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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공 초월한 열락의 보물상자는 교과서 밖에 있다!

역사 공부가 따분하다고?

시공 초월한 열락의 보물상자는 교과서 밖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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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암기, 도표, 제도, 연도…. ‘역사’ 하면 떠오르는 것들이다. 많은 학생에게 역사 과목은 ‘따분한 암기과목’으로 여겨진다. 그러나 고려대 한국사학과 최광식 교수는 “역사 과목이 재미없는 건 입시 위주의 공부법 때문”이라고 말한다. 책, 다큐멘터리, 박물관 등 교과서 밖에서 만나면 역사만큼 흥미로운 과목도 없단다. 교과서가 아닌 체험으로 배우는 살아 있는 역사 공부법.
시공 초월한 열락의 보물상자는 교과서 밖에 있다!

롯데월드 민속박물관에서 조선시대 궁중의례 모형을 지켜보는 아이들.

필자가 역사를 공부하기 시작한 것은 우리 세대가 흔히 그렇듯 중학교 때부터다. 국사와 세계사 수업시간에 교과서를 보고 선생님의 이야기를 들으며 역사에 관심을 갖게 됐다. 역사교육으로 유서 깊은 고등학교에 가서도 마찬가지였다. 특히 국사와 세계사를 담당하신 선생님들이 교과서에 있는 내용 이외에 재미있는 이야기를 많이 해주셔서 역사 과목에 흥미가 붙었다.

역사는 연대를 외우고, 제도를 외우고, 사건을 외우는 따분한 과목으로 인식돼 있다. 그러나 이것은 국정교과서와 입시라는 제도적 틀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국사나 세계사 선생님들은 “교과서에 나오지 않는 재미있는 이야기를 해주고 싶어도 입시 부담 때문에 시험에 나오는 내용만 가르쳐야 한다”며 안타까운 현실을 호소한다. 그래서 역사 과목은 조선시대의 왕명(王名)과 사건의 연대를 외우는 재미없는 과목이라는 오해를 받게 됐다. 중·고교 시절 역사를 배울 때 한국이나 세계의 역사적 인물 또는 사건에 대해 호기심과 흥미를 갖게 해야 하는데, 그저 단편적인 역사적 지식을 주입하는 데 급급하다 보니 지루한 과목으로 전락하고 말았다.

현장을 찾아라

필자는 대학에 들어와서야 본격적인 역사 공부를 할 수 있었다. 사학과에 진학해 고적답사를 하며 역사 공부의 묘미를 느끼기 시작했다. 은사이신 김준엽 교수님은 “역사는 발로 쓰는 것이다”라고 하셨다. 그 말씀을 오래 새겨 이제 비로소 현장 가까이 다가가 직접 느끼게끔 가르치게 됐다.

물론 역사는 과거의 인물, 사건, 제도를 연구하는 학문이다. 그러나 그 역사의 현장에 가 있을 때 과거와의 대화가 생생하게 이뤄진다. 고고학은 말할 것도 없고 고대사도 마찬가지다.



필자가 효성여대(현 대구가톨릭대)에 재직할 때는 경상남·북도를 중심으로 한 고고학 발굴 현장과 고대사 현장을 직접 답사하며 신라와 통일신라의 불교문화를 공부했다. 고려대로 자리를 옮긴 뒤에는 제사유적 발굴 현장을 중심으로 백제의 역사 현장을 두루 답사했고, 그 내용을 담아 ‘백제의 신화와 제의’라는 책을 펴냈다. 그야말로 현장 중심의 공부였다. 또한 중국이 동북공정으로 고구려사를 왜곡하자 이에 대응하기 위해 ‘고구려연구재단(현 동북아역사재단)’을 발족했고 ‘고구려사왜곡대책위원회’에서 활동했다. 이런 중책을 맡게 된 것도 현장 답사에 대한 열정 덕분이었다.

1985년 일본유학 시절엔 우리나라 고대사 현장을 답사하기 위해 중국 본토 입국을 시도했지만 국교가 수립되기 전이라 거절당한 아픔이 있다. 그 일을 계기로 중국과 수교한 이후 중국은 물론 북한의 고구려 문화유산 현장을 여러 차례 답사하며 남다른 감회를 맛봤다. 그 후 지금까지 고구려의 역사와 문화에 대한 현장연구를 진행하고, 중앙아시아의 실크로드와 우루무치 등지를 선후배, 제자들과 함께 오가고 있다.

4곳부터 돌아보라

필자의 이 같은 체험에 비춰보건대 역사를 공부하는 데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은 역사에 흥미와 관심을 가질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무엇보다 역사의 현장에 가까이 다가가 직접 체험하고 답사하는 게 필수적이다.

하지만 학생이나 일반인이 역사 현장을 일일이 찾아가기란 간단치 않은 일이다. 이들을 위한 대안이 있다. 역사의 현장과 그곳에서 나온 갖가지 자료를 간접적으로 체험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박물관과 미술관에 가는 것이다. 박물관에는 선사시대부터 현대에 이르기까지 각종 고고학 자료, 미술사 자료, 문헌 자료, 민속 자료가 전시돼 있다. 또한 자료들에 대한 설명이 곁들여져 있다.

필자는 교환교수로 일본에 1년간 머무를 때 주말마다 일본의 박물관을 찾아다녔는데, 일본의 역사와 문화를 이해하는 데 큰 도움이 됐다. 또 이를 통해 한국의 고대문화와 일본의 고대문화를 비교해 그 공통점과 차이점을 체감할 수 있었다.

중국 베이징대에서 한 학기 동안 강의할 때도 주말이면 중국의 박물관들을 돌아봤다. 박물관 관람을 통해 중국의 오랜 역사와 문화를 입체적으로 이해할 수 있었다. 그다지 세련되게 꾸며지진 않았지만 유서 깊은 중국의 박물관을 관람하며 중국과 한국의 고대문화를 비교하는 관점을 갖게 됐다.

이처럼 필자는 외국에 가면 그 나라를 이해하기 위해 으레 국립박물관, 민속박물관, 백화점, 재래시장 등을 돌아본다. 국립박물관에서는 그 나라의 최고급 전통문화를 맛볼 수 있으며, 민속박물관에서는 그 나라의 민속문화를 체험할 수 있다. 백화점에서는 현대의 최고급 문화 수준을 엿볼 수 있고, 재래시장에서는 서민의 생활문화를 느낄 수 있다. 이 네 곳만 돌아보면 비교적 짧은 시간에 과거부터 현재까지 그 나라의 고급문화와 서민문화를 모두 파악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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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광식 고려대 교수·한국사 kukh@korea.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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