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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양 소년 살해사건 미스터리

살인자는 복역 중…살아 돌아온 피살자는 유령인가

청양 소년 살해사건 미스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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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열여섯 어린 소년이 한밤중에 산에서 매를 맞고 목이 졸려 죽었다. 일사천리로 진행된 수사는 두 명의 용의자를 지목해 체포하고, 이들은 경찰에서 범행 일체를 자백해 징역형에 처해진다. 그러나 6개월 후, 피살자의 어머니 앞에 죽은 아들의 목소리가 들리는데….
청양 소년 살해사건 미스터리

박창수 소년(사진) 살해사건의 초기 소식이 실린 ‘매일신보’ 1930년 11월29일자 기사(아래)와 사건의 미스터리를 추적한 ‘별건곤’ 1931년 1월호 기사.

“아이고 창수야… 금쪽같은 내 자식이 어쩌다가 이 지경이 됐니… 창수야….”

박창수의 어머니는 시신을 확인하고 울부짖다가 넋을 놓았다. 온몸이 상처투성이고 반쯤은 부패한 시신이었지만 어머니는 한눈에 피붙이를 알아보았다. 가난에 쪼들려 따뜻한 밥 한 공기 제대로 못해 먹인 자식이었다. 이제 겨우 열여섯 살밖에 안 된 어린 아들이 누군가에게 원한을 살 행동을 했을 리 없고, 자식을 죽인다고 위협해 빼앗아 갈 재물이 있는 것도 아니었다. 배운 것은 없지만 착하고 부지런한 창수가 왜 참혹하게 살해당했는지 어머니는 도무지 이해할 수 없었다.

“아이고 내 아들 불쌍해서 어쩌누. 부모 잘못 만나 호강 한번 못해보고….”

곡소리로 가득한 살풍경 속에서 수사책임자인 청양경찰서 최 사법주임은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피살자의 신원이 확인된 이상 용의자의 범행을 입증하는 것은 시간 문제였다. 최 사법주임은 시체 안치실 바닥에 쓰러져 흐느껴 우는 여인을 일으켜 세우며 다시 물었다.

“창수 어머니, 그만 울고 시신을 다시 한 번 똑바로 봐요. 박창수가 분명해요?”



“아이고… 세상에 제 자식을 못 알아볼 어미가 어디 있단 말이오. 옷은 한 달 전 아들이 집 나갈 때 입고 나간 게 아니지만, 틀림없는 창수요.”

피살자가 박창수라면 사건은 이미 해결된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한낱 주막 머슴에 불과한 박창수를 살해할 동기를 가진 사람은 단 한 명뿐이고, 그는 이미 경찰에 체포돼 신문을 받고 있었다.

청양 박석산에서 소년의 변사체가 발견된 것은 사흘 전이었다. 1930년 4월29일, 청양군 비봉면 용천리에 사는 주부 이씨는 마을 뒷산에 나물을 캐러 갔다가 산허리에서 시체를 발견했다. 놀란 이씨는 “산중에 시체가 있다”고 고래고래 고함을 지르며 마을로 뛰어내려왔다.

용천리는 살인사건은커녕 사소한 도난사건조차 흔치 않은 순박한 시골마을이었다. 순식간에 마을은 대혼란에 휩싸였다. 신고를 접수한 비봉파출소 김 순사는 청양경찰서에 전화를 걸어 지원을 요청하고, 최초 발견자 이씨를 앞세워 사건 현장으로 황급히 달려갔다.

산상의 소년 변사체

열대여섯 살 남짓 돼 보이는 소년의 시체였다. 온몸에 멍자국이 선명해 자살하거나 사고사한 것 같지는 않았다. 시체 주위에서 피해자의 것으로 보이는 지게와 살인에 이용된 것으로 보이는 수건이 발견됐다. 시체를 청양읍내 병원으로 옮겨 부검한 결과, 직접적인 사인은 질식이었고 사망시간은 72시간 이내였다. 범인은 소년을 무자비하게 구타한 후 수건으로 목을 졸라 살해한 것이었다.

시체가 발견된 박석산 주변 비봉면의 인구는 7000여 명. 청양군 인구를 다 합쳐봐야 7만여 명에 불과했다. 손바닥만한 동네에서 사나흘 안에 사라진 10대 중반 소년을 찾기는 그다지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이틀 동안의 탐문 결과 비봉면 일대에서 지난 일주일 동안 사라진 소년은 박창수 한 명뿐이었다.

4월26일 오전, 박창수는 주막 여주인 고옥단과 머슴 조기준에게 두 차례에 걸쳐 심한 매질을 당하고 주막을 나간 후 소식이 끊겼다. 최 사법주임은 일단 고옥단과 조기준을 체포해 청양경찰서에 유치하고, 보령군 청소면 박창수의 집으로 수사대원을 보내 어머니를 데려오게 했다.

피살자의 신원이 확인된 뒤에도 고옥단은 한사코 범행을 부인했지만, 조기준은 이틀 만에 범행 일체를 자백했다. 조기준은 고옥단의 지시로 박창수를 살해했으며 시체 주위에서 발견된 수건도 자기 것이라고 털어놓았다. 조기준의 자백으로 범행이 백일하에 드러난 후에야 고옥단은 마지못해 범행을 시인했다. 경찰이 설명한 범행의 전모는 다음과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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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봉관 한국과학기술원(KAIST) 교수·국문학 junbg@kaist.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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