) 동기들이다. 서울대 법과대학은 2018년 2월 법학전문대학원 전환으로 폐지되기 전까지 명실상부한 인문계열 최상위 학과로 군림했다. 정계·관계·재계·학계 등 각계각층에 요인(要人)을 배출했다. 79학번은 총 160명으로 이 가운데 약 120명이 사법고시에 합격했다. 대다수가 법조인의 길을 걸었고, 재계·학계로 나아간 사람도 있으나 유독 정계와는 연이 없었다. 그렇기에 ‘동기 윤석열’의 대통령 당선은 이들을 들뜨게 하는 경사였고, 또 그렇기에 이들은 지난 1년이 아쉽다.

    일부 여론조사에서 국민 4분의 1 남짓만이 대통령에게 지지를 보내는 지금, 어쩌면 이들의 말은 ‘윤비어천가’로 들릴 테다. 하지만 이들이 갓 성년의 옷을 입은 때부터 40년 넘게 윤 대통령을 알아온, 그를 이해하는 친구들인 것만은 분명하다. 이들의 말은 그를 ‘앎’에서 나온 해명이자, 친구를 위한 응원이자, 친구가 성공한 대통령으로 남아 국가 발전이 이뤄지길 바라는 마음에서 비롯된 고언(苦言)이다.

    방향 옳지만 디테일 부족

    79학번 동기들은 지난 1년간 윤 대통령의 정책과 그 방향성에 대해선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특히 안보 분야가 뛰어나다고 바라봤다. 서석호 변호사는 “국방·북핵 등 미래를 위해 필요한 영역에 대해선 방향을 잘 잡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사무직 종사자 A씨는 “한미동맹 공고화를 통해 국가안보를 정상화했다”고 평가했고, 법관 B씨는 “전 정권에 비해 잘하고 있다. 그간 북한에 너무 끌려다녔다. 한미동맹 강화 역시 잘한 점”이라고 말했다. 권대우 한국학술단체총연합회 이사장은 “큰 부채를 안고 있는 국가 재정 상황, 북핵 위협 등 어려운 상황에서 출발했다. 한국이 재도약하기 위한 기반을 만들어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원전을 되살린 산업정책도 긍정적”이라고 바라봤다. 이정호 변호사는 “노동·연금·국민 3대 개혁 ‘어젠다’가 훌륭하다”며 다음과 같이 말했다.

    “과거 수많은 대통령이 말만 해놓고 실천하지 못한 영역이다. 특히 노동 분야는 건드리지도 못했는데, 시작한 것만으로도 높이 평가해야 한다.”



    문제는 ‘디테일’이다. 이철규 변호사는 “홍보가 미흡해 잘하고 있는 모습도 제대로 보여주지 못하고 있는 듯하다. 애초에 윤 대통령이 누군가에게 보여주고, 꾸미는 걸 싫어하는 스타일”이라고 말했다. 권대우 이사장도 “커뮤니케이션 조직이 충분히 정비돼 있지 않다”고 평가했다.

    참모진도 문제로 거론된다. 황도수 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지난해 8월 낸시 펠로시 당시 미국 하원의장이 방한했다. 한국으로선 ‘굴러들어온 떡’이었는데, 그대로 흘려보내 버렸다. 윤 대통령이 외교 전문가가 아니니 참모진이 잘 도왔어야 했는데, 그렇지 않아 대통령이 ‘헛발질’을 하게 됐다”고 말했다. 한 손해보험사 임원 조기병 씨는 “근래 ‘주 69시간제’ 관련한 혼선을 바라보며 참모진이 생각 없이 일한다고 느꼈다. 직장인의 삶을 겪어본 적이 없어서 그런 것 같다”고 꼬집었다.

    가장 큰 문제로 지적된 것은 ‘인사 쏠림’이다. 검사 출신 및 ‘윤핵관’(윤석열 측 핵심 관계자)과 같은 측근을 지나치게 중용한다는 것. 이용 변호사는 “인사가 근본적 문제다. 앞으로도 제일 큰 영향을 미칠 문제”라고 말했다. 이정호 변호사는 “공정·상식·정의 원칙으로 정계 입문 1년도 되지 않아 대통령이 됐다. 그만큼 그에 대한 국민 열망이 컸음을 방증하는데, 인사가 기대에 못 미친다”고 평가했다.

    더는 검사 아닌데…

    인사 쏠림은 대통령 지지율이 낮은 요인으로도 여겨졌다. 김한용 변호사는 “검사들을 각 분야에 너무 많이 기용해 좋지 않게 보이는 듯하다”고 말했다. 79학번 동기들은 “어쩔 수 없는 일”이라고 입을 모았다. 이철규 변호사는 “원래 정치하던 사람이 아니다. 주요한 자리에 믿을 만한 사람을 임명해야 하는데, 인재 풀이 얕으니 벌어지는 현상”이라고 말했다. B씨는 “정치 기반이 없는 데다 지지율도 낮으니 그나마 자신이 믿는 사람을 임명하는 것 같다”며 “여당이 소수당인 상황에선 할 수 없는 일”이라고 바라봤다. 이철우 연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윤 대통령은 승부사적 기질이 남다르고, 생각하는 일을 실행하는 데 과감한 사람”이라며 다음과 같이 말했다.

    “대통령으로서 할 일을 초기에 하지 않으면 실행하지 못할 것이라고 생각하는 듯하다. 총선이 가까워지면 정치적 고려 때문에, 총선 이후엔 승패와 관계없이 정권 재창출 요구 때문에 과감하게 정책을 펼치지 못할 거라고 여길 수 있다.”

    79학번이 생각하는 낮은 지지율의 다른 이유는 아직 남아 있는 ‘검사 윤석열’이다. 최동규 전 특허청장은 “검사로서 굴하지 않고, 소신을 세운 덕분에 대통령이 될 수 있었다. ‘될 때’는 그렇게 하는 게 맞지만 ‘된 후’는 그렇지 않은데, 변신이 아직 잘 되지 않았다. 국민에겐 ‘강골’ 이미지만 보이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B씨는 “대학 시절부터 ‘소신을 꺾는 것’을 ‘지는 것’으로 생각하는 경향이 있었다”며 “자기 확신이 강하다. 똑똑하고 능력 있지만 자칫 오만하게 비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사익 추구할 사람 아냐, 점점 더 나아질 것

    윤석열 대통령은 서울대 법과대학 79학번이다. 동기는 160명으로 대부분 법조계에 진출했다. 서울대 법과대학은 법학전문대학원 전환으로 2018년 2월 마지막 졸업식을 치르고 폐지됐다. 사진은 2002년 1월 25일 서울대 법과대학의 상징물 ‘정의의 여신’ 벽화(아래쪽)와 ‘정의의 종’(위쪽) 모습. [동아DB]

    윤석열 대통령은 서울대 법과대학 79학번이다. 동기는 160명으로 대부분 법조계에 진출했다. 서울대 법과대학은 법학전문대학원 전환으로 2018년 2월 마지막 졸업식을 치르고 폐지됐다. 사진은 2002년 1월 25일 서울대 법과대학의 상징물 ‘정의의 여신’ 벽화(아래쪽)와 ‘정의의 종’(위쪽) 모습. [동아DB]

    79학번 동기들은 입을 모아 “윤 대통령에 대한 부정적 시각은 오해에서 비롯된 바가 크다”고 말했다. 서석호 변호사는 “‘윤핵관’의 실체가 과장돼 있다고 본다. 대통령이 특정인을 일부러 배척하거나 중용한다는 것은 오해다. 사람과 두루두루 잘 지내는 친구다. 좀 더 가까운 인사가 있을 순 있지만 어느 정권이든 측근은 있게 마련 아닌가”라고 말했다. 최동규 전 특허청장은 “윤 대통령은 어떤 일을 할 때 철저히 분석한 후 확신이 들어야만 행동하는 사람이다. 이것을 ‘고집’이라고 하는 건 옳지 않다”고 말했다. ‘강골’ 이미지에 대한 해명도 있다. 기관장 C씨는 “윤 대통령은 보기와 달리 섬세하고 다정다감한 사람이다. 대학 시절 한 욕 가운데 가장 심한 것이 ‘짜샤’일 만큼 욕도 할 줄 몰랐다”며 “윤 대통령이 서른 살 때 내가 결혼했다. 당시 윤 대통령은 아직 고시생이라 변변한 벌이가 없었다. 그럼에도 용돈을 모아 결혼을 축하한다며 호텔에서 밥을 샀다. 학교 다닐 땐 어려운 형편의 친구들을 집에 데려와 고기를 구워주곤 했다”고 말했다.

    79학번 동기들은 대중에 비치는 윤 대통령의 ‘거친 모습’이 ‘공의(公義)’에서 비롯됐다고 바라본다. 이철규 변호사는 “윤 대통령을 보면서 ‘베짱이’ 같다고 생각했다. 보통 친구들은 사법고시를 앞두면 자신만 신경 쓰건만 윤 대통령은 타인을 챙겼다. 권력·재산 등 세속적 욕구에 관심이 없는 사람이다. 요즘 화를 많이 낸다는 말이 들린다. 권력욕 때문에 대통령이 된 사람이라면 정권 초기 한창 권력에 취해 있을지언정 화를 내진 않을 거다. 사명감에 하고 싶은 것이 많은데 잘 되지 않아 그러는 것”이라고 바라봤다.

    이러한 윤 대통령의 품성은 79학번 동기들이 그가 앞으로 나아지리라고 보는 이유기도 하다. A씨는 “윤 대통령은 영민하고 심지가 굳건하다. 충분히 잘 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B씨도 “우리끼리 하는 얘기지만 평생 검사로 살았음에도 부정부패가 없다는 건 대단한 일이다. 자질은 충분하다”고 평가했다. 이정호 변호사는 “인간성만 놓고 보면 누구보다 잘할 사람”이라며 한 일화를 밝혔다.

    “20여 년 전 윤 대통령이 변호사 시절의 일이다. 경기 수원구치소에서 만났다. 나보고 ‘변호사 재밌느냐’고 물으며 자기는 도저히 안 맞는 것 같다고 하더라. ‘나쁜 짓 한 놈 벌줘야 하는데, 왜 내가 반성도 안 하는 사람 도와야 하느냐’고 했다. 원래 불의와는 거리가 먼 사람이다. 공정한 한국을 만들 거라고 믿는다.”
    최동규 전 특허청장은 “윤 대통령은 보편적 가치를 지향하는 사람”이라며 “워낙 머리가 좋아 금방 깨달아나갈 것”이라며 “내가 아는 윤석열은 사람을 잘 쓴다. 의아하게 보일 순 있지만 나중 가면 그의 판단이 틀리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C씨는 “정권이 안정되고 경험이 쌓이면 윤 대통령의 진면목이 나올 것”이라고 전망했다.

    “초심 잃지 말고 성공한 대통령으로 남길”

    79학번 동기들은 윤 대통령의 성공을 기원한다. 대통령의 성공이 곧 한국 사회의 발전이라고 믿기 때문이다. 이들은 “윤 대통령이 지지율에 일희일비하지 않되 더 경청하길 바란다”고 입을 모았다. 서석호 변호사는 “초심을 잃지 말고 현재 설정한 국가 어젠다를 밀고 나갔으면 좋겠다. 다만 국민을 더 잘 설득하며 진행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용 변호사는 “본인이 먼저 손을 내밀고 더 듣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정호 변호사는 “원래 정치 할 생각이 없던 사람이 정치판에 뛰어들었다는 건 그만큼 사명감이 컸다는 뜻이다. 왜 정치를 시작했는지 잊지 말았으면 한다”고 당부했다. B씨는 “똑똑한 것과 겸손한 것은 다른 문제다. 둘은 조화될 수 있다. 국민에게 겸손하게 비쳤으면 한다”고 말했다. 조기병 씨는 “우리가 알던 윤 대통령이라면 초심을 잃지 않는 이상 실패하지 않을 것이다”라며 “다만 리더가 강하면 밑 사람들이 의견을 내기 쉽지 않다. 좀 더 듣는 노력을 했으면 한다”고 바랐다.

    ‘인사’에 대한 조언도 나왔다. 주변을 정리하고 사람을 쓰는 데에 더 지혜를 발휘하라는 취지다. C씨는 “주변의 간신들을 정리했으면 한다. 본인이 아니라고 생각해도 100명이 간신이라고 하면 맞는 거다. 한 고조 유방, 태종 이방원이 성공한 비결은 철저한 공신 정리다. 공이 있더라도 간신은 모질게 처냈으면 한다”고 조언했다. 황도수 교수는 “헌법상 국정 운영에서 경청이란 ‘비서실 정치’가 아니라 ‘국무회의 중심 정치’다. 민주주의는 대화와 토론을 바탕으로 하기 때문이다”라며 “국무회의에서 난상 토론을 유도해야 한다. 또 ‘장관과의 대화’를 진행하길 추천한다. 어떤 각료가 유능한지는 물론 업무 파악도 할 수 있다. 업무 파악이 어느 정도 된 후 ‘대통령과의 대화’를 한다면 국민은 윤 대통령을 ‘소통하는 대통령’이라고 느끼게 될 것이다”라고 말했다.


    [+영상] 김종인-진중권-박성민 '윤석열 1년을 말하다'



    신동아 5월호 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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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현준 기자

    이현준 기자

    대학에서 보건학과 영문학을 전공하고 2020년 동아일보 출판국에 입사했습니다. 여성동아를 거쳐 신동아로 왔습니다. 정치, 사회, 경제 전반에 걸쳐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에 관심이 많습니다. 설령 많은 사람이 읽지 않더라도 누군가에겐 가치 있는 기사를 쓰길 원합니다. 펜의 무게가 주는 책임감을 잊지 않고 옳은 기사를 쓰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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